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이 국왕 이름은 '와찌랄롱꼰'이 아니라 '와치랄롱꼰' 표기 용례

업데이트(2016.10.14.): 국립국어원은 예전 표기가 틀렸다는 지적에 따라 타이 왕세자 이름의 표기를 Maha Wajiralongkorn '마하 와찌랄롱꼰'에서 Maha Wachiralongkon 〔Maha Vajiralongkorn〕 타이 어명: มหาวชิราลงกรณ '마하 와치랄롱꼰'으로 수정하였다.

세계 최장 재위 국왕이었던 타이의 푸미폰 아둔야뎃(타이어: ภูมิพลอดุลยเดช Phumiphon Adunyadet통용 로마자 표기: Bhumibol Adulyadej [pʰuː.mí.pʰon ʔà.dun.já.dèːt], 1927년~2016년)이 숨지면서 왕세자였던 와치랄롱꼰(타이어: วชิราลงกรณ Wachiralongkon통용 로마자 표기: Vajiralongkorn [wá.ʨʰí.rāː.lōŋ.kɔːn], 1952년생)이 새 타이 국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타이 국왕이 될 와치랄롱꼰 왕세자(출처: Wikimedia Commons: Amrufm CC-BY-2.0)

그런데 2005년 4월 26일의 제62차 외래어 심의회에서는 당시 타이 왕세자명을 '마하 와찌랄롱꼰'으로 정했다. 원어 표기는 Maha Wajiralongkorn으로만 제시하고 타이 문자 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기이다. 외래어 표기법의 타이어 표기 규정에서 ช ch [ʨʰ]는 'ㅊ'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무기음인 จ c [ʨ]는 'ㅉ'으로 적는다(타이어의 공식 로마자 표기법인 RTGS 표기법에서는 둘 다 ch로 적지만 한글 표기에서는 구별하는 음이므로 여기서는 무기음인 경우 c로 적도록 한다). วชิราลงกรณ Wachiralongkon에서는 จ c가 아닌 ช ch가 쓰이므로 '와찌랄롱꼰'이 아니라 '와치랄롱꼰'이 맞다.

타이어는 폐쇄음에서 유성음, 무성 유기음, 무성 무기음 등 한국어의 예사소리, 거센소리, 된소리와 비슷한 3계열 대립이 있기 때문에 무성 무기음의 표기에 된소리를 쓴다. 파찰음은 무성 유기음과 무성 무기음의 2계열 대립만 있지만 일관성을 위해서 각각 'ㅊ', 'ㅉ'으로 쓴다. 타이어의 한글 표기에는 'ㅈ'이 쓰이지 않는다.

'와찌랄롱꼰'이라는 잘못된 표기가 나온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통용 로마자 표기인 Vajiralongkorn을 v만 w로만 바꾼 Wajiralongkorn으로 표기를 정했는데 타이어의 한글 표기에는 'ㅈ'이 쓰이지 않으므로 j를 'ㅉ'으로 쓴 것이다. 실제 타이어 발음이나 타이 문자 표기는 확인하지 않은 듯하다.

실제 타이어 발음에 따른 로마자 표기가 Wachiralongkon이라면 왜 Vajiralongkorn이라는 로마자 표기가 통용되는 것일까?

타이어 고유 명사는 불교 경전의 언어인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에서 따온 것이 많다. 인도의 문화는 예로부터 타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วชิราลงกรณ Wachiralongkon은 วชิร wachira와 อลงกรณ์ alongkon이 결합한 이름이다. วชิร wachira는 팔리어의 वजिर vajira를 타이 문자로 적은 것이다. 이는 산스크리트어의 वज्र vajra에서 왔으며 '금강(다이아몬드)' 또는 '벼락'을 뜻한다. alongkon은 장식을 뜻하니 Wachiralongkon은 '다이아몬드 장식' 정도를 뜻하는 이름이다.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의 타이어 음은 차용 시기에 따라 원음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b > pʰ와 같이 원음의 유성음이 무성 유기음으로 변하는 식이다. 그래서 팔리어의 vajira가 타이어의 wachira에 해당하는 것이다. 타이어 고유명사에 들어가는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 요소는 타이어식 발음이 아닌 원어 발음에 따라 로마자로 표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Wachiralongkorn 대신 Vajiralongkorn으로 쓰는 것이다. 한편 -korn은 -กรณ -kon의 모음이 길게 발음된다는 것을 영국식 영어 발음에 따라 표기한 것으로 원어에는 r에 해당하는 자음이 없다.

이전 국왕 이름인 ภูมิพลอดุลยเดช Phumiphon Adunyadet도 원어식 로마자 표기의 영향으로 Bhumibol Adulyadej이 되는 것이다. 이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땅의 힘, 비교할 수 없는 힘'을 뜻하는 भूमिबल अतुल्यतेज bhūmibala atulyatēja에서 왔다.

이처럼 타이어 이름의 로마자 표기는 어원상의 이유로 실제 발음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타이어 이름을 한글로 표기할 때는 원 철자와 발음을 항상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핑백

덧글

  • UnPerfect 2016/10/14 01:29 # 답글

    타이를 한 달 정도 여행한 일이 있었는데, 가서 타이 문자라도 좀 익혀 보려고 하다 자음자 몇 개를 간신히 적는 데서 포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글이나 로마자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같은 분명 같은 모음 발음인데도 성조와 자음자에 따라 글자가 달라지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글자가 일관적인 것도 아니고. 결국엔 로마자 표기를 읽고 다녔지요(현지에서도 로마자 표기 방식이 왔다갔다 하더군요).

    이 포스팅을 보니 방콕에 있는 Jatujak이란 이름의 시장이 떠오릅니다. 당연한 듯 '짜뚜짝'으로 불러왔는데, 실은 '차뚜착'이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 끝소리 2016/10/14 07:24 #

    그러셨군요. 타이 문자 제대로 읽으려면 엄청 공부해야 됩니다. 글자도 많고 로마자와 달리 모음 글자가 자음 글자 앞에 붙거나 앞뒤로 에워싸기도 하고 불규칙 발음이 매우 많은데다 띄어쓰기도 없으니까요... จตุจักร Jatujak은 '짜뚜짝' 맞습니다.
  • oo 2016/10/14 08:42 # 삭제 답글

    한국에서 '표기해야 하는' 외국어 중에서는 티베트어와 태국어가 아마도 최고 난이도일 듯.
  • 끝소리 2016/10/14 15:25 #

    예, 티베트어도 장난이 아니죠. 태국어는 외래어 표기 규정이라도 있지만 티베트어는 아직 없고요. 언제 티베트어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 jeltz 2016/10/14 10:43 # 답글

    태국어 전공하시던 분이 아랍 문자 그걸 어떻게 읽냐고 하시는 바람에 서로 "누가 더 쉽나"를 두고 토론(남들이 보기엔 그게 그거인 언어끼리 이상한 대결)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역시 타이 문자가 한 수 위(?)였던 것 같습니다.
  • 끝소리 2016/10/14 15:30 #

    그게 그거 같은데요.. 그래도 아랍 문자가 읽기는 약간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읽기 어려운 문자로 따지면 오늘날 널리 쓰이는 것 가운데는 한자가 끝판왕이죠.
  • santalinus 2016/10/18 08:41 # 답글

    힌디 표기 규정도 엉망 진창입니다. 힌디의 알파벳표기에서 ch 는 ㅉ으로 발음이 되고 chh만 ㅊ 발음인데 표기규정에 따르면 모두 다 ㅊ으로 표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규정에 따라 읽게 되면 아예 다른 뜻으로 발음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많습니다.....
  • 끝소리 2016/10/19 21:06 #

    힌디어는 무성 무기음, 무성 유기음, 유성 무기음, 유성 유기음 등 4계열 대립이 있어서 복잡한 문제입니다. IAST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c, ch, j, jh에 해당하는데 표기 방식에 따라 c 대신 ch,ch 대신 chh로 적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인도의 여러 언어 가운데 힌디어처럼 4계열 대립이 있는 것도 많지만 펀자브어처럼 3계열 대립도 있고 문다어처럼 2계열 대립, 심지어 타밀어처럼 1계열만 있는 것도 있기 때문에 폐쇄음과 파찰음 가운데 무성음은 거센소리로 통일하고 유성음은 예사소리로 통일하는게 가장 무난한 것 같습니다.

    로마자 표기 방식도 통일된 것이 아니라서 ch가 무성 무기음인지 무성 유기음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Kochhar로 쓰는 성에서 chh는 아마 'ㅊ' 비슷한 무성 유기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ㅉ' 비슷한 무성 무기음이 두 개 겹친 것이더군요. 인도의 여러 언어 표기 방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만 섣불리 거기에 된소리 사용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abcd 2017/05/24 08:37 # 삭제 답글

    태국어도 그냥 통용 로마자 표기(인명은 개인이 정한 표기, 지명이나 시설물은 해당 지역이나 관리 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표기 등)를 기준으로 한글로 옮기도록 규정하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Vajiralongkorn은 '바지랄롱코른', Suvarnabhumi 공항은 '수바르나부미' 공항 같은 식으로 말이죠.

    태국 문자를 읽을 줄 아는 한국어 화자가 읽을 줄 모르는 화자보다 압도적으로 적고(저도 못 읽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태국 관련 소식이나 정보는 영어를 거쳐서 들어오니까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Bhumibol Adulyadej만 읽을 수 있지 ภูมิพลอดุลยเดช은 읽을 수 없고, 따라서 한글 표기도 그냥 '부미볼 아둘야데지' 같은 식으로 하게 되죠. 이렇게 하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요.
    Bhumibol Adulyadej를 '푸미폰 아둔야뎃'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면 '저 사람 돌았나 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겁니다. 현실적으로 태국 문자를 읽을 줄 아는 한국어 화자가 압도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외래어 표기법이 억지로 태국 문자 표기를 찾게 만든 건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실책이라고 봅니다.

    만약 '부미볼 아둘야데지라는 표기는 원음과 심하게 괴리가 있다. 푸미폰 아둔야뎃이 원음과 훨씬 더 가깝다' 같은 주장이 나온다면, '해당 인물 스스로가 로마자 표기를 저렇게 한다. 그러니까 (한글 표기가 이렇게 되도록 만든) 해당 인물을 탓해라'라고 하면 될 겁니다.
  • abcd 2017/05/24 09:33 # 삭제

    따지고 보면 สุวรรณภูมิ를 로마자로 Suvarnabhumi로 적는 건 괜찮으면서 한글로 '수바르나부미'로 적는 건 괜찮지 않은 게 이상한 거죠. 굳이 '수완나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수바르나부미'라는 표기가 원음과 동떨어져 있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은 태국 문자 못 읽음. 그래서 로마자 표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저 공항에서 로마자 표기를 공식적으로 저렇게 하는데 어쩌라고? 불만 있으면 저 공항에 따져라'라고 하면 되겠고요.
  • 끝소리 2017/06/12 16:07 #

    말씀하신대로 타이 문자를 읽을 줄 아는 한국어 화자는 극소수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타이 문자를 읽을 줄 안다고 타이어 발음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이어 철자가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어원을 따른 보수적인 부분이 많고 일부 묵음이 되는 경우도 많아서 낯선 이름 같은 경우 타이어 화자들도 발음을 헷갈립니다.

    영국의 지명인 Leicester를 영국인들은 '레스터'로 발음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미국인들은 '라이세스터' 등으로 잘못 발음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의 발음에 따라 '레스터'로 적습니다. 보통 올바른 발음을 아는 이상 영어 철자가 Leicester이니 '라이세스터'나 '리세스터'로 적자고 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어에서 온 이름인 Niamh는 아는 사람들은 '니브'로 발음합니다. 이를 알고서도 스스로 이렇게 쓴다고 철자를 탓하며 '니암'으로 쓰자고 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요?

    로마자의 발음은 언어에 따라 다르고 단일 언어 내에서도 철자로부터 발음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영어가 가장 심한 경우입니다. 태국 관련 소식은 대부분 영어를 거쳐서 들어온다고 하셨는데 미국 VOA 방송에서는 Bhumibol Adulyadej은 poo-MEE-puhn ah-DUHN-yeh-deht으로, Suvarnabhumi은 soo-wah-nah-POOM으로 발음한다는 지침을 따릅니다. 영어 화자들은 철자와 발음의 심한 괴리에 어느정도 익숙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읽는다고 해도 그렇게 이상해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언어에서는 글보다 말이 우선입니다. 한글이나 로마자는 발음을 나타내는 매개일 뿐입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인해 특히 로마자에서 철자와 발음의 관계는 불규칙한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로마자 철자를 지레짐작대로 한글로 옮기고 원음과 크게 달라져도 나몰라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이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이 자동적으로 Bhumibol Adulyadej이 '푸미폰 아둔야뎃'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지금 타이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글로 표기하느냐의 문제에 너무 매달려 당장 편해 보이는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