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가 금융 사태로 국가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2월 1일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Jóhanna Sigurðardóttir)가 총리로 취임했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근대의 행정부 수반으로는 세계 최초로 공공연히 알려진 동성애자로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이름을 한국 주요 언론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보자. 한 언론사 몇가지 다른 표기를 썼을 수도 있지만 대충 검색한 결과 다음의 두가지 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요한나 시거다도터' - 조선일보, 한국경제
'요한나 시구르다르도티르' - 한겨례, 동아일보, 경향신문
'시거다도터'는 ur와 ir를 영어식으로 발음한다고 추측한 것일테고 '시구르다르도티르'는 철자에 맞추어 가장 흔한 발음을 대입한 결과일 것이다. 둘 다 아이슬란드어 발음하고는 동떨어진 표기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아이슬란드어 표기 규정이 없으니 이런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표기하는 것이 좋을까?
Jóhanna Sigurðardóttir는 아이슬란드어로 [jouːhanːa 'sɪːɣʏrðartouʰtɪr]로 발음된다. 이에 따라 적어보자.
ó의 표기
예전에 말한대로 ó는 이중모음 [ouː]로 발음되더라도 '오'로 적는 것이 좋을 듯하다.
g [ɣ]의 표기
아이슬란드어에서 모음 사이의 g는 [ɣ]로 발음되는데 한국어에서 모음 사이의 'ㄱ'도 수의적으로 약화되어 [ɣ]로 발음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g를 'ㄱ'으로 적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d와 tt의 표기
아이슬란드어는 영어, 독일어 등 대부분의 유럽 언어와 달리 d, t로 적는 파열음이 [d], [t]로 발음되지 않는다. d는 기본적으로 [t]로, t는 기본적으로 [tʰ]로 발음된다. 기식을 통해 발음 구분을 하는 것이 한국어의 'ㄷ' 또는 'ㄸ'와 'ㅌ'의 구분하고 비슷하다. 여기에 tt와 같은 경우 pre-aspiration이라 해서 [ʰt] 또는 [ht]와 같이 파열음의 폐쇄 단계 전에 기식이 되는 독특한 발음도 있다.
실제 아이슬란드어의 발음 규칙을 따지자면 복잡하다. 어두에서는 d와 t가 구분되지만 어중에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철자를 따라 d는 'ㄷ', t와 tt는 모두 'ㅌ'으로 적는 것이 무난할 듯 하다.
u [ʏ]의 표기
아이슬란드어의 단모음 u는 [ʏ]로 발음된다. 독일어의 ü, 네덜란드어의 u와 비슷한 발음인데 이들 언어를 적을 때는 '위'로 적으니 아이슬란드어를 적을 때도 '위'로 적는 것이 좋겠다. 예전의 아이슬란드 인명 표기 용례를 보면 u는 '우'로 많이 적었지만 최근 Grimsson, Olafur Ragnar를 '그림손, 올라퓌르 라그나르'로 적도록 결정한 것을 보아도 u는 '위'로 적는 추세인 듯하다.
결국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는 표기가 무난할 듯하다.
예전에 언급했듯이 나는 이런 식으로 아이슬란드어의 철자에 따른 발음을 분석하여 한글로 적는 아이슬란드어 표기 원칙을 마련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른 아이슬란드 인명 표기 용례 페이지도 있으니 필요하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렇게 블로그에 몇 자 적는다고 언론들의 표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에서 Jóhanna Sigurðardóttir의 표기를 결정한다면 아마도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고 정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언론이나 방송 관계자분들은 참고하시도록...
업데이트: 2009년 3월 25일 열린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83차 회의에서 예상대로 Jóhanna Sigurðardóttir의 표기를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고 결정했다. 관련 글 참고.
업데이트: 2009년 3월 25일 열린 정부ㆍ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 제83차 회의에서 예상대로 Jóhanna Sigurðardóttir의 표기를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라고 결정했다. 관련 글 참고.
덧글
일단 영어라도 제대로 표기하는법을 알고싶다는..
외래어 표기법 가운데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 규정을 보면 j는 자음과 모음 사이에올 때에 앞의 자음과 합쳐서 적게 되어 있습니다. gj, kj, lj, sj, skj처럼 그 자체가 하나의 소리를 나타내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아이슬란드어의 경우도 gj [c]/[j], hj [ç], kj [cʰ]/[c]를 제외하고는 이를 따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bj [pj]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스웨덴어의 jö [jœ~jøː], 노르웨이어의 jø [jø] 앞에 g, j, k, kj, lj, skj 이외의 자음이 올 때는 j는 앞의 자음과 합쳐 적고 ö 또는 ø는 '에'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어의 jö [jœ]에도 적용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Björk는 '비에르크'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Guðmundsdóttir에서 Guð [kvʏð]는 예외적인 발음을 고려하여 '그뷔드'로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스웨덴어와 덴마크어의 표기에서처럼 ds 조합에서 d는 적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ds의 발음을 [ts]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츠'로 적기에는 무리가 있고 제가 들어본 아이슬란드어 발음에서는 대게 d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스웨덴어하고 비슷한 상황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본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모음 u, ó를 각각 '위', '오'로 적으면 '그뷔드뮌스도티르'라는 표기가 나옵니다.
혹시 못 보셨다면 제가 본문에서 링크한 아이슬란드어 표기 원칙과 인명 표기 용례 페이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