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이제 [김ː빱]으로 발음해도 된다 한글과 한국어

그동안 '김밥'의 표준 발음은 [김ː밥]만이 인정되었다('ː'는 장음 표시). 표준어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에서 원래 '김밥'을 이렇게 발음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표준 발음으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 2016년 3/4분기 수정 내용을 보면 '김밥'의 발음 추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ː밥]이 계속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만 이제는 [김ː빱]도 추가로 허용되는 것이다.

(Flickr: Hyeon-Jeong Suk CC BY 2.0)

예전부터 그랬는지 더 최근의 일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에는 분명히 [김빱]으로 발음하는 사람도 많다(현실 발음에서는 모음의 장단 구별이 사라진지 오래이므로 장음 표시는 생략한다). 이것은 사잇소리 현상 때문에 '밥'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어의 사잇소리 현상은 합성 명사에 나타나는데 합성 명사라고 다 적용되지는 않는다. '나무로 만든 집'을 뜻하는 나무집 [나무집], '나무를 파는 집'을 뜻하는 나뭇집 [나무찝] 같이 앞뒤 형태소의 의미 관계에 따라 사잇소리가 들어가기도 하고 들어가지 않기도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언제 적용되고 언제 적용되지 않는지 규칙으로 설명하기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예외도 많다. 예를 들어 '비빔밥'은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나 [--빱]이지만 의미 관계가 유사한 '볶음밥'은 사잇소리 없이 [--밥]으로 발음되는 것을 설명할 규칙을 찾기는 힘들다.

'쌀밥', '계란밥' 등 앞의 형태소가 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나타낼 때에는 보통 사잇소리 없이 [밥]으로 발음한다. '김밥'도 비슷한 의미 관계로 보면 사잇소리가 없는 전통 표준 발음이 설명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밥'에서 사잇소리를 넣는 것은 김이 재료로 쓰인다 해도 의미 관계가 '쌀밥', '계란밥'과는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앞 형태소가 한자어가 아니고 받침이 없는 경우에는 '냇가', '나뭇잎'과 같이 사이시옷을 넣을 수 있으므로 철자만 봐도 사잇소리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김밥'과 같은 경우는 철자만으로는 사잇소리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 사잇소리를 쓸지 언중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립국어원에서는 '잎새', '이쁘다' 등 현실 언어에서 기존 표준어 '잎사귀', '예쁘다' 등과는 다른 형태로도 쓰이는 것을 복수 표준어로 추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밥'의 표준 발음을 [김ː밥]과 [김ː빱] 둘 다 허용하는 표준 발음 추가도 표준어 규정을 현실에 좀 더 가깝게 하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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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解明 2016/11/17 20:27 # 답글

    그동안 '김밥'을 [김ː밥]으로 발음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만났는데, 확실히 표준 발음을 [김ː밥]으로만 정했던 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지요. 요 몇 년 사이에 『표준국어대사전』이 참 많이 바뀌는군요.
  • 끝소리 2016/11/17 23:59 #

    요즘 어문 정책이 규범을 현실 언어와 좀 더 가까운 쪽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확실히 환영할만합니다.
  • 채널 2nd™ 2016/12/31 09:03 #

    딱 한 명 밖에 못 만났었나요?

    오히려 기차깐에서 김밥 파는 아자씨가 "김빱"이라고 발음해서 ?? 뭐지??라고 의아해 했던 경험이 있는 지라.
  • 사이키 2016/11/17 23:02 # 답글

    표준발음법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의~'라고는 하지만

    '통닭을 주세요[통달글 주세요]' 같은 거 보면 이게 진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자주 드네요ㅋㅋ...
  • 끝소리 2016/11/18 00:04 #

    '현대' 서울말이라 해도 그게 수십 년 전 쓰던 말을 기준으로 정했던 것이 언어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죠. 가끔 나이드신 서울 분들이 일상어에서 '부엌에'를 [부어케]로 발음하시는 것을 들으면 예전 서울 말투는 정말 이랬구나, 표준어에서 괜히 '부억' 아닌 '부엌'으로 쓰게 한 것이구나 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 漁夫 2016/11/18 11:14 #

    끝소리 님 / 저는 거의 부어케라고 발음했었는데, 나이..... ㅠ.ㅠ
  • 끝소리 2016/11/19 01:23 #

    으악, 漁夫님 죄송합니다.. 물론 나이드신 분들만 쓰는 발음은 아니죠. 제 개인 경험을 기준으로 너무 확대 해석한 제 불찰입니다.
  • 채널 2nd™ 2016/12/31 09:05 #

    표준 발음이라고 하기에는.. ㅎㅎ

    대일본 제국 시절 대일본 제국이 일신우일신할 적에 만든 일본어 표준 규정이 바로 그 전범입니다. 문자 생활의 근본부터가 대일본 제국의 시스템을 고대로(!) 베낀 것이라서.

    서울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 딱히 -- 교양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 끝소리 2017/01/07 07:53 #

    말씀하시는 이른바 '일본어 표준 규정'이 한국어의 표준어 규정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규정이 따로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옛 문체 대신 현대의 구어를 기준으로 나라의 표준어, 즉 국어(國語)를 만들었는데 한국어에서도 이를 따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일본어도 유럽 언어의 표준화를 따라한 것이고요). 표준화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본 것인지요?

    문자 생활의 근본이 일본을 베낀 것이라는 것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본 글은 어디까지나 발음에 관한 얘기이지 문자와는 별 상관이 없는 얘기일 뿐만 아니라 가나와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의 문자 체계와 순한글 위주로 나아간 한국어의 문자 체계가 그리 닮아 보이지 않습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기준으로 표준어를 정했다고 해서 서울 사는 사람들만 교양이 있다는 말도 아니고 서울 사는 사람들만이 서울말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 채널 2nd™ 2016/12/31 09:07 # 답글

    그 예전에 '잠봉'과 '짜장' 전투(?)에서 패한 이후로 마구잡이로 표준어를 확장하는 모양인가 봅니다.

    ('이번'과 '2번'은 엄연히 다른 말인데, 똑같이 발음에서 ... 이 참에 이런 것도 다 표준화 또는 통일시켜 줬으면 좋겠습니다.)
  • 끝소리 2017/01/07 08:06 #

    일부러 틀리게 적은 것이겠지만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부연하자면 예전부터 '짬뽕'으로 썼고 지금도 '짬뽕'이 표준입니다. 일본어 ちゃんぽん chanpon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잔폰'이지만 예전부터 워낙 다른 형태로 통용되었기 때문에 이를 관용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어쨌든 이것은 외래어 표기법의 적용 범위 문제로 현재의 복수 표준어 인정 추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준 발음법에 의하면 '이번'은 [이번]으로 첫 음절을 짧게 발음하고 '2번'은 [이ː번]으로 첫 음절을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 물론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어의 음장 구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둘을 똑같이 발음하지만 표준 발음에서는 엄연히 구별합니다. 만약 앞으로 한국어에서 음장 구별이 완전히 소멸된다면 표준 발음에서도 음장 구별을 버리고 '이번'과 '2번'을 똑같이 발음하도록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음장 구별을 하는 화자들이 있으므로 표준어에서도 이를 유지합니다.
  • 2017/01/22 20:5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끝소리 2017/01/29 17:40 #

    예, 사잇소리 없는 발음은 계속 그대로 인정되지만 사잇소리 현상을 적용하는 것도 추가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 가녀린 가마우지 2017/02/06 22:57 # 답글

    거의 전문가 수준의 글들인 것 같은데요?
    저는 수십년 간 [김ː밥]까지는 아니라도 [김밥]이라고 발음을 해왔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예사소리로 발음하던 '김밥'이 어느 때부턴가 [김빱]으로 둔갑하기 시작했는데요. 한동안 [김밥]이라고 발음할 때마다 남들 눈치를 봐야(?) 했는데, 이젠 늙어서 체력떨어지니 눈치보기 귀챦아서 꿋꿋이 [김밥]이라고 크게 발음을 합니다. 맞춤법을 떠나서 [김빱]이란 발음이 정말 이상하게 들리거든요.
    그건 그렇고, 전 사잇소리 법칙을 억지로 적용하는 건 좀 맘에 안 들더라고요. 사이시옷이 과연 원래 있던 것인지 문법 공부하는 분들이 된소리발음을 설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이게 아마 일본문자와 한글에서 다르게 적용하는 부분같은데요.
    예를 들어 찻잔[일본식으로 하면 찾잔], 콧노래[콘노래], 모깃불[모깁불], 바닷가[바닥가].
  • 끝소리 2017/02/07 06:21 #

    감사합니다. 본문에서 쓴 것처럼 사잇소리 현상은 법칙이라고 하기에는 언제 적용되는지 뚜렷한 기준을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이시옷은 용비어천가에도 한자 뒤에 'ㅅ'을 붙이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중세국어에는 원래 'ㅅ' 외에도 여러 음이 사잇소리로 쓰였는데 조선 중기에 'ㅅ'으로 통일되었고 이게 오늘날의 사이시옷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사이시옷은 원래부터 있었는데 발음이 변하면서 차츰 된소리로만 실현되는 것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바닷가'는 [바다까]로 발음하는 것입니다. 표준어 발음 규정에서는 이를 'ㅅ' 받침을 살려 [바닷까]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런가 하면 '잇몸'을 [임몸]으로 발음하는 것은 규정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고요.

    흔히 일본 문자에서 쓰이는 촉음(促音)을 사이시옷과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촉음은 사이시옷과 같은 문법적 기능이 없고 뒤따르는 자음도 사이시옷보다 제한되어있습니다. 사이시옷은 'ㄴ', 'ㅁ' 앞에서도 쓰이지만 촉음은 쓰이지 않으니까요. 사실 '바닷가'에서 된소리되기를 나타내는 사이시옷과 '잇몸', '나뭇잎' 등의 사이시옷은 성격이 다르긴 합니다.

    어쨌든 사이시옷은 학자들이 억지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사이시옷을 언제 표기하느냐의 문제처럼 맞춤법에서 골치아픈 문제가 드물기도 하고요. 원래부터 사이시옷을 써왔기 때문에 쓰던 습관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복잡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지 이를 무시하고 처음부터 규칙을 정했다면 사잇소리를 나타내는 기호를 따로 만들거나 아예 북한처럼 사이시옷 자체를 폐지했을지도 모릅니다.
  • 가녀린 가마우지 2017/08/15 18:24 #

    모르고 있던 내용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 제발 좀 2017/05/22 20:17 # 삭제 답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셈이죠..... 안타깝습니다. 자기나라 말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제대로 쓰질 못하니...... 저는 이런 규칙과 법이 바뀌는 것보다도 (허용이 되었지만) 우리가 왜 [너무]를 부정어에만 써야 하고 긍정어에는 쓰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한 번이라도 생각할 줄 아는 국민들이었으면 합니다. TV 인터뷰를 보면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너무] 좋아요를 남발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 아름다운 우리말 부사들을 왜 사장시키려 하는지..... [하려고 해요]를 매일 [할려고 해요]라고 써 대니...... 쯔쯧
  • 끝소리 2017/05/23 05:27 #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대로 언중 전체의 습관을 바꾸기는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니 우리말을 제대로 쓰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생각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무조건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허용하는 쪽으로 마음을 여는 것이 현실적이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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