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전통적인 모음 구분 외래어 표기 실무

영어만큼 철자와 모음 발음의 상관 관계가 복잡한 언어는 찾기 힘들다. 책 한 권으로 설명해도 부족할 정도이다.

이 글에서는 영어에서 흔히 말하는 '장음 A (long A)', '단음 E (short E)' 등 전통적인 모음 명칭을 다루고자 한다. 영어에서는 전통적으로 a, e, i, o, u 다섯 글자를 모음으로 치고 각각 각각 '단모음(short vowel)'과 '장모음(long vowel)'으로 발음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전통적 의미에서 쓰는 '장모음'은 사실 이중모음이 대부분으로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장모음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영어에서 전통적으로 쓰는 '단모음'과 '장모음'을 작은 따옴표를 써서 나타내도록 한다.

그런데 실제 '단모음'과 '장모음'의 발음을 알려면 그 모음이 약화되는지, 또 뒤에 r가 따르는지도 따져야 한다. 약화된 모음은 '약모음(weak vowel)', 약화되지 않은 모음은 '강모음(strong vowel)'이라고 한다. 영어 단어에서 주 강세가 오는 음절의 모음은 당연히 '강모음'이고 주 강세가 오지 않더라도 모음이 약화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단모음'과 '장모음'이란 명칭은 뒤따르는 r에 의해 발음이 변화되지 않고 약화되지도 않은 경우에 한해서 쓰지만, 이 글에서는 모두 한꺼번에 다루도록 한다. 모음 뒤에 r가 따르는 형태에 대한 전통적인 명칭은 없지만 여기서는 '장음 AR', '단음 ER'와 같이 부르기로 한다.

차례대로 예부터 들어보자. 각 모음마다 대표 발음을 들고 약화된 발음은 괄호 안에 표시했다. 발음 기호 뒤에는 발음에 외래어 표기법을 규칙적으로 적용한 한글 표기를 덧붙였다. 실제 표준 표기와 다른 경우는 * 표를 붙여 표시했다. 편의상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실린 영국 표준 발음을 기준으로 발음을 통일하여 적되 '장모음 o'는 [əʊ] 대신 [oʊ]로 적었다.

단음 A - æ (ə)
Matthew [ˈmæθ.juː] 매슈, Stanley [ˈstæn.liː] 스탠리
Buckingham [ˈbʌk.ɪŋ.əm] 버킹엄, England [ˈɪŋ.ɡlənd] *잉글런드 → 잉글랜드
장음 A - eɪ (ɪ, ə)
cage [kdʒ] 케이지, Tasmania [tæz.ˈmn.i.ə] 태즈메이니아
Anchorage [ˈæŋk.əɹ.ɪdʒ] 앵커리지, palace [ˈpæl.əs, -ɪs] *팰러스/팰리스
단음 AR - ɑː (ə)
star [stɑː] 스타, Carter [ˈkɑːt.ə] 카터
popular [ˈpɒp.jʊl.ə] 포퓰러
장음 AR - eə (ə)
square [skw] 스퀘어, Sarah [ˈsɹ.ə] *세어라 → 세라, Mary [ˈmɹ.i] *메어리 → 메리
binary [ˈbaɪn.əɹ.i] 바이너리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A'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sparrow [ˈspæɹ.oʊ] 스패로).

England는 영어 발음만 따지면 '잉글런드'이겠지만 영어 복합어의 land는 원형을 살려 '랜드'로 적는 규칙에 따라 '잉글랜드'이다. Palace와 같이 [ɪ, ə]가 둘 다 가능한 경우는 [ɪ]를 따른 표기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팰리스'를 택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발음이 가능할 때는 덜 약화된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

'장음 AR' 뒤에 모음이 따르는 경우 통상적으로 [ə]를 무시하고 적기 때문에 Sarah, Mary는 '세라, 메리'로 적는다. 즉 '장음 AR'는 자음 앞과 어말에서는 '에어', 모음 앞에서는 '에ㄹ'로 적는 것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자음 앞과 어말에서도 철자의 r를 발음하는 미국식 발음에서는 '장음 AR'를 단순히 [eɹ]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square, Sarah, Mary는 [skweɹ, ˈseɹ.ə, ˈmeɹ.i]로 발음한다. Mary와 merry의 발음을 똑같이 [ˈmeɹ.i]로 한다 하여 'Mary-merry' 융합이라고 부른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sparrow에서와 같은 r 앞의 '단음 A'마저 이에 합치는 'Mary-marry-merry' 융합도 꽤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marry도 [ˈmæɹ.i] 대신 [ˈmeɹ.i]로 발음한다. 여기까지는 한글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marry는 '매리'로 쓰는 것이 좋다.

단음 E - e (ɪ, ə)
Tess [tes] 테스, Melanie [ˈmel.ən.i] 멜러니
Sussex [ˈsʌs.ɪks] 서식스, rocket [ˈɹɒk.ɪt, -ət] *로킷/*로컷 → 로켓, Elisabeth [i.ˈlɪz.əb.əθ] *일리저버스 → 엘리자베스
장음 E - iː (i)
Eton [ˈ.t(ə)n] 이튼/*이턴, Eli [ˈl.aɪ] 일라이
reaction [ɹi.ˈæk.ʃ(ə)n] 리액션, behind [bi.ˈhaɪnd] 비하인드
단음 ER - ɜː (ə)
Perth [pɜːθ] 퍼스, Berkoff [ˈbɜːk.ɒf] 버코프
percent [pə.ˈsent] 퍼센트
장음 ER - ɪə (ɪ)
sphere [sfɪə] 스피어
eraser [ɪ.ˈɹeɪzə] 이레이저(미국식은 [ɪ.ˈɹeɪsəɹ] 이레이서)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E'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Eric [ˈeɹ.ɪk] '에릭').

Elisabeth는 발음에 따라 적으면 '일리저버스'이겠지만 관용 표기를 존중하여 '엘리자베스'로 적는다. Rocket은 관용 표기인 '로켓'을 쓴다. 보통 영어 단어의 약화된 '단음 E'를 철자 그대로 '에'로 많이 적는데 '로켓', '호스텔', '가스펠'과 같이 관용 표기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닛', '초콜릿', '너깃'처럼 [ɪ] 발음을 옮긴 '이'로 적는 표기가 표준인 경우도 많다. 사전을 찾아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이름 Joseph도 '조세프'로 적는 일이 많지만 발음 [ˈdʒoʊz.ɪf]에 따라 '조지프'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이다. 또 licence [ˈlaɪs.(ə)ns]는 '라이센스'로 흔히 쓰지만 '라이선스'가 맞다.

단음 I - ɪ (ɪ, ə)
kick [kɪk] 킥, Hillary [ˈhɪl.əɹ.i] 힐러리
Kevin [ˈkev.ɪn, -(ə)n] 케빈/*케븐/*케번
장음 I - aɪ (ə)
child [tʃld] 차일드, Wright [ɹt] 라이트
missile [ˈmɪs.(ə)l, -(ə)l] 미사일/*미사이얼/*미슬/*미설
단음 IR - ɜː (ə)
bird [bɜːd] 버드, Stirling [ˈstɜːl.ɪŋ] 스털링, Irwin [ɜː.wɪn] 어윈
confirmation [ˌkɒn.fə.ˈmeɪʃ.(ə)n] 콘퍼메이션
장음 IR - aɪə
wire [waɪə] 와이어
'단음 I' 뒤에 r와 모음이 따를 경우 r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단음 I' [ɪ]로 발음한다(예: miracle [ˈmɪɹ.ək.l̩] 미러클). '장음 I' 뒤에 r와 모음이 따를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aɪ]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ɪə]로 발음하기도 한다. 하지만 Virus [ˈvaɪ(ə)ɹ.əs] '바이러스', irony [ˈaɪ(ə)ɹ.ən.i] '아이러니'에서 보듯이 한글로 표기할 때에는 [aɪ]로 발음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Missile의 경우에서와 같이 l 앞의 '장음 I'도 r 앞에서처럼 [aɪə]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글로 표기할 때는 [aɪ]인 것으로 보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모음으로 쓰이는 y도 i와 같은 규칙을 따른다. 중세 영어에서 y와 i는 이미 음가가 합쳐져 이후 발음 변화도 똑같이 겪었기 때문이다.
Lynn [lɪn] 린, Snyder [snd.ə] 스나이더, Meryl [meɹ.əl, -ɪl] *메럴/메릴, Byrne [bɜːn] 번, tyre [taɪə] 타이어

단음 O - ɒ (ə)
Procter [ˈpɹɒkt.ə] 프록터, Bond [bɒnd] 본드
Lennox [ˈlen.əks] 레넉스
장음 O - oʊ (oʊ, ə)
ghost [ɡst] 고스트, focus [ˈfk.əs] 포커스, Chicago [ʃɪ.ˈkɑːɡ.] 시카고
professional [pɹə.ˈfeʃ.(ə)n.əl] *프러페셔널 → 프로페셔널
단음 OR - ɔː (ə)
Cornell [ˌkɔː.ˈnel] 코넬, mentor [ˈment.ɔː, -ə] 멘토/*멘터
Stanford [ˈstæn.fəd] 스탠퍼드
장음 OR - ɔː
Gore [ɡɔː] *고 → 고어, glory [ˈɡlɔːɹ.i] 글로리, forum [ˈfɔːɹ.əm] 포럼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O'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horror [ˈhɒɹ.ə] '호러').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단음 O' [ɒ]를 '오'로 적는다. 그런데 이 모음은 미국식 발음에서 비원순화하여 [ɒ] 대신 [ɑ(ː)], 즉 father [fɑːð.ə]의 [ɑː]와 같은 음이 되었다. 그래서 column [미: ˈkɑ(ː)l.əm], Hollywood [미: ˈhɑ(ː)l.i.wʊd] 등은 미국식 발음을 따라 '칼럼', '할리우드'로 적는다. 또 shot은 '장면'을 뜻하는 영화 용어로는 '숏', 스포츠 용어로는 '샷'으로 쓴다.

예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장음 O' [oʊ]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오'로 적는다. 이 '장음 O'가 약화되면 사전에서는 보통 [ə]로 적는데, 학자에 따라 원순성이 남아 있다고 보아 [ɵ]로 표기하기도 한다. 예를 든 professional의 표준 표기는 '프로페셔널'인데, '장음 O'가 약화된 것을 '오'로 적은 것이다. 비슷한 예로 automation '*오터메이션 → 오토메이션', position '*퍼지션 → 포지션', detonation '*데터네이션 → 데토네이션', dolomite '*돌러마이트 → 돌로마이트', carbonite '*카버나이트 → 카보나이트', melody '*멜러디 → 멜로디', rhapsody '*랩서디 → 랩소디' 등이 있다. 실제 발음에서는 원래의 '장음 O'가 언제나 [ə]로 약화되지만 표준 한글 표기에서는 '오'로 적는 경우가 꽤 빈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표준 표기 중에는 syncopation '싱커페이션', procedure '프러시저', projective '프러젝티브'처럼 원래의 '장음 O'가 약화되어 [ə]가 된 것을 '어'로 적은 것도 있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위에서 '단음 OR'와 '장음 OR'는 [ɔː]로 합쳐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장음 OR'를 [oː, oʊ] 등으로 발음하여 '단음 OR'와 구별하는 이들이 있다. 보통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의 보스턴과 미국 남부 등에서는 '장음 OR'와 '단음 OR'가 구별된다. 표준 영국식 발음이나 표준 미국식 발음에서처럼 이 둘을 똑같이 발음하는 것을 horse-hoarse 융합이라고 부른다. Horse의 모음은 '단음 OR'이고 hoarse는 '장음 OR'와 같은 발음인데, 영어에서 oa로 쓰던 음은 대부분 '장음 O'와 합쳐졌기 때문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o]나 [ɔ]나 구별하지 않고 '오'로 옮기니 '단음 OR'와 '장음 OR'의 구별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표기 관습을 일관적으로 따르려면 이를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Gore의 표준 표기는 '고'가 아니라 '고어'이다. Score도 '스코어', Baltimore도 '볼티모어', 인명 More도 '모어'가 표준 표기이며 store도 '스토어'로 많이 쓴다. 왜 그렇게 쓰는 것일까? 사실 OR의 [ɔː]는 예전에 [ɔə] 비슷한 이중모음이었다. 표준 발음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단순모음화한 것이다. 영어 사전 가운데에는 OR의 발음을 [ɔə]로 표시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glory나 sports [spɔːts] '스포츠'에서처럼 어중에서는 '오'로 적더라도 어말에 올 경우에는 '오어'로 적는 것이 전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가하면 Labrador는 '래브라도', mentor는 '멘토'가 표준 표기이다. 위의 경우와 어디가 다른 것일까? 철자상으로 -or로 끝나는 단어, 즉 '단음 OR'를 쓰는 단어들이다. 이 외에도 for는 '포'로 많이 쓴다. 그러니 어말의 OR는 '단음 OR'일 경우는 '오', '장음 OR'일 경우는 '오어'로 구별해서 표기하는 것을 권한다.

단음 U - ʌ (ə)
Tucker [ˈtʌk.ə] 터커, multimedia [ˌmʌlt.i.ˈmiːd.i.ə] 멀티미디어
Fergus [ˈfɜːɡ.əs] 퍼거스
장음 U - juː (jʊ, ju, jə)
tuba [ˈtjuːb.ə] 튜바, Mercutio [mə.ˈkjʃ.i.oʊ] 머큐시오
popular [ˈpɒp.l.ə, -l-] 포퓰러/*포펼러, emulator [ˈem.ju.leɪt.ə, --] 에뮬레이터/*에멸레이터
단음 UR - ɜː (ə)
Hurst [hɜːst] 허스트
Arthur [ˈɑːθ.ə] 아서
장음 UR - jʊə (ju, jə)
pure [pjʊə] 퓨어, Muriel [ˈmjʊəɹ.i.əl] *뮤어리얼 → 뮤리얼, Turing [ˈtjʊəɹ.ɪŋ] *튜어링 → 튜링
natural [ˈnætʃ.(ə)ɹ.əl] *내처럴 → 내추럴, figure [ˈfɪɡ.(j)ə] 피겨/*피거, picture [ˈpɪk.tʃə] 픽처
영국식 발음에서는 뒤따르는 r가 발음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단음 U'가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예: Durham [ˈdʌɹ.əm] '더럼')

'장음 U' [juː]의 [j]는 영어의 음운 제약 때문에 몇몇 자음 뒤에서 탈락한다. 특히 ch, j, sh, r [tʃ, dʒ, ʃ, ɹ] 뒤에서는 표준 영국 발음, 표준 미국 발음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영어 방언에서 [j]는 탈락한다(단 웨일스식 발음에서는 [juː]가 [ɪʊ] 비슷한 이중모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Andrew [ˈændɹ.uː]는 '앤드루'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이다. '장음 U'가 약화되면 [jə]로 발음되는 일이 있지만 한글로 표기할 때는 '유'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l, th, s, z [l, θ, s, z] 뒤에서도 [j]가 탈락하며 영국식 발음에서도 이들 자음 뒤에서 [j]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Super의 경우 미국식 발음으로는 [ˈsuːp.əɹ]이고 영국식 전통 발음으로는 [ˈsjuːp.ə]이지만 오늘날에는 영국식 발음에서도 [j]가 탈락하여 [ˈsuːp.ə]인 경우가 많다. 표준 표기는 '슈퍼'인데 [j] 탈락을 반영한 표기 '수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Suit [ˈs(j)uːt]의 표준 표기도 '슈트'이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지역에 따라 t, d, n [t, d, n] 뒤에서도 [j]가 탈락할 수 있지만 영국식 발음에서는 좀처럼 탈락하지 않는다. 다만 요즘 영국식 발음에서는 tune, dune을 [tjuːn, djuːn] '튠, 듄' 대신 [tʃuːn, dʒuːn] '춘, 준'으로 파찰음화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단어를 미국식 발음에서는 [tuːn, duːn] '툰, 둔'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로 표기할 때는 [j]를 발음하는 것으로 보고 '튠, 듄'과 같이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n 뒤의 [j]도 발음되는 것으로 보아 nutria [ˈnjuːtɹ.i.ə]는 '뉴트리아'로 적는 것이 표준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nude [njuːd]는 [j]가 탈락한 형태를 기준으로 '누드'라고 적는다.

약화된 음절에서 [j]가 [t, d]에 오면 보통 [tʃ, dʒ]로 파찰음화한다. Fortune의 둘째 음절을 약화시키지 않으면 long U로 발음하여 [ˈfɔːt.juːn] '포튠'이지만 [juː]를 [jə]로 약화시키면 파찰음화가 진행되어 [ˈfɔːtʃ.ən] '포천'으로 발음된다. 단 앞에서 말했듯이 약화시키지 않은 tune도 [tʃuːn]으로 발음하는 이들은 [ˈfɔːtʃ.uːn] '포춘'으로 발음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음 UR' [jʊə]의 경우도 한글 표기를 위해서는 어중에서 [jʊ]로 보고 '유'로 적고 어말에서만 '유어'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Natural의 경우처럼 실제 발음에서는 어중에서 약화되더라도 '내처럴' 대신 '내추럴'을 표준 표기로 정한 예도 있다.

Figure는 영국식 발음에서는 특이하게 [j]를 탈락시켜 [ˈfɪɡ.ə] '피거'로 발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국식 발음에서는 [j] 탈락을 표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식 발음에서는 보통 [ˈfɪɡ.jəɹ] '피겨'로 발음하고 드물게 '장음 UR'를 약화시키지 않고 [ˈfɪɡ.jʊɹ]로 발음하기도 한다. 한국어에서는 '피겨스케이팅'에서와 같이 '피겨'가 표준 표기이다.

다른 모음들

영어의 모음은 지금까지 언급한 것 외에도 매우 많다. 위의 전통적인 구분에 추가할 수 있는 모음으로는 '장음 OO' [uː], '단음 OO' [ʊ]가 있는데 book '북', look '룩'의 oo는 '단음'이고 cool '쿨', shoot '*슈트 → 슛'에서는 '장음'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장모음 뒤의 파열음은 '으'를 붙여 적고 단모음 뒤의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게 되어 있어 '단음 OO'와 '장음 OO'를 구별해야 하는데 특별한 규칙은 없고 사전을 찾아 발음을 확인해야 한다. 또 blood '블러드', flood '플러드'에서처럼 '단음 U'를 oo로 적는 예도 있다.

이미 보았듯이 '단음 A'는 [æ]로 발음되지만 father, calm, palm을 비롯한 몇몇 단어의 a는 장모음화하고 중세 영어의 음가를 비교적 잘 간직해 [ɑː]가 되었다. 그래서 '단음 A', '장음 A'도 아닌 새로운 모음 분류가 되었으며 위에서 본 것처럼 '단음 AR'의 모음도 이에 합쳐졌다.

또 비교적 최근에 영국 표준 발음을 비롯한 여러 방언에서는 [f, s, θ, ns, nt, ntʃ, nd, mpl] 앞의 '단음 A' 일부가 일부가 [æ]에서 [ɑː]로 바뀌었다. 해당되는 단어는 chance 챈스/찬스, last 래스트/라스트, half 해프/하프, shaft 섀프트/샤프트, pass 패스/파스, cast/caste 캐스트/카스트, sample 샘플/삼플 등이다. '패스', '샘플'은 '단음 A'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지만 '하프', '샤프트'처럼 [ɑː]로 바뀐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예도 있다. 흥미롭게 '배역'을 뜻하는 cast는 '캐스트'로, '계급 제도'를 뜻하는 caste는 '카스트'로 표기하는데 영어 화자들은 사람에 따라 둘 다 [æ]로 발음하거나 둘 다 [ɑː]로 발음한다. 특정 지역과 연관이 있는 어휘가 아니라면 좀 더 보수적인 '단음 A'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이 외에도 thought [θɔːt]의 [ɔː], choice [tʃɔɪs]의 [ɔɪ], mouth [maʊθ]의 [aʊ] 등 중세 영어의 이중모음 또는 장모음에서 유래한 모음들이 있다. 사실 중세 영어의 '장음 U' 즉 *[uː]에 해당하는 모음은 [aʊ]이고 오늘날의 '장음 U'는 eu, ew 등으로 적던 중세 영어의 이중모음에서 왔다. 또 중세 영어의 oo *[oː]는 오늘날의 [uː]가 되어 '장음 U'에서 [j]만 탈락시킨 것과 같은 음이 되었다.

'단음 O' [ɒ] 가운데 장모음화하여 thought의 모음인 [ɔː]로 합쳐진 것도 있다. Cross '크로스', lost '로스트' 등의 단어에서 이 현상이 일어났는데 영국에서는 이들이 다시 '단음 O'가 된 것이 많아 미국에서는 보통 [ɔː]를 쓰고 영국에서는 [ɒ]를 쓴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ɒ]에 해당하는 [ɑ]를 쓰기도 하고 영국에서도 [ɔː]를 쓰기도 한다. 한글 표기는 모두 '오'이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모음'과 '장모음' 구별하기

'단모음'은 폐음절, 즉 자음으로 끝나는 음절에서만 쓸 수 있다. 즉 철자상 자음으로 끝나는 단음절 단어에서 모음 글자가 하나라면 어김없이 '단모음'이다.
land [lænd] 랜드, set [set] 셋, kiss [kɪs] 키스, stock [stɒk] 스톡, run [ɹʌn] 런
또 끝에서 두번째 음절에 강세가 오고 이 음절의 모음 글자 뒤에 자음 글자 둘 이상이 따르면 '단모음'이다.
tackle [ˈtæk.l̩] 태클, ending [ˈend.ɪŋ] 엔딩, pillow [ˈpɪl.oʊ] 필로, doctor [ˈdɒkt.ə] 독터, shuttle [ˈʃʌt.l̩] 셔틀
'장모음'은 폐음절에서도 쓸 수 있고 개음절, 즉 자음으로 끝나지 않는 음절에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 음절이 묵음이 아닌 모음 글자로 끝난다면 언제나 '장모음'이다.
me [m] 미, hi [h] 하이, go] 고, flu [fl] 플루
또 단음절 단어에서 자음 글자 하나와 묵음 e 앞에서는 보통 '장모음'이다.
space [sps] 스페이스, these [ðiːz] 디즈, pride [pɹd] 프라이드, stone [stn] 스톤, cute [kjuːt] 큐트
하지만 예외도 많다. 특히 자주 쓰는 단어 가운데에 많다.
have [hæv] 해브, give [ɡɪv] 기브, love [lʌv] 러브
끝에서 두번째 음절에 강세가 오고 이 음절의 모음 글자 뒤에 자음 글자 하나 또는 모음 글자가 따르면 '장모음'이다.
baker [ˈbk.ə] 베이커, wellbeing [ˌwel.ˈb.ɪŋ] 웰비잉, user [ˈjuːz.ə] 유저, computer [kəm.ˈpjt.ə] 컴퓨터
위의 예외 가운데 have의 a는 '단음 A', give의 i는 '단음 I'인데 love의 o는 엉뚱하게 [ʌ], 즉 '단음 U'로 발음된다. O가 '단음 U'로 발음되는 예는 꽤 많은데, 주로 m, n, th, v 앞에 있는 o에 해당된다.
other 어더, mother 머더, brother 브러더, come 컴, some 섬, son 선, month 먼스, cover 커버, glove 글러브, oven *어븐 → 오븐, company 컴퍼니, comfort 컴퍼트, compass 컴퍼스, dove 더브, shove 셔브, government 거번먼트, governor 거버너, governance 거버넌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중세 필사가들은 m, n 옆의 u 음을 당시 글씨체에서 m, n과 구별이 어려운 u 대신 o로 적었다. 또 예전에는 u와 v의 구별이 없이 둘 다 u로 적었기 때문에 v 옆에서도 u 대신 o를 썼다. 이후에 honger, trompet 등 일부 단어는 hunger, trumpet과 같이 u로 철자가 바뀌었지만 '단음 U' 음을 o로 계속 적는 단어는 영어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혼돈

이렇듯 영어 단어에서 모음의 발음을 알아내려면 '장모음'인지 '단모음'인지, 약화되는지 약화되지 않는지를 따져야 한다. '단음 U'로 발음되는 o처럼 규칙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영어 단어 direct를 보자. 첫 모음은 어떻게 발음될까? '장음 I' [aɪ]? '단음 I' [ɪ]? '장음 IR' [aɪə]? 이들이 약화된 [ə]? 이들 모두가 가능하다. 즉 '다이렉트', '디렉트', '다이어렉트', '더렉트' 모두 이론상 가능한 표기이다. 나라, 지역,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발음이 다르다.

영어 화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보면 가장 그럴듯한 강세 패턴을 유추해서 어느 음절에 강세를 줄 것인가를 정하고 자연스러운 음절 구분을 선택하여 개음절과 폐음절의 제약에 따라 '장모음'을 쓸 것인지 '단모음'을 쓸 것인지 정하며 강세에 따라 어느 모음을 약화시킬 것인지 정한다. 물론 이 과정은 무의식 중에 일어나며 direct의 예에서 보듯이 결과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발음이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휴먼시아(Humansia)'라는 브랜드를 처음 봤을 때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에서 -ia는 강세를 강제하는(stress-imposing) 접미사로 그 전 음절에 강세가 오게 한다. 그러니 Hu-MANS-i-a의 가운데 MANS에 강세가 올 텐데 여기의 a는 humanity '휴매니티', humanitarian '휴매니테리언' 같은 단어에서처럼 '단음 A', 즉 [æ]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휴먼시아'라면 이 a는 '어'로 적게 되는데 강세가 오는 음절에서 '어'로 적는 모음은 '단음 U', 즉 [ʌ] 뿐이다. 적어도 영어 고유 단어에서 철자 a가 '단음 U'로 발음되는 일은 없다. 결국 Humansia를 '휴먼시아'로 읽으려면 Hum-an-SI-a로 분절하여 Human과 Sia라는 단어의 복합어인 것처럼 봐야 한다.

아마 작명한 이는 첫 음절에 강세가 오는 human [ˈhjuːm.ən] '휴먼'이 강세 이동으로 인해 모음의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처럼 약화되지 않는 a를 발음을 잘못 알고 '어'로 적는 예는 reality '리얼리티', application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리앨리티', '애플리케이션'으로 적는 것이 영어 발음에 맞다. 하지만 '리얼리티'는 관용 표기로 인정된다.

결론

영어 모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제대로 표기하기는 매우 어렵다. 영어권의 고유명사처럼 꼭 영어 발음을 따라 한글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몇 년 전 대한 화학회에서 국제화를 명분으로 그동안 쓰던 화학 용어를 영어식으로 바꿨는데 그 내용을 보면 게르마늄(germanium)을 '저마늄', 플루오르(fluorine)를 '플루오린', 할로겐(halogen)은 '할로젠'이 되었다. 실제 영어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각각 '저메이니엄', '플루어린/플로린', '핼러젠/헤일러젠/핼러전/헤일러전'이다.

영어 발음에 가깝게 하자면서 '저마늄'이란 표기를 정하다니... 새로 결정된 용어는 국제적으로 비영어권 화학자들끼리 교류하면서 쓰는 엉터리 영어 발음에는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실제 영어 발음과는 동떨어진 것들이 많다.

예전에 쓰던 화학 용어는 독일어 발음을 따른 것이 대부분인데 독일어는 모음의 발음이 영어보다 훨씬 더 규칙적이다. 독일어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언어에서 공통 화학 용어의 모음을 비슷하게 발음한다. 영어처럼 a, e, i, o, u의 음가가 라틴어 모음에서 멀어진 예는 찾기 힘들다. 그러니 오히려 예전에 쓰던 화학 용어가 더 국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에 영어 단어를 섞어 쓸 때 모음 발음을 잘못 알고 쓰는 모습을 수없이 본다. 영어의 모음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꼭 발음을 잘 모르는 영어 단어를 섞어 써서 국어 생활에 혼란을 불러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간다. 그렇게 해서 잘못 안 영어 발음이 굳어지면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데도 지장이 될 텐데 말이다.

덧글

  • 까롤로 2010/09/13 11:00 # 답글

    http://www.kcsnet.or.kr/main/k_cheminfo/k_c_editing.htm?qpage=k_c_editing
    위 URL의 좌측 '부록'에 보시면 화합물 명명법 편수자료가 있습니다.
    이곳에 보시면 대한화학회에서 발간한 화합물 명명법 편수자료와 그 서문이 있는데요,
    실제로 대한화학회에서 화합물 명명을 하면서 국어학과 언어학자들과 심심찮은 토론을 한 것 같습니다.
    엉터리 영어 발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 서문에 따르면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 IUPAC은 원소 이름들에 대해 '영어 이름'을 정해 놓은 게 아니라 단지 '로마자 이름'을 정해 놓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걸 읽는 건 각 나라 방법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적절한 방식을 취했나봅니다. 이에 따라 '디엄' '니엄'으로 끝나야 할 이름 '듐', '늄' 으로 끝나게 된 것이지요.
    외래어 표기법과 영어발음을 존중하면서 화학계의 관용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섞은 것 같습니다.
    전문용어이니 전문 학회에서 정한 어휘를 국립국어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이썬 도 한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이 서문을 보면 국립국어연구원이 검토를 했다고 하네요.
    제 생각을 요약하자면, 일상 생활에선 국어사전에 수록된 '나트륨, 칼륨, 게르마늄'을 사용하고, 화학 관련 전문 텍스트에서는 '소듐, 포타슘, 저마늄'을 사용하며, 영어에서 온 말을 옮길 때에는 '소디엄, 퍼태시엄, 저메이니엄'을 사용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이런 것이지요: 짠 음식에는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서 몸에 안 좋아. 왜냐하면 소금을 이루는 주 성분은 클로로화 소듐인데, 소듐은 과량 섭취하면 신체의 삼투에 영향을 미쳐 호르몬 불균형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 그래서 미국에서는 '소디엄 로'라 불리는 식품법이 존재하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을 수는 있겠네요.
  • 끝소리 2010/09/13 16:00 #

    자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알켄'과 '알킨'의 영어 발음 때문에 생기는 혼란에 대한 지적에는 수긍이 갑니다. 또 처음부터 '저마늄'이란 명칭을 사용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말씀대로 각 나라 방법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미 널리 쓰는 명칭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 그리고 바꾸는 이유로 든 '영어 발음에 가깝게 하기'가 애초에 완전히 적용하기가 어렵다면 왜 무리하게 시도를 해서 이도저도 아닌 절충안을 쓰느냐입니다. 이에 대한 보도를 처음 봤을 때에 '저마늄'이라는 새 이름부터 보았으니 첫 인상부터가 안 좋았습니다.

    명명법을 바꾼 이유로 든 '자일리톨' 같은 현실 표기도 못마땅했던 것이, 핀란드에서 쓰는 이름은 ksylitoli로 '크쉴리톨리'로 읽고, 한국에서 상표로 쓰기 이전에는 이 단어를 영어로 들은 적도 없습니다. 원래 쓰던 '크실리톨'이라고 하면 다른 여러 언어에서 쓰는 이름과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예전 명칭으로 교육받은 세대로서 새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생기는 것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 까롤로 2010/09/13 18:36 #

    X를 'ks'로 읽는 것이 모두 일본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 끝소리 2010/09/14 02:57 #

    어두에 x가 오는 일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 겁니다. 라틴어 X의 원 음가는 [ks]이지만 영어에서는 음운 제약 때문에 음절 초에 [ks]가 오지 못해 보통 [z]로 대체합니다.
  • 까롤로 2010/09/13 11:11 # 답글

    어플라이(apply)가 형태가 application으로 바뀌면서 '애'플리케이션이 되는 등 모음의 발음이 엄청나게 불규칙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복잡한 강세 규칙이 기저에 존재하고 있었군요. 그런데 같은 단어라도 사람에 따라 발음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Philadelphia 도 위키에선 '-여'로 읽지만 실제로 공항(!)에선 '-이아'를 살려서 읽더라구요.
    복잡복잡하네요.
  • 끝소리 2010/09/13 16:04 #

    영어 단어의 상당수는 여러 발음이 가능합니다. 접미사 -ia 같은 경우는 보통 두 음절 발음, 한 음절로 축약하는 발음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러니 같은 사람도 말하는 빠르기에 따라 다른 발음을 쓸 수가 있습니다.
  • 나그네 2010/09/14 09:49 # 삭제 답글

    대한화학회에서 저지른 한심한 짓을 보고 참으로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화학 전공자들은 이미 영어 발음을 기준으로 쓰고 있대서 골이 띵해진 기억이 나는군요.
    여기서 기본적인 문제는 일단 언어의식이 없는 화학자들이 외래어와 외국어를 헷갈린 채로 규정을 정했고 줏대없는 국어학자들이 이를 수용한 데 있죠.
    물론 알레르기가 독일어에서 온 줄도 모르고 일본어라고 잘못 아는 이들이 많듯이 상당수 언중이 라틴어와 독일어에 기반한 명칭을 일본어라고 어처구니없이 착각하는 언어 감정도 이런 결정에 한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닐을 바이닐로 쓰면 정말 미국 애들이 [vainl]로 알아들을 거라 짱구를 굴린 건지 참으로 한숨 나오는 언어 정책입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는 것은 언어로서 영어 자체를 사용한다는 것이지 해당 언어에 영어 낱말을 섞어 쓰는 게 아닌데 왜 저런 멍청한 결정에 제대로 반박한 국어학자가 없는지 통탄할 노릇입니다.
    IUPAC에서 정한 것은 영어 이름일 뿐 다른 언어에서 쓰는 이름을 규정한 게 아니거든요.
  • 끝소리 2010/09/14 16:04 #

    IUPAC에서 정하는 이름은 영어 이름 뿐이라는 것 올바른 지적입니다. 어느정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언어 가운데 라틴어계 학술 용어를 영어 발음대로 쓰는 언어가 얼마나 있을까요?

    비단 화학 전공자들 뿐만이 아니라 상당수 언중이 영어 발음을 따르는 것이 국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예로 '게놈'을 '지놈'이라 쓰거나 그리스어 '파토스'를 '페이소스'로 쓰는 것을 들 수 있죠.

    아무리 국제화를 운운한다지만 화학 전공자 같은 전문분야 종사자들 가운데 영어 이외의 로마 문자권 언어를 접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영어로 논문을 쓰고 발표를 할 수 있을만큼 영어를 배우는 것만도 벅찬데 영어 이외의 언어를 기준으로 결정된 외래어가 있다는 사실에 무지하여 자신이 알던 외래어와 영어에서 쓰는 해당 단어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 외래어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마늄' 같은 용어를 보면 '글로벌 영어'라는 '글로비시(Globish)'가 생각이 나네요.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는 것은 비영어권 출신들이 쓰는 이런 발음을 말하는 것인지...
  • 나그네 2010/09/14 18:52 # 삭제

    위에 까롤로님의 링크를 보니 어원도 잘못 해석한 게 있군요.
    메스실린더는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 Messzylinder에서 측정을 뜻하는 말은 독일어 어근 mess-를 취하고 실린더는 영어 발음을 따른 일종의 혼합 차용어입니다.
    사실 국어 사전에도 제대로 어원 설명을 해 놓지 않았죠.
    할로겐이나 콜라겐 같은 말도 어원을 독일어가 아닌 영어라고 해 놓으니 '잘못된 발음'이라고 순진하게 오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예전에 이 문제를 주제로 '한국어의 동남아화'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쓸까 했으나 한국에서 뭔가 촌스러운 것을 가리킬 때 우스갯소리로 동남아를 언급하긴 해도 인종우월적인 냄새를 풍길 위험이 있어서 접은 적이 있는데 물론 동남아 언어가 모두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니고 이를테면 태국어, 라오스어, 버마어 같은 언어는 저런 화학 용어를 모두 영어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 세 언어에서는 화학회에서 요오드와 부탄 대신 쓰라는 아이오딘과 뷰테인 따위의 영어 식 이름과 비슷하게 영어에서 유래한 명칭이 있거든요.
    라오스어는 일부 불어 식이 있지만 태국어 영향으로 영어 식이 대세고 크메르어는 아직은 불어 식이며 베트남어는 중국어처럼 단음절어화하는 경향이 있어서 차원이 다르지만 일단은 불어 기반입니다.
    말레이어와 인도네시아어는 거의 라틴어 기반으로 하고 각각 영어와 네덜란드어의 영향을 받았겠으나 로마자를 철자로 쓰다 보니 영어 발음을 따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들 언어에서 영어의 영향은 커지겠죠.
    덧붙여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언어들도 화학 용어는 영어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란어, 아랍어, 터키어는 불어를 기반으로 하죠.

    아무튼 한국의 화학은 사실 위의 상당수 나라들과 견줄 수 없을 만큼 발달된 수준이고 역사도 있는데 단순히 편의적인 발상으로 발음과 원어 철자가 대응되지 않아 한글 표기에는 오히려 훨씬 불리한 영어 발음을 어설프게 흉내낸 용어를 표준으로 정한 것에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쓰는 라틴어와 독일어 기반 화학 용어는 결국 따지고 보면 북유럽과 동유럽, 구소련, 일본 등 독일어의 영향이 큰 지역 언어들의 용어와 발음이 상당히 유사하므로 매우 국제적인데 이런 것은 아예 생각도 안 한 바보같은 화학자들이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 끝소리 2010/09/15 01:13 #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다 보면 명백히 영어 이외의 외국어(주로 라틴어)를 해당 언어 표기법대로 올바로 적은 표제어에 '원어'를 영어로 적어놓은 경우가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한자어권 밖에서 들어온 외래어는 무조건 영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저도 한국의 화학계가 역사도 있고 어느정도 수준이 있는데 마치 이제 처음으로 영어를 통해 문물을 수입하는 것인양 용어를 바꾸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처음에 영어식 용어를 썼다고 해도 국제화를 위해서는 라틴어식, 독일어식 표기로 정비하는 것이 순리일 것 같은데... 대부분의 언어에서 '비닐', '비뉠', '비닐로' 등으로 쓰고 '바이닐'(실제는 '바이늘')이라고 쓰는 언어는 영어 밖에 없는데 국제적 통용을 운운하며 '바이닐'로 바꾸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영어 발음을 어중간하게 따른 화학 용어를 쓰는 것이 부당하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력감만 옵니다.
  • .... 2010/09/14 18:14 # 삭제 답글

    장음 E하고 단음 i하고 정말... 이거 구분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T.T
  • 끝소리 2010/09/15 00:44 #

    우리들 뿐만이 아니라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같은 언어를 제1언어로 쓰는 화자들에게도 영어의 '장음 E'와 '단음 I' 구분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미국식 발음에서는 장단의 구별이 그리 크지 않아 모음의 질로 두 음을 구별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전에서는 두 음을 [i], [iː]로만 적기 때문에 배우는 이들은 어려움이 큽니다.
  • RedPain 2010/09/14 21:39 # 답글

    어륀지 사건의 재탕이군요.

    "외래어 = 외국어 = 영어 = 미국식 영어"라는 고정관념은 어찌할 수가 없군요.
  • 끝소리 2010/09/15 00:55 #

    보통 이런 개념 구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일이 거의 없지 않나 싶습니다.
  • blue 2010/09/17 13:15 # 답글

    미국에 있을때 케이블 신청할때 이름을 줄어드는데 제가 발음하는 e하고 i를 구분못하더군요. 제 발음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 끝소리 2010/09/22 03:40 #

    영어를 가르칠 때 '장음 e'와 '단음 i'의 발음 차이를 상세하게 가르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것은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졸졸졸 2010/09/21 00:36 # 삭제 답글

    'o'의 발음에서 'ㅓ'로 적을 것인지 'ㅗ' 또는 'ㅏ'로 적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혼동이 많이 됩니다. 일본어 쪽의 경우는 간단하게 オ행으로 통일하여 적을 수 있어 별다른 혼란이 없지만, 한국어에서는 이것을 영어 발음에 따라 'ㅓ'와 'ㅗ'(경우에 따라 일부 미국식으로 할 경우 'ㅏ')로 구분되고 이것도 규칙이 없고 제각각이고 언중들도 제멋대로 쓰다 보니 문제가 많습니다. coffee의 경우 실제 발음대로 하자면 '코피'가 되어야 하겠지만 '커피'로 완벽하게 굳어져서 아예 표준어로 등재된 상태죠. contents의 경우 '콘텐츠'가 맞는 표기인데 '컨텐츠'라 쓰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control은 '컨트롤'이 맞는 표기인데 '콘트롤'이라고 많이 쓰니 '콘덴츠'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런가 하면 propose는 '프러포즈'가 맞는 표기로 'ㅓ'와 'ㅗ'가 섞여 쓰여서 혼동을 불러일으키는데, 실제로는 '프로포즈'라고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어에는 이런 혼동을 줄 일이 없는데 우리는 제멋대로죠. 한글로 많은 외래어를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할 수 있다고 일본어를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러면서 실제 발음에 맞는지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중구난방식으로 제멋대로로 부르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 끝소리 2010/09/22 04:08 #

    정리하자면 영어의 [ɒ, ɔː, oʊ]는 '오'로 적고 [ʌ, ə]는 '어'로 적는 것이 원칙이며 [ɒ] 가운데에는 미국식 발음에서 [ɑ]에 대응되는 것이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아'로 적을 수 있습니다. 보통 o가 강세를 전혀 받지 않아 약화되는 음절이면 [ə] '어'이고 약화되지 않으면 보통 '오'인데 한국어 화자들은 영어 단어의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런 식으로 설명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또 글에서 설명했듯이 약화되지 않는 o가 [ʌ]로 발음되는 경우마저도 있고...

    또 [ɒ]와 [ɔː]는 실제 '어'와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coffee [ˈkɒf.i, ˈkɔː.fi]가 '커피'로 굳어진 것은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contents는 content [ˈkɒn.tent]대신 복수형을 기본형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상한데 '컨텐츠'라고 쓰니 '만족'이란 뜻의 contents [kənˈtents]가 연상되네요. conference [ˈkɒnf(ə)ɹəns]도 '콘프런스'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콘퍼런스'라고 써야 할 텐데 '컨퍼런스'라고 잘못 쓰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control은 보통 [kənˈtɹoʊl]이라고 발음하니 '컨트롤'이 맞지만 방언에 따라 첫 음절을 약화시키지 않은 [ˌkɒnˈtɹoʊl]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으니 '콘트롤'이 완전히 틀린 표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그렇다고 발음을 따져서 고른 표기는 아니겠지만요). 하지만 '컨트롤'만 표준으로 정해졌으니 이를 따라야겠습니다.

    propose를 '프로포즈'로 적는 것은 글에서 얘기한 '장음 O'가 [ə]로 약화되도 '오'로 적는 경우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은 표준으로 인정된 것이 하도 많아서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이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으니 원칙을 적용해서 '프러포즈'로 적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 글로비시 2010/10/01 00:13 # 삭제 답글

    글로벌 영어라고 얘기한 Globish 라는 언어는 따로 있습니다. 최근에 창조된 언어이지만 문법은 영어와 같고
    철자법이 달라요. 영어와 관련되어있지만 영어와는 다른 언어인데
    스펠링과 소리를 맞춘 영어인 셈인데... 철자법이 현재와는 너무나도 달라지지요. ㅋㄷ
    게다가 그 법칙또한 순전히 제작자 방식이라서 반감이 가고 이름과 다르게 전혀 글로벌 하지 않지요.
  • 끝소리 2010/10/01 02:06 #

    재미있는 사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교롭게도 Globish란 신조어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군요. 말씀하신 그 글로비시는 Do you know where the library is?를 du yu no vear dha laaybrari iz?로 쓰는 것으로 보아 정말 널리 공감을 얻기는 틀렸네요...

  • ㅎㄷㄷ 2011/06/27 01:27 # 삭제 답글

    마이클의 여성형인 Michaela(웹에서는 미카엘라가 많더군요)를 영어의 한글 표기법을 적용하여 쓰면 어떻게 나오나요?
    다른 외국어의 한글 표기보다 영어가 더 어려우니 원...
  • 끝소리 2011/08/17 07:11 #

    늦은 답글 죄송합니다. Michaela는 영어에서 두 가지 발음이 쓰입니다. 첫째인 /mɪˈkeɪlə/를 따르면 '미케일라', 둘째인 /maɪˈkeɪlə/를 따르면 '마이케일라'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미케일라'에 해당하는 발음이 훨씬 더 많이 쓰입니다.
  • 고양 2011/10/07 17:40 # 삭제 답글

    딱 제가 찾던 내용이네요...잘 읽고 갑니다
  • UnPerfect 2013/04/12 22:40 # 삭제 답글

    영어 발음 때문에 표기를 정하는 데 골치아플 때마다영어가 국제공용어가 된 것이 애석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외래어인데...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