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ald Knuth는 '커누스'일까, '크누스'일까?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 Donald Knuth는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의 저자이고 TeX 조판 시스템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름의 한글 표기를 놓고 많은 혼란이 있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에 실린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Knuth는 'Ka-NOOTH'라고 발음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도널드 커누스 (사진 출처)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을 번역한 류광은 '도널드 커누스'라는 표기를 택했다. 그는 크누스, 커누스, 카누스라는 글을 통해 표기를 '커누스'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크누스와 커누스가 남았습니다. 저도 크누스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도은이 아버님 글에 나온 것과 거의 같은 이유에서요. 간단히 말하면 KaNOOTH의 a는 K가 묵음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번역 막바지까지도 원고에 크누스라고 했었습니다.
   번역 막바지에서 원서 출판사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하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Knuth의 발음에 대해서 Addison-Wesley에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의 요지가
   단순히 Knuth를(특히 K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것인가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Knuth 홈페이지에 나온 KaNOOTH의 a가 단지 K가 묵음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실제 음가가 있느냐
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AW 담당자의 답은 '아니다, 실제로 음가가 있다'였고, 추가로 그 a는 canal 첫 음절과 같은 음가라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커누스를 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언급한 도은이 아버님 글은 크누스, 크누쓰, 커누스, 커누쓰라는 글이다. 그 글에서는 '크누스'라는 표기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Ka의 "a"는 "K"를 읽어달라는 의미이고, Ka가 한 음절이라 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분명 한 음절이 되는 것이 틀림없었다면 당연히 KA라고 자신있게 썼을 것이다) K와 N 사이에 "어떤 모음"이 있는 듯이 읽으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K가 소리가 난다는 것이지 "a"가 /ɨ/인지 /ə/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였을 거라 짐작한다. 이 "어떤 소리"는 'ㅡ'로도 'ㅓ'로도 쓸 수 있는 것일테지만 생각건대 'ㅓ'는 "약화된 모음"으로는 적당하지 않은 소리일 것이다. (지역간 개인간에 'ㅓ'는 조음 위치의 편차가 너무 크지 않나?) 게다가, 개인 발음에 의하면, "ㅓ->ㅜ"는 긴장도가 너무 크다. "ㅡ->ㅜ"가 적당하다!!! 'ㅜ' 모음 음절 앞에서 'ㅓ'는 과장된 음절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도 이 표기는 적절하지 않다.
   이 "a"를 셰와라고 주장한 분이 있어 흥미를 끈다. 당연히 히브리어의 셰와도 "ㅡ"로 적는 것이 옳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브레쉬트". 이걸 "버레쉬트"로 적자는 주장은 본 적이 없다.

Ka-NOOTH의 의미

각 자모가 음소 하나에 대응되는 한글과 달리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대응이 매우 불규칙해 철자만으로는 발음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 그래서 사전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국제 음성 기호를 모르니 발음을 적을 때 비교적 발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철자를 바꿔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LaTeX이 [ˈleɪ.tek], 즉 '레이텍'으로 발음된다고 설명하고 싶으면 LAY-teck이라고 쓰는 방식이다. 영어를 하는 일반인은 lay라는 단어를 국제 음성 기호로 [leɪ]라고 쓴다는 것은 몰라도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안다. 또 teck이라는 철자는 check [tʃek]에서 첫 자음만 [t]로 바꾼 것과 같이 발음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LAY를 대문자로 써서 첫 음절에 강세가 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어에서는 어느 음절에 강세가 오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이를 통상적으로 대문자를 사용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 Ka-NOOTH의 a를 소문자로 적은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Ka라는 음절에는 강세가 오지 않고 NOOTH에 강세가 온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 Knuth가 고유명사이고 또 'Ka-NOOTH'가 출처에서는 문장 첫머리에 왔기 때문에 K는 대문자로 썼기 때문에 우연히 a만 소문자로 적게 된 것이다. 그러니 a만 소문자로 적은 것을 가지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 a는 canal의 첫 음절과 같은 [ə]를 나타낸다고 알려왔다고 하는데, 이는 철자를 바꿔써서 발음을 나타낼 때 통상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ɑ]라는 발음을 표현하려면 보통 ah로 적고, [eɪ]는 보통 ay로 적는다. a만 쓰면 보통 [ə]를 나타낸다.  또 nooth는 tooth [tuːθ]의 첫 자음만 [n]으로 바꾼 것과 같은 발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Ka-NOOTH라는 설명은 [kə.ˈnuːθ]라는 발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커누스'가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θ] 발음을 'ㅅ'으로 옮기는 것에 관한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영어의 음운 제약

그럼 '크누스'라는 표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영어에서 /kn/이란 자음군이 음절 첫머리에 올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각 언어의 음운 체계는 어떤 음소가 있는지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각 음소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 즉 음운 제약도 음운 체계의 일부이다.

영어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영어에서 음절 첫머리에 올 수 있는 음소는 다음과 같다.
  • /ŋ/을 제외한 모든 단일 자음
  • 파열음+/j/ 이외의 접근음: /pl/, /bl/, /kl/, /gl/, /pr/, /br/, /tr/, /dr/, /kr/, /gr/, /tw/, /dw/, /gw/, /kw/
  • 무성 마찰음+/j/ 이외의 접근음: /fl/, /sl/, /fr/, /θr/, /ʃr/, /sw/, /θw/, /hw/
  • 자음+/j/: /pj/, /bj/, /tj/, /dj/, /kj/, /gj/, /mj/, /nj/, /fj/, /vj/, /θj/, /sj/, /zj/, /hj/, /lj/
  • /s/+무성 파열음: /sp/, /st/, /sk/
  • /s/+비음: /sm/, /sn/
  • /s/+무성 마찰음: /sf/
  • /s/+무성 파열음+접근음: /spl/, /spr/, /spj/, /smj/, /str/, /stj/, /skl/, /skr/, /skw/, /skj/
정확한 음운 제약 방식은 사람과 방언마다 달라서 /j/로 끝나는 자음군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super는 영국 표준 발음에서 원래 ['sjuːpə]로 발음되었지만 이제 ['suːpə]로 발음되는 일이 많고, 미국 표준 발음에서는 아예 ['suːpɚ]로 통일되었다. '슈퍼'라는 표준 표기는 ['sjuːpə]를 따른 것인데 요즘의 발음 추세를 반영해 '수퍼'라고 적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음절 첫머리에 허용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호한 자음군도 있다. /sr/의 경우는 '무성 마찰음+/j/ 이외의 접근음'에 해당하므로 영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발음이 특별히 어려운 자음군은 아니다. 하지만 외래어를 제외한 영어 단어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니 보통 /sr/라는 발음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Sri Lanka와 같은 단어의 'sr'는 사람에 따라 /sr/로 발음하기도 하고 shrimp 같은 단어에서 쓰는 비슷한 자음군인 /ʃr/로 대체하여 발음하기도 한다.

/kn/이란 자음군은 어떨까? /kn/은 /sr/와 달리 위에서 나열한 어느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영어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kn/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그래서 Knuth 같은 이름에서 k와 n을 모두 발음해야 할 경우 삽입 모음 [ə]를 넣어 [kə.ˈnuːθ]와 같이 발음한다.

고대 영어에는 /kn/이란 자음군이 있었다. 오늘날 영어에서 know, knee, knight와 같이 kn으로 적는 철자는 원래 고대 영어에서 실제 /kn/으로 발음했다. 하지만 영어의 음운 체계가 변화를 겪으면서 모두 /n/으로 발음하게 되었다. 독일어를 비롯한 다른 현대 게르만어파 언어에서는 /kn/이란 자음군이 보존되어 있다. 영어의 knee에 해당하는 독일어 Knie는 [kni:], 즉 '크니'로 발음된다.

독일어 등 /kn/ 자음군이 있는 언어를 아는 사람은 영어를 할 때도 /kn/ 자음군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Knuth라는 이름도 [knuːθ]로 발음할 것이다. 이들의 발음을 따른다면 '크누스'라는 표기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크누트 1세의 예

기존 외래어 표기 용례 가운데 그나마 참고할만한 사례는 크누트 1세(Cnut I)의 경우이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는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여기서 별표(*)는 해당 표기가 관용 표기 존중 등의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Cnut 일세.  *크누트 일세 :  잉글랜드의 왕(?~1035).

크누트 1세 (사진 출처)

그런데 이 크누트 1세는 잉글랜드 뿐만이 아니라 덴마크, 노르웨이의 왕이었으며 스웨덴인 일부도 통치했다. 덴마크어로는 Knud,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로는 Knut라고 부른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각각 '크누드', '크누트'이다. 표기를 '크누트'로 정하게 된 데에는 이것이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따르면 Cnut의 영어 발음은 [kə.ˈnjuːt]이다. /kn/ 자음군을 허용하지 않고 [ə]를 삽입한 발음이다. 사실 영어권에서 크누트는 Cnut라는 철자보다는 Canute라는 철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Canute는 [kə.ˈnjuːt] 또는 [kə.ˈnuːt]로 발음된다. 이를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라 적으면 '커뉴트' 또는 '커누트'가 될 것이다.

그러니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별표를 붙여 실제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데다 다른 언어의 발음의 영향을 받았을만한 사유가 충분히 있는 '크누트'라는 표기는 영어 이름의 /kn/ 자음군을 처리하는데 참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ə]는 '으'로 적을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영어의 약화된 모음인 [ə]는 언제나 '어'로 적는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어 표기 용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도은이 아버님 주장은 [ə]를 '으'로도 적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영어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영어 방언에서는 약화된 모음이 중모음에 가깝냐 고모음에 가깝냐에 따라서 두 가지 있다. 이 가운데 중모음은 /ə/로 적고 고모음은 영국에서는 보통 /ɪ/로, 미국에서는 보통 /ɨ/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전자는 '어', 후자는 '이'로 적는다. 여기서 고모음 /ɪ/~/ɨ/는 한국어의 '으'에 가깝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로 통일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ptain [ˈkæp.tɪn]의 둘째 모음은 사실 약화된 모음인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캡틴'으로 적는다.

영어의 이 두 가지 약화된 모음 가운데 어느 것이 쓰이는지는 방언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발음에서는 둘이 합쳐졌고, 미국 발음에서는 영국 발음에 비해 약화된 모음이 고모음보다는 중모음으로 발음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Knuth에 삽입되는 모음은 분명히 [ə]이다. Knuth는 절대 [kɪ.ˈnuːθ]로 발음되는 일이 없다. 그러니 여기서는 영어의 [ə]로 한정해서 얘기하겠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의 [ə]를 '으'로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몇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 듯하다. 일단 영어에는 l, m, n이 성절 자음이 될 수 있다. 모음이 따로 없이 이들이 음절의 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음이 없으니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한국어의 삽입 모음 '으'를 사용하여 표기한다. 예를 들어 little [ˈlɪt.l]은 '리틀', rhythm [ˈrɪð.m]은 '리듬', prison [ˈprɪz.n]은 '프리즌'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 l, m, n에 [ə]를 붙여 [əl], [əm], [ən]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사전에서는 편의상 가능한 여러 발음 가운데 가장 흔한 하나만을 적는 일이 많다. 그래서 rhythm의 경우 보통 발음을 [ˈrɪð.əm]으로만 적는다. 이 발음만 보고는 '리듬'에서는 [ə]를 '으'로 적은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리듬'이라는 표기는 발음을 [ˈrɪð.m]으로 보고 정한 것으로, [ə]를 '으'로 적은 것이 아니다.

또 영어의 자음군의 발음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 위에서 봤듯이 영어에는 현대 한국어에는 없는 다양한 자음군들이 있다. 이런 자음군들은 말 그대로 자음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영어에서는 그 사이에 어떤 모음도 삽입하지 않고 발음한다. 그런데 한국어에는 그런 자음군이 없으니 '으'를 삽입하여 표기한다. 영어의 star는 /s/와 /t/ 사이에 모음이 없이 한 음절로 발음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스타'로 적고 두 음절로 발음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ㅅ' 다음에 'ㅌ' 발음이 바로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의 자음군 표기에 삽입하는 '으'는 영어의 어떤 모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고 단지 한국어에 비슷한 자음군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로 발음할 수 있도록 넣는 것이다.

이상은 영어의 외래어 표기법 표기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언어에서는 [ə]를 '으'로 적는 일이 있다. 프랑스어의 [ə]는 '으'로 적도록 되어 있다. 프랑스어에서 [ə]로 통상적으로 적는 음은 철자상으로는 e로 나타내며 사실 [œ]에 음가가 가깝다. 그런데 흔히 '묵음 e (e caduc)'라고 부르는 이 e는 경우에 따라 [ə]로 발음하기도 하고 탈락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ppeler 같은 단어는 프랑스 북쪽에서는 보통 [a.ple], 남쪽에서는 보통 [a.pə.le]라고 발음한다. [ə]를 '으'로 적기로 함으로써 둘 다 '아플레'로 표기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비슷한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고대 히브리어의 '슈바'(도은이 아버님이 '셰와'라고 부른 음) 역시 '으'로 적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히브리어의 슈바는 시대에 따라 [ə] 비슷한 모음으로 발음되기도 했고 탈락하기도 했으며 개역한글판을 비롯한 주요 성경 번역에서도 '으'로 적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의 외래어 표기에서 [ə]를 '으'로 적은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영국 수학자 De Morgan을 '드모르간'이라고 적은 예가 있지만 이 경우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른 것이 아니라 관용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 확실하다(규정을 따르자면 '더모건'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러니 발음을 근거로 Knuth를 '크누스'로 적자고 주장하려면 원 발음이 [knuːθ]라고 봐야 한다. 원 발음이 [kə.ˈnuːθ]라 하면서 이를 '크누스'로 적자고 할 수는 없다.

발음 대신 철자를 따라 적는다면?

영어에서 [ə]는 'a', 'o', 'e' 등 철자상의 모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Knuth에서는 [ə] 발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낼만한 철자상의 모음이 없다. 그래서 '크누스'로 적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분명히 [ə]가 선택적으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철자상으로 모음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어'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으'로 적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Logan을 '로건'으로 적는 것은 a라는 철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little을 '리틀'로 적는 것은 t와 l 사이에 모음이 없다는 사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button, sudden, Johnson의 경우처럼 예외도 매우 많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ə]가 들어간 발음과 탈락된 발음이 둘 다 가능할 때만 해당되는 얘기라는 것이다. 영어 화자 절대 다수에게는 Knuth [kə.ˈnuːθ]의 [ə]는 생략할 수 없는 모음이니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매우 불규칙하여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철자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이 발음에 따라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모르는 일반인은 철자에 따라 적는다고 생각하기 쉽고,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영어의 한글 표기의 오류는 철자에 가깝게 써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려면 발음을 무시하고 철자에 가깝게 적자고 할 수는 없다.

결론

Knuth는 철자상의 kn을 /n/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영어 이름으로는 예외적인 이름이다. 본인이 제시하는 발음은 [kə.ˈnuːθ]이고, 대다수 영어 화자도 kn의 /k/와 /n/을 모두 발음하라고 하면 그렇게 삽입 모음 [ə]를 넣어 발음한다. 이를 따르면 '커누스'라는 표기가 맞다.

독일어 등 다른 언어를 접하여 /kn/ 자음군을 발음할 수 있는 일부 영어 화자들은 [knuːθ]라고 발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Knuth에서는 [ə] 모음이 철자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무시하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크누스'라고 적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kn/ 자음군을 발음할 수 있는 일부 화자를 설정하는 것은 조금 억지라는 생각이다. 외국어 이름을 볼 때 그 언어의 발음을 아는 사람들은 영어에 없는 발음이더라도 흉내내곤 한다. 그러나 Knuth를 외국어 이름으로 볼 것 같지는 않다. 만약 Knuth를 덴마크어나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독일어 이름으로 본다면 이들 언어에는 [θ] 발음이 없으므로 '크누트'라고 표기하게 되어 실제 영어 발음에서 멀어진다. 그러니 Knuth는 영어 이름으로 봐야 하며 대다수 영어 화자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본인이 제시한 발음이 [kə.ˈnuːθ]라면 이에 따라 '커누스'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 하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사람들이 이 표기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덧글

  • 무다리 2009/04/03 22:57 # 삭제 답글

    하지만 수학, 컴퓨터 쪽에서 Knuth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압도적으로 "크누스"라고 표기하는 관행을 무시할 수가 없지요. 비슷한 예로 GNU, Gnome도 각각 그누, 그놈이라고 한글 표기를 널리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 끝소리 2009/04/03 23:10 #

    좋은 지적입니다. GNU, GNOME의 경우도 고려해야 하겠군요. 그래도 GNU, GNOME의 경우는 영어 이름이라기보다는 국제 공용(?)의 이름으로 보고 '그누', '그놈'이라고 적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무시할 수 없는 관행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 무다리 2009/04/03 23:27 # 삭제 답글

    [kə.ˈnuːθ]는 [knuːθ]를 현대 영어 발음 제약 조건에서 근사된 발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근사된 [kə.ˈnuːθ]라는 발음을 다시 한국어로 근사시키는 것보다는 [knuːθ]에서 바로 근사하는 쪽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비슷한 예로 한국계 미국인의 성명을 한국어로 표기할 때 영어식 발음이 아닌 한국식 원 발음 표기로 하는 관행도 이와 연관시킬 수도 있겠습니다. Margaret Cho를 한국에서 "마거릿 초"라고 표기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끝소리 2009/04/03 23:41 #

    그렇게 보려면 Knuth가 원래부터 영어 이름이었고 [knuːθ]로 발음된 적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Knuth는 고대 노르드어의 Knútr에서 나온 스칸디나비아어 이름의 덴마크어식 철자로 알고 있습니다. Cnut, 즉 Canute와 어원이 같으며 어원을 따지자면 Knuth의 th는 영어의 [θ]로 발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Knuth는 덴마크어 이름을 영어의 철자식으로 발음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말씀하시는대로라면 '크누스'가 아니라 덴마크어 발음식으로 '크누트'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 무다리 2009/04/03 23:51 # 삭제

    그건 아니죠. Knuth가 옛날에는 덴마크어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현대 덴마크에서는 그 철자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아마도 게르만계 어에서 th 발음이 보존되어 있었을 시기의 덴마크에서 유래된 성씨일 가능성이 더 높죠, 그 때 영어 발음에서는 어두의 kn의 발음에서 k가 묵음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더 높겠죠.
  • 나그네 2009/04/04 00:02 # 삭제

    Knuth가 독일계 성인지 다른 스칸디나비아계 성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Knuth의 경우는 고대 게르만어에 있던 [θ]의 표기가 아니라 관습적으로 예전에 독일어 등에서 이를테면 Rothschild나 Rosenthal처럼 장모음 앞뒤로 /th/라는 표기를 썼는데 크누트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 사람은 미국인이라서 Morgenthau를 비롯한 다른 경우처럼 th를 [θ]로 발음하는 것이죠. 즉 고대나 중세 이전에 전래된 성씨는 아닙니다.
  • 끝소리 2009/04/04 00:24 #

    나그네님 설명 감사드립니다.
  • 무다리 2009/04/04 00:33 # 삭제

    저는 Knuth의 유래나 어원에 상관없이 원래 제약없는 조건의 발음을 한다면 [knuːθ]라고 발음하는 것을 영어 음운의 제약 속에서 [kə.ˈnuːθ]라고 발음하는 거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점 오해하시지는 마세요.
  • 나그네 2009/04/04 00:45 # 삭제

    비영어계 성씨를 가진 영어권 인명 혹은 다른 식으로 스페인어권 등에서 이민자 계통의 성씨를 표기할 때는 어느 정도 신축성도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페루 전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Fujimori)를 스페인어의 한글 표기법대로 푸히모리라고 적지는 않죠. 물론 스페인어권에서는 그렇게 철자대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아르헨티나 전대통령 Kirchner는 키르히너 대신 키르치네르로 표기하는 등 복잡한 면이 많죠.
    체코계 미국 가수 Jason Mraz의 경우도 영어 발음을 따른다면 '머래즈'쯤 되겠지만 한글 표기는 '므라즈'가 대셉니다.
    Knuth의 경우도 므라즈와 마찬가지로 비록 영어에는 없는 자음군이라 삽입 모음이 들어가더라도 한글 표기는 철자를 바탕으로 굳이 없는 홀소리를 삽입하지 않는 경향이 많기에 크누스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겠죠.
  • 끝소리 2009/04/04 00:53 #

    무다리님의 의견은 영어의 음운 제약 때문에 실제 실현되는 발음보다는 그 바탕이 되는 발음을 원형으로 보고 표기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나그네님께서 몇 가지 적절한 예들을 들어주셨네요. 물론 어떻게 기준을 정할지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 무다리 2009/04/03 23:53 # 삭제 답글

    k 자음만으로 하나의 음절을 형성했다는 얘기는 바로 k가 성절 자음의 역할을 한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그러면 왜 굳이 다른 성절 자음의 표기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시작하는지 이해가 좀....
  • 끝소리 2009/04/04 00:06 #

    k 자음은 공명 자질(sonority)이 없기 때문에 성절 자음이 될 수 없습니다. 영어에서는 l, m, n, ng, r 등만이 성절 자음이 될 수 있습니다. 성절 자음으로서의 l, m, n, ng는 '을', '음', '은', '응'으로 표기하니 k가 설사 성절 자음이 될 수 있더라도 '윽'이 될 텐데, 이것을 뜻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k 자음 하나만으로 음절을 형성할 수는 없으니 [kə]처럼 모음이 붙었거나 /kn/ 자음군을 형성하여 n 뒤의 모음에 붙었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다음 링크를 참고하세요.

    http://phonetic-blog.blogspot.com/2009/03/syllabic-plosives.html
  • 무다리 2009/04/04 00:25 # 삭제

    그건 일반적인 영어에서 말하는 성절 자음의 경우죠. 지금의 knuth의 경우에선 kn의 k가 발음이 되는 드문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라서 성절 자음 자체의 정의로 따져봐야 합니다. 자음만으로 하나의 음절을 형성하면 그게 바로 성절 자음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참고로 공명성이 없더라도 성절 자음은 형성이 될 수가 있습니다. sss, shhh, tsk 등등 영어에서도 볼 수가 있고 다른 언어에서도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k가 성절 자음이 되면 윽이 된다는 유추도 지나치게 좁은 성절 자음의 예만 생각하고 한국어적으로만 발상을 해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shhh라는 것도 "으shhh"처럼 발음이 되는 걸까요?
  • 끝소리 2009/04/04 00:37 #

    '윽'이라는 유추는 k가 공명성이 있다는 쪽으로 상상한 것이니 좀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sss, shhh, tsk와 같은 비언어 소리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영어 단어에서 공명성이 없는 자음이 성절 자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복잡한 자음군을 허용하는 살리시어 같은 언어를 설명하려면 음절의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영어에 있어서는 그런 식으로 기존 이론을 깰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ουτις 2009/04/04 00:41 #

    사실 음절은 정의 자체가 제대로 안 되어 있습니다.
    전에 음절에 관한 정의를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다 찾아 봤는데,
    제대로 된 정의는 하나도 없었지요.
    대개는 sonority sequencing principle에 기대고 있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순환 문제로 귀착... -_-
  • 끝소리 2009/04/04 00:48 #

    너무 어려운 문제를 건드린 건가요...
  • ουτις 2009/04/03 23:56 # 답글

    위키는 /knuːθ/로 보네요. 저도 그렇게 보는데, Ka-NOOTH로 적은 이유가 K-NOOTH로 적으면 [케이누스]로 읽을 염려가 있어서 아닐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크누스'에 한 표.
    그리고 저 phonotactics는 좁은 의미에서만 성립할 것 같은데요. 졸려서 좋은 예가 안 떠오르고 the call of Ktulu 따위만 떠오릅니다만...
  • 끝소리 2009/04/04 00:20 #

    그런가하면 영어판 위키백과에서는 GNU는 [ɡəˈnuː], GNOME은 [gəˈnəʊm] 또는 [gəˈnoʊm]으로 적고 있습니다. Donald Knuth의 토론 문서를 보니 Ka-NOOTH가 사실은 [knuːθ]를 나타낸다고 주장한 사용자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독일어가 모국어, 한 명은 한국어가 모국어입니다. 이들이 실제 영어의 음운 제약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겁니다.

    http://en.wikipedia.org/wiki/Talk:Donald_Knuth#Pronunciation

    Ktulu는 Cthulhu의 다른 철자인데 영어에서 [kəˈθuːluː]로 보통 발음한다고 합니다. 영어에서 /kt/ 자음군은 더더욱 가능하지 않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Cthulhu
  • 무다리 2009/04/04 00:28 # 삭제

    참고로 그 토론에서 Kjoonlee씨는 영어가 모국어이신 분입니다. 물론 한국어도 모국어이시기도 하죠.
  • 끝소리 2009/04/04 00:37 #

    영어와 한국어가 둘 다 모국어이신 분이시군요.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못 봤습니다.
  • Prentice 2009/11/06 08:45 #

    안녕하세요, User:Kjoonlee입니다. 참고로 영어 위키백과에서는 GNU를 /ˈɡnuː/로 표시한지 오래며 현재 GNU.org의 발음 가이드도 g-noo로 수정된 상태입니다.
  • 끝소리 2009/11/29 08:20 #

    Kjoonlee님 반갑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글은 제가 쓸 때도 별로 확신이 없었고 쓴 후에 제 의견이 꽤 바뀐지라 언젠가 시간이 나면 수정해야 할 텐데 요즘은 블로그 활동을 재개할 시간조차 거의 없습니다...
  • ουτις 2009/04/04 00:38 # 답글

    파열음이 성절음이 될 수 없다는 저 링크는 주장이 좀 과격해 보여요. 영어에 한정하면 모를까... (가장 유명한 예가 Tashlhiyt Berber겠지요.)

    신조어/외래어가 정착하면서 삽입 모음이 들어간 형태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phonotactics는 생각보다 강력한 게 아니어서, 보수적인 lexical stratum(흔히 정착하지 않은 외래어)의 경우 faithfulness 제약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Knuth라는 성이 흔하면 흔할 수록 삽입 모음이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만. ^^
  • 끝소리 2009/04/04 00:47 #

    영어 이외의 언어에도 적용하려는 것은 좀 과격한 주장이란 것에 동의합니다. 음운 제약은 음운 체계의 다른 구성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변하고요.

    그런데 Knuth와 같은 이름이 흔해진다면 삽입 모음이 들어가는 발음이 아니라 /kn/과 같이 예전에 없던 자음군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더 흔해지지 않을까요? 현재의 영어 음운 제약 때문에 삽입 모음이 들어가는 것이지, 앞으로 /kn/이란 자음군이 허용되면 삽입 모음은 필요 없을 텐데요?
  • 함부르거 2009/04/04 01:06 # 답글

    대선생님 이름은 너무 어려워요... 학부 다닐 때 이 양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아직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군요... ㅠ.ㅠ
  • 끝소리 2009/04/04 01:23 #

    저도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써놓고는 어떻게 써야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답니다. 그저 '크누스'가 대세인데 저서를 번역하신 분이 '커누스'로 쓴 것에 대해 말이 많은 것 같아서 외래어 표기법 원칙을 말그대로 따르면 '커누스'로 적는 것이 맞을 것이라는 얘기로 적은 것인데, 그렇게 적어놓고도 덧글에서 여러 분들이 지적하신 문제를 다시 생각하면 '크누스'도 틀린 표기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ουτις 2009/04/05 23:54 # 답글

    아 /kn/ 자음군을 포함하는 type이 흔해져서 음운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 저 성 자체의 빈도수가 높아지는 경우의 얘기입니다.
  • 끝소리 2009/04/06 06:58 #

    혹시 Knuth라는 성에서 /k/가 묵음이 되지 않고 발음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씀이셨나요? 단편적인 얘기이지만 제가 아는 영어권 사람들 가운데 Knausenberger, Knapp 등의 성을 가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철자 kn은 영어에서 /k/가 묵음이 되어 /n/으로만 발음되는 것이 정석이지만 실제로 얘네들은 Donald Knuth의 경우처럼 /k/까지 발음합니다. 이런 식으로 kn 철자가 들어간 이름에서 /k/를 발음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처음 보는 이름이 kn으로 시작할 때 /k/를 발음할 확률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 ουτις 2009/04/06 23:32 # 답글

    음 그 얘기도 아닌데... ^^
    Lisa Davidson(2006, 2007)을 참고하시면 어떨지요.
    차용에 있어서의 삽입 모음에 관한 현상들이 다르게 보일 겁니다.
  • 끝소리 2009/04/19 07:27 #

    상당히 기술적인 내용이군요. 제가 삽입 모음에 대해 배울 것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좀 웃자고 다음 링크를 소개합니다.
    http://languagelog.ldc.upenn.edu/nll/?p=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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