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중복 자음 발음 음운론

"런닝? 러닝? 영어에서 nn, mm의 한글 표기"에 보충해서 영어에서 자음이 중복되어 발음되는 때에 대해 설명한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의 설명("Double consonant sounds", 238쪽)을 많이 참조하였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여기서 다루는 중복 자음은 발음 상의 중복 자음을 이른다는 것이다. 영어의 철자는 불규칙해서 철자 상 중복되는 글자는 중복되어 발음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 글에서는 영어에서 한 어근 안에서는 [n], [m]의 발음이 덧나는 일이 없지만 복합어나 일부 합성어에서 [nn], [mm]으로 중복되어 발음된다고 설명하였다. 영어에서는 [n], [m] 외에도 중복되어 발음되는 자음이 많은데 모두 한 어근 안에서는 찾을 수 없고 복합어나 합성어의 경계에서 같은 음소가 중복될 때 나타난다.

영어에서 자음이 중복되어 발음되는 경우:

1. 단어의 경계
one nation [ˌwʌn ˈneɪʃən]
this side [ˌðɪs ˈsaɪd]
black coat [ˌblæk ˈkoʊt]

2. 복합어
midday [ˌmɪdˈdeɪ]
homemaker [ˈhoʊmˌmeɪkɚ]

3. 일부 합성어
unnecessary [ʌnˈnesəsəri]
foreignness [ˈfɒrɪnnɪs]
solely [ˈsoʊlli] (일부 방언)

*solely, wholly 등의 경우 [ˈsoʊli], [ˈhoʊli] 등으로 발음하는 이도 많다.

그러면 중복되는 자음은 실제 어떻게 발음될까? 단어의 경계에 오는 경우 천천히 끊어 읽을 때는 첫 자음 발음을 완전히 마치고 다음 자음을 발음하겠지만, 보통 자연스럽게 말할 때는 보통 이처럼 각각의 발음을 독립적으로 하지 않고 자음을 길게 끌어 발음하는 식으로 실현된다.

마찰음
마찰음은 발음하는 과정에서 공기가 좁은 틈을 통과하는 마찰을 통해서 소리가 나며 영어에서 중복 발음될 수 있는 마찰음은 [f, s, θ, ʃ, v, z, ð] 등이 있다. 이들을 중복하여 발음할 때는 마찰을 오래 지속시키기만 하면 된다. 국제 음성 기호에서는 장자음 [fː, sː, θː, ʃː, vː, zː, ðː] 등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this side [ˌðɪs ˈsaɪd]는 실제 [ˌðɪˈsːaɪd]로, off field [ˌɒf ˈfiːld]는 실제 [ˌɒ ˈfːiːld]로 발음된다.

한국어에는 비슷한 발음이 없다. 하지만 'ㅅ' 즉 [s] 음을 예로 들면 증기가 나오는 소리를 흉내내듯 하여 'ㅅ' 자음 소리만 오래 끄는 연습을 통해 장음 [sː]를 발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음, 유음
비음은 공기의 일부를 코로 내보내며 유음은 공기의 흐름을 조금만 막으면서 내보낸다. 영어에서 중복 발음될 수 있는 비음은 [m, n], 유음은 [l]이 있다. 이들을 중복하여 발음할 때는 길게 발음하기만 하면 된다. 국제 음성 기호에서는 장자음 [mː, nː, lː]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foreignness [ˈfɒrɪnnɪs]는 실제 [ˈfɒrɪnːɪs]로, solely [ˈsoʊlli]는 실제 [ˈsoʊlːi]로 발음된다.

비음의 경우 한국어와 영어의 자음 중복이 거의 같다. 한국어에서도 '아나'는 [ana], '안나'는 [anːa]로 발음되고 '어마'는 [ʌma], '엄마'는 [ʌmːa]로 발음된다.

그런가하면 유음의 경우 한국어에서 '알라'는 [alːa]로 발음되지만 이에 대응되는 [ala]라는 발음은 없다. '알아' 또는 '아라'는 [aɾa]로 발음된다. 한국어의 음소 'ㄹ'은 모음 앞에서는 [ɾ], 자음 앞과 어말에서는 [l]로 발음되기 때문에 모음 사이의 'ㄹ'은 [ɾ], 모음 사이의 'ㄹㄹ'은 /lɾ/가 자음 동화를 통해 /ll/ 즉 [lː]로 실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 외국어의 모음 사이의 [l]은 장단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ㄹㄹ'로 표기한다.

파열음
파열음은 발음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완전히 폐쇄시켰다가 내보내는 음이다. 영어에서는 [b, d, g, p, t, k] 등이 있다. 이들을 중복하여 발음할 때는 폐쇄를 오래 지속시킨다. 국제 음성 기호에서는 장자음 [bː, dː, gː, pː, tː, kː] 등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black coat [ˌblæk ˈkoʊt]는 실제 [ˌblæˈkːoʊt]로 발음되고 midday [ˌmɪdˈdeɪ]는 실제 [ˌmɪˈdːeɪ]로, big game [ˌbɪg ˈgeɪm]은 실제 [ˌbɪˈgːeɪm]으로 발음된다.

[pː, tː, kː]의 경우 한국어에서는 'ㅂ, ㄷ, ㄱ' 받침을 발음하면서 숨을 내보내지 않고 잠시 폐쇄를 지속시켰다가 그대로 'ㅍ, ㅌ, ㅋ'을 발음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흉내낼 수 있다. [bː, dː, gː]는 한국어에 유사한 발음이 없으므로 아마 흉내내기 제일 어려울 것이다. [pː, tː, kː]를 발음하는 원리로 하되 성대를 울리는 유성음으로 발음해야 한다.

영어에서 /t/는 유난히 변이음이 많다. 특히 자음 앞과 어말에서 [t] 대신 성문 파열음(국제 음성 기호로 [ʔ]), 즉 목구멍이 잠깐 닫히는 소리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t의 중복 발음은 [ʔt]로 실현된다. 예를 들어 that time [ˌðæt ˈtaɪm]은 실제 [ˌðæˈtːaɪm]으로도 실현될 수 있고, [ˌðæʔˈtaɪm]으로도 실현될 수 있다.

파찰음
파찰음은 한 음소로 나타나지만 음성학적으로는 파열음과 마찰음이 합친 것이다. 그래서 파찰음은 예외적으로 중복될 때 하나하나 따로 발음한다. 영어에서 음소로 쓰이는 파찰음은 [dʒ, tʃ]가 있다. 이들을 중복하여 발음하면 [dʒdʒ, tʃtʃ]가 된다.

즉 orange juice [ˌɒrɪndʒ ˈdʒuːs]에서 [dʒ] 발음은 합쳐지지 않고 첫 파찰음이 발음되고 이어서 같은 파찰음이 다시 발음된다. 마치 한 소리인 것처럼 들릴만큼 빨리 발음될 수도 있지만 *[ˌɒrɪnˈdʒuːs]가 되지는 않는다.

다른 언어의 경우

영어의 중복 자음 발음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는데, [bː, tː, nː, sː] 등으로 표시하는 장자음은 다른 언어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어의 경우 거의 모든 자음이 모음 사이에서 중복 발음될 수 있으며 영어와 달리 단어 경계, 복합어, 합성어에서만 나타난다는 제약이 없다. 중복 자음을 통해 의미가 구별되는 쌍도 무수히 많다.

이탈리아어의 예:
caro [kaːro] : carro [karːo]
dona [doːna] : donna [donːa]
topo [toːpo] : toppo [topːo]
fato [faːto] : fatto [fatːo]
beve [beːve] : bevve [bevːe]
pala [paːla] : palla [palːa]

여기서 든 예에서 모음 뒤에 자음 하나만 따르면 앞의 모음이 장모음이 되고 장자음(중복 자음)이 따르면 앞의 모음이 단모음이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이탈리아어는 자음과 모음의 길이에 규칙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핀란드어처럼 자음과 모음의 길이가 서로 연관이 없어 장모음과 장자음, 단모음과 단자음의 조합도 가능한 언어도 있다.

핀란드어의 예:
muta [mutɑ]
muuta [muːtɑ]
mutta [mutːɑ]
muutaa [muːtɑː]

어쨌든 다른 언어에서도 장자음(중복 자음)이 발음되는 원리는 영어에서와 대부분 같다. 마찰음, 유음, 비음 등은 단자음보다 오래 발음하고, 파열음은 폐쇄할 때 조금 오래 끌면 된다.

파찰음의 장음은?

그러나 파찰음은 언어마다 주의하여 관찰할 필요가 있다. 파찰음이 중복될 경우 영어에서와 같이 파찰음 자체가 반복될 수도 있지만, 이론적으로 앞의 파열부가 길게 발음될 수도 있고 뒤의 마찰부가 길게 발음될 수도 있고 둘 다 길어질 수 있다. 즉 [tʃ]를 예로 들면 [tʃtʃ], [tːʃ], [tʃː], [tːʃː] 모두 예측할 수 있다.

Peter Ladefoged와 Ian Maddieson 저 The Sounds of the World's Languages에서는 아예 파찰음의 장음을 파찰음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앞의 파열부가 길게 발음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tʃ]의 장음은 [tːʃ]란 것이다. 보통 이탈리아어 파찰음의 장음도 앞의 파열부가 길게 발음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헝가리어도 마찬가지이다. 헝가리어에서는 [tʃ] 음을 cs로 표기하고 중복될 때는 ccs로 표기하는데 ccs는 [tːʃ]로 발음된다. 예를 들어 kaccsal은 [kɒtːʃɒl]로 발음되는 것이다("Phonetic vs. Phonological Lengthening in Affricates", Anne Pycha).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cs와 ccs를 구분 없이 'ㅊ'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 kaccsal은 '커철'로 표기한다.

좀 흥미로운 예는 폴란드어이다. 폴란드어에서는 [tʃ] 음을 cz로 표기한다. 그런데 Ela Thurgood과 Grazyna Demenko의 조사 결과 czcz는 [tʃtʃ], [tːʃ], [tʃː] 등 참으로 다양하게 실현된다고 한다. 특히 조사의 대상이 된 모든 이들이 어떤 때는 파찰음 반복을 하고 어떤 때는 파열부 또는 마찰부를 길게 발음했다고 한다("Phonetic Realizations of Polish Geminate Affricates").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폴란드어의 파찰음 중복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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