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아즈텍 제국이 우리와 같은 말을 썼다는 주장의 실체

에스파냐어를 전공한 배재대학교 교수 손성태는 《우리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책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이 우리 민족이며 멕시코의 아스테카 제국을 건설한 주체도 한민족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책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쓴 글 〈멕이코에 나타난 우리민족의 언어: 나와들어의 생활용어를 중심으로〉와 관련 신문 기사, 블로그 글 등에 실린 아스테카 제국의 언어인 고전 나와틀어 속에서 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그의 주장은 다양한 각도에서 반박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언어에 관련된 주장에 초점을 맞춘다.

고전 나와틀어는 고유 문자로도 기록되었으며 아스테카 제국을 정복한 에스파냐인들에 의해 문법과 사전도 기록되었고 오늘날에도 백만 명 이상이 고전 나와틀어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언어를 모어로 쓰기 때문에 아메리카의 언어 가운데 매우 잘 알려진 축에 속하나 일반인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언어에 관련된 손성태의 주장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힘들 것이다.

참고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에스파냐어 Náhuatl은 '나우아틀'로 써야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나우아틀어'로 쓰지만 본 글에서는 모두 나와틀어 발음에 따라 표기하면서 언어명도 '나와틀어'로 적는다.

'멕이코'는 '멕이족의 곳'?

손성태는 '멕시코'를 '멕이코'로 쓴 이유를 "멕시코인들은 모두 그들이 '멕이족'이었다는 역사적 사실로 인하여 항상 '멕이코'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그럴까? 에스파냐어로 멕시코는 México [ˈme.xi.ko] '메히코'라고 한다. 여기서 '히'의 자음은 [h]가 아닌 연구개 마찰음 [x]이므로 얼핏 '멕이코'랑 비슷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대신 방언에 따라 [χ], [h]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México의 어원은 고전 나와틀어의 Mēxihco [meː.ˈʃiʔ.ko] '메시코'이다. 즉 철자 x는 원래 [x]가 아니라 영어의 sh처럼 [ʃ]를 나타내는 음이였다.

중세 에스파냐어에서 철자 x는 [ʃ]를 나타냈다. 오늘날에도 이웃한 포르투갈어와 카탈루냐어, 바스크어에서는 x가 [ʃ]를 나타내는 음으로 쓰인다. 그런데 에스파냐어에서는 대략 16세기 중기부터 [ʃ]가 [x] 또는 [ç]로 발음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하층민의 발음으로 간주되었으나 17세기 초부터 대부분의 문법서적에서 이 발음을 언급하며 17세기 중엽에는 궁정에서도 [x] 발음을 썼다.

오늘날에는 원래 철자 x로 쓰고 [ʃ]로 발음되었으나 [x]로 발음이 바뀐 음을 철자 j로 적거나 전설 모음 i, e 앞에서는 철자 g로 적는다. 대신 철자 x는 고전 라틴어식 어휘에서 [ks]를 나타내는 경우에 보통 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에스파냐어의 x는 'ㄱㅅ'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México라는 철자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멕시코'가 맞을 듯 싶다. 하지만 México는 아메리카의 지명이라서 에스파냐어의 철자 개혁이 적용되지 않아 발음이 예외적인 경우로 발음에 따라 적으면 '메히코'가 맞다. 간혹 에스파냐나 아르헨티나 등에서 Méjico라는 철자를 쓰기도 하나 에스파냐 왕립 학술원(Real Academia Española)에서 발음과 맞지 않지만 México를 표준 표기로 규정했다. 다만 영어 등 다른 언어에서는 x는 [ks]로 읽는 습관 때문에 영어의 Mexico [ˈmɛks.ɨ.koʊ̯] '멕시코', 프랑스어 Mexico [mɛk.si.ko] '멕시코' (멕시코시티), Mexique [mɛk.sikə] '멕시크' (국명 멕시코) 등으로 알려진 것이다.

16세기 초반에 태어난 에스파냐의 문호 세르반테스는 철자 x를 [ʃ]로 발음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돈 키호테》는 중세 에스파냐어로 Don Quixote라고 적었으며 프랑스어로는 Don Quichotte [dɔ̃.ki.ʃɔtə] '동 키쇼트', 이탈리아어로는 Don Chisciotte [dɔŋ.kiʃ.ˈʃɔt.te] '돈 키쇼테'로 번역되어 원래의 [ʃ] 발음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철자 개혁 이후 현대 에스파냐어에서는 Don Quijote [dɔŋ.ki.ˈxo.te] '돈 키호테'라고 적는다. 참고로 표면 발음에 따르면 '동키호테'가 맞겠지만 두 단어 사이에 일어나는 자음동화는 인정하지 않아 '돈 키호테'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에스파냐의 아스테카 정복은 1521년에 완성되었고 에스파냐인 프란시스코회 신부 안드레스 데 올모스(Andrés de Olmos)가 1547년 고전 나와틀어 문법서를 펴냈으며 역시 프란시스코회 신부인 알론소 데 몰리나(Alonso de Molina)는 1571년 고전 나와틀어 사전을 펴냈다. 그러니 고전 나와틀어가 최초로 로마자로 기록된 시기에는 에스파냐어에서도 x가 [ʃ] 발음을 나타내었다.

고전 나와틀어 Mēxihco [meː.ˈʃiʔ.ko] '메시코'는 원래 멕시코 중부 고원 지대에 위치한 넓은 계곡인 '멕시코 계곡(Valle de México)'을 가리킨 지명이다. 아스테카인 가운데 오늘날의 멕시코시티인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의 주민은 '메시카인(Mexica)'라고 불렀다. 고전 나와틀어로는 Mēxihcah [meː.ˈʃiʔ.kaʔ] '메시카'이다. Mēxihco는 Mēxihcah에 위치를 나타내는 어미 -co를 쓴 것으로 '메시카의 곳'이란 뜻이다. '메시카'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쯤되면 Mexico가 '멕이족의 곳'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던 발음상의 유사성이 상당히 약하다. 손성태는 에스파냐어 전공 교수이지만 중세 에스파냐어에서 철자 x의 발음과 México가 예외적으로 발음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듯하다.

참고로 손성태가 말하는 '멕이족'은 후한서에 나오는 명칭인 '맥이(貊夷)'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관점에서 부여, 고구려, 삼한 등을 동이(東夷)로 묶어서 쓴 책에서 맥족을 오랑캐로 지칭한 표현인데 이들이 스스로도 '맥이'라고 불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아스텍족'은 '아스땅', 곧 '아사달'에서 출발한 사람들?

흔히 영어식 철자 Aztec [ˈæz.tɛk] '애즈텍'에 이끌려 '아즈텍' 또는 '아스텍'이라고 적지만 에스파냐어로는 Azteca [as.ˈte.ka] '아스테카', 고전 나와틀어로는 Aztēcah [as.ˈte.kaʔ] '아스테카'라고 하니 이 글에서는 '아스테카'로 통일한다. 이 이름은 고전 나와틀어로 Aztlān [ˈas.t͡ɬaːn] '아스틀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스틀란'은 아스테카 인의 전설적 고향이다. 그런데 손성태는 Aztlān이 '아스땅', 곧 '아사달'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고조선의 수도로 전해지는 '아사달(阿斯達)'을 중국말로 읽으면 '아스다'이며 '다'는 '땅'을 뜻하는 말이라는 주장이다.

역사학자 이병도는 일본어에서 あさ '아사'가 '아침'을 뜻하는 것에서 착안하여 '아사'가 '아침'을 뜻하는 고대 한국어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아사달'을 '아침의 땅'을 뜻하는 고유어로 해석하였다. '달'은 '양달', '응달'에서처럼 '땅'을 뜻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이 부분은 손성태의 주장과 일치한다. '땅'은 예전에 '따'라고 했으니 '달', 더 전에는 '닫'과 같은 형태와 연관되었다는 주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북송의 운서 《광운(廣韻)》을 토대로 재구성한 '아사달(阿斯達)'의 중고시기 중국어 발음은 *ʔa.sje.dat이다.

그런데 이게 Aztlān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가 문제이다. Aztlān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으며 적어도 에스파냐인들에 의한 정복 후에는 아스테카 인들도 이를 잘 모르는 듯했다. 일단 앤드루스(J. Richard Andrews)의 Introduction to Classical Nahuatl에 의하면 -tlā-n은 '~ 근처의 곳(place in the vicinity of)'이라는 뜻의 복합 어근이다. 나와틀어 지명은 특이하게 부사형이므로 '~ 근처의 곳에서(at the place in the vicinity of ~)'이란 뜻일 텐데 첫 부분의 해석이 쉽지 않다. Āztatlān은 '백로 근처의 곳(At the Place in the Vicinity of Snowy Egrets)'라는 뜻인데 이와 혼동하기도 하지만 Āztatlān과 Āztlān은 별개의 지명이다(앤드루스는 첫 모음을 장모음으로 보아 Āztlān이라고 쓴다). 오히려 Āztlān은 '도구 근처의 곳에서(At the Place in the Vicinity of Tools)'라는 뜻으로 추정한다. 그러면서 이 지명이 '하양의 나라(The Country of Whiteness)'란 뜻이라는 주장은 비슷한 표현을 잘못 이해한 근거 없는 추측으로 일축한다.

하지만 손성태는 이 Az-/Āz-가 '하양'과 관련이 있다는 식민 시대 초기 문헌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사달'과 '아스땅'을 '하얀 땅', '하얀 흙'으로 해석한다. '아사/아스'가 한국어에서 어떻게 '하양'과 연관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지 못했다.

고전 나와틀어 지명에 쓰이는 복합 어근 -tlā-n과 '달/땅'과의 관계나 Az-/Āz-와 '아사/아스'와의 관계는 표면적인 유사성 외에는 입증하기가 힘들다.

나와틀어 = 나와다들이 말한다?

손성태는 에스파냐인들이 원주민들에게 '너희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너희들은 무슨 말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였고 '아스땅(Aztlan)에서 왔다, 나와다들이(Nahuatlatli) 말한다'라고 대답하였다고 주장한다.

새로 발견한 지역의 원주민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상대방이 한 말이 땅 이름이나 종족 이름이라고 잘못 이해했다는 이야기는 꽤 흔하지만 언어의 이름을 물어봤다는 것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단지 한국어의 '나와 다들이'와 발음이 비슷한데서 착안해 지은 이야기 같다.

나와틀어는 nāhuatlahtōlli [naː.wa.t͡ɬaʔ.ˈtoːl.li] '나와틀라톨리'라고 하는데 '소리가 분명한 말'이란 뜻으로 보통 해석한다. nāhua- '나와'는 '소리가 분명한'이란 뜻의 어근이며 nāhuatl '나와틀'은 여기에 접사 -tl이 더해 '소리가 분명한 것, 또는 사람'이란 뜻이 된 것이다. 여기에 '말'이란 뜻의 tlahtōlli '틀라톨리'가 결합할 때는 어근 nāhua- '나와'를 써서 nāhuatlahtōlli '나와틀라톨리'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른 형태소가 결합할 때는 접사 -tl이 생략되는 예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손성태는 학자에 따라 lengua nahua (나와어)라고 하기도 하고 lenhua nahuatl (나와틀어)이라고 하기도 한다면서 마치 nāhua+tlahtōlli 로 분석하는지, nāhuatl+ahtōlli 로 분석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것은 고전 나와틀어의 기본적인 형태소 결합 원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 학자는 '분명한 말'이라는 뜻이라고까지 주장했다며 '나와 다들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썼다.

tlahtōlli '틀라톨리'가 '다들이'라면 이게 고전 나와틀어에서 '말(word)'이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Tlacopan은 '땅 + 곳 + 판'?

위에서 -tlān '틀란'과 '땅', tlahtōlli '틀라톨리'와 '다들이'는 발음 차이가 커 보이지만 손성태는 고전 나와틀어에서 원래 ta였던 것이 무조건 tla로 바뀌었다는 주장을 한다. 정복 전쟁 이후의 언어 혼란으로 자음 t 다음에 무조건 l이 들어가서 모든 ta가 tla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Tlacopan '틀라코판'이라는 옛 지명이 현대 에스파냐어에서 Tacuba '타쿠바'로 변한 것을 예로 들면서 언어 혼란기를 겪은 후에 t에서 tl로 변했던 것이 그 지역 사람들이 계속 t로 발음했기 때문에 다시 t로 복원되었다는 설명했다.

Tacuba '타쿠바'에 대한 설명 자체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고전 나와틀어의 tla가 원래 *ta였다는 것은 정설이 맞다. 그렇다고 손성태의 설명이 완전히 맞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고전 나와틀어에서 쓰는 tl은 단순한 t와 l의 자음군이 아니라 무성 치경 설측 파찰음 [t͡ɬ]이란 것이다(링크에서 발음을 들을 수 있다). 무성 치경음 [t]와 무성 설측 마찰음 [ɬ]이 합쳐서 발음되는 음으로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체로키어(Cherokee) 등 아메리카 언어 가운데에서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고전 나와틀어를 보면 대체로 a 앞에는 tl이 쓰이고 다른 모음 앞에는 t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내부적인 증거와 같은 조어에서 갈라진 이웃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고전 나와틀어의 조어인 유트·아스테카 조어(Proto-Uto-Aztecan)의 *t는 고전 나와틀어에서는 *a 앞에서 이 무성 치경 설측 파찰음, 즉 tl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언어학자 벤저민 리 워프(Benjamin Lee Whorf)의 이름을 따서 워프의 법칙(Whorf's law)이라고 한다. 다만 1521년 에스파냐에 의한 정복 이후에 일어난 변화라는 손성태의 설명과 달리 아스테카 조어(proto-Aztecan) 시기에 일어난 변화로 아스테카 제국 시대의 고전 나와틀어에서는 이미 tl 음소가 정착되어 있었다.

참고로 고전 나와틀어에서 분화된 오늘날의 나와 제어는 중부와 북부에서는 tl이 유지되었으나 동부에서는 tl이 t로 변했고 서부에서는 tl이 l로 변했다. 타쿠바(Tacuba)에서 쓰이는 언어는 동부 제어 가운데 하나인 피필어(Pipil)로 tl이 t로 변해서 고전 나와틀어의 Tlacopan '틀라코판'은 피필어로 Takupan '타쿠판'이 되었다. 에스파냐어에서 쓰는 '타쿠바'는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다시 Tlacopan '틀라코판'에 대한 손성태의 설명을 보자. 그는 이 지명이 'Ta (따) + co (고) + pan (판)'으로 구성되었으며 Ta (따)는 '땅'의 고어, co (고)는 '곳'에서 받침소리 'ㅅ'이 탈락한 것, pan (판)은 '벌판, 들판, 모래판'의 '판'이라고 주장한다. 즉 장소를 나타내는 낱말 세 개를 겹친 지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전 나와틀어 Tlacōpan '틀라코판'의 어원을 찾아보면 '막대기' 또는 '창(무기)'을 뜻하는 tlacōtl '틀라코틀'에 위치 접미사 -pan '판'을 붙인 이름으로 나온다. 장소를 나타내는 말 세 개를 겹친 것보다는 더 설득력이 있다.

산을 뜻하는 지명 형태소 tepec는 '태백'에서 왔다?

손성태는 산과 관련된 고전 나와틀어 지명에 등장하는 tepec '테페크'는 뜻을 기준으로 우리말 발음에 맞게 '복원'하면 우리말에 존재하는 산의 명칭에 '합치'하도록 '태백'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말에는 '태백산'이라는 명칭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전 나와틀어의 tepēc '테페크'는 '산, 언덕'을 뜻하는 tepētl '테페틀'에 위치 접미사 -c가 더해진 형태이다. 즉 -c가 없는 어근 tepē- '테페'를 원형으로 삼아야 한다. 또 '태백(太白/太伯)' 자체가 고유어 이름을 한자로 뜻을 풀어 쓴 것일 가능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원래의 한자음은 '타이박'과 비슷했을 것이다. 참고로 중고시기 중국어 발음은 *thajH.bæk였으며(H는 성조 가운데 거성을 표시) 중세 국어에서도 'ㅐ'는 '아이' 비슷한 이중모음으로 발음되었다.

차라리 고전 나와틀어의 tepē- '테페'는 '언덕'을 뜻하는 터키어 tepe '테페'에 관련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일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 뿐이다.

고전 나와틀어는 에스파냐어식 표기 때문에 원래의 발음 구별이 사라진 것이다?

앞에서 tepec '테페크'는 '태백'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보인 것처럼 손성태는 고전 나와틀어에 원래 우리말처럼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있었는데 에스파냐어식 표기 때문에 이들을 구별 못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말의 '달, 딸, 탈'을 에스파냐어로 표기하면 모두 tal이 되어 구별을 못하는 것처럼 고전 나와틀어에서 쓰인 음의 구별도 에스파냐어식 표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며 이 때문에 고전 나와틀어의 표기와 대응되는 여러 우리말식 발음 가운데 우리말에 '합치'하는 것을 찾아 원 발음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우리말로 해석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 외에는 고전 나와틀어가 우리말과 같은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있었다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음의 구별이 있었다면 비록 에스파냐인 선교사들이 문법서와 사전을 기록했다고 해도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고전 나와틀어에서 갈라져 나온 피필어 같은 현대의 언어, 또 유트·아스테카 어군에 속하는 쇼쇼니어(Shoshoni), 코만치어(Comanche) 등의 다른 언어에 흔적이라도 남아있을 텐데 이들은 모두 평음, 경음, 격음의 구별이 없이 각 조음 위치마다 무성 파열음 하나씩 밖에 없다. 즉 [p, t, k]만 있고 [b, d, ɡ]는 이들 언어에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의 구별이 사라진 것을 에스파냐어의 영향으로 돌리더라도 에스파냐어에는 무성 파열음 [p, t, k]와 유성 파열음 [b, d, ɡ]가 모두 존재하는데 왜 이들 언어에는 무성 파열음만 남았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에스파냐에 의한 정복 이전에 쓰인 아스테카 문자에서도 여러 계열의 자음이 쓰였다는 증거는 없다. 단 아스테카 문자는 주로 표의 문자로 쓰였고 지명 등 일부 용도로만 표음 문자처럼 쓰였기 때문에 원 발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는 못한다.

또 고전 나와틀어에 우리말의 'ㅡ', 'ㅓ'와 같은 모음이 있었는데 에스파냐어에서 이들을 제대로 표기할 길이 없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면서 든 예들이 재미있다.

지명 가운데 Tlatelolco (다델올고)는 '다들 올 곳'이며 Tlatilco (다딜고)는 '다들 곳'이라고 주장한다. 복수형 접사 '들'을 tel 또는 til로 적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미 설명을 보면 Tlatelōlco '틀라텔롤코'는 '작은 언덕'을 뜻하는 tlatilli '틀라틸리', Tlātilco '틀라틸코'는 숨기다를 뜻하는 tlātia '틀라티아'와 관련되어 있어 보인다. 고전 나와틀어에서 복수형 접미사는 격과 단어 종류에 따라 -h, -tin, -meh, -huān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말의 '들'과 비슷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또 conetl은 형태소 구조가 '큰 애들'이라고 주장했다. '애'는 중세 국어에서 '아히'라고 했다는 것을 둘째치더라도 conētl '코네틀'의 -tl은 이미 여러 번 보아온, 고전 나와틀어에서 대표적인 단수형 접미사이다. 이미 언급한 tepētl '테페틀', tlacōtl '틀라코틀'을 비롯하여 '토마토'의 어원인 tomatl '토마틀', '아보카도'의 어원인 ahuácatl '아와카틀', '초콜릿'의 어원인 chocolātl '초콜라틀', '코요테'의 어원인 coyotl '코요틀' 등 잘 알려진 나와틀어 명사는 대부분 -tl로 끝나는 형태인데 모두 단수형이다. 참고로 집단 이름인 Mēxihcah '메시카', Aztēcah '아스테카'는 복수형을 쓰는 것이며 단수형은 각각 Mēxihcatl '메시카틀', Aztēcatl '아스테카틀'이다. 그러니 conetl의 -tl을 복수형 접사 '들'로 보는 것을 고전 나와틀어 문법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전쟁 도구 명칭 가운데 macahuitl (마까기틀)을 '막 까기 틀'로 분석한 것도 단수형 접미사 -tl을 제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사실 maccuahuitl '마콰위틀' (또는 mācuahuitl '마콰위틀')은 '손'을 뜻하는 māitl의 합성어 형태 mac-에 '나무, 장대'를 뜻하는 cuahuitl '콰위틀'이 결합한 것이다.

어순 등의 문법이 우리말과 같다?

손성태 본인의 주장인지 모르겠지만 고전 나와틀어에 대한 블로그 글을 보면 우리말과 어순이 똑같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고전 나와틀어는 어순에서 비교적 자유롭기는 하지만 보통 서술어가 먼저 오는 형태로 대부분 VSO 언어로 분류한다. 학자에 따라 VOS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SOV 언어인 우리말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국어처럼 어근에 접사가 붙는 교착어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나 워낙 많은 형태소가 결합할 수 있어 포합어(polysynthetic language)로 분류된다. 한국어에서는 한 문장으로 나타낼 것을 고전 나와틀어에서는 동사절에 주어, 목적어 등의 의미를 포함하는 접사를 여러 개 덧붙여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

결론

고전 나와틀어에서 우리말을 찾을 수 있다는 손성태의 주장은 파열음과 파찰음이 무성음 계열 하나밖에 없고 모음 체계도 비교적 단순한 언어에서 그에 대응하는 한국어를 짜맞추기 쉽다는 점에 힘입어 기본적인 문법 규칙조차 무시하면서 연상되는 소리가 비슷한 말로 해석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t는 'ㄷ', 'ㅌ', 'ㄸ'이 될 수 있고, e는 '애', '에', '어', '으'가 될 수 있으며 우리말의 받침은 보통 생략된다고 친다면 te는 '테', '때', '더', 덤', '댁', '터' 등 우리말로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수없이도 많다. 그런 식으로 짜맞춘다면 여기저기서 우리말이 발견되는 것은 당연하다.

고전 나와틀어는 이미 설명한대로 아메리카의 언어 가운데 예로부터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에스파냐어 수준만큼이라도 알려져 있었다면 이 정도로 무너뜨리기 쉬운 주장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한국어의 역사에 대한 지식도 이런 얄팍한 주장을 간파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사랑하다'를 뜻하는 tlazohtla [t͡ɬa.ˈsoʔ.t͡ɬa] '틀라소틀라'를 '다 좋다'로 해석하는 것은 그렇 듯하게 들릴 수 있지만 '좋다'가 중세 국어에서 '둏다'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혀 비슷하지 않다. 고전 나와틀어 철자에서 z가 [s]를 나타낸다는 점도 있다(고전 나와틀어 철자에는 s가 쓰이지 않았다).

그나마 이 글을 통해 '토마토'와 '초콜릿'을 우리에게 선사한 언어인 고전 나와틀어가 제대로 알려졌으면 한다.

덧글

  • 슈타인호프 2015/04/24 11:23 # 답글

    끝소리님 글 오랜만이네요. 좋은 글 감사히 보았습니다.
  • 끝소리 2015/04/24 17:19 #

    오랜만입니다. 글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 迪倫 2015/04/24 11:36 # 답글

    끝소리님 글 오랜만에 즐겁게 읽었습니다!
  • 끝소리 2015/04/24 17:20 #

    감사합니다. 글 즐겁게 읽으셨다니 쓴 보람이 있습니다.
  • santalinus 2015/04/24 11:54 # 답글

    의외로 특정 외국어를 한국어와 연결지어서 헛소리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에스파냐어 뿐만이 아니라, 따밀어, 뱅갈어, 힌디어 심지어 히브리어까지 끌어들이는 인간들도 보았어요. 주화입마인지 인지부조화인지, 논리적 문제점을 지적해도 잘 인정을 안합니다. 왜 그럴까요?
  • 1 2015/04/24 13:36 # 삭제

    원래 환독에 걸리면 답이 없어집니다
  • 끝소리 2015/04/24 17:25 #

    비단 한국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간의 심리라는 것이 관찰하는 모든 것에서 숨은 패턴을 찾고 싶어하기 마련이어서 어느 언어라도 자신이 아는 언어와의 유사성을 찾으라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정에 맞는 증거만 눈어 들어와 확증 편향을 통해 굳어지고 거기에 맞지 않는 증거는 무시하게 되죠.
  • 언퍼 2015/04/24 11:54 # 삭제 답글

    와 '끝소리' 보고 진심 깜짝 놀랐네요...
  • 끝소리 2015/04/24 17:26 #

    예, 워낙 오랜만에 글을 썼습니다.
  • 키르난 2015/04/24 12:26 # 답글

    오랜만에 올라온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끝소리 2015/04/24 17:26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漁夫 2015/04/24 12:38 # 답글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끝소리 2015/04/24 17:26 #

    예,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알카시르 2015/04/24 17:03 # 답글

    끝소리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본문을 읽고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1.Nahuatl 자체가 언어의 이름 아니었나요? 저는 Nahua가 민족 이름이고 여기에 언어를 뜻하는 tl이 붙어 나와족의 말이라는 뜻의 나와틀이라는 단어가 나온 줄 알았습니다.
    2.그래서 흔히 말하는 나와틀어는 틀리고 나와어라 하는 게 맞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와틀어를 원어로는 나와틀라톨리라 한다면, 나와어는 틀리고 나와틀어가 맞는 것인가요?
    3.무성 파열음만 있는 언어는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요? p, t, k는 한글로 ㅂ, ㄷ, ㄱ가 되지만, 외래어를 표기할 때는 일반적으로 ㅍ, ㅌ, ㅋ로 표기합니다. 그러나 b, d, g 발음이 없는 아이슬란드어 표기에서는 ㅂ, ㄷ, ㄱ가 되지요. 말씀하신 쇼쇼니어와 코만치어에서는 유성 파열음이 아예 없는데, 이 경우 그 언어의 무성 파열음을 한국어 발음대로 ㅂ, ㄷ, ㄱ로 표기해야 할까요, 아니면 외래어 표기의 관례대로 ㅍ, ㅌ, ㅋ로 표기해야 할까요?
  • 끝소리 2015/04/24 17:50 #

    반갑습니다.
    1. 원래는 nāhuatlahtōlli '나와틀라톨리'라 하는 언어 이름이 먼저 있었고 이 것을 nāhua- '나와' 어근에 '말'을 뜻하는 tlahtōlli '틀라톨리'가 붙은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참고한 고전 나와틀어 사전에서도 사전 편찬에 참고한 자료에서 nāhuatl '나와틀'이 독립된 형태로는 발견되지 않았고 합성어 nāhuatlahtōlli '나와틀라톨리'의 일부로만 보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nāhuatl '나와틀'은 nāhua- '나와'에 단수형 접미사 -tl이 붙은 형태입니다. 즉 언어명이나 민족명으로 사용되는 '나와틀', '나와'는 '나와틀라톨리'에서 역형성된 것입니다. '아스테카틀' 대신 '아스테카', '메시카틀' 대신 '메시카'를 민족명으로 쓰는 것처럼 민족명에는 단수형을 보통 쓰지 않습니다. 사실 고전 나와틀어 복수형은 nāhuah '나와'일 텐데 영어에서는 그냥 어근만 따서 Nahua '나와'라고만 쓰는 것 같습니다.
    2. '나와어'가 맞는지 '나와틀어'가 맞는지는 정답은 없습니다. 어근 '나와'로 통일하여 '나와족', '나와어'로 쓰는 것도 일리가 있고 보통 쓰이는 영어 명칭인 Nahuatl에 맞추어 '나와틀어'로 쓰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나우아틀어'라고 쓰니 후자를 택했습니다. 영어에서는 또 고전 나와틀어가 속하는 어군을 Nahua-에 -n을 붙여 Nahuan languages '나와 어군'이라고 부릅니다.
    3. 무성 파열음만 있고 로마자로도 p, t, k로 적는 경우는 외래어 표기의 관례대로 'ㅍ, ㅌ, ㅋ'으로 통일하는 것이 혼란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현대 나와틀어군 발음을 들어보면 실제 쓰이는 발음은 무기 무성 파열음, 즉 된소리 발음이지만 에스파냐어의 p, t, k를 'ㅍ, ㅌ, ㅋ'으로 적는 것처럼 나와틀어에서도 거센소리 계열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슬란드어에서 [p, t, k]로 발음되는 b, d, g는 원래는 유성음 계열에서 발달하였고 철자도 같은 계열의 언어에서 유성음을 나타내는 글자로 적으며 거센소리로 발음되는 p, t, k와 어두에서 발음이 구별되므로 예사소리 'ㅂ, ㄷ, ㄱ'으로 적는 것입니다.
  • 알카시르 2015/04/24 18:47 #

    1.그렇다면 나와틀어에서 Nahuatl이라는 단어는 아예 없었고, 나와족을 뜻하는 Nahua와 그 언어를 뜻하는 Nahuatlahtolli뿐이었다는 것인가요?
    2.그나저나 에스파냐어에서는 h발음이 없고, 윅셔너리에는 Nahuatl은 에스파냐어로도 nawatl로 발음되지 nauatl로 발음하지는 않던데, 왜 에스파냐어로는 나우아틀로 써야 하죠?
    3.아랍어에서는 어말의 h는 발음하지 않지만 자음 앞의 h는 발음합니다. 같은 이치로 nāhuah는 나와흐가 아닌 나와로 표기하지만, nāhuatlahtōlli는 나와틀라흐톨리로 표기해야 맞겠군요?
    4.아이슬란드어는 p와 b를 구분하여 표기하니 p와 b를 ㅍ와 ㅂ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쇼쇼니어와 코만치어에는 그런 구분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어에서는 거센소리보다 예사소리가 훨씬 많이 쓰입니다. 그러니 국어 음운에 맞게 ㅂ, ㄷ, ㄱ라는 정확한 발음을 구현하여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 끝소리 2015/04/24 21:34 #

    1. nāhuatlahtōlli '나와틀라톨리'이란 언어명이 원래부터 있던 말로 문헌에 기록되어 있었고 독립 형태(nāhua-, 즉 nāhuatl 또는 nāhuah)는 사전 편찬 당시에 문헌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없었던 말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영어로 치면 English라는 이름은 있고 *Engle이란 독립형은 기록에 없었다는 얘기 비슷합니다). 그러나 언어명에서 민족명이 나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나와틀어'를 뜻하는 nāhuatlahtōlli '나와틀라톨리'가 있었고 여기에서 이 언어를 쓰는 이들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nāhua- 어근을 써서 nāhuah '나와'를 쓴 것을 에스파냐어와 영어에서 Nahuas로 옮긴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nāhua- 어근은 나와틀어에서 독립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단수형은 접사 -tl이 붙어 nāhuatl, 복수형은 접사 -h가 붙어 nāhuah가 됩니다. nāhuatlahtōlli '나와틀라톨리'이 '소리가 분명한 말'을 뜻한다는 설이 맞다면 이게 원래 언어를 가리키는 이름인 것이 확실하고, 후에 '소리가 분명한 말을 하는 이들'이란 뜻으로 nāhua- 어근을 분리시켜 민족명으로 썼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기원이 어떻든 nāhuatl은 오늘날 나와틀어에서 실제 쓰이는 말입니다.

    2. 외래어 표기법의 에스파냐어 표기 규정에서 철자 w는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 '와', '웨' 등으로 적고 gua, qua는 '과', '콰'로 적도록 하고 있지만 그 외의 철자를 비슷하게 적을 수 있도록 규정을 정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hua가 [wa]로 발음되더라도 외래어 표기법에 나오는 규칙만 따르면 '우아'가 됩니다. 철자와 관계없이 어두나 모음 사이의 [w]는 뒤의 모음과 합쳐 적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고시된 외래어 표기법에는 hua를 '와'로 적을 수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 대신 Ecuador '에콰도르' 처럼 규정과 관계 없이 발음에 따라 적는 표준 표기도 있습니다.

    3. 언어마다 철자 h의 용도는 제각각이니 아랍어 표기에서 쓰는 방식이 고전 나와틀어 표기에 똑같이 적용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고전 나와틀어 철자에서 h는 성문 폐쇄음 [ʔ]를 나타냅니다. 한글로는 보통 적지 않습니다. 'ㅎ'으로 적을만한 음이 아닙니다. 참고로 아랍어 표기 시안에서 어말의 h는 무조건 적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말의 -ah에서만 적지 않습니다.

    4. 한국어에서 거센소리보다 예사소리가 더 많이 쓰인다고 무성 파열음만 있는 언어에서 로마자 p, t, k로 쓰는 음을 'ㅂ, ㄷ, ㄱ'으로 적는다면 혼란을 부를 것입니다. 또 한 언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해당 언어만 고려할 수 없습니다. 그 언어에서 쓰인 이름이 다른 언어에서는 어떻게 불리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무성 파열음만 있는 언어 가운데 대표적으로 하와이어가 있는데 지명 Waikīkī를 예사소리를 쓴다고 '와이기기'로 쓰면 영어 발음을 따른 표기인 '와이키키'와 차이가 납니다. 하와이어의 k는 g와 k의 구별이 있는 영어에서 k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고려해서 하와이어의 Waikīkī도 '와이키키'로 적는 것이 낫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전 나와틀어의 Aztēcah를 '아스데가'로 적으면 에스파냐어의 Azteca '아스테카'와 차이가 나게 되는데 같은 무기 무성 파열음 [t]와 [k]를 한 쪽에서는 예사소리로 적고 다른 한 쪽에서는 거센소리로 적을 이유가 없습니다. 둘 다 '아스테카'로 적는 것이 낫습니다.
  • 알카시르 2015/04/24 21:48 #

    답변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겠습니다. 즉 나와틀어에서는 Nahua라는 어근은 있지만 Nahua가 단독으로 단어가 되지는 않고, 나와족을 일컫는 단수형으로 Nahuatl이, 복수형으로 Nahuah가 쓰인다는 것인가요?
  • 끝소리 2015/04/24 22:39 #

    그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어에는 Ἑλλα- '헬라-'라는 어근은 있지만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주격 Ἑλλάς '헬라스', 속격 Ἑλλάδος '헬라도스'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나 경우는 조금 달라도 우리말에서 '반갑-'이란 어간은 있지만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반갑다', '반가워' 등으로 쓰는 것과 비교할만합니다.
  • 까롤로 2015/04/25 18:30 # 답글

    3년만에 이런 귀중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전에 나와틀어의 honorific 의 형태론에 대해 재밌게 읽었는데 나와틀어에 대해 써주시니 한결 더 반갑습니다
    이런 걸 pseudolinguistics(?) 라고 해야 할까요 아예 무식한거보다 무서운게 조금 아는 건가 보네요
  • 끝소리 2015/04/25 23:52 #

    위키백과에는 의사 언어 비교(Pseudoscientific language comparison)라고 하네요. 그 특징을 보면 언어의 역사, 계통에 대한 기존 연구를 완전히 무시하며 특히 사라진 고대 문명, 알려지지 않은 민족의 이동 같은 역사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핀란드어를 페루의 케추아어에 비교한다든지 일본의 아이누어를 에스파냐, 프랑스의 바스크어에 비교한다든지 하며 수메르어, 이집트어 등 고대 문명에 쓰인 언어는 이런 의사 언어 비교의 단골 연구 대상입니다.

    문제는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인 손성태가 '언어학자'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puzzlist 2015/04/25 21:18 # 삭제 답글

    feedly에 "세계의 말과 글"이 뜨기에 반가워서 얼른 열어서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립니다.
  • 끝소리 2015/04/25 23:59 #

    반갑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개구리 2015/06/11 10:33 # 삭제 답글

    손성태 교수님 말이 훨 설득력이있는데..혹시 쪽바리..^^; 언어뿐 아니라 ㅂㅅ나 복식이나 놀이 문화도 같이 손교수님은 설명하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하나도 않고 나우아틀인지 좃틀인지 언어만가지고 테클이냐...
  • 끝소리 2015/06/23 23:40 #

    이곳은 언어 관련 주제만 다루는 블로그입니다.
  • 어떻게 2017/01/30 17:44 # 삭제

    뇌가 생겨먹어야 이 정도 글을 보고도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아 뇌가 없으신가.
  • 개구리 2015/06/11 11:02 # 삭제 답글

    테클을 걸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가 중세 에스파냐나 나우좃틀에 모든걸 다아는거처럼 글을 적었네..좀 주워 들은건 있는거 같지만 손교수님 글 테클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 주화입마 2015/06/11 16:33 # 삭제

    요즘 세상에도 환빠가 다 있네 ㅎ 국격 떨어뜨리는 게 자기들인지도 모르는 분들 ㅎㅎㅎ
  • 끝소리 2015/06/23 23:42 #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가 이 글에서 쓴 중세 에스파냐어나 나와틀어 관련 내용은 외국어 자료를 통해서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 고인돌 2015/07/19 14:53 # 삭제 답글

    멕시코 아스텍에 유물과 풍습 그런것들이 비슷한점은 언어랑 상관없이 그냥 우연이라하기 힘드네요.
    아시아인들이 북-중 아메리카에 이동한거를 모르시나보네요. 사진과 자료들이 꽤많이 책에도 있다 들었는데 그럼 그것도 갖다맞춘걸까요.
  • 끝소리 2015/09/23 02:01 #

    저는 언어 관련 얘기만 하려고 본문에서는 일부러 언급을 안했습니다. 손성태 교수는 발해 유민 일부가 아메리카에 넘어가서 아즈텍 문명을 만든 것 같다고 주장하는데 발해 멸망은 926년이고 학자들에 의하면 나와틀어는 늦어도 발해가 존재하기도 전인 7세기에 이미 멕시코 중부에서 쓰였습니다. 7세기이면 한국사는 삼국 시대인데 주로 고려 시대에 기록된 향가를 통해 볼 수 있는 신라어만 해도 현대 한국어와 큰 차이가 있으며 백제어, 고구려어 등은 차이가 더욱 심합니다. 그러니 7세기에 한민족이 멕시코에 넘어갔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삼국시대의 언어와 비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손성태 교수의 주장에는 한국어의 통시적인 변화에 대한 고려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이 아시아에서 건너간 이들의 후손이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대부분은 1만5천년 전에 건너간 이들의 후손입니다. 그 후에도 이주한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후손은 극지방의 원주민들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유전 정보의 분석으로 최근 인류의 이주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 2015/07/19 14:5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毫端 2015/08/23 13:28 # 삭제 답글

    라후어나 찌아찌아어 포스팅이 문득 생각나는군요. 인류공영을 위한 언어학이 암묵적인 언어포식(glottophagie)의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이 안타깝습니다.
  • 끝소리 2015/09/23 02:03 #

    거창하게 인류공영까지는 아니어도 객관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학문으로서의 체면은 지켜야겠죠.
  • HanQ 2015/08/26 09:28 # 삭제 답글

    멕시코 역사 교재 스페인어원전 선사시대편에 조개 채집가 조항에 패총을 의미하는 단어로 "Kjokenmoeding"이라는 단어가 있는 걸 보고 깜작 놀랬읍니다. (위의 oe는 책에는 O에 움라우트 같은 기호가 있는데 여기에 표현할 줄 몰라 oe로 적습니다)

    원전 인디언 언어가 어느 것인지 밝히진 않았더라구요. 그러나 현대의 조개무덤이라는 단어와 비교해도 놀랄만큼 비슷하지 않은가요?

    서로 관련이 없는듯한 고대의 언어에서 각자 파생한 두 개의 현대어간 유사점에 대한 고찰을 너무 현대인의 관점에서 음소 하나 하나의 일치를 찾기 보다는 비 언어학적인 다를 측면들도 폭 넓게 보면서 연구하면 어떨까 합니다.

    손성태 교수의 "한민족의 대이동" 멕시코편을 한 번 숙독해 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어거지나, 꿰 맞추기로 느껴지는 부분도 상당부분 있지만 비언어학적 비교에서 상당부분 설득력 있는 내용도 많아요.

    참고로 저도 언어학도이고 스페인어 전공자며 남미 전문가 이지만 손교수님과는 관련이나 면식이 없습니다.
  • 끝소리 2015/09/23 01:33 #

    인디언 언어가 아니고 덴마크어 Køkkenmødding '쾨켄뫼딩'의 옛 철자에서 나온 것입니다. 19세기 중반 덴마크 국립박물관의 고고학자들이 붙인 명칭입니다(덴마크는 고고학을 학문으로 정립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노르웨이어에서는 Kjøkkenmødding '셰켄뫼딩'이라고 하고 예전에는 덴마크어에서도 그렇게 썼지만 오늘날에는 덴마크어 발음에 맞게 철자를 고친 것입니다.

    덴마크어에서 køkken은 '부엌', mødding은 '쓰레기 더미, 똥 무더기'를 뜻합니다. 영어로는 kitchen midden으로 번역합니다. 덴마크어의 mødding은 고대 노르드어에서 myki '똥', dyngja '무더기'를 합친 *mykdyngja에서 나왔고 영어의 midden도 같은 어원입니다. 덴마크어의 køkken과 영어의 kitchen도 기원이 같습니다.

    즉 한국어의 '조개무덤'이라는 단어와는 표면적 유사성 외에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 아인베르츠 2015/09/06 16:35 # 답글

    이번학기에 세계와 다문화관련 교양신청했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이 한민족이라는 개풀씹는 소리에 수강취소하고 이 포스팅에서 비슷한 내용 있던거 기억나서 다시 보러왔다니 그 교양 교과서랑 작가가 같네요. 망할.....
  • 끝소리 2015/09/23 02:04 #

    그것을 교양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니 걱정이네요.
  • 엉망이네 2016/06/28 23:40 # 삭제 답글

    불쌍하네. 영어권 학자들이 자기네 언어의 기원도 못찾아서 헤매고 있는 판국에 모든걸 알고 있다는 이 근자감은 대체 뭐지?
    하다못해 한반도에 존재하는 사투리도 제대로 모르는 판국에 외국어, 그것도 고어까지 다 안다? 정말로?

    그냥 궈람시라 드럼시라 말헌댄 말이라? 말허클랑 누게가 바도 앗싸리허게 이게 기구나허게 허여삽주 그냥 궈른댄 그게 기가 되크라?

    언어학자니까 이 말 아시겠죠? 한국어인데 모르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타향만리 외국 고어까지 다 꿰차고 있는 판국에 한국말을 모른다? 얼굴 팔린겁니다.
    朴 나무껍질 박. bark 개가 짖다. 나무껍질. 潭못 담. dam. 댐, 어원 미상. 물을 가둔 댐.
    毒독 독. tox 독. 어원미상. 등등등.
    이런 거는 알고 있을라나?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하실라나? 위성 쓰레기가 떨어져 땅에 튕겨 똥꼬에 박힐만한 우연이 너무 많다는게 함정이겠지.
  • 끝소리 2016/06/29 17:50 #

    저는 언어학자가 아니고 언어학 가운데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음운학과 음성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입니다. 그리고 흔히 오해하지만 언어학자는 언어와 방언을 많이 아는 사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자입니다.

    朴, 潭, 毒은 중고한어로 phæwk, dom, dowk이고 상고한어 음은 *pʰˁrok, *C.lˁ[ə]m, *[d]ˁuk으로 재구성된 바 있습니다(C는 자음인데 정확히 어떤 자음인지 불확실한 것을 나타냅니다). 한편 '나무껍질'을 뜻하는 영어의 bark는 게르만 조어 *barkuz에서 왔고 dam은 게르만 조어 *dammaz에서 왔습니다. 영어에서 '독'을 뜻하는 요소로 이해되는 tox는 라틴어 toxicum을 거쳐 고대 그리스어 τοξικόν ‎(toxikón)에서 왔고 뿌리를 따지면 '활'을 뜻하는 τόξον (tóxon)에서 왔습니다(독화살에 쓰이는 독에서 뜻이 연유). 즉 뿌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형태가 달라지고 오랜 음운 변화 및 의미 변천에 의해 오늘날 우연히 뜻과 소리가 비슷한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 맞습니다.
  • 끝소리 2016/06/29 18:17 #

    영어권 학자들이 자기네 언어의 기원도 못 찾는다는 말은 어떻게 나왔는지요? 고대 영어로 된 문학 작품은 7세기에 최초로 기록되었고 영어가 속한 게르만 어군의 다른 언어인 고트어는 4세기에 기록되었으며 나아가서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고대 페르시아어, 산스크리트어 등 수천 년 전부터 기록된 언어들과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 방대한 연구로 인해 밝혀져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뿌리인 인도·유럽 조어는 매우 자세하게 연구가 되어있고 그 어휘와 문법이 상당히 알려져 있어 이 언어로 짧은 이야기를 창작한 예도 있습니다. 역사언어학에서 인도·유럽 어족처럼 그 기원이 많이 연구되고 자세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 2016/07/02 12:39 # 삭제 답글

    유투브에,
    조선말의 뿌리와 조선의 역사 1 ~ 34, 보십시오 ~ ~
  • 끝소리 2016/07/02 16:59 #

    첫 동영상 보다가 말았습니다. Amazing Grace의 체로키어판을 가지고 옛 한국어로 해석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황당한 엉터리 주장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Amazing Grace의 체로키어판 가사는 '창조자'를 뜻하는 ᎤᏁᎳᏅᎯ (unelanvhi), '아이'를 뜻하는 ᎤᏪᏥ (uwetsi)로 시작합니다(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예수를 이르는 가사입니다). 이른바 해석한다고 댄 '있을 유'고 '흐르는 내'고 뭐고 하는 얘기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뒤이어 ᎢᎦᎫᏴᎮᎢ (igaguyvhei)는 '그가 우리를 위해 그것을 값을 치렀다'라는 뜻입니다. 체로키어의 포합적(polysynthetic) 특성상 문법상으로 ig-의 3인칭 단수형에 목적어까지 포합된 형태입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언덕을 맞이한다'고 어쩌고저쩌고 하고 있으니... 뒤이어 '이제/곧이어'를 뜻하는 ᎿᏉ (hnaquo)를 '낙원'으로 해석한 것도 어이없고요.

    국내에 체로키어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아무 주장이나 해도 반박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럴듯한 얘기만 늘어놓는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미국 사람이 한국어 노래를 틀어놓고는 그 소리에서 연상되는 영어 단어들을 나열하며 '옛 영어'로 해석하고 한국어는 옛 영어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행히 체로키어는 미국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언어라서 노력하면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위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의 체로키어 과정 페이스북 포스팅 중에서 다음 부분을 참고한 것입니다.

    Amazing Grace
    ᎤᏁᎳᏅᎯ ᎤᏪᏥ
    ᎢᎦᎫᏴᎮᎢ
    ᎿᏉ ᏦᏒ ᏫᎤᎶᏎ
    ᎢᎦᎫᏴᎰᏅ
    Unehlanvhi uwetsi
    Creator his/her child
    Igaguyvhei
    He/She paid for us [ig- 3sg Acts On 13plural]
    Hnagwo tsosv wiulose
    Then heaven he/she went back there
    Igaguyvhonv
    After he/she paid for us completely; -on- Completive
  • Plurality 2017/01/29 11:53 # 삭제 답글

    신년벽두부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공영」방송 케이.비.에스.(K.B.S.)에서 이러한 내용을 방영했습니다.
    https://mobile.twitter.com/fumikaislove/status/825367517375795200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네요.
  • 끝소리 2017/01/29 17:46 #

    이런 얄팍한 주장이 통할 수 없게 언어와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이 널리 알려지도록 모두들 분발해야 하겠습니다.
  • 어원생각 2017/01/29 21:42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손교수는 언어학자 이면서 유아어,천체어,신체어등이 같으면 같은 조상의 어족으로 인정될수 있는데
    ..................
    우연의 일치로 비슷한 말은 다른 나라말의 단어중에 많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이유는 현생인류는 DNA가 같기 때문에
    같은 조상의 후예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 끝소리 2017/01/30 02:38 #

    손성태가 에스파냐어 전공이면서 언어학 쪽으로 공부는 했을 텐데 비교언어학이나 언어의 통시적인 변화에 대한 지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발표 논문을 보면 에스파냐어의 통사론 쪽 전문 같다고 합니다. 특정 언어의 문법을 열심히 연구했다고 해서 언어의 계통을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현생인류가 다 같은 조상의 후예라고 해도 우리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복원할 수 있는 언어의 옛 모습은 기껏해야 1만 년까지밖에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데 세계 각지의 인류가 갈라진 것은 훨씬 오래 전입니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계통이 다른 언어 사이의 유사점은 보통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조상이 같다고 해서 언어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수메르어, 엘람어, 에트루리아어 등 수많은 언어가 사멸한 것을 보거나 가깝게는 만주족이 고유의 언어를 잃어버린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어원생각 2017/01/29 21:44 # 삭제 답글

  • 끝소리 2017/01/30 03:12 #

    링크하신 글의 어원 나열은 완전 소설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어원이 잘 알려진 것들입니다. 인도유럽조어 *dṓm에서 라틴어 domus, 슬라브 조어 *dȏmъ 등이 나왔고 리투아니아어 namas, 라트비아어 nams도 여기에서 나온 것으로 봅니다. 발트어에서 어두의 d가 어떻게 n으로 바뀐 것은 불규칙적으로 소실단계(zero-grade, 모음이 탈락한 어근 형태)에서 *dm이 *nm으로 동화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단순히 개별 단어의 형태가 비슷하다고 연결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어들이 어떻게 규칙적으로 대응되는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도유럽조어의 어두 *d는 게르만조어의 *t에 대응된다 식으로 전반적인 규칙을 설명을 해야지 그냥 개별 단어가 어떻게 변했을 것이다 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중국어 家 jiā의 어원을 [디바]가 [지아]로 바뀐 것으로 설명했는데 家의 한자음이 '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 안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jiā는 현대 북방어 형태이고 광둥어는 gaa1, 하카어는 kâ, 민난어는 ke 또는 ka로 중세 중국어의 /kˠa/에 더 가깝습니다. jiā는 중세 중국어의 /kˠa/가 현대 북방어로 이어지면서 규칙적인 변화를 겪은 결과입니다. 江이 현대 북방어에서 jiāng이 된 것도 같은 규칙을 따른 것입니다. 家의 고대 중국어 발음은 /*kˤra/로 복원됩니다.

    한국어 '나무'를 [다부]가 [나무]로 된 것으로 설명했는데 중세 국어에서는 '나모'였다는 것 정도는 알아주셔야죠.

    '집', '채'는 중세 국어에서도 '집', '채'로 썼습니다. 근세 국어에서 '디', '티'가 'ㅈ', 'ㅊ'으로 구개음화한 경우는 많지만 이들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다]가 [타]를 거쳐 [차]가 되었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입니다.
  • ㅇㅇ 2017/01/30 17:45 # 삭제 답글

    블로그 주인장은 학술적인 이유 대가며 차분하게 반론하는데 가져온다는게 쪽발이 어쩌고 하는 두뇌 수준하며,
    님들 그거 암? ㅋㅋㅋㅋ 문화적으로 유사 어쩌고 하는데 중국 상나라 아즈텍설이 더 가까움 ㅋㅋ
  • theriser 2017/01/30 21:14 # 삭제 답글

    아즈텍에서 발견된 소녀미이라와 한국인들의 유전적 유사성은 어쩌시고???
    저는 손성태씨의 주장이 상당히 일리있어보입니다. 물론, 이를 확증하는 것은 다른 일이고. 그의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가진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끝소리 2017/01/31 00:47 #

    아즈텍을 비롯한 아메리카 원주민은 거슬러 올라가면 동북아시아에서 건너간 이들의 후손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흔히 말하는 빙하기에 건너갔으니 1만 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아스테카 문명을 형성한 나와족이 멕시코 북부에서 멕시코 중부로 이주한 것은 고구려가 멸망하기 전인 6세기경입니다. 이들의 언어는 미국 유타 주의 유트어와 같은 계통이라 하여 유트·아스테카 어족에 포함시키는데 이 어족에 속한 여러 언어를 비교하여 이들의 공통 조상은 보통 약 5천 년 전에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의 건조 지대에 살았다고 추측합니다.

    전 블로그 주제상 언어만 다루고 싶지만 역사적인 이유로 따져도 한민족과 나와족을 연결시키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 알카시르 2017/02/20 21:19 # 답글

    끝소리님, 안녕하세요? 메소아메리카 언어에 대해 새로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1. 어미에 ㄱ 받침을 넣어 표기하는 것이 올바를까요? 아스텍 황제 중에 Tizocic나 Cuauhtemoc라는 자가 있는데 티소시크, 콰우테모크가 맞을지, 티소식, 콰테목이 맞을지 헛갈립니다. 나라 이름인 Aztec도 혹시 아스테크가 맞는 것이 아닐까 궁금합니다. 잉카에도 Pachakutiq나 Huayna Capac, Tupac Amaru라는 자가 있는데, 파차쿠티크, 와이나 카파크, 투파크 아마루라 표기하는 것이 맞을까요?

    2. 잉카의 인명에는 n과 c가 연속되어 나올 때가 많더군요. 당장 Sapa Inca라는 단어도 그러하고, Manco Inca Yupanqui라는 경우도 있습다. 이 경우 ㅇ 받침으로 실현하여 망코 잉카 유팡퀴라 표기하나요?

    3. L이 연속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Lloque Yupanqui나 Paullu Inca같은 경우 말이죠. 이 경우에는 에스파냐어의 ll과 같이 발음하나요?

    4. Cusco의 케추아어 발음이 [ˈqɔsqɔ]라던데요. 그렇다면 코스코라 발음하는 것인가요? 그런데 왜 케추아어로는 Qusqu라 표기할까요?

    5. 저는 아즈텍이 맞는 줄 알았는데 아스텍이 맞다더군요. 에스파냐어의 z는 ㅅ 발음이 나기 때문이라던데요. 또한 나와어와 케추아어의 h는 묵음이라 하더군요. 혹시 나와어와 케추아어를 에스파냐 문자로 옮기면서 원 발음이 훼손된 것 아닐까요? 즉 이들 언어의 h와 z 발음을 h와 z로 옮겼지만 원주민 언어를 듣지 못하고 책으로만 본 자들은 고유명사를 무분별하게 에스파냐어식으로 읽었고, 가뜩이나 식민지배를 겪으면서 사용인구가 크게 준 원주민 언어들은 급기야 에스파냐어에는 없었으나 본래 이들 언어에는 있던 h와 z 발음을 잃고 만 것 아닐까요? 문자가 언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대 미국에서도 Rodriguez를 로드리게스라 안 하고 로드리게즈라 발음하더군요. 히스패닉 이름 중에서 어말의 z를 미국인들은 십중팔구 ㅈ로 발음합니다. 에스파냐어로는 ㅅ인데도 말이죠. 이를 감안하면 확실히 에스파냐 문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어의 음소가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 끝소리 2017/02/21 01:59 #

    1. 외래어 표기법의 에스파냐어 표기 규정에서는 c를 자음 앞과 어말에서 'ㄱ, 크'로 적도록 하고 있는데 언제 'ㄱ'을 쓰고 언제 '크'를 쓰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bistec '비스텍'을 예로 제시하고 있으니 모음을 따르는 어말의 c는 'ㄱ'으로 적으라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스파냐어 인명으로 본 Cuauhtémoc는 '콰우테모크'로 심의한 용례가 있으니 혼란스럽습니다. 한편 k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 '크'로만 적도록 하고 있고 q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의 표기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k는 에스파냐어 고유 어휘에서 쓰지 않는 글자이고 q는 qu 조합으로만 나타나니 무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에스파냐어에는 c로 끝나는 어휘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Aztec은 에스파냐어에서 쓰는 형태가 아니라 영어에서 쓰는 형태입니다. 에스파냐어에서는 azteca '아스테카', 나와틀어에서는 aztecah '아스테카'라고 합니다. Olmec, Zapotec, Toltec, Mixtec 등은 모두 영어에서 쓰는 형태이지 에스파냐어에서는 이들이 모두 모음으로 끝납니다.

    나와틀어나 케추아어 등의 고유 명사를 표기할 때는 에스파냐어를 기준으로 할지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루지 않는 기타 언어로 취급할지의 문제도 있지만 후자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어말의 /k/, /q/ 등은 '크'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즉 나와틀어의 경우 Tizocic (Tīzoc의 경칭) '티소시크', Cuauhtémoc (Cuāuhtēmoc) '콰우테모크'가 좋을 듯합니다.

    케추아어의 표기에는 모음 /i/, /u/가 /q/ 옆에서 각각 변이음 [ɛ], [ɔ]로 실현되는 것을 반영할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에스파냐어에서는 /e/, /o/가 독립적인 음소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스파냐어 화자들이 듣기에 /q/ 옆의 /i/, /u/는 보통 위치의 /i/, /u/와 다른 음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에스파냐어식 표기에서는 이들을 철자 e, o로 적었습니다. 반면 케추아어 음소를 기준으로 한 케추아어 철자에서는 그냥 i, u로 적습니다. 한국어에서 'ㅅ' 음소가 '시'에서는 '사'와 다른 변이음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로마자로 적을 때 이를 shi로 적어 sa와 구별하기도 하지만 한글에서는 음소를 기준으로 '사'이건 '시'이건 같은 기호인 'ㅅ'을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영어에서는 s, sh가 각각 다른 음소를 나타내지만 한국어에서는 'ㅅ'이 뒤따르는 모음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더라도 같은 음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Pachakutiq는 [pæʧæˈkutɛq]로 발음되며 에스파냐어식으로 Pachacútec라고 씁니다. 에스파냐어식 표기를 따르거나 변이음을 반영한다면 '파차쿠테크'로 적고 철저히 케추아어 음소를 기준으로 한다면 '파차쿠티크'가 낫겠습니다. Huayna Capac는 케추아어 철자로 Wayna Qhapaq, Túpac Amaru는 케추아어 철자로 Thupaq Amaru이니 각각 '와이나 카파크', '투파크 아마루'로 적으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후자는 '투팍 아마루'로 많이 알려져 있으니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2. 케추아어에서도 에스파냐어에서처럼 연구개음 앞의 /n/은 [ŋ]으로 위치 동화하니 'ㅇ'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Manco Inca Yupanqui는 에스파냐어식 이름이고 케추아어로는 Manqu Inka Yupanki입니다. 변이음을 반영하느냐에 따라 '망코 잉카 유팡키' 또는 '망쿠 잉카 유팡키'가 되겠습니다. 에스파냐어에서 qui는 /ki/를 나타내니 '퀴'가 아니라 '키'인 것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3. 케추아어 철자 ll은 /ʎ/을 나타냅니다. 에스파냐어의 ll도 원래는 /ʎ/을 나타냈지만 오늘날에는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을 비롯한 다수의 방언에서 y /ʝ/와 합쳐졌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y와 같이 적습니다. 그러니 Lloque Yupanqui, Paullu Inca를 에스파냐어 이름으로 보고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적으면 각각 '요케 유팡키', '파우유 잉카'입니다. 케추아어 철자로는 Lluq'i Yupanki, Pawllu Inka인데 /ʎ/을 '(ㄹ)리'로 적고 뒤의 모음과 합친다면 각각 '류케/류키 유팡키(변이음 처리 방식에 따라)', '파울류 잉카'가 됩니다.

    4. 이미 수차례 언급한 /q/ 옆의 /u/ 변이음 때문에 Qusqu는 기저음으로 따지면 /ˈqusqu/이지만 [ˈqɔsqɔ]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역시 변이음 처리 방식에 따라 '코스코' 또는 '쿠스쿠'로 적을 수 있습니다.

    5.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즈텍^족'이 표제어로 실려있습니다. Aztec은 말씀드렸듯이 영어 이름인데 영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애즈텍'이니 '아즈텍'은 관용 표기로 봐야 합니다.

    나와틀어와 케추아어의 전통 에스파냐어식 표기에서 쓰인 h와 z는 에스파냐인들이 이들을 처음 접한 당시의 에스파냐어식 발음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발음 기준으로 보면 안 됩니다. 이 때 이미 h는 에스파냐어에서 묵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와틀어에서는 /w/를 hu 또는 uh로 나타내거나 에스파냐어에는 없는 성문 폐쇄음 /ʔ/를 h로 적는데 재활용한 것입니다. 현대 언어에서는 고전 나와틀어의 /ʔ/의 발음이 실제 [h]로 바뀌기도 했지만 이는 우연일 것입니다.

    당시 z가 나타낸 음은 좀 복잡한 문제인데 z가 파찰음 /ʣ/를 나타냈던 고대 에스파냐어의 치찰음 체계는 16세기 이후 무너지고 여러 다른 체계로 대체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초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쓰인 에스파냐어에서 철자 z는 실제 /z/를 나타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16세기에 에스파냐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이 쓰는 유대 에스파냐어에서는 아직도 /z/ 음소가 쓰입니다). 다른 이들은 z가 당시 혓날에서 조음하는 /s̻/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우리 귀에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오늘날에도 바스크어에서는 z가 /s̻/를 나타내고 s가 혀끝에서 조음하는 /s̺/를 나타냅니다. 당시 에스파냐어에도 비슷한 구별이 있었고 나와틀어에서 쓰인 음이 /s̺/보다는 /s̻/에 가깝게 들렸다면 s 대신 z로 적은 것이 설명이 됩니다. 오늘날 쓰이는 Huasteca Nahuatl에는 /s/가 음소로 쓰이며 고전 나와틀어에서 전통적으로 z로 적은 음도 /s/로 재구성하므로 원래부터 무성음이었다고 보는 것이 무난합니다. 나와틀어의 음소 목록을 보시면 장애음(폐쇄음, 파찰음, 마찰음 등)은 모두 무성음입니다. /b, d, ɡ, ʣ/ 등의 유성 장애음이 없는데 유성 마찰음 /z/만 있었을 확률은 낮습니다. 나와틀어의 /s/는 에스파냐어와 처음 접했을 당시 혓날에서 조음하는 /s̻/에 가까웠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입니다.
  • 알카시르 2017/04/09 04:54 #

    1. 에스파냐어에서는 bistec의 예에서 보듯이 어말의 k, p, t를 불파음, 즉 받침으로 발음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중남미 언어도 그러한 것 아닐까요? 나와어에는 Tizocic와 Cuauhtemoc가 있고, 케추아어에는 Qhapaq과 Tupac이 있습니다. 마야어의 경우, 유카탄 마야어를 마야어로는 Yukatek이라 한다고 들었습니다. Calakmul의 경우에도 받침으로 발음되는지 궁금하군요. 이것들 모두 국립국어원이 공식적으로 정한 표기법이 없기 때문에 기타 언어로 취급하여 받침 표기를 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다들 불파음으로 발음하나요? 한국에 출판된 중남미 관련 서적에서 저런 것을 거의 다 받침으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왠지 그럴 듯합니다.

    2. 나와어 이름 Cacama의 경칭이 Cacamatzin이라더군요. 그리고 Tizocic를 Tizocicatzin이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Tizoc라 한다고 위키백과에 쓰였길래 저는 Tizocic가 이름이고 Tizocicatzin은 경칭이며 Tizoc는 유럽인들이 잘못 부르는 이름인 줄 알았는데 끝소리님께서는 Tizocic가 Tizoc의 경칭이라고 하셨더군요. 제가 잘못 안 건가요?

    3. 참 이상한 것이, 로마자 c가 k 발음을 내되 i와 e 앞에서는 s 발음이 되는 것은 에스파냐어만의 현상입니다. 본래 라틴어 시절에는 모두 ㅋ 발음을 내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것이지요. 그런데 기원이 전혀 다르고 로마자를 쓰지도 않은 나와어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이상하네요. 혹시 본래는 티소키크가 맞는데 에스파냐어의 영향으로 발음이 변한 것일까요?

    4. 잉카의 황제 Atawallpa 말이죠. 생각해보니 아타와이파가 맞지 않을까요? L을 하나만 쓰기도 하고 두 개 쓰기도 해서 헛갈립니다.

    5. Cacamatzin을 국내 서적에서는 백이면 백 카카마트신이라 표기하더군요. Quetzalcoatl은 케찰코아틀이라 표기하면서 말이죠. 혹시 켓살코아틀이 맞는 것 아닐까요? 코아틀이 아니라 코와틀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 끝소리 2017/04/14 23:11 #

    1. bistec을 '비스텍'으로 적게 하는 에스파냐어 표기 규정은 kapok는 또 '카포크'로 적도록 하고 있으니 일관성이 없습니다. 철자가 c건 k건 둘 다 /k/를 나타내므로 철자에 따른 발음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니 음성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에스파냐어의 어말 /k/나 나와틀어, 마야어의 어말 /k/는 모두 불파음이 아닙니다. 관습적으로 쓰는 외래어 표기에서 받침으로 적는 것은 불파음의 기준과 큰 상관이 없습니다. 중남미 관련 서적에서 쓰는 표기나 심지어 외래어 표기 규정에서 쓰는 표기에서 받침으로 썼다고 해서 원어에서도 불파음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2. Tizocic는 경칭 형태가 아니니 정정합니다. 어차피 올바른 원어 형태는 Tīzoquīc '티소키크', 경칭은 Tīzoquīcātzin '티소키카친'인데 초기에 누군가가 Tiçocicatzin으로 잘못 기록하는 바람에 Tizocic, Tizocicatzin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Tīzoc는 일종의 용설란 술을 뜻하는 명사 어근이고 Tīzoquīc는 대략 '그는 용설란 술을 마시는 이이다'라는 뜻의 형태입니다. '티소시크'라고 하면 원어에 맞지 않는 형태이기 때문에 '티소크' 부분만 따서 줄여 부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3. 나와틀어에 로마자를 전해준 이들이 에스파냐인들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쉽게 해결되는 수수께끼입니다. Tizocic는 '티소키크'가 맞는데 에스파냐어식 철자 때문에 초기에 철자를 잘못 기록한 것이 '티소시크'처럼 굳어진 것이고요.

    4. 케추아어 철자에서 ll은 경구개 설측 접근음 [ʎ]을 나타냅니다. 카탈루냐어 Güell [ˈɡweʎ] '궬'에서처럼 자음 앞과 어말에서는 'ㄹ' 받침으로 쓰는 것이 편합니다. 그러니 케추아어식 표기인 Atawallpa는 '아타왈파'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파냐어에서는 보통 Atahualpa [ataˈwalpa] '아타우알파'로 적습니다. 에스파냐어에서는 [ʎ]이 자음 앞이나 어말에 오지 않기 때문에 보통 [l]로 대체합니다. 예를 들어 카탈루냐어 Urgell [urˈʒeʎ] '우르젤'은 에스파냐어식으로 Urgel [uɾˈxel] '우르헬'입니다.

    5. 에스파냐어 표기법에서 tz를 따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Chichén Itzá를 '치첸이트사'와 같은 표기가 표준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Cacamatzin도 '카카마트신'으로 적는 것입니다. 하지만 tz는 한 음이니 '치첸이차', '카카마친'과 같이 적는 것이 좋습니다.

    Quetzalcóatl '케찰코아틀'의 나와틀어 형태는 Quetzalcōātl [ˌkeʦaɬˈkóːaːt͡ɬ] '케찰코아틀'과 Quetzalcohuātl [ˌkeʦaɬˈkówaːt͡ɬ] '케찰코와틀' 둘 다 관찰됩니다. 제가 참고한 고전 나와틀어 교재에서는 Quetzalcōātl을 쓰며 이는 에스파냐어식 Quetzalcóatl과도 한글 표기가 일치하니 '케찰코아틀'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알카시르 2017/04/16 02:21 #

    1. 마야의 도시 Calakmul은 뭐라 표기하는 것이 좋을까요? 칼라크물이 맞을 것 같지만, ks를 ㄱ받침으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예: 알렉산드로스) k 뒤에 자음이 올 경우 받침으로 표기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칼락물이라 쓰면 한국어로는 칼랑물로 발음되니, 오히려 원어의 발음을 왜곡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2. 흠, 그러면 케추아어나 마푸체어 등 다른 원주민 언어에서도 불파음은 없다고 보면 될까요?

    3. 저는 아타왈리파가 맞는 발음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ʎ/는 리로 발음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러니까 모음 앞에서만 리로 발음하고,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l과 같게 발음한다고 보면 될까요?
  • 끝소리 2017/04/17 07:28 #

    1. Calakmul은 '칼라크물'로 씁니다. 일반적으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무성 파열음(폐쇄음)은 모음과 자음 사이에서 받침으로 적되 뒤의 자음이 [l], [r], [m], [n] 등의 공명음이면 '으'를 붙여 적습니다. 그래서 [ks]에서는 k를 받침으로 적지만 [km]에서는 k에 '으'를 붙입니다.

    2. 불파음이 쓰인다고 확인된 언어와 같은 계통이거나 이웃 지역에서 사용되지 않는 한 불파음을 쓸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합니다. 케추아어에서는 확실히 불파음이 아닙니다. 그런데 마푸체어에서는 어말 폐쇄음이 드물어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3. [ʎ]는 '리'가 아니라 한국어에 없는 발음입니다. 없는 발음을 흉내낼 때 모음 앞에서는 '(ㄹ)리'로 흉내내는 것 뿐입니다. 한국어의 '(ㄹ)리', '(ㄹ)랴' 등에서는 변이음으로 구개음화된 [lʲ]이 발음되어 경구개 설측 접근음과 어느정도 비슷한 음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음이 따르지 않는다면 '리'로 흉내내기가 곤란합니다. 그냥 'ㄹ'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한국어에 [ʎ]가 없는 발음이기 때문에 모음 앞에서의 표기와 자음 앞과 어말에서의 표기가 달라지는 것이고 케추아어에서는 그런 구별 없습니다. 모음 앞에서도 [ʎ], 자음 앞과 어말에서도 [ʎ]로 발음합니다. 자음 앞과 어말에서 'ㄹ'로 적는 것은 한국어의 사정 때문이고 원어에서 [l]로 발음되서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한국어 화자는 [ʎ] 소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 위치에서 [l]로 인식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케추아어 Atawallpa 들어보세요. https://forvo.com/word/qu/atawallpa/
  • 기우 2017/06/25 00:21 # 답글

    마푸체 말 배운 사람입니다만, 어말 패쇄음이 뭔가요?...개념을 몰라서 말입니다. 마푸체 말 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은 저를
    포함해 다섯도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세상은 넓군요 ㅎㅎ
  • 끝소리 2017/06/28 21:33 #

    폐쇄음은 발음할 때 기류가 순간 완전히 차단되는 음을 뜻하는데 한국어의 /ㅂ, ㅃ, ㅍ, ㄷ, ㄸ, ㅌ, ㄱ, ㄲ, ㅋ/, 영어의 /p, b, t, d, k, ɡ/ 등이 있습니다. 마푸체어에는 /p, t, t̪, k/가 폐쇄음입니다. 마푸체어에 이들 음으로 끝나는 단어가 드물다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 알카시르 2017/07/04 00:34 #

    마푸체 말을 할 줄 아시고 기우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것을 보면... 실례지만 기우님, 혹시 밑에 링크한 블로그 주인과 같은 분이신가요?
    http://giugiugiu.egloos.com/
  • 환국인 2017/07/07 12:19 # 삭제 답글

    강단 사학 매국노들이 모인곳이로군
  • 끝소리 2017/07/12 18:46 #

    빗나간 민족 자긍심에 편승하는 거짓 주장을 폭로하는 것이 매국 행위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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