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vi가 '사비'라고? 카탈루냐어 이름 표기

Xavi Hernández, Carles Puyol, Gerard Piqué, Joan Capdevila, Sergio Busquets.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 선수들이다. 이들은 스페인 외에도 또 다른 대표팀 선수로 활약한다.

바로 카탈루냐 대표팀이다. 국제 축구 연맹의 인정은 받지 못하지만 카탈루냐 대표팀은 정기적으로 여러 국가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인다. 작년 12월에는 바르셀로나 캄 노우(Camp Nou)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를 4-2로 꺾었다.

이들이 카탈루냐인들이라는 것은 대부분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Xavi, Carles, Gerard, Joan은 카탈루냐어 이름이다. 이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이름은 Javi (하비), Carlos (카를로스), Gerardo (헤라르도), Juan (후안)이다. Sergio Busquets는 카탈루냐어식인 Sergi (세르지) 대신 스페인어식 Sergio (세르히오)가 더 널리 쓰이는 경우이다.

지금까지 이들의 이름을 한글로 적지 않고 원 철자대로 적었다. 카탈루냐어 이름의 한글 표기를 다루고자 하기 때문이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월드컵 출전 선수들의 이름 표기를 심의하여 발표했다. (당연한 얘기인지 몰라도 홍보는 별로 되지 않은 듯하다. 국립국어원과 SBS는 2010년 월드컵 표기 공동 연구를 위한 협약식까지 개최했었는데 정작 SBS 방송 화면을 보니 심의된 표기를 거의 따르지 않았다.) 이들이 결정한 표기는 다음과 같다.

사비 에르난데스, 카를레스 푸욜, 헤라르드 피케, 호안 캅데빌라, 세르히오 부스케츠

철자에 외래어 표기법의 스페인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카탈루냐어 이름인 Busquets의 어말 파찰음 [ts]를 '츠'로 적은 것은 스페인어 규정에는 없는 것으로 어느정도 융통성을 보인 결과일 수도 있겠다(물론 외래어 표기법의 스페인어 규정에서 [ts]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별 생각 없이 영어 등 다른 언어에서 유추하여 정한 표기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스페인어 이름이 아닌 이름에 스페인어 표기 규정을 적용하니 결국 원 발음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들의 카탈루냐어 발음을 살펴보자.

Xavi [ˈɕaβi], Carles Puyol [ˈkaɾɫəs puˈjɔɫ], Gerard Piqué [ʑəˈɾaɾ(t) piˈke], Joan Capdevila [ʑuˈan kəpdəˈβiɫə], Busquets [βusˈkɛts]

내 카탈루냐어의 한글 표기안을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적도록 되어있다(스페인어 이름인 Hernández와 Sergio는 스페인어 표기 규정을 따름).

샤비 에르난데스, 카를레스 푸욜, 제라르트 피케, 조안 캅데빌라, 세르히오 부스케츠

카탈루냐어 모음을 표기하는 문제는 '주제프 과르디올라'와 카탈루냐어의 모음 표기에서 다룬 바 있다. 카를레스 푸욜 같은 경우는 스페인어 표기 규정을 따라도 별 문제가 없지만 스페인어에서 쓰지 않는 [ʑ]음 따위가 들어간 이름인 경우 차이가 심하다.

Xavi의 발음

논란이 될 수 있는 Xavi의 발음 문제부터 정리하자. Xavi의 발음은 [ˈɕaβi]이다(한국어의 '샤'는 [ɕa]로 발음된다). 하지만 카탈루냐 남부와 발렌시아에서는 /ɕ/가 어두 또는 자음 뒤에서 파찰음 /tɕ/로 실현된다. 그러니 이들 방언에서는 '차비' 비슷한 발음이 들릴 수 있다.

더구나 카탈루냐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스페인어 화자들은 /ɕ/ 발음을 하지 못한다. 스페인에서 쓰이는 스페인어에는 /ɕ/ 내지 /ʃ/에 해당하는 음이 없다. 하지만 스페인어에서 ch로 나타내는 파찰음 /tʃ/가 있으며 /tɕ/와 유사한 음이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많은 이들은 Xavi를 마치 Chavi라고 쓴 스페인어 이름인 것처럼 '차비'로 발음한다. 이 발음은 영어권에서도 많이 쓰인다.

또 카탈루냐어에 대해 전혀 모르고 Xavi라는 철자만 본 스페인어 화자들은 정말 외래어 표기법 스페인어 규정에서처럼 Savi라고 쓴 이름인양 '사비'로 발음할 수도 있는 일이다. 스페인 사람이라면 스페인 대표팀 선수 이름 발음은 다 알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천만이다. 보통 영국인들이 웨일스어 이름의 발음을 잘 모르듯 보통 스페인 사람들은 카탈루냐어나 바스크어 발음을 잘 모른다. 카탈루냐인 대부분은 스페인어를 구사하지만 스페인 다른 지방 이들에게는 카탈루냐어는 낯선 '외국어'이다. 카탈루냐에서도 학교 교육은 카탈루냐어로 진행되고 스페인어는 일주일에 한두 시간 배우는 '외국어'일 정도로 같은 나라 안에 큰 언어 장벽이 존재한다.

어쨌든 Xavi 본인은 바르셀로나 주 테라사(Terrassa) 출신이다. 표준 동부 카탈루냐어 발음을 따라 '샤비'라고 적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카탈루냐어 이름을 스페인어 규정대로 표기하는 현실

이번 월드컵 선수명 표기 심의 내용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유난히 오류가 많아 국립국어원에 이를 지적하면서 카탈루냐어 이름 표기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카탈루냐어 표기에 대해서는 전에도 지적이 나왔는데, 카탈루냐 어 표기를 위한 무언가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스페인어 표기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작년만해도 심의위에서는 Josep Guardiola를 카탈루냐어 발음에 따라 '주제프 과르디올라'로 표기하도록 결정했었다. 그 후로 무엇이 달라졌기에 잘못된 발음이라는 것을 알면서 스페인어식 억지 표기를 고집하는가? 사실 이번 월드컵 선수명 표기 확정안은 원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기 위해 융통성을 보였던 예전의 표기 전례마저 뒤엎는 등 전체적으로 오히려 후퇴한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내가 마련한 카탈루냐어 표기안을 인터넷으로 올린지도 2년이 넘었고 국립국어원에 이를 몇 번 알린 적도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원한다면 얼마든지 이 표기안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고 추가 연구를 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들은 적이 없다. 국립국어원에서 자체적으로 카탈루냐어 표기를 연구한다는 소식도 들을 적이 없다.

'사비', '헤라르드', '호안' 등 위의 심의위 표기를 보면 카탈루냐어나 축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라틴아메리카 스페인어권 사람이 철자만 보고 스페인어 이름인양 발음하는 것이 연상된다. 벨기에의 네덜란드어 인명을 네덜란드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아프리카 프랑스어권 사람에게 철자만 보고 프랑스어 이름인양 발음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에서 정말 카탈루냐어 이름 표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덧글

  • 엔도르 2010/07/14 09:49 # 삭제 답글

    Xabi Alonso 는 어떻게 표기하는 것이 좋은가요? 바스크 이름인 것 같던데요.
  • 끝소리 2010/07/14 17:04 #

    바스크어 발음은 [ʃaˈbi aˈlons̺o]로 '샤비 알론소'입니다. Xabi는 본래 Xabier (샤비에르)의 약칭입니다. 카탈루냐어의 Xavier (Xavi)를 비롯하여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에서도 Xavier라는 이름이 쓰이고 스페인어로는 Javier라고 하는데 모두 바스크어에서 온 이름입니다. 스페인어에서는 원래 x가 /ʃ/를 나타냈는데 j로 쓰는 /ʒ/와 합쳐지며 발음도 /x/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Xavier의 철자도 Javier로, 발음도 '하비에르'로 바뀌었습니다.

    Don Quijote (돈 키호테)도 예전에는 Don Quixote라고 쓰고 '돈 키쇼테'로 발음했습니다. 영어에서는 발음은 영어식으로 하지만 아직도 Don Quixote라고 쓰고 있고 프랑스어에서는 Don Quichotte (돈 키쇼트), 이탈리아어에서는 Don Chisciotte (돈 키쇼테)라고 씁니다. 유럽 스페인어에서는 예전에 /ʃ/를 나타냈던 x를 거의 j로 쓰고 있고 어두에 x가 오는 드문 경우에는 보통 [s]로 발음합니다(예: xilófono [si'lofono]).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의 스페인어 규정에서는 어두의 x를 [s]인 것처럼 표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 2010/07/14 11: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끝소리 2010/07/14 17:07 #

    지적 감사드립니다. 어떤 표현을 쓸까 궁리하다가 호응이 맞지 않게 되었네요. 수정했습니다.
  • 구상인 2010/07/14 16:07 # 답글

    20여년의 해외여행 자율화와 속칭 세계화의 결과가 겨우 이 정도라는 점은 아쉬운 일입니다.
  • 끝소리 2010/07/14 17:18 #

    세계화로 인해 눈높이는 높아져도 이게 언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더딘 것 같습니다. 또 언어정책 가운데서도 외래어표기법을 다루는 이는 극소수이고 각자 다룰 수 있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 카탈루냐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원 언어의 발음을 고려하여 표기 용례가 정했더라도 사람이 바뀌면 이런 노력이 계승되기 어려운가 봅니다.
  • physik 2010/07/18 21:21 # 답글

    유럽어 중에 X로 시작하는 이름이 별로 없어서, 이전부터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던 이름이었습니다. 덕분에 Xavier, Xavi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갑니다! 카탈루냐 이름이었군요. // 국립언어원에서 받으신 답변은 여러모로 유감스럽네요.
  • 끝소리 2010/07/19 06:26 #

    Xavier는 원래 바스크어 Xabier에서 온 이름인데 프란치스코 샤비에르(Frantzisko Xabier)라는 바스크 출신 가톨릭 성인 때문에 여러 언어에 이름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이 생소한 어두의 X 때문에 각 언어마다 발음도 천차만별입니다. 영어에서도 Xavier는 [ˈzæviə(r), ˈzeɪv-]와 같이 X를 [z]로 발음하는 것이 전통 발음이지만 흔한 이름은 아니다보니 마치 Exavier라고 쓴 것처럼 [ˈekseɪviə(r), ˈɪgzeɪviə(r)]와 같이 발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엑스맨(X-Men)' 시리즈의 Xavier 교수는 통상적으로 후자 쪽 발음을 씁니다.

    지금은 은퇴한 프랑스의 바스크인 축구 선수 Bixente Lizarazu는 프랑스어에서도 바스크어 발음을 따라 '비셴테 리자라주'라고 발음하는데, 한국에서는 '빅상트 리자라쥐'라고 잘못된 표기를 씁니다. 바스크어 이름은 이 x자 때문에 잘못 발음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나그네 2010/07/28 11:05 # 삭제 답글

    근데 샤비는 사비로 부르면서 왜 정작 Barça는 바르사가 아니라 바르샤로 부르는지 모르겠데요. 소파를 쇼파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현상 같기도 한데 확실치는 않군요
  • 끝소리 2010/07/28 15:34 #

    카탈루냐어 발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사'보다는 '샤'가 더 외국어 이름 분위기가 나서 그러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영어나 프랑스어에서는 절대로 '바르샤'라는 잘못된 발음을 쓰는 일이 없으니 무슨 연유로 이를 처음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maig 2012/08/22 18:02 # 삭제

    저도 이게 가장 궁금했네요...
    여담이지만 바르셀로나(도시)의 줄임말을 Barça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답니다
    도시의 줄임말은 Barna라고 하더라구요.
  • 네비아찌 2010/08/02 18:57 # 답글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Xavier라는 이름의 독일인입니다. 그 소설의 한글 번역본에서는 "크사비어"라고 번역했는데, 맞는 발음인지 궁금해집니다.
  • 끝소리 2010/08/03 02:13 #

    독일어식으로는 '크사비어'가 맞을 겁니다. 보통 Xavier를 독일어식으로 바꾼 이름은 '크사퍼 (Xaver)'인데 Xavier라는 철자를 쓴다면 아마 외래 이름에서 v를 [f] 대신 [v]로 발음하는 습관에 따라 '크사비어'로 발음할 겁니다.
  • 네비아찌 2010/08/03 08:23 #

    설명 감사합니다~
  • make it fa 2010/12/11 09:38 # 삭제 답글

    정말 잘 봤어요!
    실례가 아니라면 좀 퍼갈게요 ㅠㅠ

    출처 적겠습니다 (__)
  • 끝소리 2010/12/13 07:54 #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글의 내용이 차후에 수정될 수 있으므로 만약 이 글 내용을 다른 곳에 올리신다면 출처 뿐만 아니라 이 글로 링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중문 고수 2011/01/11 03:02 # 삭제 답글

    참고로 중국에선 사비를 하웨이라 함!!
    비코즈 샤비란 우리말로 18넘이란 뜻이기에 하웨이라 하던데~~
  • 끝소리 2011/01/16 02:35 #

    '傻屄'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흥미로운 사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웨이'는 스페인어 Javi [xaβi]의 발음을 흉내낸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2011/02/22 13:26 # 삭제 답글

    블로그로 글좀 퍼갈게요ㅎ

    제 블로그 링크 걸어두었으니 혹시나 제가 퍼간거에 문제가 되었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 질문있습니다! 2011/02/25 19:28 # 삭제 답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260&aid=0000000221

    에선 사비도 샤비도 아닌 챠비 표기가 가장 옳바르다고 하더군요 ㅠ..
    도데체 뭐가 맞는거죠 ㅠ?
  • 끝소리 2011/02/26 08:55 #

    이 문제는 카탈루냐어 화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부분입니다. 카탈루냐어의 x는 지역과 세대, 출신에 따라서 /ɕ/로도 발음되고 /tɕ/로도 발음됩니다.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카탈루냐 남부와 발렌시아에서는 동부 표준 발음의 /ɕ/가 어두 또는 자음 뒤에서 파찰음 /tɕ/로 실현됩니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서는 Xavi가 '차비'입니다. 바르셀로나는 동부 카탈루냐어 사용지역이라 원래 Xavi는 '샤비'입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대도시라서 /ɕ/를 상대적으로 발음하기 쉬운 /tʃ/ 내지 /tɕ/로 대체하는 스페인어권 또는 다른 카탈루냐어권 출신의 이민이 많아 이같은 발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바르셀로나에서조차도 Xavi를 '차비' 비슷하게 발음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링크하신 기사에서 그렇게 소개한 것입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x를 /tɕ/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것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봐서 Xavi를 '샤비'라고 표기했습니다.

    참고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ㅈ, ㅊ' 다음에 'ㅑ, ㅛ, ㅠ' 등을 쓰지 않기 때문에 '챠' 대신 '차'로 표기합니다.
  • ㅁㄴㄹㄹ 2011/11/04 03:26 # 삭제 답글

    전 평소에 챠비..좀 장난섞어 초ㅑ비라고하는데

    차비가 맞는거같아요. 어느영상보니 차비도 자기입으로 차비라고했고

    본인도 차비라고 불러주길원하고
  • 끝소리 2012/10/09 06:38 #

    위 답글에서 말한 것처럼 카탈루냐 남부와 발렌시아에서는 'ㅊ'와 비슷한 발음을 쓰고 바르셀로나에서도 'ㅊ'와 비슷한 발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어의 '에'와 '애'도 구분하지 않고 발음하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아직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 어문규정 2012/10/06 01:53 # 삭제 답글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우리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 내부에서 쓰는 언어이므로, 어문규정은 공식 단체인 un산하 등록된 국가의 언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차라리 혼란도 덜 되고 맞는 것 같습니다. 카탈루냐어 어문규정을 인정하면, 일본 아이누어, 캐나다 퀘벡식 프랑스어, 티벳어, 위구르어 등등의 표기를 다 인정해야 합니다. 소수민족이라 무시하는게 아니라, 그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끝소리 2012/10/09 07:21 #

    소국 안도라는 UN 회원국인 명실상부한 독립국인데 카탈루냐어를 공용어로 씁니다. 그러니 제시하신 기준으로도 카탈루냐어를 '인정'해야 합니다.

    각 나라마다 언어 하나만 쓰인다면 모를까 정식 국가의 언어만 표기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가 없습니다. 카탈루냐어는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공식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어 영향력이 큰 언어입니다. Montjuïc '몬주이크' 같은 카탈루냐어 이름을 보면 억지로 에스파냐어 표기 규정을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티베트어나 위구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부에서 쓰는 공식 로마자 표기도 티베트어와 위구르어 지명은 중국어 이름을 한어 병음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각각 티베트어 병음, 위구르어 병음을 써서 원 언어의 발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지명은 무조건 중국어식 이름대로 불러서 국제적으로도 티베트어나 위구르어로 알려진 이름을 그와 동떨어진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Shigatse로 알려진 티베트 도시는 '르카쩌'로, Kashgar로 알려진 신장 도시는 '카스'로 부르는데 이게 적용하는데는 편하겠지만 중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이름과도 매우 다르니 혼란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캐나다 프랑스어는 다른 나라의 프랑스어와 표기 방식을 다르게 할만큼 발음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전세계 수 천 개나 되는 언어에 대한 표기 기준을 일일이 마련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정도 표준화되고 영향력이 큰 언어는 수 십 개, 많아야 백 여 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 아이누어는 사용 인구가 100명도 안되는 사실상의 사어입니다. 우리가 아이누어 인명이나 지명, 일반 용어를 접할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누어 표기 기준을 마련한다 해도 쓸 일이 없습니다. 수 백만의 인구가 사용하며 티베트 불교를 통해 '달라이 라마', '판첸 라마' 등의 어휘가 친숙한 티베트어, 각각 천만이 넘는 인구가 사용하는 카탈루냐어나 위구르어와는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 고양이신 2018/01/30 23:05 # 삭제 답글

    오래되긴 했지만 유익한 글이라 퍼갈께요...
  • 끝소리 2018/01/31 04:12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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