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대한 여러 생각에서 오늘날 쓰는 한글 자모 가운데 'ㅟ+ㅓ'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소리를 표기할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바뀌어', '쉬어' 등의 준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주채의 《한국어의 발음》에서는 옛 자모를 활용하여 이 소리를 'ㆊ'로 적을 것을 제안했다는 것도 언급했다.
그러자 Puzzlet C.님께서 2000년에 한글 학회의 학회지에도 이 문제를 다룬 글이 실렸다는 제보를 해주셨다. 조규태의 〈우리말 'ㅟ+ㅓ'의 준말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ㅟ+ㅓ'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소리를 한국어의 새로운 중모음(겹홀소리)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DF 문서로 전문을 볼 수 있다. 다음은 글의 내용을 요약한 것.
생각해보니 배주채도 'ㅜㅕ'라고 쓰자는 제안에 대해 언급했으나 'ㆊ'는 이미 같거나 비슷한 음가를 나타내기 위해 쓰인 적이 있는 옛 자모이니 그것을 쓰자고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ㅟ+ㅓ'를 표기하는 두 가지 방법을 '바뀌었다'의 준말에 적용한 예. 나눔명조를 손질한 것.
'ㆊ' 대신 'ㅜㅕ'로 쓰는 것은 획 하나가 주니 쓰기도 좀더 편하고 글자의 밀도도 그렇게 높지 않아 미관상으로는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전례를 고려하여 'ㆊ'로 쓰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ㆊ'라고 쓰면 마치 'ㅠ+ㅕ'로 발음해야 할 것 같아 실제 'ㅟ+ㅓ'의 발음과는 거리가 먼 것 같고, 'ㅜㅕ'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ㅟ+ㅓ'의 가능한 발음 가운데 하나인 [wjʌ]를 비교적 잘 나타내는 것 같다.
'ㅟ+ㅓ'의 발음
지난 글에서 'ㅟ+ㅓ'의 발음은 [ɥʌ]라고 표기했다. 'ㅟ'는 단모음(홑홀소리) [y]로 발음되고 이게 반모음화하면서 [y]에 해당하는 반모음인 [ɥ]가 된다고 본 것이다. 반모음은 모음이 마치 자음처럼 짧게 발음되는 것으로 '우' [u]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w]이고 '이' [i]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j]인데 단모음 '위' [y]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ɥ]인 것이다.
그런데 표준 발음법에서 'ㅟ'는 단모음 발음과 이중모음 발음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ㅟ'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는 보통 [wi]로 표기하는데, /w/가 변이음 [ɥ]로 대체되어 [ɥi]로 발음된다고 보기도 한다. 또 표준 발음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i]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규태는 이에 따라 'ㅟ+ㅓ'는 [ɥʌ] 외에도 [wjʌ], [jʌ], 심지어 [i]로 발음될 수 있다고 한다. 내게는 생소한 얘기지만 지역에 따라 '바뀌었다'의 준말을 '바낐다'로 발음하는 곳도 많이 있다고 한다.
[jʌ]와 [i]는 각각 'ㅕ'와 'ㅣ'로 표기할 수 있으니 나타내는데 새로운 자모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ɥʌ] 또는 [wjʌ]로 발음하여 'ㅕ'와 'ㅣ'는 물론 'ㅝ'와도 구별하는 이들의 발음을 나타내려면 새로운 자모가 필요하다.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뉘어'를 한 음절로 발음한다면 '녀'와도 구별하고 '눠'와도 구별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과제
'ㅟ+ㅓ'의 준말을 한글로 나타낼 때 'ㆊ'를 쓸지, 'ㅜㅕ'를 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쓸지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학술적인 용도로만 쓸 것인지 일반 언어 생활에 널리 쓸 수 있도록 표준 자모로 추가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표준어 맞춤법에서도 쓰는 것으로 한다면 입력 방식과 인코딩, 지원하는 글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오늘날 한국어 화자의 대부분이 'ㅟ+ㅓ'의 준말을 다른 소리와 구별되게 발음하며 표준 자모로 마땅히 적을 길이 없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Puzzlet C.님께서 2000년에 한글 학회의 학회지에도 이 문제를 다룬 글이 실렸다는 제보를 해주셨다. 조규태의 〈우리말 'ㅟ+ㅓ'의 준말에 대하여〉라는 글이다. 'ㅟ+ㅓ'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소리를 한국어의 새로운 중모음(겹홀소리)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DF 문서로 전문을 볼 수 있다. 다음은 글의 내용을 요약한 것.
우리말에 는 'ㅟ+ㅓ'의 준말이 만들어 내는 겹홀소리가 있다. 이 겹홀소리는 제대로 인식이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겹홀소리를 표기할 글자도 따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겹홀소리를 인정하지 않게 되면, 예컨대 '바꾸어'의 준말인 '바꿔'(pak'wə]와 '바뀌어'의 준말인 [pak'ɥə] 또는 [pak'wjə]가 변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말 겹홀소리 체계 속에 [ɥə]와 [wjə]를 새로이 설정해야 한다.여기서는 'ㆊ'가 아니라 'ㅜㅕ'라는 글자로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주의할 것은 이 블로그에서 'ㅓ'의 발음을 보통 [ʌ]로 적는데 조규태는 [ə]로 적고 있고, 'ㅟ'의 단모음(홑홀소리) 발음을 [y] 대신 [ü]로 적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이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표기 방식으로 통일하겠다.
이 겹홀소리의 존재는 최근의 방언 연구를 통하여 확인할 수가 있다. 지금 우리말에서는 'ㅟ'가 방언과 세대에 따라 [ü], [wi], [i] 세 가지로 발음되고 있는데, 이 다른 발음에 따라 'ㅟ+ㅓ'의 준말도 [ɥə]와 [wjə], 그리고 [jə], [i]로 각각 발음된다. 두 겹홀소리 [ɥə]와 세 겹홀소리 [wjə]는 지금 한글 체계 속에는 이들을 표기할 글자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ㅜㅕ'라는 글자로 표기할 수가 있다. 예컨대, '쉬+어'의 준말은 '수ㅕ'와 같이 표기할 수가 있다.
생각해보니 배주채도 'ㅜㅕ'라고 쓰자는 제안에 대해 언급했으나 'ㆊ'는 이미 같거나 비슷한 음가를 나타내기 위해 쓰인 적이 있는 옛 자모이니 그것을 쓰자고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ㆊ' 대신 'ㅜㅕ'로 쓰는 것은 획 하나가 주니 쓰기도 좀더 편하고 글자의 밀도도 그렇게 높지 않아 미관상으로는 더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전례를 고려하여 'ㆊ'로 쓰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ㆊ'라고 쓰면 마치 'ㅠ+ㅕ'로 발음해야 할 것 같아 실제 'ㅟ+ㅓ'의 발음과는 거리가 먼 것 같고, 'ㅜㅕ'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ㅟ+ㅓ'의 가능한 발음 가운데 하나인 [wjʌ]를 비교적 잘 나타내는 것 같다.
'ㅟ+ㅓ'의 발음
지난 글에서 'ㅟ+ㅓ'의 발음은 [ɥʌ]라고 표기했다. 'ㅟ'는 단모음(홑홀소리) [y]로 발음되고 이게 반모음화하면서 [y]에 해당하는 반모음인 [ɥ]가 된다고 본 것이다. 반모음은 모음이 마치 자음처럼 짧게 발음되는 것으로 '우' [u]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w]이고 '이' [i]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j]인데 단모음 '위' [y]에 해당하는 반모음은 [ɥ]인 것이다.
그런데 표준 발음법에서 'ㅟ'는 단모음 발음과 이중모음 발음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ㅟ'를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는 보통 [wi]로 표기하는데, /w/가 변이음 [ɥ]로 대체되어 [ɥi]로 발음된다고 보기도 한다. 또 표준 발음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i]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규태는 이에 따라 'ㅟ+ㅓ'는 [ɥʌ] 외에도 [wjʌ], [jʌ], 심지어 [i]로 발음될 수 있다고 한다. 내게는 생소한 얘기지만 지역에 따라 '바뀌었다'의 준말을 '바낐다'로 발음하는 곳도 많이 있다고 한다.
[jʌ]와 [i]는 각각 'ㅕ'와 'ㅣ'로 표기할 수 있으니 나타내는데 새로운 자모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ɥʌ] 또는 [wjʌ]로 발음하여 'ㅕ'와 'ㅣ'는 물론 'ㅝ'와도 구별하는 이들의 발음을 나타내려면 새로운 자모가 필요하다.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뉘어'를 한 음절로 발음한다면 '녀'와도 구별하고 '눠'와도 구별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과제
'ㅟ+ㅓ'의 준말을 한글로 나타낼 때 'ㆊ'를 쓸지, 'ㅜㅕ'를 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쓸지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학술적인 용도로만 쓸 것인지 일반 언어 생활에 널리 쓸 수 있도록 표준 자모로 추가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표준어 맞춤법에서도 쓰는 것으로 한다면 입력 방식과 인코딩, 지원하는 글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오늘날 한국어 화자의 대부분이 'ㅟ+ㅓ'의 준말을 다른 소리와 구별되게 발음하며 표준 자모로 마땅히 적을 길이 없다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덧글
(대표적으로 아래아와 영남 방언을 위한 방점 표시)을 보면,
전적으로 규범 언어인 '표준어'를 적는 용도를 염두에 두고
최적화한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새로운 글자를 도입하기에 앞서,
표준어에서 저 준말 발음을 인정하는 게 먼저겠지요.
그런데 표준 발음 규정에서는 ㅚ와 ㅟ의 단모음/이중모음까지는 인정하지만,
장/단모음 및 ㅔ/ㅐ의 융합조차 인정 않는 마당에,
저 문제는 너무 요원해 보이는데요. ^^
규범 언어가 보수적인 거야 자연스러운 면도 있으니,
그걸 따지기도 좀 뭣하고...
학술적으로는 그냥 IPA를 쓰는 게 더 명확하고요. ^^
___ㅆ
억지스럽지만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면 -_-;; kwae 로 소리내겠군요. ㅜ + ㅐ 가 아니라 ㅟ + ㅓ 라고 미리 알려야...
ㅠ+ㅕ 보다는
바 꾸ㅕ 다 가 좀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___ㅆ
로마자가 영어 발음 표기에 불편해도 새 글자를 만들지 않듯 새 기호를 만드는 건 신중해야 할 듯 싶습니다.
그때 결론은 : 에라 모르겠다 (…)
정확히 따져보면 '바뀌었다'의 준말이 아니라 그냥 음운 구조가 다른 것으로 밝혀질 것 같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그렇게 써준 게 아닐까요.
'바뀌다'에서는 'ㅟ'로 발음하면서 '바꼈다'에서는 'ㅕ'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바껻따]는 서울에서도 젊은 층에서 많이 쓰고 있을 것 같아요.
조규태 글에서 인용한 충주 방언에서 'ㅟ'의 실현 양상(박경래 조사)를 보면 젊은 층은 대부분 [i]로 발음한다고 하는데 충주 방언에서는 'ㅕ'라는 이중모음도 있지 않나요? 이들은 'ㅟ+ㅓ'를 'ㅕ'로 발음할 것 같습니다.
'흐ㅕ' 표기가 필요할까요?
실제 발음상 'ㅢ+ㅓ'가 준말로 발음될만한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간이 '의'로 끝나는 활용어는 '여의다' 정도를 생각할 수 있는데, '여의어'는 원칙적으로는 [여의어]로 발음되고 [여이여]라는 발음도 허용되는 것으로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이것을 '여여'와 같이 줄여서 발음하는 일이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ㅢ+ㅓ'는 줄여서 발음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 표기는 원문에서는 한 음절자(자절字節?)로 표현되었음을 의미함]
(54쪽)
(4) ɥ계 이중모음
'뀌어, 뛰어, 쉬어' 등은 한 음절로 줄여서 발음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때의 모음을 적는 글자가 한글에 없다. 음성기호를 이용하면 그 모음을 'ɥə'로 적을 수 있다. 이 이중모음은 다른 경우에는 쓰이지 않고 'ㅟ' 어간에 모음어미가 연결되어 두 음절이 한 음절로 축약될 때만 나타난다. 15세기에 있었던 글자 'ㆇ, ㆊ'는 각각 'ɥa, ɥə'로 발음되었다고 추측된다. 'ɥa'는 'ㅟㅏ'를 한 음절로 발음한 것과 비슷하고 'ɥə'는 'ㅟㅓ'를 한 음절로 발음한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현대의 'ɥə'를 'ㆊ'로 적는 것이 좋다.
'뀌어'가 한 음절 'ㄲㆊ(*)'로 축약되면서 이중모음이 만들어지는 것은 '꾸어'가 '꿔'로 축약되면서 이중모음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반모음화 현상이다.
'ɥə'를 한글로 굳이 적으려는 사람들은 흔히 'ㅇㅜㅕ(*)'로 적는다. 그 사람들에게 'ɥa'를 발음해주고 적어보라고 하면 'ㅇㅛㅏ(*)'로 적는다. 그렇다면 'ɥa, ɥə'를 'ㅇㅗㅑ(*), ㅇㅠㅓ(*)'로 적지 못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이런 표기보다는 'ㆇ, ㆊ'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한글로 외국어를 온전히 표기해 보겠다는 건 오만입니다.
ㅟ+ㅓ(ㅟ+ㅕ)를 ㅜㅕ로 쓰고 읽어서 헷갈리거나 나쁠 까닭이 없잖겠습니까?
현행 표준어에서 인정하는 '쉬어'의 준말은 없지만 적어도 일부 화자들은 입말에서 '쉬어'를 한 음절로 발음하면서 '셔'와는 구별되는 준말을 쓰기 때문에 이를 적으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해본 글이었습니다.
완전히 틀린 말들을 바꾸는 작업들이 작게 있었는데
근 10년 사이 실제 쓰이지도 않는 요상한 말들을
만들어내네요 사람의 말과 글이라는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만들어졌다 하는 것인데 왜 자꾸 소수의 사람들이 그저 자기 주관적인 판단에 맞다와 그르다라는 가치를 주입하고 일반적인것들을 무시하나요? 참 할 일없습니다..
짜장면을 자장면이랬다가 안 먹히니 둘다 맞다하고
우유곽을 우유각이라고 하면서 대다수를 혼란스럽게 하고
바보취급하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요?
그저 벤또나 스메끼리를 도시락, 손톱깍이를 사용해달라로 그쳣어야 하거늘 지나치게 선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