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Daschle의 표기가 '대슐리'에서 '대슐'로 바뀐 사연

요즘 미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던 톰 대슐(Tom Daschle)이 세금 탈루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톰 대슐

흥미롭게도 2001년 6월 27일 열린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40차 회의에서는 당시 상원 민주당 원내 총무였던 그의 이름 표기를 '토머스 대슐리'로 정한 바가 있다. 토머스(Thomas)는 톰(Tom)의 정식 이름이다.

그러다가 2004년 12월 14일 제61차 회의에서 '대슐리' 대신 '대슐'로 고쳐 쓰기로 결정했다.

'대슐리'라는 표기의 기원

먼저 나온 '대슐리'라는 표기는 원 발음을 [ˈdæʃ.li]로 보고 정한 것 같다. 발음 기호 가운데 점(.)은 음절을 구분하는 기호로, 보통 생략하지만 여기서는 음절 구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표시한다.

나도 처음에 Daschle의 발음이 [ˈdæʃ.li]인줄 알았고, 많은 영어 사용자들도 그렇게 발음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외래어 심의위원들도 그런 정보에 의거 '대슐리'라고 표기를 정했을 것이다. 사실 Daschle라는 표기를 보면 [ˈdæʃ.li]라는 발음을 연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보자.

일단 schl라는 자음군이 [ʃl]로 발음된다고 보면 Daschle는 한 음절로 발음될 수 없다. 영어의 음운 제약에 따라 [ʃl]라는 자음군이 한 음절의 끝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모음 e가 있으니 그것으로 [l]에 따르는 모음으로 보기 쉽다. 이런 식으로 어말에서 오는 무강세 e는 보통 [i]로 발음된다. Jesse가 [ˈdʒesi], 즉 '제시'로 발음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대슐'로 고친 이유

그런데 알고 보니 정작 본인이 사용하는 발음은 [ˈdæʃ.li]이 아니었던 것 같다. Daschle의 정확한 발음은 미국 국립도서국(NLS)에서 제공하는 발음 정보에서는 DASH-əl, AP 통신에서 제공하는 발음 정보에서는 DASH'-uhl로 소개하고 있다. 이를 국제 음성 기호로 풀어 쓰면 [ˈdæʃ.əl]이다. 외래어 심의위에서도 이런 지적을 받고 3년 반만에 다시 '대슐'로 표기를 고친 것으로 보인다.

철자가 *Daschel이라면 이런 발음을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Daschle이 이렇게 발음되게 되었을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영어에서 [l]은 그 자체가 한 음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고, 이것이 선택적으로 [əl]로 발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는 음절의 핵은 꼭 모음이어야 하지만 영어에서는 [l], [m], [n] 등이 '성절 자음'이라고 해서 음절의 핵이 될 수 있다. little [ˈlɪt.l], rhythm [ˈrɪð.m], kitten [ˈkɪt.n]처럼 모음이 따로 없이 [l], [m], [n]만으로도 음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모음이 없을 때 삽입하는 모음 '으'를 더해 '리틀', '리듬', '키튼' 등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이런 성절 자음에도 영어의 무강세 음절에 흔히 쓰는 모음 [ə]를 추가하여 [əl], [əm], [ən]으로 발음하기도 하고, 영어 사용자들은 이들 발음을 확실히 구별하지도 않는다. 편한대로 [ə]를 추가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ˈlɪt.(ə)l], [ˈrɪð.(ə)m], [ˈkɪt.(ə)n] 등으로 표기하여 가능한 발음을 모두 나타내기도 한다. 보통 시중의 사전에서는 괄호를 사용하지 않고 ə를 ə와 같이 이탤릭체로 써서 탈락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Daschle로 돌아가 보자. [dæʃ]를 앞 음절로 분리한 다음 남는 자음 [l]은 끝에 모음 e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음절을 이루도록 [ˈdæʃ.l]로 발음하는 것이 정식 발음이다. 여기에 선택적으로 [ə]가 붙어 [ˈdæʃ.əl]로 발음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어에서 어말의 -le라는 철자가 [(ə)l]로 발음되는 경우는 little, uncle, poodle 등 다양하지만 -shle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발음을 잘못 알기 쉬웠던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ˈdæʃ.əl]은 '대셜', [ˈdæʃ.l]은 '대슐'로 표기하게 되는데 아마도 예전에 '대슐리'라고 썼던 것과 가깝게 하려고 '대슐'을 택한 것 같다.

영어의 -ton의 표기는 '턴'으로 통일

영어에서 [l], [m], [n] 등은 [əl], [əm], [ən]로도 발음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발음을 기본 발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을, 음, 은'으로 쓸 수도 있고 '얼, 엄, 언'으로 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Daschle은 '대셜'로 쓸 수도 있고 '대슐'로 쓸 수도 있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서는 이런 경우와 같이 선택적으로 발음하는 음이 있을 경우 발음하는 것이 좋은지 발음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도 표시하고 있다. little과 kitten은 [ə]를 삽입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지만 rhythm에서는 [ə]를 삽입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rhythm을 '리덤'이 아니라 '리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 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가능한 발음 가운데 각각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여 외래어 표기 용례를 결정할 때 따르는 원칙인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서는 영어 지명과 인명에 많이 등장하는 -ton의 표기를 '턴'으로 통일하고 있다. -ton의 경우 [tn]으로 발음될 수도 있고 [tən]으로 발음될 수도 있기 때문에 '튼' 또는 '턴'이 모두 가능한데, 고유명사의 경우 어느 발음이 더 많이 쓰이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고 또 딱히 어느쪽이 맞다고 하기도 곤란하니 '턴'으로 통일한 것이다.

참고로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서는 Ashton, Hilton 등 -ton으로 끝나는 이름 대부분 [tən]으로 발음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Newton 등 일부만 [tn]으로 발음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Washington 같은 경우는 아예 [tən]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못박아 두고 [tn]이란 발음은 제시도 않고 있다. 이런 것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ton으로 끝나는 이름은 '튼'이 아니라 '턴'으로 적도록 한 것이다. Ashton, Hilton, Newton, Washington은 이에 따라 '애슈턴', '힐턴', '뉴턴', '워싱턴'으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따른 표기이다.

지금은 '뉴턴'이 표준 표기가 되었지만, 외래어 표기법 이전에는 '뉴튼'이라는 표기가 많이 쓰인 것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그에 반해 호텔로 유명한 Hilton의 경우, '힐튼'이란 표기가 등록된 상표로 익숙하기 때문에 아직도 쓰이고 있다.

주의할 것은 아무래도 -ton의 표기를 '턴'으로 통일한 규정이 외래어 표기법의 일부가 아니라 그에 준하는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의 일부이기 때문인지 국립국어원에서도 완전히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을 보면 Merton을 '머튼', Patton을 '패튼', Burton을 '버튼', Sutton을 '서튼'으로 표기한 예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영어 이름의 -ton을 표기할 때는 '턴'으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기존 용례집을 확인하여 예전에 '튼'으로 옮긴 적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확실할 것이다.

덧글

  • ghistory 2009/02/05 09:32 # 답글

    보건부 장관→정확히는 '보건 · 인적서비스부장관' 아닐까요?
  • 끝소리 2009/02/05 09:44 #

    Health Secretary라고 줄여 부르는 것을 보건부 장관이라고 번역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식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Health Secretary는 영국식 약칭인 것 같은 느낌도 있고... 그런데 Secretary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의 번역명은 진짜 다양하게 검색되네요. 일단 '보건복지부'가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 같으니 그렇게 고치겠습니다.
  • ghistory 2009/02/05 09:46 #

    고치시는 건 끝소리님의 자유입니다만, 워낙 저 나라가 국가복지에 반감이 강한 나라라서 welfare라는 표기를 행정부 부서 명칭에 안 쓰는 것 같습니다.
  • 끝소리 2009/02/05 19:03 #

    글쎄요. 1979년에 기존 Department of Health, Education, and Welfare가 둘로 나뉘어서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와 Department of Education이된 것이니 welfare라는 용어를 아예 쓴 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 ghistory 2009/02/05 09:45 # 답글

    대슐의 인명표기가 2차례 논의 대상이 된 건 2001년에는 아메리카합주국 연방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면서(버몬트 선거구의 제퍼즈 의원이 탈당해서 49석으로 의석이 감소하면서 체니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권한이 소멸) 그가 다수당 원내대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고, 2004년에는 그가 연방상원선거 노스다코타 선거구에서 공화당의 집중 표적이 되어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끝소리 2009/02/05 19:04 #

    그랬겠군요.
  • 반바스틴 2009/02/05 11:12 # 답글

    한번 여쭤볼게 있는데 한국어 발음이 조금 어렵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본인 혹은 그곳(외국)에서 쓰는 발음이 한국표기법에도 최우선이 되는게 원칙이죠?

    무지한질문 죄송합니다
  • 끝소리 2009/02/05 19:12 #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지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 직접 다루지 않는 언어권의 경우 제3국의 발음으로 통용되는 것은 관용을 따른다는 예외 조항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지에서 쓰는 발음을 따라야겠죠. 한국어 발음이 쉽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어느 발음이 쉬운지 의견이 다를 수 있어 적용하기 애매하지만 원 발음을 따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용하기가 간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assuming 2009/07/21 14:32 # 답글

    영어단어 끝에 나오는 e는 거의 묵음입니다. 저 사람의 이름도 같은 맥락인 것 같네요.
  • 끝소리 2009/07/21 16:26 #

    일반 단어에서는 말씀하신대로입니다. 하지만 Jesse, Penelope, Aphrodite 같은 이름들이나 Rolle, Stolle, Thisbe 같이 흔치 않은 이름에서 e는 [i]로 발음됩니다. Clarke, Thorne처럼 흔히 알려진 이름에 e를 붙인 것은 e를 발음하지 않지만 특히 외국어에서 온 듯한 생소한 이름을 보면 어말의 e를 [i]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은 무조건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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