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브뤼셀'을 잘못 발음한다?

벨기에의 수도는 브뤼셀이다. 벨기에 북부에서는 네덜란드어, 남부에서는 프랑스어를 쓰는데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의 사용자 비율은 대략 3:2이다. 소수이지만 동쪽에는 독일어 사용자도 있으며 세 언어가 모두 공용어이다.

벨기에의 언어 분포. 네덜란드어 사용 지역, 프랑스어 사용 지역, 독일어 사용 지역. (그림 출처)

지도를 보면 수도 브뤼셀은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사용 지역 간의 경계선 북쪽에 있다. 하지만 브뤼셀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프랑스어 사용자가 대다수이며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가 둘 다 공용어이다.

브뤼셀은 프랑스어로 Bruxelles이라고 쓰며 발음은 [bʁysɛl]이다.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면 '브뤼셀'이다. 우리야 '브뤼셀'이라는 표기에 워낙 익숙하니 전혀 이상하게 여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벨기에 남쪽의 이웃 프랑스에서는 Bruxelles을 [bʁyksɛl], 즉 '브뤽셀'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어에서 x라는 철자는 [ks]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으니 Bruxelles이라는 철자를 보고 발음이 '브뤽셀'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엄격하게는 '브뤽셀'은 틀린 발음으로 간주되고 현지에서 쓰는 발음인 '브뤼셀'을 옳은 발음으로 쳐주는 것 같다. 고유 명사를 포함한 프랑스어 사전에도 맞는 발음은 '브뤼셀'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프랑스어에서 틀리기 쉬운 것을 소개하는 책에도 '브뤽셀'이란 발음은 틀렸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프랑스 방송의 아나운서들도 '브뤼셀'이라고 발음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올바른 언어 사용에 신경을 쓰는 이들, 한국으로 치면 '짜장면' 대신 '자장면'을 고집하는 이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난 프랑스인들은 모두 벨기에의 수도를 '브뤽셀'이라고 불렀다. 방송에서도 '브뤽셀'이란 발음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 '김대중' 같은 한국 이름도 한국어의 발음에 가깝게 발음하는 등 고유 명사 발음에 평소 각별한 신경을 쓰는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시오날(Radio France Internationale)에서도 '브뤽셀'이란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철자는 알아도 발음은 모른다

'브뤼셀' 혹은 '브뤽셀'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외국의 지명을 한글로 표기할 때 현지 발음을 알기 위해 같은 언어권의 사람들에게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어에서 '브뤼셀'이라는 표기가 굳어진 것은 네덜란드어 이름인 Brussel ([ˈbrʏsəl], '브뤼설')이나 결정적으로 영어 이름인 Brussels ([ˈbrʌs(ə)lz], '브러슬스')에서 [ks] 발음이 나지 않는 덕분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올바른 발음에 따른 표기가 되었다. 만약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들리대로 '브뤽셀'이라고 표기를 정했더라면...

한글로 쓰인 지명은 자음동화('선릉'은 [설릉]이냐 [선능]이냐), 사잇소리 첨가('학여울'은 [항녀울]이냐 [하겨울]이냐) 등 일부 음운 현상을 빼면 발음을 예측하기가 쉽다. 한국어 발음과 한글 철자의 관계가 꽤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어 가운데는 표기만으로는 발음을 제대로 예측하기 힘든 예가 많다. 비중이 큰 외국어 가운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 세 언어에 대해서는 철자 대신 발음 기호(국제 음성 기호)를 보고 한글 표기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영어 지명의 발음은 영어를 하는 사람에게 확인하기만 하면 되고, 프랑스어 지명의 발음은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에게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발음을 알만한 사람에게 확인해야 한다.

영국 사람 가운데 미국 아이오와 주의 Des Moines ([dɪˈmɔɪn], '디모인')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주 이름인 Arkansas ([ˈɑrkənsɔː], '아컨소', 표준 한글 표기는 '아칸소')의 발음도 잘 모르는 이가 꽤 될 것 같다. 반대로 아마 미국 사람 가운데 영국의 Warwick ([ˈwɒrɪk], '워릭')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고 Edinburgh ([ˈed(ə)nb(ʌ)rə], '에든버러')마저도 발음을 잘못 아는 이가 상당할 것 같다. 오스트레일리아의 Brisbane ([ˈbrɪzbən], '브리즈번')의 발음을 오스트레일리아를 잘 모르는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잘 알려진 지명이 아니면 그 나라 안에서도 발음을 잘 모르기 쉽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 지방 출신이 아니면 자국의 Auxerres ([osɛʁ], '오세르'), Metz ([mɛs], '메스')도 '옥세르', '메츠'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철자를 보고 발음을 얼렁뚱땅 맞추는 것이다. 프랑스 동부의 독일어에서 유래한 지명, 미국 동부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지명 같은 경우 철자가 어찌나 생소한지 외부인들은 올바른 발음을 절대 짐작 못하는 것이 많다. 지명의 발음이 워낙 불규칙적이니 지역 토박이들은 주변의 지명을 제대로 발음하는 법을 안다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삼는다.

그래서 외국어 지명의 한글 표기를 정할 때는 이런 지명들의 올바른 발음을 알려주는 지명 사전이 유용하다. 아쉽게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지명 사전은 대부분 발음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그래도 나라 별로, 주 별로, 군 별로 지명의 발음을 알리는 사이트는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맛보기로 몇 개만 소개한다. 개인 홈페이지의 일부인 것도 있어 얼마나 믿을만한 자료인지는 모르지만 이들 언어에서 지명의 올바른 발음을 알아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The Columbia Gazetteer of the World Online (영어, 유료 회원가입 필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지명 (영어)
미국 메릴랜드 주의 지명 (영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지명 (영어)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지명 (프랑스어)

핑백

  • 세계의 말과 글 : 뤼브롱 산과 프랑스어 지명의 발음 2010-08-29 23:10:38 #

    ... 아니면 '뤼베롱'으로 발음을 잘못 하기가 쉽다. 그랑뤼브롱(Grand Luberon) 산에서 본 프티뤼브롱(Petit Luberon) 산(사진 출처) 프랑스에서는 '브뤼셀'을 잘못 발음한다?라는 글에서 프랑스인들이 같은 프랑스어권인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같은 프랑스의 지명도 잘못 발음하 ... more

덧글

  • physik 2009/08/19 04:32 # 답글

    안녕하세요, 덕분에 유용한 사이트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브뤼셀을 적을 때 종종 "x"를 빼먹고 적곤 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반대로 "x"를 발음해버리는군요. 벨기에식(?)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은 모두 정확하게 발음하는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 (+) 이오공감에 추천했습니다 ^^
  • 끝소리 2009/08/19 08:15 #

    추천 감사합니다. ^^ 벨기에의 프랑스어 사용자들은 그래도 자국 수도 이름인데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또 모르죠. 프랑스 입장에서도 브뤼셀은 이웃 나라의 수도이자 유럽연합의 본부가 있는 곳인데 많은 이들이 잘못된 발음을 하니...

    어떤 벨기에인이 쓴 블로그에서는 프랑스와 퀘벡(캐나다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 사람들이 브뤼셀을 비롯한 벨기에 지명들을 잘못 발음한다고 무척 불만이네요. 안트베르펜(Antwerpen)의 프랑스어 이름인 Anvers는 s 발음까지 해야 되는데 프랑스인들은 안 한다고 합니다. 자기가 '파리'(Paris)를 남의 나라 이름이라고 '파리스'로 발음하면 좋겠냐고 묻네요. http://sammybabyjunior.unblog.fr/2008/02/26/bruxelles-prononce-bruksel-ou-bruxelles-prononce-brusselles/
  • 초록불 2009/08/19 09:26 # 답글

    벨기에는 자국 언어가 없군요. 네덜란드와 종족 차이가 있었다고 기억이 되어서 독자 언어를 쓰는 줄 알고 있었네요...^^
  • 끝소리 2009/08/19 09:43 #

    벨기에에서 쓰는 네덜란드어를 '플람스(Vlaams, 영어로 Flemish)'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쓰는 네덜란드어와는 언어를 구별할만큼의 차이는 없습니다. 프랑스어 사용 지방에서는 원래 왈롱(Walon)어를 비롯해서 프랑스어와 같은 계열의 로망스 어군 언어들이 사용되었고 지금도 구어로 쓰이고 있지만 표준 프랑스어에 밀려나 공용어 지위는 커녕 제대로 문자언어화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사용자가 대부분인 스위스에서 일부 산골에서 쓰는 지역 언어 로망슈어를 제4의 공용어로 격상시킨 것은 '우리도 독자 언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였겠죠. 로망슈어와 비슷한 지역 언어는 국경 너머 이탈리아에서도 쓰이지만, 거기서는 공용어 지위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 초록불 2009/08/19 09:46 #

    아, 그렇군요.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 끝소리 2009/08/19 09:57 #

    설명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언젠가 몇몇 표준 언어가 수많은 지역 언어를 밀어낸 결과인 유럽의 언어 상황에 대한 글도 써봐야겠습니다.
  • 乙支武德 2009/08/19 10:13 # 삭제 답글

    벨기에도 한나라로서 통합된 내셔널리즘이 있었으면, 독자적인 벨기에어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룩셈부르크처럼 작은 나라도 룩셈부르크어가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나라가 두 쪽 나 있고, 각각의 뒷배경이 네덜란드와 프랑스다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겠죠.
  • 끝소리 2009/08/19 10:26 #

    네, 비교적 대등하고 서로 대립하는 두 언어 집단이 있었으니 독자적인 벨기에어가 등장할만한 역사적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 rumic71 2009/08/19 12:16 # 답글

    반대로 자기네들의 독자적 언어가 몇 십 개나 되는 나라도...(인도라던가 인도라던가 인도라던가)
  • 끝소리 2009/08/19 17:17 #

    인도 쪽은 독자적인 '문자'만해도 열 개 정도 되죠...
  • 금린어 2009/08/19 12:20 # 답글

    미국의 '뉴 저지' 라는 지명도 '뉴 제르세이'라고 발음하는 '전문 번역자'들도 꽤 있었습니다. 예전에 무지하게 길었던 이탈리아계 외국인 교수의 이름을 영어식이 아니라 어설프지만 이탈리아어 식으로 불러주었더니 고마워하던게 생각나네요.
  • 끝소리 2009/08/19 17:28 #

    '전문 번역자'들이 외국어의 한글 표기 전문가까지 되기 힘들다고 쳐도 그건 심했네요.
    자기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것을 듣는데 익숙한 사람은 제대로 발음해주면 참 고맙게 생각하겠지요.
  • 아밀 2009/08/19 12:25 # 답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끝소리 2009/08/19 17:28 #

    감사합니다. 쓴 보람을 느낍니다. ^^
  • 세스크 2009/08/19 12:26 # 답글

    모 게임의 한글화 버전에서는 잉글랜드의 도시 'rotherham'을 뭐라고 적어놓았는지 아시나요? 바로 '로테르담'.... orz
  • 배길수 2009/08/19 15:16 #

    첫 글자와 끝 글자와 글자수만 얼추 떨어지면 다른 말로도 읽을 수 있다는 훌륭한 증거군요. ㄷㄷㄷ

    솔직히 저라도 저게 영국의 지명인 줄 알았더라도 무의식중에 대충 로테르담이라고 하고 읭? 했을 것 같습니다.
  • 끝소리 2009/08/19 17:34 #

    Rotherham이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로더럼'이군요. 솔직히 비슷하긴 비슷합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잉글랜드의 솔즈베리(Salisbury)는 '잘츠부르크(Salzburg)'가 될까요? 이건 무리인가...
  • 키시야스 2009/08/19 12:49 # 답글

    프랑스의 경우에는 언어에 보수적이다보니 읽는법이 고정되어 있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라틴어 기원의 예외 발음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법칙에 딱 맞아 들어가니까요. 제가 보기에는 이미 로마 당시부터 기원한 지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끝소리 2009/08/19 17:43 #

    프랑스어 일반 어휘는 그런대로 발음이 규칙적인 것이 대부분인데 고유 명사는 철자가 보수적이라서 발음을 예측하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Bruxelles의 경우는 중세 필사가들이 ss 대신 x를 약자로 적어서 x로 쓰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름 자체는 고대 네덜란드어 Bruocsella에서 왔다고 하니 원래는 [ks]로 발음되었다가 [s]로 단순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키시야스 2009/08/20 06:33 #

    그렇군요. 잘 배웠습니다. 확실히 고유명사 읽는게 프랑스에서는 너무 힘든거 같습니다.(뭐 무슈, 빌 등이 라틴어 기원의 불어 발음법 예외인데 지명은 제가 사는 Clermont-Ferrand만 해도 벌써 기원전에 쓰이던 지명이니까요.)
  • 끝소리 2009/08/20 17:17 #

    프랑스어 지명은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 켈트어를 라틴어식으로 적은 것에서 유래한 것도 있고 노르만어, 브르타뉴어, 바스크어에서 나온 것도 있으니 읽기 힘든 것이 꽤 많습니다. Exmes이 '엠', Wasquehal이 '와칼', Woëvre가 '와브르', Xonrupt는 '숑뤼'로 발음된다고 하니...
  • 疹冥行 2009/08/19 13:31 # 답글

    저도 현지 살 때 '엉베흐', '브뤽쎌'이라고 잘못 읽고 살았습니다.
  • 끝소리 2009/08/19 17:44 #

    현지라면 벨기에 말씀이신가요, 프랑스 말씀이신가요? 하긴, 케임브리지에 사는 교민들도 '캠브리지'라는 잘못된 발음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 疹冥行 2009/08/19 17:52 #

    프랑스입니다. 참고로 '디모인'은 '데무완'이라고 읽고 살았답니다.
  • 끝소리 2009/08/19 18:17 #

    디모인은 원래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지명이니 프랑스어를 할 때는 프랑스어식 발음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단지 어느 언어로 말하느냐에 따라 맞는 발음이 달라지니 배우는 입장에서는 골치아프죠...
  • 아이스 2009/08/19 14:16 # 답글

    영국인들이 아칸소나 디모인을, 미국인들이 워릭이나 에딘버러를 제대로 발음하는 이유는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뉴스앵커나 기자들 덕분이겠지요. 고유명사 정확히 발음하는 책도 있더라고요. 성들도 발음이 천차만별이라서요...
  • 끝소리 2009/08/19 17:49 #

    예, BBC나 Voice of America 같은 데에서는 고유명사 발음을 소개하는 자료를 펴내고 방송에서 발음을 제대로 하기 위해 꽤 신경을 씁니다. 그래도 웬만큼 관심이 없다면 일반 영국인들이 디모인의 발음을 제대로 알 것 같지는 않네요...

    예, Kerr 같은 성은 사람에 따라 '커', '카', '케어'로 다양하게 발음합니다.
  • 나그네 2009/08/19 17:14 # 삭제 답글

    알자스 로렌의 지명이나 그쪽 출신의 인명은 독어가 어원이라서
    예컨대 Alsace의 s를 [z]로 발음하는 것도 독어의 영향이듯
    불어 발음을 추측하기도 애매하고 뭐 그럴 때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Wenger 같은 이름의 g를 독어처럼 또는 불어처럼 할지 아리송하거든요.
    불어 철자가 복잡한 것도 같지만 규칙도 있기에 일반명사는 사실 그리 안 어려우나
    고유명사로 들어가면 참으로 헷갈리죠.
  • 끝소리 2009/08/19 17:58 #

    예, Alsace도 독일어에서 유래했으니 발음도 독일어의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독일어에서 유래한 그 쪽 지명이나 인명은 어떻게 표기할지 난감한 것이 많습니다. 특히 Wenger의 경우처럼 -er로 끝나는 이름은 어떻게 처리할지...

    Wenger를 프랑스어 방송에서 발음할 때는 [g] 발음을 합니다. 독일어에서는 아마 안하겠죠?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 독일어 ng에는 [g] 발음이 나지 않더라도 'ㄱ'을 덧붙이는 규정이 있으니 한글로 쓸 때에는 'ㄱ'이 들어가야 할 겁니다. 프랑스어 발음을 따르자면 아마 '벵게르', 독일어 발음을 기준으로 삼으면 '벵거'가 되는데, 참 애매하죠.
  • 끝소리 2009/08/19 18:47 #

    하긴, 완전히 프랑스어 발음에 따른 표기를 쓰자면 '벵게르'보다는 '뱅게르'가 되겠네요.
  • 돌돌이 2009/08/19 17:56 # 삭제 답글

    로스엔젤레스도 원래는 스페인어의 '로스 앙헬레스'에서 온거죠. 미국인들이 잘못발음하고 있는거인듯. Los Angeles는 영어로 'The Angels'라는 뜻으로 천사들이라는 뜻.

    멕시코도 원래 스페인어로는 '메히꼬'라고 해야죠.
  • 끝소리 2009/08/19 18:07 #

    그 경우는 다릅니다. 미국인들은 영어를 쓰니 스페인어 발음을 꼭 따라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구나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도시 이름이니 스페인어 발음에서 멀어졌다 해도 영어식 발음을 쓰는 것이 당연하죠. 미국에서 프랑스 파리를 '패리스'라고 하는 것도 잘못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영어식 발음을 쓰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브뤼셀은 프랑스어 지명이니 프랑스인들이 잘못 발음하고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영어 지명인 영국의 레스터(Leicester)를 '리세스터'라고 발음한다면 이는 발음을 몰라 잘못 발음하는 것이고, 프랑스인들이 브뤼셀을 '브뤽셀'이라고 발음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 -_- 2009/08/19 19:47 # 삭제 답글

    음운 법칙이나 표준어규칙보다, 사용통계가 더 중요할때가 있습니다. 브뤼셀의 프랑스어 표기(발음이 아니라)의 발음현황을 조사한 것은 없을까요?
  • 끝소리 2009/08/19 20:03 #

    '프랑스어 표기'라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브뤼셀의 프랑스어 표기는 Bruxelles입니다. 정확한 발음은 [bʁysɛl], 즉 '브뤼셀'이 맞습니다. 브뤼셀을 잘 모르는 프랑스인이나 퀘벡인들이 이 발음을 잘못 알고 있는 비율이 얼마인지 조사한다고 해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만일 프랑스어 사전에서 사용 통계를 들어 '브뤽셀'이란 발음을 허용하자고 한다면 또 모를까, 현 상황에서는 '브뤼셀'만이 옳다고 인정되는 발음입니다.
  • minz 2009/08/19 23:22 # 답글

    지도의 지명을 열심히 보면 대략 그 나라말의 분위기가 느껴져요.
    디 뜨로와, 샌 디에이고, 오클라호마, 뉴욕 등등.
    그렇지만 열시 불어지명은 어려워요.
    불어구나..싶으면서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싶은....;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말로 된 지명이 딱 하나밖에 없다죠?
  • 끝소리 2009/08/20 03:29 #

    주요 도시 이름 가운데 '서울' 하나만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인 것 말씀이신가요? 그래도 최근 새 주소 부여사업으로 정비한 길 이름은 고유어로 지은 것이 많으니 더 친근감이 갑니다.
  • 乙支武德 2009/08/20 09:41 # 삭제

    우리나라 지명은 현재 <진짜 한자어지명>과 한자어로 "재해석"되어버린 <고유어지명>이 뒤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섬이름인 마라도(馬羅島),가파도(加波島),나로도(羅老島)같은 이름의 마라,가파,나로같은 이름은 한자어지명이 아니라, 어떤 우리말을 한자로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냥 한자표기가 붙은 것을 보고 한자언줄 알아버리지요.

    이렇게 되버린 이유는 통일신라 이후로 지명을 정리하면서 긴 우리말 지명을 무조건 중국식에 따라 2글자로 짤라버렸고, 한자의 음과 새김을 이용한 우리말 표기방법이 잊혀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닭바위란 우리말지명이 있었다면, 예전에는 鷄巖라고 쓰고, 닭바위라고
    읽었는데, 지금은 그냥 음만 따서 계암이라고 읽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大田도 원래 지명은 한밭이던 것이 일본인들이 자기들의 한자읽는 법에 맞춰서 한자를 쓴건데, 우리가 음만 따다 읽으니,대전이 된 것이지요.
  • 끝소리 2009/08/20 17:03 #

    乙支武德님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명의 본래 모습을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blakparade 2009/08/20 14:16 # 답글

    상당히 재밌는 글이네요...흥미롭습니다...
  • 끝소리 2009/08/20 17:04 #

    감사합니다. ^^
  • 맑은냇가 2009/08/22 23:02 # 삭제 답글

    매형이 벨기에 사람이여서.. 브뤼셀을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매형은 프랑스말을 쓰더군요..
    아직 가본적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매형이랑 누나가. 프랑스에 살고 있어서요 ^^

    여튼 재미있는 글이네요..
  • 끝소리 2009/08/24 17:59 #

    감사합니다. 프랑스말을 쓰는 벨기에인들 가운데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도 많을 것 같은데 많이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 ghistory 2009/09/05 01:40 # 답글

    가령 전직 뉴 질랜드 총리였던 노동당 소속의 고 David Lange가 '데이빗 롱이' 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프레시안에 정치제도 강연을 연재중인 최태욱 한림대학교 교수는 무려 '랭' 이라고 적고 Range라고 표기했다는 거…
  • 끝소리 2009/09/05 01:55 #

    예, '롱이'는 조금 특별한 경우로군요. Jessica Lange 같은 경우는 '랭'이라서 그렇게 알았나봅니다. David는 '데이비드'가 표준 표기입니다.

    R와 L을 혼동하여 외국어 이름의 철자를 잘못 적는 것은 사실 그리 드문 일도 아니라서...
  • 2010/07/25 08:35 # 답글

    좋은 글이네요. 영국에서는 프랑스 단어는 같은 단어라면 프랑스식으로 발음해주려고 하는 것 같고, 미국에서는 미국식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서, Des Moines는 아마 데 무완 이라고 읽을거에요..

    Norwich 같은 영, 미에 다 있는 지방의 경우는 아마 미국과 영국의 다른 지방에서 다 다르게 발음한다고 들었어요 (노위치, 노리치)

    글고 영국 지명에도 외래어 말고도 옛날 잉글랜드어 발음을 그대로 간직한 지명들이 많아서, 늘 확인해야 해요 흑흑. Southwark (써덕), Reading (레딩), Bath (바-쓰) 이런 식.. 웨일즈어나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어 지명은 말할 것도 없죠. ㅠㅠ
  • 끝소리 2010/07/25 21:36 #

    단어마다 다르지만 오히려 영국 쪽에서 프랑스어 단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고 미국에서는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해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프랑스어를 흉내내어 프랑스어 이름의 마지막 음절에 강세를 주어 발음하는데 영국에서는 그런 경향이 덜합니다. Des Moines은 영어화된 지명이라서 영어식 발음을 쓰는 경우입니다.

    영국 지명 가운데 철자와 발음이 상당히 차이나는 것이 많은데 이것은 옛 발음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 옛 철자를 간직했는데 발음이 바뀐 경우입니다. Southwark도 처음에는 south-wark처럼 발음했겠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면서 발음이 단순화된 것입니다. Reading의 첫부분은 고대 영어의 rēad에서 온 듯합니다. 이 고대 영어 단어는 오늘날 red가 되었지만 지명에서는 옛 철자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Bath의 모음이 '아' [ɑː]인 것은 잉글랜드 남부에서 예전의 '애' /æ/음이 일부 자음 앞에서 발음이 바뀐 결과로 보통 명사 bath도 RP를 비롯한 영국 여러 방언에서 똑같이 발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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