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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주제프 과르디올라'와 카탈루냐어의 모음 표기 [3]
2009/08/08 '웰빙'과 '리니지'라는 표기 분석 [9] 2009/07/26 밀레와 베르사유: 프랑스어 철자 ll의 표기 [8] 2009/04/03 Donald Knuth는 '커누스'일까, '크누스'일까? [30] 2009/03/25 북유럽 신화의 언어, 고대 노르드어 [31]
외국 고유명사의 한글 표기에 있어서 카탈루냐어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아무래도 카탈루냐가 독립국이 아니라 스페인(에스파냐)의 지방에 지나지 않아 언어로서의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는 스페인어의 방언이 아니라 독자적인 역사를 지닌 로망스어군 언어이며 문어로서는 스페인어보다 오히려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어에 더 가깝다.
카탈루냐어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피레네 산맥의 안도라(Andorra)의 공용어이기도 하지만 워낙 소국이라서 나라 자체가 잘 알려져있지 않다. 더구나 확인해보니 수도인 Andorra la Vella는 카탈루냐어 이름으로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면 '안도라라벨랴'가 되어야 하지만 마치 스페인어 이름인 것처럼 적은 '안도라라베야'가 표준 표기로 정해져 있다. 이 도시의 스페인어 이름은 Andorra la Vieja이니 차라리 스페인어를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하려면 '안도라라비에하'로 적어야 한다. 카탈루냐어 이름을 스페인어 이름인 것처럼 표기한 예는 꽤 있다. 스페인에서도 카탈루냐어 사용 지역은 공업이 발달하고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스페인 고유명사 가운데 카탈루냐어 이름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스페인에서 스페인어 외의 언어가 사용된다는 인식조차 별로 없기 때문이다(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어 외에도 바스크어와 포르투갈어의 방언인 갈리시아어 등이 사용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으로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Juan Antonio Samaranch은 한국에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실제 스페인에서 쓰는 발음과 국제 방송에서 쓰는 발음과 차이가 있다. Samaranch은 스페인어 이름이 아니라 [səməˈɾaŋ(k)]으로 발음되는 카탈루냐어 이름이기 때문이다.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사마랑'이라고 적어야 한다. 역시 바르셀로나 태생의 화가 Joan Miró의 표준 표기는 '호안 미로'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외국 미술사 학생이 한국인 교수가 Joan을 스페인어인 것처럼 발음한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미술계에서는 Joan을 카탈루냐어식으로 [ʑuˈan], 즉 '주안' 비슷하게 발음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이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지난 7월 29일 열린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85차 회의에서 스페인 축구 선수이자 현 FC 바르셀로나 감독인 Josep Guardiola의 표기를 '주제프 과르디올라'로 정한 것은 뜻밖이었다. 예전 같으면 스페인어 표기 원칙을 억지 적용하여 '호세프 과르디올라'로 했을 텐데, 카탈루냐어 발음인 [ʑuˈzɛp ɡwəɾˈð̞jɔɫə]를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한 것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의 예 하나만으로 속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부터는 외래어 표기 심의위에서도 카탈루냐어 이름을 본 발음에 따라 적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과 함께 의문도 하나 생겼다. 바로 카탈루냐어의 모음 약화 현상을 앞으로 한글 표기에 얼마나 반영할까 하는 것이다. '주제프 과르디올라'라는 표기를 보면 Josep의 o는 '우'로, Guardiola의 o는 '오'로 표기했다. 이는 카탈루냐어에서 o가 강세가 있는 음절에서는 [o] 또는 [ɔ]로 발음되지만 강세가 없는 음절에서는 약화되어 [u]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탈루냐어에서는 강세가 없는 음절의 모음이 약화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실제 양상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는 맥스 휠러(Max Wheeler)의 The Phonology of Catalan에 나오는 설명을 따르겠다. 서부 카탈루냐어에서 강세가 있는 음절에 나타나는 모음은 일곱 개가 있다. i u e o ɛ ɔ a 강세가 없는 음절에서는 /ɛ/가 [e]로, /ɔ/가 [o]로 약화된다. 즉 강세 모음 일곱 개가 무강세 모음 다섯 개로 단순화되고 그 과정에서 /e/와 /ɛ/, /o/와 /ɔ/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중모음의 높이 구분이 없어지면서 강세 모음 일곱 개가 무강세 모음 다섯 개로 단순화되는 모음 약화는 이탈리아어와 포르투갈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요르카 카탈루냐어의 모음 약화 현상을 살펴보자. 마요르카 카탈루냐어가 속하는 발레아레스 제도 카탈루냐어에서는 강세가 있는 음절에 나타날 수 있는 모음이 여덟 개이다. i u e o ə ɛ ɔ a 위의 서부 카탈루냐어의 7모음 체계에 /ə/가 추가된 셈이다. 발레아레스 제도 카탈루냐어에서 sec [sək] 같은 단어의 강세 음절에 나타나는 /ə/는 육지의 동부 카탈루냐어에서는 /e/, 서부 카탈루냐어에서는 /ɛ/에 해당한다. 서부 카탈루냐어에서처럼 마요르카 카탈루냐어에서도 무강세 음절에서 /ɔ/가 [o]로 약화된다. 그런데 서부 카탈루냐어와는 다르게 /e/, /ɛ/, /a/는 모두 [ə]로 약화된다. 즉 무강세 모음은 /i, ə, o, u/ 네 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우에 따라 무강세 음절에서도 [e]가 발음되기도 한다. 마요르카를 제외한 동부 카탈루냐어에서는 모음 약화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마요르카 카탈루냐어식의 모음 약화에 더하여 /o/도 [u]로 약화되니 무강세 음절에 올 수 있는 모음은 /i, ə, u/ 세 개 뿐이다. 다만 일부 경우, 이를 테면 [əə]나 [əa] 같은 조합을 피하기 위해서 무강세 음절에서도 [e], [o]가 발음될 수도 있다. 카탈루냐 최대의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쓰이는 카탈루냐어에서 바로 이런 모음 약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니 Josep는 /o/가 [u]로 약화된 [ʑuˈzɛp]로 발음되는 것이다. 같은 이름이 서부 카탈루냐어가 쓰이는 발렌시아나 마요르카에서는 [ʑoˈzɛp], 즉 '조제프'로 발음될 것이다. 한글 표기에서는 [e]와 [ɛ]는 모두 '에'로 적고 [o]와 [ɔ]는 모두 '오'로 적으면 되지만 [ə]나 [u]로 약화되는 경우는 강세 모음과 무강세 모음의 한글 표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조금 문제가 까다로워진다. [ə]로 약화되는 모음의 표기 Guardiola [ɡwəɾˈð̞jɔɫə]를 '과르디올라'로 적은 것에서 보면 [ə]로 약화되는 /a/는 '아'로 적고 있다. 사실 카탈루냐어의 [ə]는 [ɐ]로 적는 일도 있을만큼 영어의 [ə]보다는 낮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모음이므로 '아'로 적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포르투갈어의 /a/는 무강세 모음에서 [ɐ]로 발음되는데, 포르투갈에서 쓰는 발음에서는 거의 [ə]에 가까운 발음이 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모두 '아'로 통일해서 적는 것도 참고할만하다. 카탈루냐어의 /a/를 언제나 '아'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면 스페인어에 따른 표기와도 호환이 더 잘되는 장점도 있다. 또 일부 /a/가 약화되기도 하고 약화되지 않기도 하는 경우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마요르카 출신의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의 성 Nadal은 [nəˈðal]로 발음하는 것이 우리가 본 규칙에 맞는다. 하지만 중앙 카탈루냐어에서 예외적으로 [naˈðal]이란 발음도 흔히 쓴다. /a/는 약화되더라도 '아'로 적기로 하면 [nəˈðal]과 [naˈðal] 가운데 어느 발음을 택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스페인어 발음에 따른 표기인 '나달'과도 같아지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e/, /ɛ/도 [ə]로 약화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복잡해진다. 스페인어의 Carlos, 프랑스어의 Charles에 해당하는 카탈루냐어 이름은 Carles이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카탈루냐 출신의 축구 선수 Carles Puyol이 있는데 2006년 월드컵 당시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한 표준 표기로는 그의 이름을 '카를로스 푸욜'로 적도록 하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더 친숙한 스페인어 이름 Carlos를 대신 쓴 것이다. Carles의 카탈루냐어 발음은 동부에서 [ˈkarləs]인데 [ə]를 '아'로 적는다면 '카를라스'가 되니 조금 이상하다. 또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어 이름과 스페인어 이름은 모두 Barcelona이다. 이를 스페인어 표기법에 따라 적은 것이 '바르셀로나'이다. 현지의 카탈루냐어 발음은 [bəɾsəˈlonə]이다. [ə]를 '아'로 통일하여 '바르살로나'라고 적어야 할까? 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카탈루냐어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세는 마지막 세 음절 가운데 하나에 올 수 있으며 복합어에서는 강세가 오는 음절이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는데, 철자만 봐서는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 알 길이 없다. Carles라는 철자만 보면 두 음절 가운데 어느 것에 강세가 오는지 알 수 없으니 a와 e 가운데 어느 모음이 약화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서부 카탈루냐어 발음을 따른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Carles는 '카를레스', Barcelona는 '바르셀로나'로 적으면 그만이다. 거기에다 스페인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와도 같아진다. 또 같은 언어에서 지역에 따라 구별되어 발음되기도 하고 구별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 있으면 변별력을 높이는 쪽을 따라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구상한 카탈루냐어의 한글 표기안에서 나는 동부 카탈루냐어의 모음 약화를 무시하고 a, e, i, o, u는 언제나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 표기하는 것을 제안한 바가 있다. 그러면 Josep도 '조제프'로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비슷한 예로 또 다른 카탈루냐어 이름인 Jordi에서 o에 강세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 쉽게 알 수가 없으니 '조르디'로 적을지 '주르디'로 적을지 헷갈릴 수가 있다(정답은 '조르디'이다). '주제 사라마구'에서 '조제 사라마구'로... 1998년 포르투갈의 José Saramago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자 외래어 심의위에서는 한글 표기를 '주제 사라마구'로 정하였다(제24차 회의). 포르투갈어 발음이 [ʒuˈzɛ sɐɾɐˈmaɡu]이기 때문에 정해진 표기이다. 하지만 2005년 외래어 표기법에 포르투갈어의 표기 규정이 추가되면서 나온 용례집에서는 José Saramago의 표기를 '조제 사라마구'로 바꿨다. 포르투갈어 표기법에서 어말이나 -os의 o는 '우'로 적고 나머지는 '오'로 적는 것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어에서 무강세 음절의 o는 [u]로 약화되지만,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 따지고 적으려면 표기 규정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에 어말이나 -os의 o만 '우'로 적는 것으로 규정을 단순화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발음과는 달라지지만 더 단순한 규칙에 맞도록 '주제'를 '조제'로 바꾼 것이다. 대신 João은 '주앙'이란 표기가 굳어졌다고 여겨 새 규정에 따른 '조앙' 대신 '주앙'으로 계속 쓰기로 했다. 만약 우리가 접하는 카탈루냐어 이름이 한정되어 있다면 일일이 발음을 조사해서 어느 모음이 약화되는지 따져 한글 표기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를 잘 몰라도 철자만 보고 한글 표기를 정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한다고 하면 서부 카탈루냐어의 발음을 따라 a, e, i, o, u는 언제나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 표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필요에 따라 Josep는 '조제프' 대신 '주제프', Joan은 '조안' 대신 '주안'으로 쓰는 일부 예외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른 한글 표기 자체가 별로 흔치 않으니 이런 예외를 두어야 할만큼 이런 표기가 굳어질 것 같지는 않다.
2000년을 전후해서 이른바 '웰빙 열풍'이 불었을 때 이 '웰빙'이란 신조어를 매우 어색해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인 것 같기는 한데 원래 표현은 뭘까? 설마 well-being을 한글로 표기한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분명히 '웰비잉'일 텐데?
꼭 표기 문제가 아니라도 좀 의아한 신조어였던 것은 분명하다. Well-being이라는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잘 있음', 즉 '복지'를 뜻하는데 그렇다고 welfare처럼 고급스럽거나 전문용어 같은 느낌은 없이 평이하게 쓰인다. 예를 들면 '정신적인 건강'을 emotional well-being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것을 건강한 생활 양식(특히 의식주)에 관련된 좁은 의미로 따와서 너도나도 '웰빙'을 찾는 모습은 좀 어색해 보였다. 거꾸로 미국에서 'jal isseum' 열풍이 분다고 생각해보라. 본론으로 돌아가서 well-being의 발음을 살펴보자. 국제 음성 기호로 나타내면 [ˌwɛl.ˈbiː.ɪŋ], 세 음절의 단어이다.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 사전에서는 보통 생략하는 음절 구분 표시(.)도 넣었다. '웰비잉'이라고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맞다. 그렇다면 왜 '웰빙'이라고 적었을까? 평소에 사용하는 인터넷 영어사전에서 well-being의 발음을 찾아보라. 아마 [wélbíːiŋ]이라고 나와있을 것이다. 즉 being의 앞 음절의 모음을 [iː]로, 뒤 음절의 모음을 [i]로 나타낸 것이다(í에 붙은 악센트 부호는 음절에 강세가 오는 것을 나타낸다). 이를 보면 두 음절의 모음은 음가가 똑같고 길이만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íːi]는 음절 구분 없이 하나의 장모음인 것으로 알기 쉬운데, 장모음은 따로 나타내지 않는다는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에 따라 '이' 한 음절로만 적어야 된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see의 장모음 [iː]와 sit의 단모음 [ɪ]는 길이 뿐만이 아니라 음가도 확실히 다르다. 단모음 [ɪ]를 발음할 때 혀는 [i]를 발음할 때보다 조금 더 입 안쪽으로 온다. 한국어의 '이'는 [i]로 see의 장모음과 음가는 같지만 길이가 짧아서 구별된다. [ɪ]는 한국어에 없는 모음이다. 흉내내려면 '이'보다는 혀의 위치를 약간 '에'나 '으'를 발음할 때에 가깝게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영어사전 대부분은 이 [ɪ] 모음을 그냥 [i]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영어에서 [i]는 장모음에만 오고 [ɪ]는 단모음에만 오니 기호 수를 줄이기 위해 각각 [iː], [i]로 쓰던 예전 습관을 아직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단순화된 표기 때문에 발음을 잘못 알기 쉽다고 하여 1977년 English Pronouncing Dictionary를 시작으로 [iː], [ɪ]와 같이 음가의 차이와 길이의 차이를 둘 다 나타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해리 포터》의 프랑스인 억양 흉내내기 러시아어권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어의 '오'와 '어' 발음을 잘 구별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오'와 '어'의 구별이 매우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i]와 [ɪ]의 구별이 없는 언어를 하는 이들은 영어를 배울 때 이들을 혼동하거나 똑같이 발음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에서는 의미 있는 구별이다. ![]() 마법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아동 소설 해리 포터(Harry Potter) 연작에서는 대화 내용을 쓸 때 방언이나 외국인들이 영어를 할 때의 억양을 흉내내어 적는 경우가 많다. 네번째 소설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에서는 프랑스 마법 학교의 학생들이 영국의 마법 학교에 찾아오는 내용이 있는데, 프랑스인들의 대화 내용은 프랑스식 억양을 흉내내어 적었다. 프랑스인들은 영어의 h 발음을 생략한다든지 유성음 th를 z로 대체하는 것 외에도 영어의 단모음 [ɪ] 대신 장모음 [iː]를 쓰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예를 들어 "Is it over?" 대신 "Eez eet over?"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프랑스어에서도 한국어에서처럼 [ɪ] 모음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이 영어를 하면 보통 [i]로 대체하여 발음하고, 이게 영국인들에게는 특이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영어를 하면서도 sit의 모음을 see의 모음과 비슷한 음가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성악을 할 때이다. 성악에서는 이탈리아어의 모음 [a e i o u]를 좋은 소리를 내는 모음으로 쳐주기 때문에 일부러 보통 말할 때와 다르게 sit의 모음을 [i] 비슷하게 발음할 때가 많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 쓰는 sit의 모음은 다른 영어권 나라 사람들이 듣기에는 see의 모음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래서 '시드니(Sydney)'를 농담 삼아 Seednee라고 표기하기도 한다(Sydney [ˈsɪd.ni]의 앞 음절은 sit의 모음, 뒤 음절은 see의 모음을 쓴다). 오스트레일리아 영어에서 sit 모음과 see 모음은 주로 길이로만 구별되는 것이다. '리니지'는 맞는 표기일까? (도마도님의 지적에 따라 설명 일부 수정, 보강) 롤플레잉 게임 '리니지'는 동명 만화 《리니지(Lineage)》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lineage의 영어 발음은 ['lɪn.i(ː).ɪdʒ]이다. 빨리 발음하면 두 음절인 ['lɪn.iɪdʒ]가 되는데, 뒤의 두 모음이 [iɪ]라는 독특한 상승 이중모음으로 축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축약 과정을 거친 [i]는 반모음 [j]로 실현되니 실제 발음은 ['lɪn.jɪdʒ]이고, 영어에서 [jɪ]는 보통 이중모음이 아니라 반모음과 단모음의 결합으로 분석한다. [i]가 축약 과정을 통해 반모음 [j]로 변모하듯 [u]는 반모음 [w]가 된다. Influence는 원래 ['ɪn.flu.əns] 세 음절이지만 축약되면 ['ɪn.flwəns] 두 음절로 발음된다. 사실 lineage나 influence 같은 단어가 세 음절로 발음되느냐, 두 음절로 발음되느냐의 경계는 모호하다. 비슷한 예로 영어의 fire도 두 음절인 [faɪ.ə]로 발음될 수도 있고 삼중모음(!)을 써서 한 음절인 [faɪə]로 발음될 수도 있다. 영국식 발음에서는 특히 [faə]로 평탄화(smoothing)가 되는 일이 잦다. ['lɪn.i(ː).ɪdʒ]라는 발음만 따지면 한글로는 '리니이지'라고 쓰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모음 자체가 다르고, 음절도 구별되기 때문에 '리니이지'처럼 n과 g 사이의 모음을 나눠 쓰는 것이 맞다. 그런데 ['lɪn.jɪdʒ]라는 발음은 '리니지'라고 적어도 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분명히 [iɪ]는 단순한 장모음이 아니라 첫 부분과 끝 부분의 음가가 다른 이중모음이다. 하지만 이중모음인 이상 한 음절로 발음되고 [i]와 [ɪ] 모두 한글로는 '이'로 적게 되니 이중모음 전체를 '이' 하나로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영어의 so 같은 단어에 나오는 이중모음 [oʊ]는 각 부분의 한글 표기는 '오'와 '우'로 다르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오'로만 적도록 하고 있지 않나? [ji]는 '이'로 적게 되어 있는데 앞의 [n]과는 어떻게 합치느냐에 따라 '리니지'가 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lineage의 발음을 두 음절인 ['lɪn.jɪdʒ]라고 봤을 때 '리니이지'와 '리니지' 가운데 어느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지는 뚜렷하지 않다. 워낙 특이한 경우이기 때문에 선례를 찾기도 힘들다. 세 음절인 ['lɪn.i(ː).ɪdʒ]를 원 발음으로 쳐 '리니이지'로 적는 것이 맞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리니지'가 틀린 표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well-being도 비슷한 이유로 '웰빙'이라고 적을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실 수 있겠다. 하지만 well-being에서는 be 음절에 강세가 오기 때문에 being이 한 음절로 축약되지 않는다. 사실 partying [ˈpɑː.ti.ɪŋ]처럼 [i]가 든 음절에 강세가 오지 않는 경우에도 -ing이 앞 음절과 축약되지 않는데, 이건 -ing이라는 접미사의 발음 특성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는 《이삭 줍는 여인들(Des glaneuses)》과 같이 농촌의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프랑스어에서 곡식의 일종인 '기장'을 뜻하는 millet는 [mijɛ], 즉 '미예'로 발음한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따르면 프랑스어의 성 Millet의 발음으로 [mijɛ]와 [milɛ]가 모두 허용된다. 즉 보통명사 millet는 '미예'로 발음하지만 화가의 성인 Millet는 '밀레'로 발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프랑스어를 배우는 이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자 ll의 발음이다. 프랑스어에서 ll은 a, e, o, u, y 다음에 올 경우 대부분 [l]로 발음된다. Pigalle은 '피갈', Bruxelles은 '브뤼셀', Apollinaire는 '아폴리네르', Tulle은 '튈', syllabe는 '실라브'이다. 그러나 ill에서 ll은 반모음 [j]로 발음될 수도 있고 [l]로 발음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fille는 [fij]로 발음되지만 ville은 [vil]로 발음된다. 영어를 하는 이들을 위한 한 프랑스어 학습 웹사이트에서는 ill에서 ll은 [j]로 발음되는 것이 기본이고 [l]로 발음되는 것은 예외라며 [l]로 발음되는 단어를 외울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예외가 참 많다. ill의 ll이 [l]로 발음되는 단어:
이 목록은 아까 언급한 웹사이트에 나오는 목록인데 이런 예외는 찾아보면 더 많이 나온다. 사전만 잠깐 훑어봐도 instiller, campanille, mamillaire, pusillanime, sille 등 ll이 [l]로 발음되는 단어들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다 추가할 만한 사실은 ill-로 시작하는 프랑스어 단어의 ll은 적어도 웬만한 사전에 나오는 단어 가운데에서는 예외 없이 [l]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Illégal, illicite, illimité, illogique, illuminer, illusion, illustrer, Illyrie... 여기서 눈치채셨을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프랑스어에서 ill의 ll이 [l]로 발음되는 단어는 보통 고전 라틴어의 ll이 그대로 유지된 단어들이다. 예를 들어 ville은 라틴어 villa에서 왔고 tranquille은 라틴어 tranquillus에서 왔다. 그에 비해 fille는 라틴어 filia, coquille는 통속 라틴어의 conchilia에서 왔다. 또 bouteille는 통속 라틴어의 butticula에서 왔다. 만약 -ill- 앞에 모음이 오는 경우는 다행히 더 간단해서 -ill-은 거의 예외 없이 [j]로 발음된다. 예를 들어 -aill-는 [aj] 또는 [ɑj]로 발음되고 -eill-는 [ɛj]로, -euill-는 [œj]로 발음된다. 또 어말의 -il 앞에 모음이 오는 경우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ail는 [aj] 또는 [ɑj]로, -euil는 [œj]로 발음된다. 물론 영어에서 온 '전자우편'을 뜻하는 e-mail [imɛl] '이멜' 같은 단어는 예외이다. 부연 설명: 프랑스어와 라틴어의 관계 프랑스어는 고대 로마 제국의 공용어인 라틴어에서 유래한 언어인 로망스어군 언어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비롯하여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루마니아어 등 오늘날 쓰이는 로망스어군 언어는 키케로 같은 학자들이 쓴 고전 라틴어가 아니라 로마 제국의 일반 백성들이 쓴 통속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로마 시대에 이미 통속 라틴어는 지방마다 발음이 조금씩 달랐으며 이후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의 다양한 로망스어군 언어가 되었다. 프랑스어의 발음 역시 수 세기에 걸친 변화를 겪었다. 라틴어에서 어중의 cl, gl, li 등 일부 조합은 서부 여러 방언에서 [ʎ]으로 발음이 변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탈리아어에서 철자 gl은 [ʎ]로 읽는다. 프랑스어에서 [ʎ]는 다시 반모음 [j]로 단순화되었고 ll, ill, il 등의 철자로 나타내었다. 그런데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에도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서 고전 라틴어는 계속 학문과 국제 교류의 언어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고전 라틴어 어휘가 다시 프랑스어에 들어온 예도 많다. 이렇게 비교적 후기에 고전 라틴어에서 다시 들어온 단어에서는 ill의 ll도 라틴어에서처럼 [l]로 발음된다. 비슷한 예로 프랑스어의 gn은 signal 같은 단어에서 [ɲ]으로 보통 발음되지만 라틴어 발음에 충실한 ignition 같은 단어에서는 [gn]으로 발음된다. 물론 어느 단어에서 [ɲ]으로, 어느 단어에서 [gn]으로 발음되는지 따지자면 매우 복잡하다. 어말 [j]는 '유'로 적는 규정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프랑스어에서 어말의 [j]는 '유'로 적도록 되어 있다. 예: Marseille [maʁsɛj] 마르세유, Versailles [vɛʁsaj] 베르사유, Camille [kamij] 카미유, Corneille [kɔʁnɛj] 코르네유 사실 이건 프랑스어 표기법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규정이다. 예전에는 프랑스어에서 어말의 [ə]를 잘 발음해서 정말 [j]로 끝나면 '유' 비슷한 음이 들렸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날 파리에서 쓰이는 프랑스어 발음에서 어말의 [j]는 그야말로 약한 '이' 정도로 들린다. 프랑스어 표기법을 다시 제정한다면 '마르세이', '베르사이'와 같이 그냥 '이'로 적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정해진 이상 잘 따르는 것이 좋겠다. 예: Bastille [bastij] 바스티유, Créteil [kʁetɛj] 크레테유, Auteuil [otœj] 오퇴유, Raspail [ʁaspaj] 라스파유 일본어에서 Marseille는 マルセイユ(마루세이유), Versailles는 ヴェルサイユ 또는 ベルサイユ(베루사이유)로 표기한다. 이에 이끌려서인지 한글 표기에서도 '마르세이유', '베르사이유'처럼 '이'를 삽입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하지만 이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으며 프랑스어 철자 i가 독립적인 음가를 가진다고 잘못 알고 표기한 것 같다. 일본어에서 잘못 알고 표기한다고 우리도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비슷한 예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 탑 건너에 있는 건물인 Palais de Chaillot [ʃajo]는 '샤이오 궁'이 아니라 '샤요 궁'이라고 적는 것이 원칙에 맞다. [l]이냐 [j]이냐 프랑스어 고유명사에서 ill의 ll이 [l]로 발음되는지 [j]로 발음되는지 구별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우선 고유명사라도 일반명사에서 따왔거나 합성어인 경우가 많으므로 발음이 실린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millet/Millet의 경우처럼 고유명사와 일반명사의 발음이 다른 경우에 주의해야 한다. 사실 Chantilly '샹티이', Guillou '기유'에서처럼 프랑스어 고유명사 ill의 ll은 대부분 [j]로 발음된다. 예외적으로 [l]로 발음되는 경우로 대표적인 것이 도시를 뜻하는 ville [vil]을 포함하는 이름이다. Deauville '도빌', Thionville '티옹빌', Villejuif '빌쥐이프'... 어원이 같은 village, villette, villier에서도 ll은 [l]로 발음된다. 다만 cheville [ʃ(ə)vij] '슈비유' ('쐐기', '발목') 같은 일부 단어는 ville과 전혀 상관이 없으며 ll도 [j]로 발음된다. 또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villy로 끝나는 지명에서 ll는 보통 [j]로 발음된다는 것이다(예: Chevilly '슈비이', Quevilly '크비이'). 또 Villac도 ville과는 관계가 없는 지명으로 '비야'로 쓴다. 에스파냐의 도시 세비야(Sevilla)의 프랑스어 이름인 Séville에서도 [j] 발음을 하여 '세비유'라고 하는데, 에스파냐어의 ll이 [ʎ] 내지는 [j]로 발음되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Mille 또는 mill-이 들어가는 이름 역시 대부분 mille [mil]과는 관계가 없는 듯하다. Millonfosse는 '미용포스', Millac는 '미야'이다. 한편 고대 그리스어 이름 아킬레우스(Ἀχιλλεύς)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이름 Achille [aʃil] '아실'에서는 [l] 발음이 난다. 베르누이 가문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하면 심심찮게 접하는 이름으로 베르누이(Bernoulli)가 있다. 베르누이 가문은 지금의 벨기에의 안트베르펀(Antwerpen) 출신으로 스위스의 바젤(Basel)로 옮겼으며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을 배출하였다. 안트베르펀이라면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이고 바젤은 독일어권이다. 그런데 Bernoulli는 프랑스어식 이름인 듯하고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는 이들의 이름을 프랑스어 발음대로 표기하고 있다. Bernoulli, Daniel. 베르누이, 다니엘 : 스위스의 이론 물리학자(1700~1782).형제인 자코브와 장은 프랑스에서 오래 생활했으며 프랑스어를 구사했다. 자코브는 라틴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시를 지었다고 한다. 다니엘도 프랑스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워낙 국제적인 집안이다보니 이들의 모국어가 프랑스어는 아니었을지라도 프랑스어식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할 수는 없겠다. (사실 자코브의 프랑스어식 이름은 자크(Jacques)이다. 이들 형제는 프랑스어로는 자크(Jacques)와 장(Jean)으로, 독일어로는 야코프(Jakob)와 요한(Johann)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식으로는 제임스(James)와 존(Joh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Jakob를 프랑스어식으로 읽으면 '자코브'가 맞지만 프랑스어에서는 Jakob 대신 Jacques를 쓰니 프랑스어식으로 표기를 통일하려면 '자크 베르누이'라고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Bernoulli는 '베르누이'라는 표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프랑스어에서 [bɛʁnuji]라고 발음한다. 이 이름에서는 ll이 [j]로 발음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서는 i가 아닌 다른 모음 뒤에 ll이 오는데 [j]로 발음되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하는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i를 집어넣어 Bernouilli라고 쓰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Bernoulli라는 불규칙 표기로 굳어졌기 때문에 Bernouilli는 보통 틀린 표기로 취급된다. 흥미롭게도 발음 안내 웹사이트인 Forvo.com에 따르면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영어에서는 Bernoulli의 ll을 [l]로 취급하여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에서는 '베르눌리', 영어에서는 '버눌리' 비슷하게 발음한다고 한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서도 영어와 독일어에서 ll을 [l]로 발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 Donald Knuth는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의 저자이고 TeX 조판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름의 한글 표기를 놓고 많은 혼란이 있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 실린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Knuth는 'Ka-NOOTH'라고 발음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을 번역한 류광은 '도널드 커누스'라는 표기를 택했다. 그는 크누스, 커누스, 카누스라는 글을 통해 표기를 '커누스'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크누스와 커누스가 남았습니다. 저도 크누스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도은이 아버님 글에 나온 것과 거의 같은 이유에서요. 간단히 말하면 KaNOOTH의 a는 K가 묵음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번역 막바지까지도 원고에 크누스라고 했었습니다.여기서 언급한 도은이 아버님 글은 크누스, 크누쓰, 커누스, 커누쓰라는 글이다. 그 글에서는 '크누스'라는 표기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Ka의 "a"는 "K"를 읽어달라는 의미이고, Ka가 한 음절이라 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 한 음절이 되는 것이 틀림없었다면 당연히 KA라고 자신있게 썼을 것이다) K와 N 사이에 "어떤 모음"이 있는 듯이 읽으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K가 소리가 난다는 것이지 "a"가 /ɨ/인지 /ə/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였을 거라 짐작한다. 이 "어떤 소리"는 'ㅡ'로도 'ㅓ'로도 쓸 수 있는 것일테지만 생각건대 'ㅓ'는 "약화된 모음"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소리일 것이다. (지역간 개인간에 'ㅓ'는 조음 위치의 편차가 너무 크지 않나?) 게다가, 개인 발음에 의하면, "ㅓ->ㅜ"는 긴장도가 너무 크다. "ㅡ->ㅜ"가 적당하다!!! 'ㅜ' 모음 음절 앞에서 'ㅓ'는 과장된 음절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도 이 표기는 적절하지 않다. Ka-NOOTH의 의미 각 자모가 음소 하나에 대응되는 한글과 달리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대응이 매우 불규칙해 철자만으로는 발음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 그래서 사전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국제 음성 기호를 모르니 발음을 적을 때 비교적 발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철자를 바꿔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LaTeX이 [ˈleɪ.tek], 즉 '레이텍'으로 발음된다고 설명하고 싶으면 LAY-teck이라고 쓰는 방식이다. 영어를 하는 일반인은 lay라는 단어를 국제 음성 기호로 [leɪ]라고 쓴다는 것은 몰라도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안다. 또 teck이라는 철자는 check [tʃek]에서 첫 자음만 [t]로 바꾼 것과 같이 발음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LAY를 대문자로 써서 첫 음절에 강세가 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어에서는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통상적으로 대문자를 사용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 Ka-NOOTH의 a를 소문자로 적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Ka라는 음절에는 강세가 오지 않고 NOOTH에 강세가 온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 Knuth가 고유명사이고 또 'Ka-NOOTH'가 출처에서는 문장 첫머리에 왔기 때문에 K는 대문자로 썼기 때문에 우연히 a만 소문자로 적게 된 것이다. 그러니 a만 소문자로 적은 것을 가지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 a는 canal의 첫 음절과 같은 [ə]를 나타낸다고 알려왔다고 하는데, 이는 철자를 바꿔써서 발음을 나타낼 때 통상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ɑ]라는 발음을 표현하려면 보통 ah로 적고, [eɪ]는 보통 ay로 적는다. a만 쓰면 보통 [ə]를 나타낸다. 또 nooth는 tooth [tuːθ]의 첫 자음만 [n]으로 바꾼 것과 같은 발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Ka-NOOTH라는 설명은 [kə.ˈnuːθ]라는 발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커누스'가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θ] 발음을 'ㅅ'으로 옮기는 것에 관한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영어의 음운 제약 그럼 '크누스'라는 표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영어에서 /kn/이란 자음군이 음절 첫머리에 올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각 언어의 음운 체계는 어떤 음소가 있는지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각 음소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 즉 음운 제약도 음운 체계의 일부이다. 영어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영어에서 음절 첫머리에 올 수 있는 음소는 다음과 같다.
음절 첫머리에 허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호한 자음군도 있다. /sr/의 경우는 '무성 마찰음+/j/ 이외의 접근음'에 해당하므로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발음이 특별히 어려운 자음군은 아니다. 하지만 외래어를 제외한 영어 단어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니 보통 /sr/라는 발음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Sri Lanka와 같은 단어의 'sr'는 사람에 따라 /sr/로 발음하기도 하고 shrimp 같은 단어에서 쓰는 비슷한 자음군인 /ʃr/로 대체하여 발음하기도 한다. /kn/이란 자음군은 어떨까? /kn/은 /sr/와 달리 위에서 나열한 어느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영어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kn/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그래서 Knuth 같은 이름에서 k와 n을 모두 발음해야 할 경우 삽입 모음 [ə]를 넣어 [kə.ˈnuːθ]와 같이 발음한다. 고대 영어에는 /kn/이란 자음군이 있었다. 오늘날 영어에서 know, knee, knight와 같이 kn으로 적는 철자는 원래 고대 영어에서 실제 /kn/으로 발음했다. 하지만 영어의 음운 체계가 변화를 겪으면서 모두 /n/으로 발음하게 되었다. 독일어를 비롯한 다른 현대 게르만어파 언어에서는 /kn/이란 자음군이 보존되어 있다. 영어의 knee에 해당하는 독일어 Knie는 [kni:], 즉 '크니'로 발음된다. 독일어 등 /kn/ 자음군이 있는 언어를 아는 사람은 영어를 할 때도 /kn/ 자음군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Knuth라는 이름도 [knuːθ]로 발음할 것이다. 이들의 발음을 따른다면 '크누스'라는 표기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크누트 1세의 예 기존 외래어 표기 용례 가운데 그나마 참고할만한 사례는 크누트 1세(Cnut I)의 경우이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여기서 별표(*)는 해당 표기가 관용 표기 존중 등의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Cnut 일세. *크누트 일세 : 잉글랜드의 왕(?~1035). 그런데 이 크누트 1세는 잉글랜드 뿐만이 아니라 덴마크, 노르웨이의 왕이었으며 스웨덴인 일부도 통치했다. 덴마크어로는 Knud,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로는 Knut라고 부른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각각 '크누드', '크누트'이다. 표기를 '크누트'로 정하게 된 데에는 이것이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따르면 Cnut의 영어 발음은 [kə.ˈnjuːt]이다. /kn/ 자음군을 허용하지 않고 [ə]를 삽입한 발음이다. 사실 영어권에서 크누트는 Cnut라는 철자보다는 Canute라는 철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Canute는 [kə.ˈnjuːt] 또는 [kə.ˈnuːt]로 발음된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라 적으면 '커뉴트' 또는 '커누트'가 될 것이다. 그러니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별표를 붙여 실제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데다 다른 언어의 발음의 영향을 받았을만한 사유가 충분히 있는 '크누트'라는 표기는 영어 이름의 /kn/ 자음군을 처리하는데 참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ə]는 '으'로 적을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영어의 약화된 모음인 [ə]는 언제나 '어'로 적는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어 표기 용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도은이 아버님 주장은 [ə]를 '으'로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영어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어 방언에서는 약화된 모음이 중모음에 가깝냐 고모음에 가깝냐에 따라서 두 가지 있다. 이 가운데 중모음은 /ə/로 적고 고모음은 영국에서는 보통 /ɪ/로, 미국에서는 보통 /ɨ/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전자는 '어', 후자는 '이'로 적는다. 여기서 고모음 /ɪ/~/ɨ/는 한국어의 '으'에 가깝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로 통일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ptain [ˈkæp.tɪn]의 둘째 모음은 사실 약화된 모음인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캡틴'으로 적는다. 영어의 이 두 가지 약화된 모음 가운데 어느 것이 쓰이는지는 방언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발음에서는 둘이 합쳐졌고, 미국 발음에서는 영국 발음에 비해 약화된 모음이 고모음보다는 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Knuth에 삽입되는 모음은 분명히 [ə]이다. Knuth는 절대 [kɪ.ˈnuːθ]로 발음되는 일이 없다. 그러니 여기서는 영어의 [ə]로 한정해서 얘기하겠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의 [ə]를 '으'로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몇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일단 영어에는 l, m, n이 성절 자음이 될 수 있다. 모음이 따로 없이 이들이 음절의 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음이 없으니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한국어의 삽입 모음 '으'를 사용하여 표기한다. 예를 들어 little [ˈlɪt.l]은 '리틀', rhythm [ˈrɪð.m]은 '리듬', prison [ˈprɪz.n]은 '프리즌'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l, m, n에 [ə]를 붙여 [əl], [əm], [ən]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사전에서는 편의상 가능한 여러 발음 가운데 가장 흔한 하나만을 적는 일이 많다. 그래서 rhythm의 경우 보통 발음을 [ˈrɪð.əm]으로만 적는다. 이 발음만 보고는 '리듬'에서는 [ə]를 '으'로 적은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듬'이라는 표기는 발음을 [ˈrɪð.m]으로 보고 정한 것으로, [ə]를 '으'로 적은 것이 아니다. 또 영어의 자음군의 발음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 위에서 봤듯이 영어에는 현대 한국어에는 없는 다양한 자음군들이 있다. 이런 자음군들은 말 그대로 자음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영어에서는 그 사이에 어떤 모음도 삽입하지 않고 발음한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그런 자음군이 없으니 '으'를 삽입하여 표기한다. 영어의 star는 /s/와 /t/ 사이에 모음이 없이 한 음절로 발음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스타'로 적고 두 음절로 발음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ㅅ' 다음에 'ㅌ' 발음이 바로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의 자음군 표기에 삽입하는 '으'는 영어의 어떤 모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단지 한국어에 비슷한 자음군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로 발음할 수 있도록 넣는 것이다. 이상은 영어의 외래어 표기법 표기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언어에서는 [ə]를 '으'로 적는 일이 있다. 프랑스어의 [ə]는 '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 프랑스어에서 [ə]로 통상적으로 적는 음은 철자상으로는 e로 나타내며 사실 [œ]에 음가가 가깝다. 그런데 흔히 '묵음 e (e caduc)'라고 부르는 이 e는 경우에 따라 [ə]로 발음하기도 하고 탈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ppeler 같은 단어는 프랑스 북쪽에서는 보통 [a.ple], 남쪽에서는 보통 [a.pə.le]라고 발음한다. [ə]를 '으'로 적기로 함으로써 둘 다 '아플레'로 표기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비슷한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고대 히브리어의 '슈바'(도은이 아버님이 '셰와'라고 부른 음) 역시 '으'로 적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히브리어의 슈바는 시대에 따라 [ə] 비슷한 모음으로 발음되기도 했고 탈락하기도 했으며 개역한글판을 비롯한 주요 성경 번역에서도 '으'로 적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의 외래어 표기에서 [ə]를 '으'로 적은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영국 수학자 De Morgan을 '드모르간'이라고 적은 예가 있지만 이 경우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른 것이 아니라 관용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 확실하다(규정을 따르자면 '더모건'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러니 발음을 근거로 Knuth를 '크누스'로 적자고 주장하려면 원 발음이 [knuːθ]라고 봐야 한다. 원 발음이 [kə.ˈnuːθ]라 하면서 이를 '크누스'로 적자고 할 수는 없다. 발음 대신 철자를 따라 적는다면? 영어에서 [ə]는 'a', 'o', 'e' 등 철자상의 모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Knuth에서는 [ə] 발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낼만한 철자상의 모음이 없다. 그래서 '크누스'로 적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분명히 [ə]가 선택적으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철자상으로 모음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어'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으'로 적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Logan을 '로건'으로 적는 것은 a라는 철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little을 '리틀'로 적는 것은 t와 l 사이에 모음이 없다는 사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button, sudden, Johnson의 경우처럼 예외도 매우 많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ə]가 들어간 발음과 탈락된 발음이 둘 다 가능할 때만 해당되는 얘기라는 것이다. 영어 화자 절대 다수에게는 Knuth [kə.ˈnuːθ]의 [ə]는 생략할 수 없는 모음이니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매우 불규칙하여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철자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이 발음에 따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모르는 일반인은 철자에 따라 적는다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영어의 한글 표기의 오류는 철자에 가깝게 써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려면 발음을 무시하고 철자에 가깝게 적자고 할 수는 없다. 결론 Knuth는 철자상의 kn을 /n/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영어 이름으로는 예외적인 이름이다. 본인이 제시하는 발음은 [kə.ˈnuːθ]이고, 대다수 영어 화자도 kn의 /k/와 /n/을 모두 발음하라고 하면 그렇게 삽입 모음 [ə]를 넣어 발음한다. 이를 따르면 '커누스'라는 표기가 맞다. 독일어 등 다른 언어를 접하여 /kn/ 자음군을 발음할 수 있는 일부 영어 화자들은 [knuːθ]라고 발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Knuth에서는 [ə] 모음이 철자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무시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크누스'라고 적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kn/ 자음군을 발음할 수 있는 일부 화자를 설정하는 것은 조금 억지라는 생각이다. 외국어 이름을 볼 때 그 언어의 발음을 아는 사람들은 영어에 없는 발음이더라도 흉내내곤 한다. 그러나 Knuth를 외국어 이름으로 볼 것 같지는 않다. 만약 Knuth를 덴마크어나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독일어 이름으로 본다면 이들 언어에는 [θ] 발음이 없으므로 '크누트'라고 표기하게 되어 실제 영어 발음에서 멀어진다. 그러니 Knuth는 영어 이름으로 봐야 하며 대다수 영어 화자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본인이 제시한 발음이 [kə.ˈnuːθ]라면 이에 따라 '커누스'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 하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사람들이 이 표기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궁그닐이냐, 궁니르냐...에서 트랙백.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오딘의 창 gungnir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하느냐는 문제가 계기가 되어 고대 노르드어의 한글 표기에 대한 글을 준비했다. 다룰 내용이 많아 글이 매우 길어진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게르만 신화 가운데 가장 잘 보존된 북유럽 신화 어렸을 적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은 많이 봤는데 북유럽 신화는 거의 접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학교에서 중세 북유럽 문학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면서야 북유럽 신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아동용 그림책으로 처음 접한 그리스 로마신화와는 달리 북유럽 신화는 처음부터 원전을 통해 접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행운이었던 것 같다. 선입견 없이 각색되지 않은본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아는 북유럽 신화는 게르만 신화의 일부이다. 게르만족 가운데 스칸디나비아 반도 일대의 북게르만인들은 기독교를 늦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들 고유의 신화는 다른 게르만 신화에 비해 잘 보존되었다. 8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야 북유럽의 게르만인들이 점차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이 시기는 이른바 바이킹 시대에 해당한다.그 가운데에서도 대서양 북쪽에 고립되어 유럽의 변방에 있으면서도 기록 문화가 발달한 아이슬란드에서 그들의 신화와 전설이 많이 기록되었다. 아이슬란드는 서기 1000년을 기준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였는데 그 이후에도 13세기 스노리 스툴루손(SnorriSturluson) 등이 기독교 전파 이전의 신화와 전설을 자세히 기록하여 오늘날 우리가 아는 북유럽 신화에 관한 자료는 대부분 아이슬란드의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 북유럽 신화의 이해에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이 '에다(Edda)'라고 하는 두 작품으로 신들에 관한 시를 모은 작자 미상의 《고 에다》와 스노리가 쓴 《신 에다》가 있다. 각각 '운문 에다', '산문 에다'라고도 한다. 북유럽 신화가 기록된 언어는 고대 노르드어이다. 고대 노르드어는 바이킹 시대 북게르만인들이 사용한 언어로 14세기 이후 오늘날의 아이슬란드어, 페로어, 노르웨이어,덴마크어, 스웨덴어 등으로 분화하였다. 바이킹 시대에도 이미 동부와 서부 방언의 차이가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오늘날 고대 노르드어에서 분화된 여러 언어, 즉 북게르만어군 언어는 크게 서부 북게르만어와 동부 북게르만어로 나뉜다. 이 가운데 아이슬란드어는 서부 북게르만어에 속한다. 중세 아이슬란드의 기록이 북유럽 신화와 전설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고대 노르드어는 보통 아이슬란드어에서 쓰인 서부 방언 형태, 즉 고대 아이슬란드어를 얘기한다. 이쯤에서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름이 참 많은 북유럽 신화의 신들 여기서 언급할만한 점은 북유럽 신화 가운데 게르만 신화에 공통된 이름들은 북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유럽 신화의 주신 가운데 한 명인 오딘은 고대 노르드어로 오딘(Óðinn)이지만 고대 고지독일어로는 워탄 또는 보탄(Wotan), 앵글로색슨어(고대 영어)로는 워덴(Wōden)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북유럽 신화만 생각해보자. 북유럽 신화에 대한 자료는 고대 노르드어로 적힌 것에 거의 의존하고 있으니 고대 노르드어 이름에 따라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같다. 하지만 고대 노르드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언어이고 ð, þ, æ 등 생소한 글자들까지 사용해서 그런지 북유럽 신화의 이름 표기를 고대 노르드어에 따라 규칙적으로 하는 모습은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확인해볼 기회는 없었지만 국내에 소개된 북유럽 신화 관련 서적 대부분은 고대 노르드어 원전을 직접 참고한 것이 아니라 영어 등 다른 매개 언어에 의존했을 듯하다. 그런데 영어에서도 북유럽 신화의 이름 표기 상황은 꽤 혼란스럽다. 학술적인 서적에서는 고대 노르드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있지만 대부분 ð, þ, æ의 글자는 d, th, ae로 대체하는 식으로 표기를 단순화하거나 현대 스칸디나비아 언어(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에서 쓰는 표기를 따르는 등 여러 다른 방식이 쓰일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신 호드르(또는 '호드')의 이름도Hǫðr, Höðr, Hod, Hoder, Hodur, Hodr, Hödr, Höd, Hoth, Hödur, Hödhr, Höder, Hothr, Hodhr, Hodh, Hother, Höthr, Höth, Hödh 등 여러 표기가 가능하다. 북유럽 신화 이름 비교 그래서 언어마다 쓰는 이름에 따라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의 한글 표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했다. 북유럽 신화의 주요 신들을 고대 노르드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에서 뭐라고 부르며 그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면 어떻게 될지를 표로 정리해놓았다. 고대 노르드어와 비교할 현대 언어로는 고대 노르드어에서 분화된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를 선정했다. 현대 아이슬란드어는 고대 노르드어와 비교해서 철자는 많이 변하지 않았지만 발음이 상당히 변했다. 노르웨이어에는 서부 북게르만어로 분류할 수 있는 뉘노르스크(Nynorsk)와 동부와 서부 북게르만어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보크몰(Bokmål)이라는 두 가지 표준이 있는데, 되도록이면 각각 쓰는 이름을 구별하려고 노력했다. 덴마크어와 스웨덴어는 동부 북게르만어이다. 언어마다 쓰는 신들의 이름은 각 언어판 위키피디어를 비롯하여 《고 에다》와 《신 에다》 등 북유럽 신화에 대한 작품들이 각 언어로 번역된 자료를 참고했다. http://www.heimskringla.no/에서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는 물론 페로어 자료도 찾을 수 있다. 《고 에다》의 노르웨이어 보크몰 번역 등 일부 내용은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암호를 입력해야 볼 수 있다(《고 에다》의 노르웨이어 뉘노르스크 번역은 암호 입력 없이 볼 수 있다). http://www.snerpa.is/net/fornrit.htm에서는 《신 에다》의 일부인 〈귈바긴닝그(Gylfaginning)〉가 아이슬란드어로 번역된 것을 볼 수 있다. 고대 노르드어의 철자도 사본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표준 표기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각 신마다 이름의 표준 철자가 정립되어 있다. 고대 아이슬란드어에서 쓴 형태를 기준으로 했다. 다만 고대 노르드어의 표기에서 [ɒ] 내지 [ɔ], 즉 '오'에 가까운 음가의 모음을 나타냈던 ǫ (꼬리달린 o)는 현대 아이슬란드어의 ö에 해당하며 [œ] 즉 '외'에 가까운 모음으로 발음되는데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고대 노르드어를 쓸 때에도 ǫ를 ö로 대체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고대 노르드어와 아이슬란드어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고대 노르드어의 표기에는 ǫ를 쓰도록 한다. 초기에 쓰였던 ǫ의 장음인 ǫ́는 후에 á와 합쳐졌으므로 모두 á로 통일하도록 한다.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등에서는 바이킹 시대에 썼던 이름이 계속해서 전해져 내려오기도 했지만 근대에 예전 신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기면서 아이슬란드어 이름이 다시 전해져 두 가지 형태가 공존하는 예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튀르(Týr) 신의 전통 스웨덴어식 이름은 Ti이며 그의 이름을 딴 화요일은 스웨덴어로 tisdag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슬란드어 이름 Týr를 딴 Tyr가 더 많이 쓰인다. 또 쌍둥이 신 프레이르(Freyr)와 프레이야(Freyja)는 스웨덴어식으로 Frö, Fröja로 썼지만 역시 아이슬란드어 이름의 영향으로 지금은 Frej, Freja라는 형태가 더 많이 쓰인다. 각 언어마다 몇 가지 다른 표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래의 표에서 가능한 표기 모두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예를 들어 게르드르의 경우 노르웨이어의 뉘노르스크 자료에서는 Gjerd, 보크몰 자료에서는 Gerd라는 표기를 확인하는데 그쳤지만 뉘노르스크에서도 Gerd라는 철자를 쓰고 보크몰에서도 Gjerd라는 철자를 쓸 가능성이 높다. 북유럽 신화의 남성 신
북유럽 신화의 여성 신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 스웨덴어 이름의 한글 표기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랐다. 규정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의 표기에서 g가 e 또는 y 앞에 오지만 [j]가 아니라[g]로 발음되는 경우는 'ㄱ'으로 적었는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외래어 표기 용례에서 암묵적으로 따르는 원칙이다. 마찬가지로 Loke의 k는 [k]로 발음되므로 'ㅋ'으로 적었다. 이들 발음에 관한 토론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어의 표기는 예전에도 언급했던 내 나름의 표기 원칙을 적용했다. 대신 이 작업을 하면서 표기 방식을 일부 수정했다. sj의 '시'는 뒤의 모음과 합쳐 적기로 했고 자음 뒤에 오는 jö는 'ㅣ에'가 아니라 'ㅣ외'로 적기로 했다. sj는 노르웨이어나 스웨덴어에서와 달리 보통 한 음운으로 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자음+반모음 j 조합과 같이 '시'와 뒤따르는 모음을 따로 적기로 했었지만 아이슬란드어 발음 음성 파일을 확인한 결과 [sj]는 '샤', '쇼'와 같이 뒤의 모음과 합쳐 적는 것이 원 발음에 가깝게 들린다고 생각되어 그렇게 바꿨다. 자음 뒤에 오는 jö를 당초에 'ㅣ에'로 적었던 것은 외래어 표기법의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 규정을 따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기도 하고(Björn, Bjørn은 '비에른'으로 적어야 하나 '비외른'으로 적는 일이 더 많다) 국립국어원 공개 자료실에 올려진 2008년 북경 올림픽 선수명의 한글 표기 자료에서 아이슬란드 인명 Björgvin을 '비외르그빈'이라고 적은 것도 고려하여 'ㅣ외'로 적는 것으로 바꿨다. 그럼 고대 노르드어 이름들은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고대 노르드어의 음운 체계 고대 노르드어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언어이므로 그 발음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발음되었는지 재구성할만한 단서는 충분히 남아 있어서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한다. 다음은 얀 테리에 폴룬(Jan Terje Faarlund)의 《고대 노르드어 통사론(The Syntax of Old Norse)》에 나오는 고대 노르드어 발음의 설명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다음 글자가 표기에 사용된다.개별 음소들의 정확한 음가와 변이음(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각 음소의 실제 발음)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은 위의 기본적인 골격을 따랐다는 것이 정설이다. 위에서 말한 이중 모음 /ei/, /au/, /øy/는 각각 ei, au, ey라는 표기에 해당된다.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헨리 스위트(Henry Sweet)의 1895년 저서 《아이슬란드어 입문(An Icelandic Primer)》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현대 아이슬란드어가 아니라 고대 아이슬란드어를 다룬 것으로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나 전문이 공개되어 있다(전문 PDF 문서로 보기). 여기서는 당시 사본의 철자와 더 가까운 표기 방식을 쓰고 있고 æ에 해당하는 단모음을 e와 구별해서 ę로 표기하고 있다. 또 이중 모음 ei와 ey는 사실 ęi와 ęy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위트는 hjarta와 같은 단어에서 반모음 j 앞의 h는 영어 hue '휴'에서처럼 발음되었을 것이라고 하며 hl, hn, hr, hv는 l, n, r, v의 무성음을 나타냈을 것이라고 한다. hv는 영어의 wh와 같이 발음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무성음 s, t 앞의 g는 k와 같이 발음되었던 것 같다고 하며 pt에서 p는 [f]로 발음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또 스위트에 따르면 ng에서 n과 g는 영어의 singer (싱어)가 아니라 single (싱글)에서처럼 각각 발음되었으며 kk와 같이 적는 겹자음은 그렇게 적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겹자음으로 발음되었다. 전설 모음과 j 앞의 g, k는 각각 [ɟ], [c]로 구개음화되어 발음되었다. 변이음이라서 보통 인식은 못하지만 한국어의 'ㄱ', 'ㅋ'도 '게', '캬' 등 전설 모음이나 j 앞에서 구개음화되어 '가', '카'에서와는 조금 다른 소리가 난다(2009. 3. 26. 추가 내용). 고대 노르드어에 대한 영어판 위키피디어 문서에서는 ǫ를 [ɔ] 대신 [ɒ]로 적고 있고 이중 모음 ei, au, ey의 발음은 각각 [æi], [ɒu], [øy]로 적고 있다. 단모음 e는 [e]로도 발음되고 [æ]로도 발음된다고 적고 있는데 e와 ę의 구별을 고려한 표기인 듯하다. 무성음 s, t 앞의 g와 k는 변이음 [x]로, ng의 n은 변이음 [ŋ]으로 실현된다고 적고 있다. 고대 노르드어 한글로 표기하기 위에서 제시된 기본 음가를 따르면 각 음소에 대응하는 한글 자모는 쉽게 찾을 수 있다. a는 '아', b는 'ㅂ'으로 적는 식이다. 또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를 참조하면 ð는 'ㄷ', y는 '위', ø와 œ는 '외'로 적는다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ǫ의 표기. ǫ의 음가인 [ɔ] 또는 [ɒ]는 '오'라고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편의상 ö로 쓰는 것에 이끌려 '외'로 적는 일을 간혹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Ragnarǫk 또는 Ragnarök를 '라그나뢰크'라고 적는 것이다. 현대 아이슬란드어 발음을 따르면 '라그나뢰크'이겠지만 고대 노르드어 발음에 따라 '라그나로크'라고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참고로 노르웨이어에서는 Ragnarok (랑나로크), 덴마크어에서는 Ragnarok (라그나로크), 스웨덴어에서는 Ragnarök (랑나뢰크)라고 한다. e와 æ의 표기. 단모음 e는 [e]로도 발음되고 [æ]로도 발음되는데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각각 '에', '애'로 구분하여 적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표준 고대 노르드어 표기에서는 e와 ę를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에'로 적어야 할지, 언제 '애'로 적어야 할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e는 물론 æ도 모두 '에'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표준 철자만 보고도 표기를 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외래어 표기법의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 규정에서도 비슷한 문제에 똑같은 해결책을 쓰고 있다. 노르웨이어의 철자 e는 [e] 또는 [ɛ]로 발음되기도 하고 [æ]로 발음되기도 한다. 철자 æ도 [æ] 또는 [ɛ]로 발음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모두 '에'로 적는 것으로 통일했다. 또 한국어의 현실 발음에서 '애'와 '에'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애'와 '에'를 구별하는 표기법은 틀리기 쉽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i, au, ey의 표기. e를 '에'로 통일해서 적는다는 결정에 따라 ei는 '에이'로 적는 것이 타당하다. au는 '아우'로 적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ey인데 대체로 [øy]라고 발음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노르웨이어에는 이중모음 øy가 흔한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외위'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고대 노르드어의 ey도 '외위'로 적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ey도 ei처럼 '에이'라고 적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의 영향이겠지만 ey라는 철자는 '에이'로 옮기는 경향이 있어 북유럽 신화의 주신 중 하나인 Freyr의 경우 '프레이', '프레이르'로 적는 일은 있어도 '프뢰위르'라고 적는 일은 없다. 또 적어도 대한민국 젊은 층에서는 '외'와 '위'를 단모음(홑홀소리)으로 발음하지 않고 각각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외위'라고 적으면 [wewi]와 같이 발음하여 원 이중모음의 발음과는 전혀 딴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ey도 '에이'로 적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위의 표에서 ey가 들어간 이름은 '외위'로 일단 적고 '에이'로 적은 표기도 괄호 안에 같이 나타내었다. g의 표기. g가 [g] 뿐만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마찰음 [ɣ]으로 발음된다면 후자의 경우 'ㄱ'이 아닌 다른 자모('ㅎ'?)로 써야 할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예전에 아이슬란드어의 한글 표기에 관한 글에서 썼던 내용이다. 아이슬란드어에서 모음 사이의 g는 [ɣ]로 발음되는데 한국어에서 모음 사이의 'ㄱ'도 수의적으로 약화되어 [ɣ]로 발음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g를 'ㄱ'으로 적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한국어 'ㄱ'의 변이음 [ɣ]는 아무래도 접근음을 말한 것이고 아이슬란드어 g의 변이음 [ɣ]는 마찰음을 말한 것으로 같은 기호를 쓰기는 했지만 다른 음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아이슬란드어 g의 변이음 [ɣ]을 'ㄱ'으로 적는 것이 발음만 따지면 꼭 최상의 방법은 아닐 것이며 오히려 네덜란드어의 g처럼 'ㅎ'으로 적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찰음 [ɣ]는 [g]의 변이음인 경우 'ㄱ'이 아닌 다른 자모를 써야 할만큼 소리가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고대 노르드어는 더이상 쓰이지 않으니 현대 아이슬란드어처럼 되도록이면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고 대신 어느정도 표기상의 편리를 위해 발음에 대한 해석을 단순화시킬 여지가 있다. f의 표기. f 역시 [f]로 발음되기도 하고 [v]로 발음되기도 한다. 나는 g의 표기를 발음에 관계 없이 'ㄱ'으로 통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f의 표기도 'ㅍ'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고대 노르드어 이름에서는 f로 적히지만 한글로는 'ㅂ'으로 표기되는 예를 종종 본 적이 있고, 특히 이번에 위 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f가 [v]로 발음되는 경우는 'ㅂ'으로 적어야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180도 바뀌었다. 고대 노르드어에서 [v]로 발음된 f가 현대 스칸디나비아 언어에 와서 발음에 따라 v로 표기되어 그 발음대로 알려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도 한글 표기상의 편의 때문에 'ㅍ'으로 적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시브(Sif) 여신을 '시프'라고 적는 것은 개인적으로 못 보겠다... 여담이지만 언어학자이자 작가인 J. R. R. 톨킨이 elf에 관련된 어휘로 영어에서 보통 쓰는 elfin, elfish 대신 elven, elvish라는 형태를 사용한 것도 원래 [v]로 발음되던 f를 후에 철자에 따라 [f]로 발음하게 된 것이 못마땅해서인지도 모른다. 영어의 elf에 해당하는 고대 노르드어 단어는 알브르(álfr)로 여기서 f는 [v]로 발음되었고 이에 해당하는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단어도 모두 [v] 발음을 쓰고 있다. 어쨌든 f는 어두에서와 ff와 같이 겹쳐 적을 때, 무성음 앞 또는 뒤에서 [f]로 발음된다고 보아 'ㅍ'으로 적고 나머지 경우에는 'ㅂ'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따라서 gefa, gaf는 각각 '게바', '가브'로 적고 lyfta는 '뤼프타'로 적는다. v와 hv의 표기. v가 [w]로 발음되었다면 원칙상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우' 계열 이중모음인 '와', '웨' 등으로 적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hv는 [w]의 무성음인 [ʍ] 내지는 [hw]로 발음되었으니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화', '훼' 등으로 적으면 된다. 이렇게 적을 경우 gv, kv 등은 '과', '콰'와 같이 적을지, '그와', '크와'와 같이 적을지 해결해야 한다. 나는 '과', '콰'와 같은 표기가 나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고대 노르드어 표기 관습에서 v는 보통 'ㅂ'으로 적는다. 이건 v가 [w]로 발음된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페로어 등 고대 노르드어에서 나온 모든 언어에서는 v가 [w]가 아니라 [v]로 발음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Víðarr를 현대 북게르만 언어에서 모두 '비다르'라고 하는데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을 따른다고 '위다르'라고 적는 것보다는 '비다르'로 적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라틴어의 한글 표기에서도 원래 고전 라틴어 발음에서 [w]로 발음되었던 v를 'ㅂ'으로 적는다는 것도 참고할만하다. 아직 어느 쪽이 좋을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위의 표에서는 v를 [w]인 것처럼 쓴 표기를 먼저 제시하고 괄호 안에 v를 'ㅂ'으로 적은 표기를 덧붙였다. v를 'ㅂ'으로 적는다면 hv는 어떻게 하나?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에서 hv라는 철자에서 h는 발음되지 않는 묵음이고, 아이슬란드어에서 hv의 h는 [kʰ]로 발음된다. 스웨덴어도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와 비슷한 음의 변화를 겪었는데 고대 노르드어의 hv에 해당하는 음은 아예 v로 적는다. 노르웨이어의 뉘노르스크에서는 같은 음을 kv로 적고 그렇게 발음한다. 어차피 v를 'ㅂ'으로 적기 시작하면서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과는 멀어졌다고 볼 수 있고, [hv]란 발음은 불안정하여 [h]가 탈락하거나 변화할 수 밖에 없었으니 마치 [h]와 [v]가 모두 발음되는 것처럼 적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v를 'ㅂ'으로 적는다면 hv도 'ㅂ'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hl, hn, hr의 표기. 아이슬란드어에서 철자 hl, hn으로 나타나는 어두의 무성 비음 [l̥], [n̥]는 '흘ㄹ', '흐ㄴ'와 같이 적자고 주장했는데, 이처럼 고대 노르드어의 hl, hn, hr도 h를 밝혀 적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음이 무성화한다는 것이 생소하게 들린다면 그냥 [hl], [hn], [hr]로 이해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실제 고대 노르드어의 hl, hn, hr가 l, n, r의 무성음으로 발음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h의 요소가 결합된 음을 나타내는 것이었을 테니. 다만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는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 가운데 자음 앞이나 어말의 h는 표기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걸린다는 것이 흠이다. 위의 표에는 hl, hn, hr이 들어간 이름은 Hlín 뿐인데 이를 '흘린'으로 적을 것인지 '린'으로 적을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þ의 표기. 외래어 표기법과 한글 대조표에 따르면 þ는[θ]로 발음되므로 'ㅅ'으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영어의 표기에서도 [θ]를 'ㅅ'으로 적는 원칙은 가장 잘 안 지켜지는 것가운데 하나이다. 'ㅆ' 또는 'ㄷ'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지금까지 고대 노르드어 이름의 표기에서 þ를 'ㅅ'으로적은 예가 있는지 의문이 간다. 북유럽 신화의 주신 가운데 Þórr는 '토르'라고 하지, '소르'라고 적은 예를 본 적이 없다. þ는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에서는 t와 합쳐졌다. 그러니 v의 경우처럼 þ도 현대 발음에서는 [t]에 해당한다고 보고 'ㅌ'으로 적을만도 하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어에서는 þ가 보존되었으며 아직도 [θ]로 발음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위의 표에서는 þ를 'ㅅ'으로 적은 표기를 먼저 제시하고 'ㅌ'으로 적은 표기를 괄호 안에 덧붙였다. ng의 표기. [ŋg]로 발음된다고 보고 언제나 g의 발음을 밝혀 'ㅇㄱ'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 예전에는 Jǫrmungandr처럼 n으로 끝나는 앞의 요소와 g로 시작하는 뒤의 요소가 만난 합성어의 경우는 ng를 'ㄴㄱ'으로 적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반인이 고대 노르드어의 합성어를 구별하기도 어렵고 꼭 그런 식으로 발음 구별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이제는 ng는 'ㅇㄱ'으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자는 의견이다. 예를 들면 Jǫrmungandr도 '요르뭉간드르'로 적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자음 앞의 ng에서도 g가 발음된다는 것이다. 트랙백한 글에서도 오딘의 창 gungnir에서 둘째 g가 발음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고대 노르드어에서는 ng의 g는 무조건 발음되는 것으로 봐서 gungnir는 '궁그니르'와 같이 적는 것이 좋겠다. 격조사 r의 표기. Baldr, Heimdallr, Hǫðr, Þrymr 등 고대 노르드어 이름 상당수에는 격조사 r가 붙어있다. 자음 뒤에 붙은 격조사 r는 발음이 어려워 현대 아이슬란드어에서는 ur로 변했고 문법이 많이 단순화된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에서는 아예 격의 구분과 격조사가 대부분 사라졌다. 그래서 영어 등 다른 언어에서는 Heimdall, Hod, Thrym과 같이 격조사 r를 생략한 형태를 많이 쓴다. 그런가하면 Baldr처럼 r가 보존되어 Balder, Baldur의 형태로만 알려진 경우도 있다. 널리 알려진 형태에서 격조사 r가 보존되는지, 생략되는지 규칙은 없는 듯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일수록 격조사 r를 생략해도 될지의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예전에는 필요에 따라 격조사 r를 생략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고대 노르드어 이름 여러 개를 한글로 표기하려니 일관된 원칙을 세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Ilmr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여신의 경우도 기계적으로 r을 생략하고 표기할 것인가? 그래서 위의 표에서는 일단 격조사 r를 생략하지 않은 완전한 형태를 바탕으로 한글 표기를 정하였다. 자음 뒤에 오는 격조사 r는 모두 '르'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였다. 자음 뒤의 반모음 j의 표기. 고대 노르드어에서 bj, fj, gj 등 자음 뒤에 j가 오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외래어 표기법에서 자음 뒤의 반모음 [j]를 표기하는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아 각 언어의 특징에 따라 다르게 처리한다. 그나마 참고할만한 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는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인데 거기에서는 반모음 [j]의 음가를 가진 j는 뒤의 모음과 합쳐 '야', '예' 등으로 적고 앞의 자음과도 합쳐 적는다고 하고 있다(예: Cetinje 체티녜). 그런가 하면 같은 반모음 [j]의 음가를 가지고 있더라도 i나 y로 적힌 음은 처리 방식이 다르다. i는 뒤의 모음과 합치지 않고 '이'로 적고, y는 자음과 모음 사이에 있을 때 앞의 자음과만 합쳐 적으라고 하고 있다(예: Konya 코니아). 그러니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을 따른다면 고대 노르드어의 j는 자음과 모음 사이에 올 때 앞뒤의 음과 합쳐 적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대 노르드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의 표기 규정에서는 [j]의 음가를 가진 j는 자음과 모음 사이에 있을 때 앞의 자음과만 합쳐 적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Njǫrðr에 해당하는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 스웨덴어 공통 이름인 Njord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노르웨이어와 덴마크어식으로는 '니오르', 스웨덴어식으로는 '니오르드'가 된다. 고대 노르드어의 Njǫrðr도 '뇨르드르'라고 적는 것보다 '니오르드르'라고 적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여러 모로 자음 뒤의 j는 뒤의 모음과 합치지 않고 '니오르드르'와 같이 적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일단 j를 뒤의 모음과 합쳐 적으려 하면 잘 안 쓰는 한글 음절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뒤의 모음과 합쳐 적는 방식으로 Fjalarr는 '퍌라르'가 될 텐데 '퍌'이란 음절은 지원하지 않는 글꼴도 있을만큼 한국어에서 쓰이는 일이 없는 음절이다. '피알라르'라고 쓰면 이런 문제는 없다. 또 발음 상의 문제도 있다. 그나마 고대 노르드어에는 je, jæ와 같이 '예'로 적을 조합을 안 쓰는 것이 다행이지만 만약 '볘', '톄'와 같은 표기를 할 필요가 있었더라면 이는 [베], [테] 등으로 발음되어 반모음 [j] 발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에서 j를 뒤의 모음과 합쳐 적으라고 한 것은 많은 언어에서 일부 자음이 j와 합쳐 한 음으로 발음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의 표기 규정을 보면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는 kj, sj, skj, tj를, 덴마크어는 sj를 뒤 모음과 합쳐 '샤', '셰' 등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 이들 음이 사실 '자음+반모음'이 아니라 [ʃ], [ç] 등 한 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뒤의 모음과 합쳐 적는 것이 원 발음에 가깝게 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어 Reykjavík의 kj도 사실 [kj]라기보다는 구개음화된 [c]로 발음되기 때문에 kja를 '키아'로 나누어 쓰는 것보다 '캬'로 쓰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다. 반모음 [j]에 해당하는 음소가 있는 언어마다 '자음+반모음'이 아니라 한 음으로 발음되는 '자음+j' 조합이 한두 개는 되지만 어떤 조합이 그렇게 발음되는지 따지기보다는 모두 뒤의 모음과 합쳐 적는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편했을 것이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은 동유럽 언어(1992년)과 북유럽 언어(1995년)에 대한 표기 규정조차 제정되기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표기 규정이 고시되면서 이들 언어에서 자음 뒤의 j는 뒤의 모음과 합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시기상 먼저 제정된 동유럽 언어 표기 규정 중 세르보크로아트어 규정을 보면 한 음으로 발음되는 lj, nj 외에도 다른 자음 뒤에 j가 붙는 조합을 뒤의 모음과 합쳐 적도록 하고 있다. 다만 'ㅅ' 이외의 자음 뒤에 '예'가 결합하는 경우는 '예' 대신 '에'를 쓰고 있다(예: bjedro 베드로).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을 최대한 따르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몇 년 후 제정된 북유럽 언어 표기 규정에서는 '기타 언어의 표기 원칙'에서 벗어나 j를 뒤의 모음과 분리해서 적는 방식을 체택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고대 노르드어 표기는 j를 뒤의 모음과 합쳐 적는 방식이 더 많이 쓰였을 수도 있다. 토르의 망치인 Mjǫllnir의 경우 '미올니르'보다 '묠니르'로 많이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영어 등 j가 반모음 [j]를 나타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언어에서는 고대 노르드어 이름의 j를 i로 바꾸곤 한다. Njǫrðr를 Niord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니오르드'와 같이 표기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니오르드르'와 같이 적는 것이 오히려 익숙한 표기에 가까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고대 노르드어에서 한 음으로 처리할만한 '자음+j' 조합이 있을까? 나는 sj, hj는 뒤의 모음과 합쳐 각각 '샤', '햐' 등으로 적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을 직접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러 언어를 비교해볼 때 이들 조합이 한 음으로 발음되기 쉬운 조합 같고 특히 sj는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에서 모두 한 음으로 발음되는 음이다. 위의 표에서 자음 뒤의 j는 모두 뒤따르는 모음과 분리해서 적되 sj, hj는 합쳐 적었다. 또 gj, kj도 '갸', '캬' 등으로 적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스위트의 설명처럼 이들이 각각 g, k가 구개음화된 [ɟ], [c]로 발음된다면 그렇게 적는 것이 실제 발음에 가까울 것이다. 아이슬란드어에서 gj와 kj가 각각 [c], [cʰ]로 발음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랬을 듯하다.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에서는 gj, kj라는 철자가 아예 [j], [ɕ] 음을 나타내게 되었고 덴마크어에서는 전설 모음 앞의 gj, kj가 g, k로 단순화된 것도 고대 노르드어 때부터 gj, kj가 한 음으로 발음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2009. 3. 26. 추가 내용). 결론과 앞으로의 과제 이번 연구를 통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이름은 고대 노르드어 표준 표기에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영어에서 상황이 대단히 혼란스러운 것은 알았지만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의 경우 여러 표기가 혼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방법은 없다. 원전의 고대 노르드어 표준 표기에 맞추어 한글 표기도 통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영어에서 쓰는 표기'나 '노르웨이어에서 쓰는 표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이들 언어에서도 단일 표준이 없으니 적용할 수 없고, 예를 들어 북유럽 신화에 관한 특정 영어 서적에서 쓰는 영어 표기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도 그 책에 나오지 않는 이름에는 적용할 수 없다. 그럼 고대 노르드어를 한글로 표기하기 위해 뚜렷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그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생각해볼 문제들을 몇가지 제시했다. 나는 지금까지의 외래어 표기법 전통과 고대 노르드어의 발음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지금까지 북유럽 신화의 이름들이 어떻게 한글로 표기되었는지 조사를 하지 못했고 고대 노르드어를 한글로 표기하려는 시도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도 알아볼 기회가 없었다. 또 생각해볼 문제는 고대 노르드어를 기준으로 하는 표기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느냐는 것이다. 북유럽 공통의 신화와 전설에서 역사 시대로 넘어가면 어느 시점에서 고대 노르드어가 아니라 아이슬란드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를 기준으로 표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아이슬란드의 사가 문학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름은 고대 노르드어를 기준으로 적을 것인가, 아이슬란드어를 기준으로 적을 것인가? 스노리 스툴루손(Snorri Sturluson)도 현대 아이슬란드어 발음대로 적으면 '스노리 스튀르들뤼손'이다. 북유럽 신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많다는 것을 느끼는데 아직까지 이름 표기의 표준화와 같은 기본적인 작업이 덜 되어있는 것 같아 아쉬운데 지금부터라도 고대 노르드어 표준 표기에 맞추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이름의 한글 표기를 통일해나가보자는 생각에 좀 장황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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