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신조어 Brexit의 한글 표기는 '브렉시트'가 대세인 듯하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신조어 Grexit도 '그렉시트'로 흔히 적는다. 각각 British Exit, Greek Exit의 준말로 볼 수 있다. '퇴장', '출구' 등을 뜻하는 exit은 주요 언어 가운데 영어에서만 쓰는 단어이니 둘 다 영어식 표현이다.
영어에서는 exit에 [ˈɛks.ᵻt] 엑싯, [ˈɛɡz.ᵻt] 에그짓 등 두 가지 발음이 흔히 쓰인다. 어중 x가 [ks]로 발음되느냐 [ɡz]로 발음되느냐의 차이이다. 《롱맨 발음 사전(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실린 1988년도 설문조사에서는 영국 화자의 55%가 exit의 x를 [ks]로, 45%가 [ɡz]로 발음했고 1993년도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화자의 48%가 [ks]로, 52%가 [ɡz]로 발음했다. 그러니 영국 발음과 미국 발음 둘 다 [ks]와 [ɡz]가 반반 정도로 나뉜다.
영어에서 모음 사이의 x는 보통 단어에 따라 [ks] 또는 [ɡz]로 발음된다. 특히 exam [ᵻɡ.ˈzæm] 이그잼, exist [ᵻɡ.ˈzɪst] 이그지스트 등 ex-로 시작하는 단어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가 온다면 보통 [ɡz] 발음만 쓰인다. 그런데 《롱맨 발음 사전》의 편찬자인 영국의 음성학자 존 웰스(John Wells [ˈʤɒn.ˈwɛlz])는 일부 학생들이 exist의 x 발음을 [kz]로 적는 것을 관찰하였다. 확인해보니 일반적으로 [ɡz]로 발음하는 x를 적어도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일부 화자들은 정말로 [kz]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롱맨 발음 사전》에는 exam, exist 같은 단어의 가능 발음으로 [kz]를 쓰는 발음도 추가되었다. 하지만 일반 영어 사전에서는 이런 단어에서 [ɡz]를 쓴 발음만을 인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영어에서 유성 폐쇄음 [ɡ]는 자음 앞에서 '으'를 붙여야 하므로 모음 사이의 [ɡz]는 '그ㅈ'으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zigzag [ˈzɪg.zæg]는 '지그재그'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그런데 글자 하나로 나타내는 [ɡz]를 첫 자음에 삽입 모음 '으'롤 붙인 '그ㅈ'으로 적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프랑스어에서도 모음 사이의 x가 단어에 따라 [ks] 또는 [ɡz]로 보통 발음된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lə.pə.ti.pʁɛ̃ːsə] 르 프티 프랭스)》의 작가 Antoine de Saint-Exupéry [ɑ̃.twanə.də.sɛ̃.tɛɡ.zy.pe.ʁi]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로 적는 것이 표준으로 인정된 관용 표기이다. 프랑스어에서도 유성 폐쇄음 [ɡ]는 자음 앞에서 '으'를 붙여야 하므로 현 규정상으로는 Saint-Exupéry는 '생테그쥐페리'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프랑스의 대함 미사일 이름인 Exocet [ɛɡ.zɔ.sɛ]도 '에그조세'로 적는 것이 원칙이지만 '엑조세'로 흔히 적는다.
모음 사이의 [ɡz]를 원칙에 따라 '그ㅈ'으로 적으면 'ㅈ'이 [z]에 어울리게 예사소리로 발음되지만 삽입 모음 '으'가 들어가서 거슬리고 [ɡ]를 받침으로 처리하여 'ㄱㅈ'으로 적으면 거추장스러운 삽입 모음은 없지만 'ㅈ'이 된소리 [ㅉ]으로 발음되어 [z]에 어울리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어느 쪽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생텍쥐페리'의 용례를 고려하여 프랑스어에서 모음 사이의 x가 [ɡz]로 발음될 때는 'ㄱㅈ'으로 적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처럼 모음 사이의 [ɡz]를 한글로 표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exit에서처럼 영어에서 [ks]와 [ɡz]가 혼용되는 경우는 전자를 택하여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편하다. 일례로 luxury는 영국에서 보통 [ˈlʌk.ʃəɹ‿i]로 발음하지만 미국에서는 [ˈlʌɡ.ʒəɹ‿i]와 [ˈlʌk.ʃəɹ‿i]가 둘 다 쓰이는데 한글 표기는 [kʃ] 발음을 따른 '럭셔리'로 보통 쓰며 '러그저리' 또는 '럭저리'로 쓰는 일은 거의 없다(이 단어에서는 뒤따르는 u의 영향으로 [ks]와 [ɡz]가 각각 [kʃ]와 [ɡʒ]가 된다).
그러니 exit도 [ks]를 쓴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영어에서 짧은 모음 뒤의 어말 무성 폐쇄음 [t]는 받침 'ㅅ'으로 적어야 하므로 이에 따른 표기는 '엑시트'가 아닌 '엑싯'이 맞다. 그러니 Brexit, Grexit도 '브렉싯', '그렉싯'으로 적는 것이 원칙에 맞는 표기이다. 하지만 비슷한 경우의 [p], [k]를 각각 받침 'ㅂ', 'ㄱ'으로 적는 것에 비해 [t]를 받침 'ㅅ'으로 적는 규정은 잘 안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bat '배트', net '네트', hit '히트' 등 여러 짧은 영어 단어에서는 규정과 달리 어말의 [t]를 '트'로 적는 관용 표기를 인정했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들은 Brexit, Grexit과 같은 경우에서는 받침 'ㅅ'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별로 없는 듯하다.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른 언어에서는 앞의 모음의 길이와 관계 없이 모음 뒤의 어말 무성 폐쇄음 [t]는 '으'를 붙여 '트'로 적는다. 그래서 Brexit을 독일어에서 영어를 흉내내어 [ˈbʁɛ.ksɪt]로 발음한다면 '브렉시트'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온 표현이니 독일어 표기법을 적용할 근거가 희박하다. 한편 프랑스어에서는 [bʁɛɡ.zit]로 발음하므로 이에 따라 적으면 원칙적으로는 '브레그지트', 앞서 말한 것처럼 모음 사이의 x [ɡz]를 'ㄱㅈ'으로 적는다면 '브렉지트'이다.
물론 영어의 exit도 어원을 따지면 라틴어에서 '나가다'를 뜻하는 동사 exeo 엑세오의 3인칭 단수 현재 능동태 직설법 형태인 exit 엑시트 또는 명사형 exitus 엑시투스에서 왔으니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Brexit, Grexit을 라틴어 표현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앞으로 Brexit, Grexit의 표기를 관용을 인정하여 '브렉시트', '그렉시트'로 결정한다면 몰라도 아직까지는 원칙에 따라 '브렉싯', '그렉싯'으로 쓰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영어에서는 exit에 [ˈɛks.ᵻt] 엑싯, [ˈɛɡz.ᵻt] 에그짓 등 두 가지 발음이 흔히 쓰인다. 어중 x가 [ks]로 발음되느냐 [ɡz]로 발음되느냐의 차이이다. 《롱맨 발음 사전(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실린 1988년도 설문조사에서는 영국 화자의 55%가 exit의 x를 [ks]로, 45%가 [ɡz]로 발음했고 1993년도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화자의 48%가 [ks]로, 52%가 [ɡz]로 발음했다. 그러니 영국 발음과 미국 발음 둘 다 [ks]와 [ɡz]가 반반 정도로 나뉜다.
영어에서 모음 사이의 x는 보통 단어에 따라 [ks] 또는 [ɡz]로 발음된다. 특히 exam [ᵻɡ.ˈzæm] 이그잼, exist [ᵻɡ.ˈzɪst] 이그지스트 등 ex-로 시작하는 단어에서 둘째 음절에 강세가 온다면 보통 [ɡz] 발음만 쓰인다. 그런데 《롱맨 발음 사전》의 편찬자인 영국의 음성학자 존 웰스(John Wells [ˈʤɒn.ˈwɛlz])는 일부 학생들이 exist의 x 발음을 [kz]로 적는 것을 관찰하였다. 확인해보니 일반적으로 [ɡz]로 발음하는 x를 적어도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일부 화자들은 정말로 [kz]로 발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롱맨 발음 사전》에는 exam, exist 같은 단어의 가능 발음으로 [kz]를 쓰는 발음도 추가되었다. 하지만 일반 영어 사전에서는 이런 단어에서 [ɡz]를 쓴 발음만을 인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면 영어에서 유성 폐쇄음 [ɡ]는 자음 앞에서 '으'를 붙여야 하므로 모음 사이의 [ɡz]는 '그ㅈ'으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zigzag [ˈzɪg.zæg]는 '지그재그'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그런데 글자 하나로 나타내는 [ɡz]를 첫 자음에 삽입 모음 '으'롤 붙인 '그ㅈ'으로 적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프랑스어에서도 모음 사이의 x가 단어에 따라 [ks] 또는 [ɡz]로 보통 발음된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lə.pə.ti.pʁɛ̃ːsə] 르 프티 프랭스)》의 작가 Antoine de Saint-Exupéry [ɑ̃.twanə.də.sɛ̃.tɛɡ.zy.pe.ʁi]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로 적는 것이 표준으로 인정된 관용 표기이다. 프랑스어에서도 유성 폐쇄음 [ɡ]는 자음 앞에서 '으'를 붙여야 하므로 현 규정상으로는 Saint-Exupéry는 '생테그쥐페리'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프랑스의 대함 미사일 이름인 Exocet [ɛɡ.zɔ.sɛ]도 '에그조세'로 적는 것이 원칙이지만 '엑조세'로 흔히 적는다.
모음 사이의 [ɡz]를 원칙에 따라 '그ㅈ'으로 적으면 'ㅈ'이 [z]에 어울리게 예사소리로 발음되지만 삽입 모음 '으'가 들어가서 거슬리고 [ɡ]를 받침으로 처리하여 'ㄱㅈ'으로 적으면 거추장스러운 삽입 모음은 없지만 'ㅈ'이 된소리 [ㅉ]으로 발음되어 [z]에 어울리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어느 쪽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생텍쥐페리'의 용례를 고려하여 프랑스어에서 모음 사이의 x가 [ɡz]로 발음될 때는 'ㄱㅈ'으로 적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처럼 모음 사이의 [ɡz]를 한글로 표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exit에서처럼 영어에서 [ks]와 [ɡz]가 혼용되는 경우는 전자를 택하여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편하다. 일례로 luxury는 영국에서 보통 [ˈlʌk.ʃəɹ‿i]로 발음하지만 미국에서는 [ˈlʌɡ.ʒəɹ‿i]와 [ˈlʌk.ʃəɹ‿i]가 둘 다 쓰이는데 한글 표기는 [kʃ] 발음을 따른 '럭셔리'로 보통 쓰며 '러그저리' 또는 '럭저리'로 쓰는 일은 거의 없다(이 단어에서는 뒤따르는 u의 영향으로 [ks]와 [ɡz]가 각각 [kʃ]와 [ɡʒ]가 된다).
그러니 exit도 [ks]를 쓴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영어에서 짧은 모음 뒤의 어말 무성 폐쇄음 [t]는 받침 'ㅅ'으로 적어야 하므로 이에 따른 표기는 '엑시트'가 아닌 '엑싯'이 맞다. 그러니 Brexit, Grexit도 '브렉싯', '그렉싯'으로 적는 것이 원칙에 맞는 표기이다. 하지만 비슷한 경우의 [p], [k]를 각각 받침 'ㅂ', 'ㄱ'으로 적는 것에 비해 [t]를 받침 'ㅅ'으로 적는 규정은 잘 안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bat '배트', net '네트', hit '히트' 등 여러 짧은 영어 단어에서는 규정과 달리 어말의 [t]를 '트'로 적는 관용 표기를 인정했다. 그래서인지 일반인들은 Brexit, Grexit과 같은 경우에서는 받침 'ㅅ'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별로 없는 듯하다.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른 언어에서는 앞의 모음의 길이와 관계 없이 모음 뒤의 어말 무성 폐쇄음 [t]는 '으'를 붙여 '트'로 적는다. 그래서 Brexit을 독일어에서 영어를 흉내내어 [ˈbʁɛ.ksɪt]로 발음한다면 '브렉시트'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온 표현이니 독일어 표기법을 적용할 근거가 희박하다. 한편 프랑스어에서는 [bʁɛɡ.zit]로 발음하므로 이에 따라 적으면 원칙적으로는 '브레그지트', 앞서 말한 것처럼 모음 사이의 x [ɡz]를 'ㄱㅈ'으로 적는다면 '브렉지트'이다.
물론 영어의 exit도 어원을 따지면 라틴어에서 '나가다'를 뜻하는 동사 exeo 엑세오의 3인칭 단수 현재 능동태 직설법 형태인 exit 엑시트 또는 명사형 exitus 엑시투스에서 왔으니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Brexit, Grexit을 라틴어 표현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앞으로 Brexit, Grexit의 표기를 관용을 인정하여 '브렉시트', '그렉시트'로 결정한다면 몰라도 아직까지는 원칙에 따라 '브렉싯', '그렉싯'으로 쓰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덧글
아무도 쓰지 않아서 사문화된 외래어 표기법을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 ㅇ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