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투성이인 제92차 외래어심의위 결정안 분석 외래어 표기 실무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언론에 보도되는 이름들을 중심으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한글 표기를 결정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심의위 결정이 질적으로 하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 발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충 정하는 것이 아닌가 할만큼 이상한 표기가 부쩍 늘었다.

지난 9월 15일 심의위에서 결정한 표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국립국어원 게시판에서 찾을 수 있는 심의 결정안 전문을 싣는다. 해설은 녹색 글씨로 덧붙였다.

제92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심의 결정안
(인명 52건, 일반용어 1건-재심의 2건)

(2010. 9. 15.)

[인     명] 

· 아베라, 암살라  Amsale Aberra 1954(?1953)~ 에티오피아 여성 기업가·디자이너. 암살라(Amsale) 그룹 대표 겸 디자인 총책임자. 유행을 좇지 않으면서 세련된 클래식 모던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함.
암하라어 이름의 에티오피아 문자 표기는 ኣምሳለ ኣበራ이다. 이를 로마자로 전사하면 Amsalä Abärra일 것이다(에티오피아 문자에서는 겹자음을 따로 표시하지 않으니 Abärra인지 Abära인지는 원 철자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맞다면 발음은 [amsalɜ abɜrːa]이다. 여기서 로마자로 ä로 나타내는 [ɜ] 발음은 암하라어 발음을 따르자면 한글로는 '어'로 적는 것이 가장 가깝다. 하지만 보통 암하라어 이름을 로마자로 쓸 때에는 Aberra Amsale의 경우와 같이 e로 적는 것이 보통이다(암하라어에는 '에'에 가까운 모음 [e]도 따로 있다).
맨발의 마라톤 선수 비킬라 아베베(Bikila Abebe)도 실은 Abäbä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는 사실 Addis Abäba이다. 그런가 하면 현 에티오피아 대통령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Girma Wolde-Giorgis)의 이름에서는 Wolde는 사실 Wälde이다. 같은 음을 e, a, o로 다양하게 적은 것이다. 암하라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통일되지 않았으니 생기는 일인데, 앞으로 암하라어 발음을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한다면 '어'로 통일해서 '아버버, 아버바, 월데' 등으로 적고 Amsalä Abärra는 '암살러 아버라'로 적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로마자 표기를 따라 적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Amsale Aberra라는 로마자 표기를 따르면 '암살레 아베라'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암살라 아베라'라고 한 것일까? 한 이름에서 같은 ä 모음을 '아'로도 적고 '에'로도 적은 셈이니 암하라어 발음을 따른 것은 아니다. 영어식으로 발음 설명을 한 것을 따른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암살라 아베라'라는 표기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정말 수수께끼이다.

· *아벨란제, 주앙 João Havelange 1916~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1974~1998). 브라질 인.
외래어 표기법의 포르투갈어 표기 세칙에 따르면 '조앙 아벨란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João이란 이름은 포르투갈어 표기 세칙이 정해지기 전부터 실제 발음에서 /o/가 /u/로 약화된다고 해서 '주앙'이라고 흔히 표기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주앙'이라고 계속 적는 것으로 인정해왔다. 이번 심의에서는 '아벨란제'라는 표기도 실제 발음과는 다르지만 예전부터 써왔기 때문에 관용 표기로 인정한 듯하다.

· 그루벨, 루스 Ruth M. Grubel 1950~ 미국 교육가·선교사. 일본 간사이(關西)학원 원장(2007. 4.~ ).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영어 화자들은 Grubel 같은 이름을 보면 [ˈɡɹuːb(ə)l]로 발음한다. 동명이인이지만 메릴랜드 대학 육상 프로그램에 나온 발음 설명에서 Grubel이란 선수명을 GREW-bul, 즉 [ˈɡɹuːbəl]로 소개하고 있다(미국 대학의 스포츠 프로그램에 보면 응원하기 쉽도록 선수 이름 발음을 설명한 것을 흔히 찾을 수 있다). Grubel이란 미국인이 뒤 음절의 모음을 [e]로 발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루벨'은 아무래도 철자만 보고 추측한 표기 같다. Abel을 '에이블'로 적는 것처럼 Grubel은 '그루블'로 적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 매닝엄불러, 일라이자 Eliza Manningham-Buller 본명 엘리자베스 리디아 매닝엄불러 Elizabeth Lydia Manningham-Buller 1948~ 영국 공안국 전 여 수장. MI5(영국 비밀정보기관) 국장(2002~2006).

· 실드레이어스, 로돌프 (윌리엄) Rodolphe (William) Seeldrayers 1876~1955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1954~1955). 벨기에 인. 
벨기에 인명을 아예 영어식 이름으로 보고 표기해 놓았다. William이 영어에서 온 이름이기 때문에 그랬나보다. William은 '윌리엄'으로 적어도 무난하다고 볼 수 있고 Rodolphe는 프랑스어 발음에 따라 '로돌프'로 적는 것이 가장 낫지만 '밧줄 꼬는 이'란 뜻의 네덜란드어 zeeldraaier와 비슷한 이름인 Seeldrayers [ˈseːldɾaːiəɾs]를 마치 영어 이름인 것처럼 발음을 추측하여 '실드레이어스'로 적은 것은 좀 어이가 없다. 네덜란드어 표기법대로 적으면 '세일드라이어르스'이고, 벨기에식 발음에 가깝게 한다면 '셀드라이어르스'이다. 벨기에식 네덜란드어 발음은 뒤에서 더 깊이 다루도록 한다.

· 우스트히즌, 루이 Louis Oosthuizen 1982~ 남아프리카 공화국 골프 선수.
아프리칸스어 이름은 발음대로 표기하는 법이 거의 없다. 그나마 이번에 남아공에서 월드컵을 치르면서 Nelspruit를 아프리칸스어 발음에 맞게 '넬스프뢰이트'로 표기를 정한 것을 보고 앞으로는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우스트히즌'은 정말 실망스럽다. 아프리칸스어를 모르고 영어로 흉내내는 이들도 '우스트히즌'이란 발음은 쓰지 않는다. '오스트헤이즌', '워스트하이즌' 정도라면 이해하겠다.
아프리칸스어 발음은 [ˈoəstɦœʏzən]이다. '오어스트회이전'이라고 쓰는 것이 발음에 가깝다. Nelspruit에서처럼 아프리칸스어의 ui [œʏ]는 '외이'로 적는 것이 좋다. 이 이중모음은 뒷부분도 원순성이 남아 있어 [ʏ]로 나타내지만 독일어의 [ɔʏ]를 '오이'로 적는 것처럼 하강 이중모음에서 뒤의 요소가 전설 고모음에 가까우면 단순히 '이'로 적는 것이 깔끔하다.
Louis는 '루이'로 적는 것이 맞다. 프랑스어에서 온 이름이라 대부분의 언어에서 '루이'로 발음한다. 네덜란드인 축구 감독 Louis van Gaal도 '루이 판할'이다. 다만 영어에서는 경우에 따라 '루이스'라는 발음도 쓰인다. 아프리칸스어에서는 루이 외에도 프랑수아(Francois), 피에르(Pierre), 자크(Jacques) 같은 프랑스어 이름을 많이 쓰고 발음도 보통 프랑스어식으로 하니 이들은 익숙한 프랑스어식 한글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 무난하다.

· 워런, 데이비드 (로널드 드 메이) David (Ronald de Mey) Warren 1925~2010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발명가. 항공기의 비행 기록 등을 보존하는 블랙박스(black box)를 발명한 항공학 연구자. 콴타스(Qantas) 항공은 2008년 그의 공적을 기려, 초대형 에어버스 A380을 ‘워런 박사’로 명명.
영어 이름에 나오는 de는 처리하기가 애매하다. 영어 인명의 de는 [də]로 발음하니 원칙적으로는 '더'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de는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 이름에서 흔히 쓰는 요소로 더 친숙한데 프랑스어 표기 규정을 따르면 '드'이다. 역대 표기 용례를 보면 De Mille은 '데밀', de Pfeffel은 '디페펄', De Alba는 '더앨바', De Valera는 '데벌레라', De Morgan은 '드모르간', De Niro는 '드니로'로 적는 등 갖가지 표기가 난무한다. De Valera에서 de는 [də] 외에도 [de]로 발음하는 것이 가능하니 '데벌레라'로 적는 것이지만 De Mille의 de는 [də]로만 발음되니 '데밀'은 원 발음과는 다른 표기이다. 영어 이름의 de의 표기를 어떻게 통일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원칙대로는 '데벌레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더'만 맞다.

· 바라티에, 자크 Jacques Baratier 1918~2009 프랑스 영화감독․각본가. 칸 국제영화제 심사원상 수상(1958). ‘신․개인 교수’(1973) 등.

· 롱, 러티샤 Letitia A. Long 1959~ 미국 여성 공학 전문가. 국립 지리정보국(NGA) 국장(2010. 8.~ ). 해군 정보국 부국장(2000~2003), 국방부 정보 담당 부차관(2003~2006), 국방정보국(DIA) 부국장(2006~2010).

․ 바르달, 아네르스 Anders Bardal 1982~ 노르웨이 스키점프 선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단체 동메달 수상.

․ 스비날, 악셀 룬 Aksel Lund Svindal 1982~ 노르웨이 알파인스키 선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 은메달, 남자 슈퍼 대회전 금메달, 남자 대회전 동메달 수상.
Svindal이 왜 '스빈달'이 아니라 '스비날'일까? 이 표기는 노르웨이어 발음을 모르고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어의 nd에서 d는 묵음으로 취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덴마크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언어에서 어말 ld, nd의 d는 묵음이다. 반면 스웨덴어는 어말의 d도 발음한다. 예를 들어 land는 노르웨이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란', 스웨덴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란드'이다. 또 스웨덴어에서는 d 발음이 없어진 경우 아예 철자를 고쳤다. '차다, 춥다'를 뜻하는 노르웨이어의 kald '칼'에 해당하는 스웨덴어 단어는 kall '칼'이다.
위의 Anders '아네르스'에서도 d는 묵음이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Andersen '안데르센'도 원칙적으로는 '아네르센'으로 적어야 하지만 관용 표기를 인정한 경우이다. 그러나 노르웨이어에서 어중에서는 ld, nd의 d는 발음되는 일도 있다. 여자 이름인 Hilde '힐데'와 Randi '란디'에서는 d가 발음된다. 지난 3월 실무소위에서는 노르웨이의 스키점프 선수 Tom Hilde의 표기를 발음에 맞게 '톰 힐데'로 결정했었다(여기서는 힐데가 성이다).
그리고 복합어에서 l,n과 d가 각기 다른 구성 요소에 속하는 경우 d가 발음된다. Svindal은 '돼지'를 뜻하는 svin '스빈'과 dal '달'이 합쳐진 이름이다. 노르웨이어 이름에서 '골짜기'를 뜻하는 dal '달'은 매우 흔한 구성 요소이다. 위의 Bardal '바르달'에서도 볼 수 있다.

․ 야콥센, 아네르스 Anders Jacobsen 1985~ 노르웨이 스키점프 선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단체 동메달 수상.

· 젓, 토니 (로버트) Tony (Robert) Judt 1948~2010 영국 역사가․저술가. 미국 뉴욕대 역사학 교수(1987~2010). 대표 저서 “유럽 전후사(戰後史)”(2005).

· 프레슬, 모건 Morgan Pressel 1988~ 미국 여성 골프 선수.

· 고단, 프라빈 Pravin Gordhan 1949~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가. 재무장관(2009~ ).
· 무케르지, 프라나브 Pranab Mukherjee 1935~ 인도 재무장관(2009~ ).
Gordhan을 '고르단' 대신 '고단'으로 적은 것은 영어 이름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는 영국식 발음을 따라 자음 앞 r는 묵음으로 보고 표기한다. 하지만 Pravin Gordhan은 인도 이름이다. 벵골어 이름인 Mukherjee를 '무케르지'로 적은 예에서 보듯 힌디어, 마라티어, 구자라트어 등 인도 이름의 로마자 표기에서 r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르'로 적는 것이 통상적이다. Gordhan 본인은 영어를 쓰지만 Pravin Gordhan은 영어 이름으로 보고 표기하는 것보다 인도식 이름으로 보고 표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 바로 밑에는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이름에서 Manuel을 '마누엘'로 적고 있다. 이 사람은 영어 사용국인 미국에서 태어났고대외 활동을 주로 영어로 하지만 그 이름을 영어식으로 '맨웰, 매누얼'로 적는 것보다 스페인어 이름으로 보고 '마누엘'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Pravin Gordhan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프라빈 고르단'으로 적었더라면 어땠을까?

· 미란다, 린마누엘 Lin-Manuel Miranda 1980~ 미국 작사가․작곡가. 뉴욕 출생의 푸에르토리코 계. 2008년 토니(Tony)상 작품상을 받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에 주연으로 출연.

· 오즈번, 조지 (기디언 올리버) George (Gideon Oliver) Osborne 1971~ 영국 정치가. 재무장관(2010. 5.~ ). 예비 내각 재무장관(2005. 5.~2010. 5.). 전 보수당 당수 연설문 작성 담당자.

· 윌슨, 에드워드 (오즈번) Edward O(sborne) Wilson 1929~ 미국 사회생물학자․박물학자․저술가. 개미(蟻)학의 세계적 권위로, 전설적 생물학자. 개미 등의 저서로 두 번(1979, 1991) 퓰리처상 수상.
Osborn, Osborne, Osbourne의 뒤 음절은 약화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ˈɒzbɔːn, -bən]으로 발음되니 '오즈본', '오즈번' 둘 다 가능하다. 예전 표기 용례를 보면 '오즈본'이 두 번, '오즈번'이 두 번 있었다. 하지만 '오즈본'이 더 흔한 발음이며 영어 모음 표기에서는 보통 약화되지 않은 음가를 기준으로 적는 것이 좋다. 또 결정적으로 미국식 발음에서는 '오즈번'이란 발음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오즈본'으로 적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리펀, 애덤 Adam Rippon 1989~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 맬러리, 케이틀린 Caitlin Mallory 1987~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 무니스, 빅토리아 Victoria Muniz 1989~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

· 보멘트리, 브렌트 Brent Bommentre 1984~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 칫우드, 크리스티나 Christina Chitwood 1990~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 커, 시네이드 Sinead Kerr 1989~ 스코틀랜드 피겨스케이팅 선수. 영국 국가대표.
전에 스코틀랜드 배우 고 Deborah Kerr의 표기를 '데버러 커'로 정한 적이 있다. 이 배우의 이름은 [kɑː], 즉 '카'로 적는 것이 맞다. 할리우드에서 이 배우를 홍보할 겸 Kerr의 올바른 발음을 알리기 위해 'Deborah Kerr rhymes with star', 즉 '스타'와 각운이 맞는다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Kerr는 [kɑː]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심의위에서는 한글 표기를 '커'로 정한 것이다.
영어권에서 Kerr의 발음은 '커', '카', '케어' 무려 세 가지나 있다. 사람마다 쓰는 발음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미국에서는 '커'라고 쓰지만 영국에서는 '카'나 '케어'란 발음이 많이 쓰인다.

· 랑도, 장피에르 Jean-Pierre Landau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2006~ ). 

· 와이스, 조지 데이비드 George David Weiss 1921~2010 미국 작사․작곡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이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1967)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히트곡의 공동 작사․작곡가이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도 제작.

[인     명] - 재심의
· 반롬푀이, 헤르만 Herman van Rompuy 1947~ 유럽연합(EU) 유럽 이사회 상임의장. 벨기에 겐트 출생.
이 이름은 원래 '헤르만 판롬파위'로 심의되었으나 벨기에 대사관의 요청으로 '정정'했다고 한다.
외래어 표기법의 네덜란드어 표기 세칙이 처음 고시되었을 때 같이 나온 표기 용례집에는 네덜란드 고유명사만 있고 벨기에 고유명사는 없었다(벨기에는 북부에서 네덜란드어를 쓴다). 이에 대해 새 표기 세칙을 벨기에 고유명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기억이 난다. 세칙이 철저히 네덜란드식 발음 위주로 정해져서 벨기에에서 쓰는 발음과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어두의 /v/는 네덜란드식 발음에서 무성음화된 [f]라 하여 'ㅍ'으로 적게 했지만,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어두 무성음화 없이 [v]로 발음된다. 철자 ui, uy로 나타내는 이중모음은 네덜란드식으로 [ɐʏ], 벨기에식으로 [œʏ]이다. 후자는 위에서 언급한 아프리칸스어의 ui 발음과 비슷한데, 아프리칸스어는 네덜란드어에서 갈라져 나온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van Rompuy를 네덜란드식으로 발음하면 '판롬파위'와 가깝지만 벨기에식 발음은 '반롬푀이'가 가깝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어의 w /ʋ/는 네덜란드식 발음에서는 [v]에 가깝게 들리고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w]에 가깝게 들리는데 표기법에서는 'ㅂ'로 적도록 했다. 벨기에 지명 Antwerpen은 표기법에 따르면 '안트베르펀'이지만 현지 발음은 '안트웨르펀'에 더 가깝다. 표기 용례집을 보니 예전 표기인 '안트베르펜'이 아직 표준인 듯하다. 또 철자 ee로 나타내는 이중모음은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거의 장모음 [eː]에 가깝지만 네덜란드식에서는 [eɘ]로 적을 수 있을 정도로 뒤의 음가가 달라지고 특히 방송에서 많이 쓰는 발음에서는 [eɪ]가 되는데 표기법에서는 이를 나타내려 '에이'로 적도록 했다. 그러면 ei, ij로 적는 /ɛɪ/와 한글 표기가 같아지고 eer [eɘɾ]를 '에이르'로 적어 실제 발음과 달라지므로 썩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니다(차라리 '에어르'가 더 가깝다).
설명에 나오는 '겐트'라는 지명도 주목하라. Gent는 벨기에식으로 [ʝɛnt], 즉 '겐트'와 '옌트'의 중간 정도로 발음된다. 네덜란드식으로는 [χɛnt] '헨트'이다. 네덜란드식 발음에서 g는 위치에 따라 마찰음 [χ] 또는 [x]로 발음되지만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위치에 따라 접근음 [ɣ] 또는 [ʝ]로 발음된다(여기서는 [ɣ]를 마찰음이 아니라 접근음을 나타내는 기호로 썼다). 네덜란드어 표기법에서는 'ㅎ'으로 쓰도록 하고 있으니 '헨트'가 표기법에 맞을 테지만 벨기에식 발음에는 '겐트'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어 등에 나타나는 접근음 [ɣ]는 보통 'ㄱ'으로 쓴다.
이렇게 된 이상 벨기에 고유명사에는 벨기에식 발음에 따른 표기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포르투갈어도 브라질식 발음의 특수성을 인정해 브라질 고유명사에만 적용하는 조항들이 있어 포르투갈인 Ronaldo는 '호날두'로 적고 브라질인 Ronaldo는 '호나우두'로 적는다.

[인     명] - 새로 심의
*세계 중앙은행 부총재(10명)

페스세, 미겔 앙헬 Miguel Ángel Pesce (1962~)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부총재.
다시우바, 루이스 아와주 페레이라 Luiz Awazu Pereira da Silva 브라질 중앙은행 부총재.
매클럼, 티프 Tiff Macklem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
하미드이, 압둘라흐만 Abdulrahman A. AL-Hamidy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부총재.
콘스탄시우, 비토르 Vítor Constâncio (1943~) 포르투갈 경제학자·정치가. 유럽연합 중앙은행 부총재.
고피나트, 시아말라 Shyamala Gopinath (1949~)인도 중앙은행 부총재(2004~ ).
델쿠에토, 로베르토 Roberto del Cueto 멕시코 중앙은행 부총재.
룬톱스키, 게오르기 Georgy I. Luntovsky (1950~)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2005~ ).
바쉬츠, 에르뎀 Erdem Başçı (1966~)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
콘, 도널드 (루이스) Donald L(ewis) Kohn (1942~) 미국 중앙은행 부총재(2006~ ).

* 이종격투기 선수(14명)

컬럼, 에이블 Abel Cullum 1987~ 미국 이종격투기 선수.
카라예프, 알란 Alan Karaev 1977~ 러시아 이종격투기 선수.
피치쿠노프, 알렉산드르 Aleksandr Pichkunov 1979~ 러시아 이종격투기 선수.
오버레임, 알리스타이르 Alistair Overeem 1980~ 네덜란드 이종격투기 선수. 
리마, 알비아르 Aalviar Lima 1978~ 케이프베르데 이종격투기 선수.
'케이프베르데' Cape Verde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아프리카 서쪽 끝, 세네갈 중부에 있는 곶'인 '베르데 곶'의 다른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다. '베르데 곶 서쪽에 있는 공화국'을 뜻하는 국명은 '카보베르데' Cabo Verde이다. 영어에서는 둘 다 Cape Verde라고 부르지만 한국어에서는 국명으로 '카보베르데'만 쓴다. 따라서 '카보베르데 이종격투기 선수'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Cabo Verde는 포르투갈어 표기 세칙에 따르면 '카부베르드'라고 적게 되겠지만 국명이라 예전부터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두셰크, 안토닌 Antonín Dušek 1986~ 체코 이종격투기 선수.
아카, 베르나르트 Bernard Ackah 1972~ 독일 태생의 일본 이종격투기 선수.
브레기, 비외른 Björn Bregy 1974~ 스위스 이종격투기 선수.
쁘라묵, 부아까우 뽄 Buakaw Por. Pramuk 1982~ 태국 이종격투기 선수.
태국문자 표기는 บัวขาว ป. ประมุข이다. '부아카우 뽀 쁘라묵' 또는 '부아카오 뽀 쁘라묵'이라고 적어야 한다. 여기서 ป는 po pla '뽀 쁠라'라고 부르는 글자이다. Por는 관용적 로마자 표기에서 '오'를 or로 적어서 나온 표기이다. 어이없게도 Por의 r를 태국어의 자음으로 오해하고 'ㄴ' 받침으로 적어 '뽄'이라고 한 것이다. ข는 'ㅋ'으로 적어야 한다. 태국어에서 'ㄲ'으로 적는 글자는 맨 처음 배우는 글자인 ก 뿐이다. 좀 더 체계적인 로마자 표기법을 썼다면 Buakhao Po. Pramuk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중모음 าว [aːʊ]는 로마자로 ao 또는 aw로 쓸 수 있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 이중모음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이 ว를 '오/우'로 적도록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드는 예로 Maikhao ไม้ขาว는 '마이카오', Caolaw เจ้าหลาว는 '짜올라우'로 적고 있어 로마자 표기에 따라 '아오'와 '아우'를 혼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Buakaw라는 로마자 표기가 널리 알려졌으니 '부아카우'가 나을 것 같다.
태국어 이름은 로마자만 보고 정해서는 확실하지가 않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어도 사람들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제 이름을 표기하는 것처럼 태국어 이름의 로마자 표기 방식도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시간에 쫓기며 원 태국어 철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로마자만 보고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표준 표기를 정하는 외래어 심의위에서 태국어 철자도 확인하지 않고 엉터리 표기를 쓰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모로샤누, 커털린 Cătălin Moroşanu 1982~ 루마니아 킥복싱 선수.
도슨, 대니얼 Daniel Dawson 1977~ 오스트레일리아 이종격투기 선수.
알바레스, 에디 Eddie Alvarez 1984~ 미국 이종격투기 선수. 푸에르토리코, 스페인 혈통.
샤흐바리, 팔디르 Faldir Chahbari 1979~ 모로코 이종격투기 선수.
페네티안, 예럴 Jerrel Venetiaan 1971~ 네덜란드 이종격투기 선수.

[일반 용어]
· 레이더 Radar 전파탐지기
* 정정하지 않고 '레이더'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
영어 발음으로는 [ˈɹeɪdɑː]이니 발음대로는 '레이다'로 적는 것이 맞겠지만 기존 표기가 굳어졌다고 본 것이다.

*                 *                 *                 *                 *

현행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체계로 외국어의 표준 한글 표기 용례 제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기는 사실 무리이다. 이렇게 발표되는 심의위 표기 결정안을 보는 이는 얼마 안 되며 정작 신문과 방송에서도 정해진 표기를 지키지 않는다. 그러니 표기를 정하나 마나라고 생각하고 발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표기를 대충 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국어의 한글 표기 체계가 제대로 서려면 일반인이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싶을 때 바로바로 쉽게 용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용례를 정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래어 표기 심의 방식이 자동화되어 한글로 표기하고 싶은 외국어를 입력하자마자 한글 표기가 나와야 한다. 이미 용례가 정해진 것은 그것을 따르고 용례에 없는 것이라도 각 언어의 표기 규칙에 따라 권장 표기를 표시해야 한다. 프로그래머들과 언어학자들이 손잡고 연구한다면 이게 공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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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상인 2010/10/02 14:04 # 답글

    국립국어원 욕하기가 그런게, 외국어 표기법과 관련해서 한국 전체의 전반적인 한계에 의한 문제점들을 실무담당이라는 이유만으로 혼자 뒤집어쓰는 것으로 보여서 약간 불쌍하기도 합니다. 결코 실무를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요.
    국립국어원 이전에 우선 각종 외국어 전공자들의 학회에서 잠재적인 개별어 표기법 표준안을 만들고 이를 국립국어원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서 정식 표기법을 도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예이츠 학회였나요? 관련학회라고 해봤자 표기법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끝소리 2010/10/02 19:58 #

    전에도 나온 얘기이지만 세계의 수많은 언어를 외래어 표기법을 제대로 적용하여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보통 국어학자들이나 기타 언어 전문가들의 전문 영역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실무 담당자가 되어 이 작업을 떠맡은 사람들을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 심의위에서 결정한 표기에서 오류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2, 3년 전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고 역대 회의록을 살펴보면 초창기에는 더욱더 전문성이 떨어져 엉터리 표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실무 담당자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올바로 적용하는데 관심이 덜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에 명백히 기존 표기법을 잘못 적용한 결정 사항들에 대한 오류 지적을 수없이 했는데 반응이 없었습니다. 답답해서 이렇게라도 공개적으로 결정 사항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제가 느낀 것은 아무리 개별 언어에 대한 표기 기준을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적용하는 이들이 해당 언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Svindal을 '스비날'로 옮긴 것도 그렇고 태국어 이름을 로마자만 보고 기계적으로 옮긴 것도 해당 언어의 발음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외국어 전공자들이 표기법 표준안을 만드는 것도 걱정되는 것이 1 음운 1 기호 원칙과 같은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전반적인 이해 없이 각자의 기준대로 표기를 정하기 쉽습니다. 지금도 외래어 표기법에서 중국어나 일본어를 표기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안한 대체 표기안들을 보면 외래어 표기법의 기준에서 매우 벗어난 것들이 많습니다. 위에서는 논하지는 않았지만 터키어 이름 Erdem Başçı를 '에르뎀 바쉬츠'로 적은 것은 정식 고시되지 않은터키어 표기 시안을 따른 것인데 이 시안도 자음 앞과 어말의 ş [ʃ]는 '쉬'로 적고 ç [tʃ]는 '츠'로 적는 등 지금까지의 표기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예이츠 학회에서는 아일랜드어를 모르는 이들이 개별 이름에 대한 표기 기준을 만든 것이니 예로 들기조차 좀 그렇고요.
  • 2010/10/02 17:3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끝소리 2010/10/02 20:01 #

    이메일 드렸습니다.
  • 구상인 2010/10/02 20:39 # 답글

    끝소리// 외국어학이라고 하더라도 요즘 하는 것은 모두 언어학이라는 일반 학문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니까 그곳에서도 해당언어의 음성학과 음운론 전공자들이 있겠지요. 표기원칙의 이해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은 국립국어원이 아닌 관련 연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 국어원 등에서 전반적인 표기의 원칙을 밝히고 각 개별언어 학회에 외래어 표기법의 제정을 의뢰한다.
    2. 해당 언어의 연구자들이 표기 원칙을 준수하여 표기법을 작성한다.
    3. 국립국어원이 결과물을 검토하고 표기법의 일관성이나 표기원칙 부합 여부를 심사한다. (잘 할 때까지...)
    4. 정식으로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통과하면 공식 표기법으로 고시한다. 참여한 해당 학회 병기.

    그리고, 이런 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당근과 채찍. - 학회 평가항목에 명시적인 외래어 표기법 규정의 유무과 그 준수여부를 집어넣는다. 명시적 규정이 있을 경우 추가점, 그 명시적 규정이 국립국어원의 심사를 통과한 공식 표기법일 경우에 더더욱 추가점. (지금까지 표기법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수많은 학회의 반발은 무시한다. ^^;;).

    이런다면 적어도 국립국어원'만' 욕을 먹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당초 국립국어원의 실무진이 자신이 잘 모르는 언어들까지 다 책임질 수도 없으니 외래어 표기법에 관한 한 관련 연구자들이 함께 책임을 져야죠. 물론 표기법의 제정과 실제 보급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요.


  • 끝소리 2010/10/02 23:22 #

    현실적으로 국립국어원이 개별언어 학회를 상대로 이런 당근과 채찍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외교통상부나 국방부 같은 정부 부처에서도 외래어 표기법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별언어 학회가 있어야지 말이지요. 한국에 암하라어 학회, 아프리칸스어 학회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사실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학회의 연구가 아니라 각 언어의 음소 체계와 철자법에 대해 존재하는 많은 연구 결과, 각 언어의 발음을 들을 수 있는 음성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기존 외래어 표기법과 일관된 표기 방식을 도출해내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많은 언어들에 대해 이런 자료를 계속해서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어 사용자들과도 협동이 필요합니다. 철자와 음소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정보, 철자만으로 발음을 재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대한 개별적인 발음 설명은 원어민들이 준비하고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한글 표기를 정하는 시스템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 jeltz 2010/10/03 12:50 # 답글

    어느 정도 학회가 있는 아랍어, 이란어 쪽에서도 표기는 다 다르죠.

    kh 발음이 특히 그렇습니다. khalifah 는 칼리파, 일까요, 할리파 일까요. ibn khaldun 은 이븐 칼둔일까요, 이븐 할둔일까요. khomeini 는 호메이니일까요, 코메이니일까요..물론 후자는 관용적 표현으로 호메이니라고 쓰지만요.. 근데 제가 느껴본 바로는 아랍-이란어에서 kh는 아무리봐도 ㅋ쪽에 더 가깝게 나는듯 해서요.

    이런 표현도 중동 관련 학계에서도 통일이 안되는 만큼, 개별 언어 학회만의 노력만으로는 외국어 발음은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어에 맞게 적용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국어원만으로도 부족하듯이 서로서로 협력하는게 필요할 듯 하네요.
  • 끝소리 2010/10/03 18:55 #

    아랍어와 이란 페르시아어의 kh 음가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란 페르시아어의 kh는 보통 그냥 인두음화된 마찰음 [χˁ]인 반면 아랍어의 kh는 국제음성기호로 나타내기는 까다롭지만 단순한 [χ]가 아니라 거기에 해당하는 마찰 전동음(굴림소리)입니다. 단순한 [χ]보다는 날숨의 양이 더 많아 더 격하게 들립니다.

    마찰음 [x], [χ], [ç] 등은 접근음 'ㅎ' [h]와 파열음 'ㅋ' [kʰ] 사이에서 'ㅎ'에 더 가까운 음이라 외래어 표기법에서 'ㅎ'으로 적는 것인데 아랍어의 kh는 그 세기 때문에 'ㅋ'에 더 가깝게 들리는 것일 겁니다. 제게는 이런 아랍어의 kh도 'ㅋ'보다는 'ㅎ'에 가깝게 들리지만 jeltz님도 그렇고 아랍어 표기 시안을 만든 이들도 'ㅋ'에 가깝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아랍어에는 이미 두 개의 음소(h [ɦ]와 ḥ [ʜ])가 'ㅎ'에 가까운 음인데 kh까지 'ㅎ'으로 옮기면 변별력이 너무 떨어지는 면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페르시아어는 h [h] 하나만 있습니다(gh [ɣ]/[ɢ]를 'ㄱ' 또는 'ㅋ'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면요).

    기존의 표기 용례로를 보면 '이븐할둔', '하르툼'처럼 아랍어의 kh를 'ㅎ'으로 옮긴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표기 시안에서는 kh를 'ㅋ'으로 옮기기로 했고 최근 심의된 표기에서도 그렇게 따르고 있습니다. 아랍어 표기 시안이 전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kh를 'ㅋ'으로 옮기는데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또 '칼리파'는 오히려 흔히 쓰던 용어인 '칼리프'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페르시아어의 kh는 음가 및 다른 음소들과의 상대성을 고려할 때 계속 'ㅎ'으로 적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랍어의 kh와 같은 문자로 적는다고 해서 한글 표기도 똑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랍어 표기 시안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C%9C%84%ED%82%A4%EB%B0%B1%EA%B3%BC:%EC%99%B8%EB%9E%98%EC%96%B4_%ED%91%9C%EA%B8%B0%EB%B2%95/%EC%95%84%EB%9E%8D%EC%96%B4_%EC%8B%9C%EC%95%88
  • jeltz 2010/10/03 18:57 #

    그냥 들을때는 아랍어의 kh나 페르시아어의 kh 모두 비슷하게 ㅋ에 가깝게 들리던데 음성학적으론 그런 차이가 있었군요 ㅎㅎㅎㅎㅎ감사합니다
  • 끝소리 2010/10/03 20:17 #

    아, 글을 쓸 때 큰 착각을 했습니다. 페르시아어 kh의 발음에 관한 설명을 다시 보니 아랍어 kh와 같은 마찰전동음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랍어 kh와 페르시아어 kh의 발음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잘못된 답변을 드려 죄송합니다.

    좀 무안하게 됐지만 그래도 앞에서 말한 다른 페르시아어 음소와의 상대성을 고려해서 페르시아어의 kh는 'ㅎ'으로 적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호메이니', '하메네이' 같은 표기에 익숙한 점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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