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영어로 읽는 〈루돌프 사슴 코〉?!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 만일 네가 봤다면 불붙는다 하겠지"

빨갛게 빛나는 코 때문에 다른 사슴(정확히는 순록)들에게 놀림을 받다가 산타클로스의 부탁으로 성탄절 이브에 썰매를 이끌게 된 후 사랑을 받게 된다는 루돌프의 이야기는 1939년 미국의 로버트 메이(Robert L. May)가 쓴 책자에 처음 등장한다. 몽고메리 워드(Montgomery Ward)라는 시카고의 한 유통 업체에서 성탄절마다 판촉을 위해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고는 했는데 돈을 절약하려고 외부 책자를 사들이는 대신 메이에게 써달라고 해서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빨간 코 순록 루돌프》)가 탄생한 것이다.

1949년에는 메이의 매부이자 작곡가로 이미 활동을 하고 있던 조니 마크스(Johnny Marks)가 루돌프 이야기를 소재를 노래를 지었고 이를 가수 진 오트리(Gene Autry)가 불러 첫 성탄절 시즌에만 175만 장 정도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루돌프 사슴 코〉는 이를 번안한 곡으로 원래의 영어 제목은 책자 제목과 같이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빨간 코 순록 루돌프〉)이다.

1890년~1900년경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에서 순록이 이끄는 썰매를 타는 모습을 포토크롬(Photochrom) 인쇄술로 표현한 채색 사진(Wikimedia, Public Domain)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하늘을 나는 순록이 이끈다는 설정은 1821년에 나온 동시에 처음 등장했고 1823년에는 "A Visit from St. Nicholas" (〈성 니콜라우스의 방문〉)이라는 시에 순록 여덟 마리의 이름이 나온다. 이들은 대셔(Dasher), 댄서(Dancer), 프랜서(Prancer), 빅슨(Vixen), 코밋(Comet), 큐피드(Cupid), 던더(Dunder), 블릭섬(Blixem)이다. 네덜란드어로 '천둥'을 뜻하는 말에서 온 Dunder는 현대 네덜란드어 형태인 Donder나 독일어 형태인 Donner로 쓰기도 하고 네덜란드어로 '번개'를 뜻하는 말(현대 네덜란드어 철자는 Bliksem)에서 온 Blixem은 Blixen으로 쓰기도 하고 독일어 형태인 Blitzen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니 루돌프는 다른 순록들이 처음 나타난지 백 년도 더 지나고서 뒤늦게 산타클로스와 순록 전설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고도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순록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루돌프 이야기가 앵글로색슨어, 즉 고대 영어(대략 5세기~11세기)로 쓰여진 시에 나온다면? 일단 시를 고대 영어로 감상하자. Incipit로 시작하는 첫 줄은 라틴어로 되어 있다. 고대 영어에는 Ð/ð (eth)와 Þ/þ (thorn)라는 글자가 현대 영어에서 th로 나타내는 유성 치 마찰음 [ð]와 무성 치 마찰음 [θ]를 나타냈는데 어느 글자를 유성음에 쓰고 어느 글자를 무성음에 쓰는지는 별다른 규칙이 없었다.

Incipit gestis Rudolphi rangifer tarandus

Hwæt, Hrodulf readnosa hrandeor—
Næfde þæt nieten unsciende næsðyrlas!
Glitenode and gladode godlice nosgrisele.
Ða hofberendas mid huscwordum hine gehefigodon;
Nolden þa geneatas Hrodulf næftig
To gomene hraniscum geador ætsomne.
Þa in Cristesmæsseæfne stormigum clommum,
Halga Claus þæt gemunde to him maðelode:
"Neahfreond nihteage nosubeorhtende!
Min hroden hrædwæn gelæd ðu, Hrodulf!"
Ða gelufodon hira laddeor þa lyftflogan—
Wæs glædnes and gliwdream; hornede sum gegieddode
"Hwæt, Hrodulf readnosa hrandeor,
Brad springð þin blæd: breme eart þu!"

같이 소개되는 현대 영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Here begins the deeds of Rudolph, Tundra-Wanderer

Lo, Hrodulf the red-nosed reindeer—
That beast didn’t have unshiny nostrils!
The goodly nose-cartilage glittered and glowed.
The hoof-bearers taunted him with proud words;
The comrades wouldn’t allow wretched Hrodulf
To join the reindeer games.
Then, on Christmas Eve bound in storms
Santa Claus remembered that, spoke formally to him:
"Dear night-sighted friend, nose-bright one!
You, Hrodulf, shall lead my adorned rapid-wagon!"
Then the sky-flyers praised their lead-deer—
There was gladness and music; one of the horned ones sang
"Lo, Hrodulf the red-nosed reindeer,
Your fame spreads broadly, you are renowned!"


이를 비슷한 풍으로 한국어로 옮겨보았다.

툰드라의 방랑자 루돌푸스의 업적 이야기를 시작하노라

들으라, 빨간 코 순록 흐로둘프—
그 짐승은 콧구멍이 흐리지 않더라!
좋은 코 연골이 반짝이고 빛을 냈더라.
굽을 가진 자들이 그를 오만한 말로 조롱하며
그 동료들은 비참한 흐로둘프가
순록의 놀이에 같이하게 허락하지 않았더라.
후에 폭풍에 묶인 성탄절 전야에
성 클라우스가 이를 기억하고 그에게 가로되:
"밤눈이 밝은 친구여, 밝은 코를 가진 이여!
너 흐로둘프가 나의 날랜 수레를 이끄리라!"
그 후에 하늘을 나는 이들이 그들의 우두머리 사슴을 칭송하니
기쁨과 음악이 있더라; 뿔이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노래하더라
"들으라, 빨간 코 순록 흐로둘프,
네 명성은 널리 퍼지며 너는 유명한지라!"

물론 루돌프 이야기에 진짜 고대 영어 원전이 있는 것은 아니고 1996년에 미국의 필립 채프먼벨(Philip Chapman-Bell)이 루돌프 노래를 고대 영어로 쓴 패러디(Hrodulf Harndeor: An Old English Poem by Philip Chapman-Bell)이다. 여기에 보존된 그의 옛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어로 치면 루돌프 노래를 《용비어천가》 풍의 중세 국어로 쓴 셈이겠다.

고대 영어 문학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영어권에서는 대표작인 영웅 서사시 《베오울프(Beowulf)》를 학교에서 배우는 일이 흔하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고대 영어는 오늘날의 영어 화자들이 따로 공부하지 않고는 거의 해독이 불가능할만큼 현대 영어와 다르다. 4백 년 전의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영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천 년 전의 고대 영어는 아예 외국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1066년 노르망디 공이었던 정복왕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 프랑스어로는 Guillaume le Conquérant '정복왕 기욤')이 이끄는 노르만족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이후 잉글랜드가 노르만어(프랑스어와 가까운 노르만족의 언어)와 프랑스어를 쓰는 이들에게 지배를 받는 단절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15세기에야 다시 영어가 프랑스어 대신 공문서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영어권 수많은 학생들이 공부한 《베오울프》의 첫 문장은 아마도 고대 영어로 된 문장 가운데 가장 유명할 것이다.
Hwæt. We Gar-Dena in gear-dagum, þeod-cyninga, þrym gefrunon, hu ða æþelingas ellen fremedon.
Lo! We have heard of the glory of the kings of the people of the Spear-Danes in days of yore—how those princes did valorous deeds! (존 R. 클라크 홀(John R. Clark Hall) 번역)
들으라! 우리는 지난날에 창의 덴마크인들과 그들의 왕들의 큰 영예, 그 왕자(또는 귀족)들이 이룬 용맹스러운 업적에 대해 들어왔다.

대영 도서관 소장 《베오울프》 필사본 코튼 MS 비텔리우스 A XV (Cotton MS Vitellius A XV)의 첫 장. w 대신에 옛 글자인 Ƿ/ƿ (wynn)을 썼다(Wikimedia, Public Domain).

고대 영어의 hwæt는 현대 영어 what의 어원이며 원 뜻도 what처럼 '무엇'인데 전통적으로 《베오울프》의 첫 문장에서는 보통 듣는 이(원래 구전되는 시였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감탄사로 간주되어 현대 영어로 "Lo!" 외에도 "Hear me!", "Listen!" 등으로 번역되었다. 2000년 아일랜드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의 번역에서는 "So!"로 옮긴다. 이 hwæt가 어찌나 유명한 단어인지 위 패러디에서도 두 번이나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케임브리지 대학의 조지 워크던(George Walkden) 교수는 고대 영어 문헌에 쓰이는 hwæt를 조사한 끝에 단독으로는 쓰이는 감탄사가 아니라 감탄문의 첫 단어로 쓰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The status of hwæt in Old English", 2011). 이 결론이 맞다면 지금까지 《베오울프》의 첫 문장은 오역되었던 것이다. "Lo! We have heard"가 아니라 "How we have heard"인 것이다. 감탄문이라는 것을 나타내려면 "아, 우리는 지난날에 창의 덴마크인들과 그들의 왕들의 큰 영예, 그 왕족들이 이룬 용맹스러운 업적에 대해 들어왔다!" 정도로 옮기면 된다. 어순을 무시하면 감탄사 "아" 대신 "~얼마나 들어왔는가!" 정도로 옮기면 좋을 것이다. 또 위 패러디에서도 해석은 "들으라, 빨간 코 순록 흐로둘프"보다 "아, 빨간 코 순록 흐로둘프"가 나을 것이다. 어순에 구애받지 않고 매끄럽게 옮기려면 "빨간 코 순록 흐로둘프 / 그 짐승은 콧구멍이 어찌나 흐리지 않던가" 정도일 텐데 Næfde '가지지 않았다'와 unsciende '반짝이지 않는'의 이중 부정 형태라서 이런 형태의 감탄문으로 바꾸기는 약간 무리이다.

고대 영어 시는 두운 반복과 묘사적 완곡어법을 즐겨 쓴다. 《베오울프》의 첫 문장에서 Gar-Dena와 gear-dagum, þeod-cyninga와 þrym에서 두운 반복을 볼 수 있다. 고대 영어 시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낱말을 연상시키는 낱말 두 개를 조합하여 돌려 표현하는 시적 완곡어법을 많이 썼는데 같은 게르만어 계통인 고대 노르드어(고대 아이슬란드어) 시에서 폭넓게 쓰이므로 이를 아이슬란드어 이름에 따라 '켄닝그(kenning)' 또는 영어식 발음에 따라 '케닝'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몸을 banhus (ban '뼈' + hus '집')라고 부른다던지 바다를 hronrad (hron '고래' + rad '길')라고 부르는 식이다. 덴마크인들을 '창의 덴마크인'이라는 뜻인 Gar-Dene (gar '창' + Dene '덴마크인', 속격은 Gar-Dena)로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묘사적 어법이다.

루돌프(흐로둘프)에 관한 위의 시에서도 Hrodulf와 hrandeor, Næfde와 nieten, næsðyrlas 등에서 두운 반복을 볼 수 있다. 또 '순록'을 hofberend (굽을 가진 자), '썰매'를 hrædwæn (날랜 수레)으로 표현하는 등의 완곡어법을 통해 고대 영어 시를 능숙하게 패러디했다.

Rudolph는 게르만어계 이름으로 게르만 조어로는 *Hrōþiwulfaz로 복원할 수 있다. '명성'을 뜻하는 *hrōþiz와 '이리'를 뜻하는 *wulfaz가 결합한 것이다. 고대 영어에서는 이게 Hrōþwulf/Hrōðwulf 또는 Hrōþulf/Hrōðulf가 되었는데 위의 시에서는 Hrodulf로 쓴 것이 살짝 아쉽다. 영어에서는 이 이름이 별로 쓰이지 않았고 후에 독일어 Rudolf '루돌프', 네덜란드어 Roedolf '루돌프' 등 및 라틴어형 Rudolphus '루돌푸스' 등의 영향으로 다시 Rudolph로 소개된 것이다. 역사 인물로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Rudolf II, 1552년~1612년), 나치 독일의 정치가 루돌프 헤스(Rudolf Heß, 1894년~1987년) 등이 유명하며 뉴욕의 전 시장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의 본명도 루돌프(Rudolph)이다.

게르만어계 이름에는 '이리'를 뜻하는 *wulfaz에 해당하는 요소가 흔히 등장하는데 《베오울프》의 주인공 이름인 Beowulf에서도 볼 수 있다. 정확한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첫 요소가 '벌'을 뜻하는 고대 영어의 beo라면 Beowulf는 '벌이리'를 뜻하는 것이 된다. 꿀을 좋아하는 곰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라틴어로 된 첫 문장에 나오는 Rangifer tarandus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가 정한 순록의 학명이기도 한데 원문에서 Tundra-Wanderer '툰드라의 방랑자'로 번역했지만 근거는 없어 보인다. 스위스의 박물학자 콘라트 게스너(Conrad Gesner, 1516년~1565년)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 라틴어에서 순록을 rangifer 또는 raingus라고 불렀는데 라프족, 즉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원주민 사미족은 reen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사미어에서 순록을 이르는 단어는 방언에 따라 puäʒʒ, boazu, boatsoj, båtsoj, bovtse 등이니(출처) 오히려 순록을 이르는 고대 노르드어 hreinn에서 유래한 중세 스칸디나비아어 형태를 사미어로 잘못 안 것일 수 있다. 고대 노르드어에서 갈라져 나온 스웨덴어에서는 순록을 ren이라고 한다. 고대 노르드어 hreinn은 아마도 '뿔', '머리'를 뜻하는 인도유럽조어 어근 *ḱer-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편 tarandus는 테오프라스토스(Θεόφραστος Theóphrastos),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 Aristotélēs) 등 고전 그리스 학자들이 언급한 고대 그리스어로 τάρανδος tárandos라고 부르는 동물에서 따왔다. 소만한 크기의 사슴으로 색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만약 순록을 이르는 것이 맞다면 철에 따라 털갈이를 하는 것이 와전된 것일 수 있다.

대영 도서관 소장 필사본 할리 MS 3244 (Harley MS 3244) ff 36r-71v의 동물우화집(bestiarum)에 나오는 parandrus는 tarandus와 같은 동물로 보인다(Wikimedia, Public Domain).

영어에서 순록을 reindeer '레인디어'라고 하는데 '고삐'를 뜻하는 영어 단어 rein '레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앞서 언급한 고대 노르드어 hreinn은 '짐승'을 뜻하는 dýr와 합쳐서 hreindýri로 쓰이기도 했다. 고대 노르드어에서 나온 또 다른 언어인 현대 아이슬란드어의 hreindýr '흐레인디르'는 여기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스웨덴어에서도 같은 원리로 rendjur '렌유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영어의 reindeer는 중세 영어에서 이와 비슷한 중세 스칸디나비아어 형태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대 영어에서부터 이미 위의 시에서 쓴 hrandeor를 쓴 것 같지는 않다.

원래 고대 영어의 deor는 그에 대응되는 고대 노르드어의 dýr처럼 사슴에 한정되지 않은 '짐승'을 뜻했다(그러니 위의 시에서 laddeor는 '우두머리 사슴'보다는 '우두머리 짐승'으로 쓰는 것이 사실 정확하다). 그러다가 중세를 거치면서 영어의 deer는 '사슴'으로 의미가 축소되었으니 영어에서 사슴과에 속하는 순록의 이름인 reindeer에 사슴을 뜻하는 deer가 들어가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이다. 순록을 이르는 독일어의 Rentier, 네덜란드어의 rendier도 영어처럼 중세 스칸디나비아어에서 따온 말인데 독일어의 Tier, 네덜란드어의 dier는 그냥 '짐승'을 뜻한다.

보너스로 〈루돌프 사슴 코〉 시조 버전:

루돌프 사슴 코는 빨갛게 빛이 나서
나머지 사슴들의 놀림거리 되었으나
산타의 썰매 이끈 후 명성 널리 떨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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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남중생 2016/12/24 06:50 # 답글

    음, 저는 "아!"라고 시작을 끊는다는 것 자체가 "Hwaet!"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서, "How we have heard"라면 "루돌프 사슴코는 어찌나 붉던가!" 같은 식으로 번역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베오울프 원전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 끝소리 2016/12/24 07:43 #

    아, 그 번역이 훨씬 매끄럽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본문에도 추가했습니다.
  • 남중생 2016/12/24 21:53 #

    여기 낭독해주는 버전도 있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teKF6-bm3qw)
    시 낭송치고는 그다지 매끄럽지도 못하고, (특히 산타 대사 부분) 감정 살리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들어볼 만은 하네요.^^
  • 끝소리 2016/12/24 22:53 #

    제보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지만 참고는 할만하네요.
  • NRPU 2016/12/24 10:02 # 답글

    그나저나 저 우화집 순록 표정 왜저리 우울한지...
    아, 크리스마스인데 못쉬고 일해서 그런거구나!
  • 끝소리 2016/12/24 10:24 #

    불쌍한 순록... 그런데 중세 유럽 필사본 삽화에 나오는 인물이건 동물이건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걸요.
  • NRPU 2016/12/24 10:45 #

    그땐 주5일제가 없어서 그랬나봐요
  • 끝소리 2016/12/24 18:30 #

    암흑기였죠
  • 홍차도둑 2016/12/24 12:42 # 답글

    그런데 개그밸리에 올라오기엔 너무 진지한 글인거 아닌가요...
  • 끝소리 2016/12/24 18:31 #

    깨끗이 인정합니다
  • 알카시르 2017/01/25 00:43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대 영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1. Hrōþwulf/Hrōðwulf 또는 Hrōþulf/Hrōðulf가 되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흐로스울프/흐로드울프, 후자는 흐로술프, 흐로둘프라 표기하면 되겠죠?

    2. 현대 영어의 루돌프는 독일어에서 수입한 것이니, 고대 영어의 흐로드울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데요. 그렇다면 만약 노르만 정복 이후에도 저 이름을 영국인들이 많이 사용해서, 또는 노르만 정복이 아예 일어나지 않아서 오늘날까지도 고대 영어에서 바로 이어진 형태로 남았다면, 대략 어떤 철자로 변했을까요? 이리를 현대 영어에서는 wolf라 하니, 대략 Hrodwolf 정도일까요? 발음은 대략 흐로드월프 정도일까요.

    3. 레인디어가 hreinn과 dýr의 합성어라면 hreinndýr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hreindýri가 되었네요. 오타인가요?

    4. 고대 영어 발음도 상당히 복잡하더군요. G와 F, C의 발음이 특히 그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Cwēnþrȳð, Ælfgifu, Ælfrēd, Ælfrǣd, Ælfwine, Leofwine, Leofric, seolfor의 경우에는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요? G는 ㄱ와 ㅈ 중 어느 것이 맞는지, F는 ㅂ와 ㅍ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헛갈립니다. 노르드어처럼 어두의 f는 ㅍ로, 그 외에는 ㅂ로 발음한다고 간주하면 될까요?

    5. 고대 영어도 자음 앞과 어말의 ng를 ㅇㄱ로 발음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6. L 다음에 이어지는 W의 발음은 어느 언어에서든지 골칫거리입니다. Æthelwulf는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요? 애셀울프, 애셀룰프, 애셀르울프의 세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애셀울프라 표기하는 듯하지만 애셀르울프가 가장 정확한 것 같아서 헛갈립니다.

    7. 심지어 생각지도 못한 어말의 h 발음도 있더군요. 앨프레드 대왕의 어머니 Osburh가 그 예인데요. 이 역시 오스부르흐라 표기해야 맞나요?
  • 끝소리 2017/01/29 18:32 #

    1.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사실 고대 영어에서 þ와 ð는 둘 다 같은 음소인 /θ/를 나타낸 것으로 현대 아이슬란드어에서처럼 발음이 구별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Hrōþwulf나 Hrōðwulf는 발음에 상관없는 철자 구별입니다. 고대 영어에서 /θ/ 같은 마찰음 음소는 환경에 따라 무성음으로 발음될지 유성음으로 발음될지가 결정됩니다. 보통 무성음 [θ]가 기본 음이고 유성음 사이에서는 유성음 [ð]로 발음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니 만약 이 구분을 따른다면 '흐로드울프', '흐로둘프'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고대 영어의 한글 표기에서 마찰음 /θ/, /s/, /f/의 유성음화를 아예 나타내지 않는다고 하면 '흐로스울프', '흐로술프'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고대 영어의 한글 표기 원칙을 어떻게 세우냐의 문제입니다.

    2. 노르만 정복이 없이 영어의 발달을 생각할 수는 없지만 노르만 정복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쓰였다면 어떤 형태인지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hr는 r로 변했고 고대 영어의 þ/ð는 th로 변하거나 특히 모음 사이에서 탈락하기도 했으므로 Rothwolf 또는 Rothulf가 되거나(영어에서 u는 w 옆에서 보통 철자 o로 적게 되었습니다) 아예 Rolf로 축약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 hreinn은 주격형이고 격에 따라 hrein, hreini, hreins 등으로 형태가 변화합니다. 굴절어를 다룰 때에는 단어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4. 이미 언급한 것처럼 f는 유성음 사이에서 유성음 [v]로 발음되었다고 봅니다. g, c는 경우에 따라 구개음화가 일어났는데 언제나 예측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서 꽤 복잡합니다. 만약 마찰음의 유성음화를 반영하여 적는다면 Cwēnþrȳð '퀜드뤼스', Ælfgifu '앨브이부', Ælfrēd '앨브레드', Ælfrǣd '앨브래드', Ælfwine '앨브위네', Leofwine '레오브위네', Leofric '레오브리치', seolfor '세올보르'가 되겠습니다. 물론 현대 영어 화자들이 고대 영어 이름을 발음할 때에는 f는 보통 언제나 [f]로 발음하는 등 현대 영어의 발음 규칙을 주로 따르기 때문에 이와 차이가 납니다.

    5. 예, 맞습니다.

    6. 현대 영어에서처럼 고대 영어에서 w /w/는 자음 음소입니다. 그러니 자음 앞의 l은 받침 'ㄹ'로만 적는 것이 좋습니다. 마찰음의 유성음화까지 반영한다면 '애델울프', 무성음으로 통일한다면 '애셀울프'가 좋겠습니다.

    7. 마찰음의 유성음화를 반영한다면 '오즈부르흐', 무성음으로 통일한다면 '오스부르흐'입니다.
  • 알카시르 2017/04/09 06:29 #

    1. 인도의 지명인 Malwa도 말와가 아니라 말르와가 맞는 표기라더군요. 그래서 영어에도 그 원칙이 적용될 줄 알았는데 애델르울프가 아니라 애델울프라니 헛갈리네요. 그리고 프랑스의 발루아 왕조나 프랑수아 1세의 경우, 비록 발루아와 프랑수아라 표기하는 관례가 확립되었지만, 관례를 고려하지 않고 국제음성기호의 원칙과 프랑스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한다면 발르와와 프랑스와가 맞을까요?

    2. 저는 고대 영어에서는 Ængle였던 것이 노르만 정복 이후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아 Engle로 변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고대 영어에도 Engle로 표기하는 예가 있더군요. 즉 노르만 정복 이전에 이미 Æ가 E로 변화한 것인가요?
  • 끝소리 2017/04/15 00:03 #

    1. /w/가 영어에서는 음운론상 자음이기 때문에 취급이 다른 것입니다. 즉 어중의 lw의 경우 보통 l과 w 사이에 음절 경계가 들어가고 l은 자음 앞에서 쓰이는 변이음 [ɫ]로 발음됩니다. 그래서 hallway는 '홀웨이', always는 '올웨이스'로 씁니다. 같은 원칙을 고대 영어에도 적용시킨 것입니다.

    2. 특히 중세에는 철자가 통일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다른 철자가 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Ængle와 Engle가 둘 다 쓰였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이 단어는 고대 영어 이후 쓰이지 않게 되었고 English, England 같은 단어의 일부로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노르만 정복 이후 영어를 글로 쓰는 일은 한동안 명맥이 끊겼습니다. 그러면서 중세 영어에서는 고대 영어에서 æ로 썼던 짧은 모음은 /a/와 합쳐지고 긴 모음은 /ɛː/가 되었는데 다시 영어를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전자는 a로, 후자는 ea로 적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어의 영향으로 æ가 e로 변한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습니다. 문자 때문에 언어가 변한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하시는 것 같습니다.
  • circumflex 2017/04/15 03:09 # 삭제

    발루아, 프랑수아에 대해:
    끝소리 님께서 예전에 이렇게 쓰신 적이 있습니다.

    http://iceager.egloos.com/2535983
    "순수 프랑스어에서 반모음 [j]와 [w]는 /i/와 /u/ 뒤에 다른 모음이 따른 결과이다([w]는 이중모음 oi [wa]에서도 나타난다). 이 현상은 꽤 규칙적으로 위 William [wiljam]의 두번째 i가 반모음 [j]로 발음되는 것도 뒤에 /a/가 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모음 [j]나 [w]로 시작하는 단어도 철자상으로는 보통 /i/, /u/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글 표기로도 '이', '우'로 나누어 적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예: hier [(i)jɛr] '이에르', ouest [wɛst] '우에스트')."

    그래서 프랑스어 [wa]를 '우아'로 적는 겁니다.
  • 알카시르 2017/04/22 22:49 #

    1. circumflex님께서 링크해주신 글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러니까 순수 프랑스어 단어인 발루아, 프랑수아, 루이는 언어학적으로도 발르와, 프랑스와, 르위가 아닌 발루아, 프랑수아, 루이로 실현되고, 실제 발음도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깝게 들린다는 것인가요? 그냥 발음 기호를 ua, ui로 썼으면 쉬웠을 텐데 굳이 w를 써서 헛갈렸네요.

    2. 발루아의 어원은 잘 모르겠지만 프랑수아와 루이는 모두 게르만어에서 온 단어이니, 윌리엄처럼 외래어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도 순수 프랑스어 단어가 맞을지 잘 모르겠군요.

    3. Ælfgifu를 앨브이부로 표기하셨는데, 앨비부가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Cwēnþrȳð가 퀜드뤼스라 하셨는데, 앞의 þ는 유성음화 때문에 드가 되었다 쳐도, 뒤의 ð는 ð로 썼는데도 드가 아닌 스라니, 헛갈리네요. 설마 고대 영어에서 þ와 ð는 아무 규칙 없이 바꿔 쓸 수 있던 것인가요? 그냥 문자 하나로 표기하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불편하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 끝소리 2017/04/28 06:31 #

    1. 사실 프랑스어 oi [wa]의 표기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철자 그대로 '오이' 이중모음이었던 것이 오늘날 [wa]로 변한 것이니 좀 특별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어에서 louer, loua 같은 단어를 보면 어근 lou- /lu/에 어미 -er /e/, -a /a/가 더해진 것이라서 [lu.e], [lu.a]로 발음해야 할 것 같은데 물론 천천히 발음하면 그런 발음도 가능하지만 보통 [lwe], [lwa]로 축약되어 발음합니다. 이름 Louis도 마찬가지로 [lu.i]라고 발음해도 틀리지는 않지만 보통 [lwi]로 발음합니다. 그래서 '루에', '루아', '루이' 등으로 쓰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w]는 /u/가 줄여진 것으로 취급하여 적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들과는 다른 경우인 oi [wa]도 예외적으로 다루지 않고 '우아'로 적는 것입니다. 참고로 oi는 [u.a]로 절대 발음할 수 없고 언제나 [wa]입니다. loua는 [lu.a]로 발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loi는 언제나 [lwa]입니다.

    발음 기호로 [u] 대신 [w]를 쓰는 것은 그 자체가 음절핵이 되는 모음이 아니라 반모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스파냐어 bueno 같은 경우도 [bwe.no]로 적습니다. 이는 철자에 따라 /u/가 줄여진 것처럼 취급하여 '부에노'로 적습니다(실제 어원은 다르지만요).

    2. Valois의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ois는 프랑스어에서 흔한 접미사 -ais의 이형입니다. François의 -ois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크족' 할 때의 Frank/Franc에 -ois가 붙은 형태입니다(원래는 프랑크어 -isk에서 왔기 때문에 c가 [s]로 발음되어 ç로 적는 것입니다). Louis는 *Hlōdowig 정도로 추측되는 원래의 프랑크어 이름이 프랑스어화한 것입니다. 따지면 차용어이지만 프랑스어가 독자적인 언어로 탄생했을 때부터 들어온 것입니다. 제가 말한 차용어는 더 최근의 차용어, 예를 들어 영어에서 온 차용어입니다.

    초기 게르만어에서 들어온 원어의 [w]는 보통 프랑스어에서 어두에서 g-, gu-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크어 *wardōn은 프랑스어 garder '가르데'가 되었습니다. 영어 William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이름은 Guillaume '기욤'입니다. 그러니 초기 게르만어 [w]가 현대 프랑스어에서도 [w]로 남아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3. Ælfgifu의 g는 [j]를 나타내며 고대 영어에서는 자음으로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끊어 쓴 것입니다. 고대 영어의 þ와 ð는 발음상으로는 차이가 없이 바꾸어 쓸 수 있었습니다. 규칙이 따로 없었습니다.
  • 알카시르 2017/05/05 02:57 #

    그렇다면 프랑스어 단어라는 사전지식이 없이 valwa나 lwi를 한국어로 표기한다면, 발르와, 르위가 적절할까요? 사실 저 두 단어도 원어민 발음도 발루아, 루이에 가깝게 들리고, 에스파냐어의 부에노나 구아노도 브웨노, 과노로는 전혀 안 들리더군요.
  • 끝소리 2017/05/05 18:44 #

    프랑스어가 아니라 따로 정보가 없는 제3의 언어라면 valwa, lwi는 '발르와', '르위'가 적합할 테지만 순전히 가상적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어 발음이 '발루아', '루이'에 가깝게 들리신다는 것은 한글 표기에 익숙한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생각해보면 noir도 예전에는 현행 규범 표기인 '누아르' 대신 '느와르'로 적었고 지금도 프랑스어를 접하는 이들은 voix '브와' 같이 규범에는 어긋나는 표기를 많이 씁니다.

    철자에 구애받지 않는 민간 표기에서는 bueno를 '브웨노'로 적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보통명사 guano에서 온 외래어는 '구아노'라는 관용 표기가 표준이지만 에스파냐어 단어로 보고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다면 '과노'로 적어야 합니다. 실제 에콰도르 지명 Guano는 '과노'가 표준 표기입니다. Nicaragua '니카라과'처럼 에스파냐어 gua는 '과'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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