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가다피, 깟다피 표기 용례

최근 리비아 사태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리비아의 최고 지도자의 이름을 한글로 '카다피'로 쓸지, '가다피'로 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의 혼란에는 감히 비할 수가 없다.

주요 영어 매체에서 쓰는 표기로는 Gaddafi (BBC, 로이터 통신, 알자지라), Gadhafi (AP 통신, CNN), Qaddafi (뉴욕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Qadhafi (미국 외무부), Kadafi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Gadafy (아이리시 타임스) 등이 있다. 이건 요즘 쓰는 표기를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고 42년 가까이 독재를 했으니 그동안 쓰였던 표기는 더욱 다양하다.

여기에 Moammar Gadhafi, Muammar el-Qaddafi, Muammar Gaddafi 등 이름 전체의 표기를 따지면 경우의 수를 쉽게 헤아릴 수 없다. 2009년 미국 ABC 방송 블로그 글에는 표기가 무려 112개나 실려 있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로마자를 쓰는 다른 언어권에서 쓰는 표기까지 따지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의 이름을 아랍어로 쓰면 معمر القذافي이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다른 언어로 옮기려고 하면 이름의 표기가 통일되지 못하는 것일까?

카다피(사진 출처)

아랍어 표기의 어려움

1. 아랍 문자에서는 보통 단모음과 이중자음 유무를 표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보조 발음부호를 통해 표기할 수 있지만 평상시의 문자 생활에서는 이런 보조 발음부호를 거의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القذافي에서 단모음인 '카다피'의 첫 모음은 아예 생략되어 있다. 그러니 보통의 아랍 문자 표기와의 일대일 대응으로는 사용할만한 표기를 얻을 수 없다.

2. 아랍어는 자음이 많은데 다른 문자 체계로는 나타내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니 로마자에서는 보통 ḏ, ġ 등 특수 기호를 사용하거나 dh, gh 등의 조합을 활용하는데 완벽한 방식이 없다보니 여러 방식이 난립한다. '카다피'의 첫 자음인 '카프(ق)'는 현대 표준 아랍어 발음에서는 무성 구개수 파열음 [q]인데 한국어는 물론 우리에게 친숙한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찾기 힘든 음이다.

3. 아랍어 발음 자체가 하나가 아니다. 현대 표준 아랍어는 아랍권의 통일된 의사소통을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문어체 아랍어이다. 학교에서 외국어로서 아랍어를 배우는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문어체 아랍어를 배운다. 하지만 아랍어권에서 일상어로 쓰이는 구어체 아랍어는 문어체와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일상어만 따지면 아랍어권은 토속 라틴어에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루마니아어 등이 갈라져 나온 것처럼 이미 서로 다른 언어 여럿으로 갈라져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발음도 조금씩 다르다. 일상어에서 '카프(ق)'를 아직도 현대 표준 아랍어의 [q]로 발음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며 이 음은 지역, 계층, 심지어 성별에 따라 성문 파열음 [ʔ], 유성 연구개 파열음 [ɡ], 무성 연구개 파열음 [k], 심지어 유성 후치경 파찰음 [dʒ]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실현된다.

흔히 아랍어 이름의 한글 표기를 정하려는 이들은 현대 표준 아랍어 발음만 따진다. 하지만 현대 인명과 지명은 현대 표준 아랍어 발음만 무조건 따라서 표기하기가 곤란하다. 이런 이름은 구어체 발음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많으며 문어체에 가까운 아랍어를 쓸 때에도 이런 이름의 발음만은 구어체에 가깝게 하기도 한다.

다시 معمر القذافي로 돌아가자. 이 이름을 DIN 표준에 따라 로마자로 옮기면 Muʿammar al-Qaḏḏāfī이며 현대 표준 아랍어 발음은 [muˈʕammar alqaðˈðaːfiː] 정도로 나타낼 수 있다. 보조 발음부호 없이 실제 아랍 문자로 나타내는 음은 mʿmr ʾlqḏāfī 정도이다. 하지만 리비아 발음에서는 표준 아랍어 발음의 [q] 대신 [ɡ]나 [k], 심지어 무성 구개수 마찰음 [χ]가 쓰일 수 있으며 유성 치 마찰음 [ð] 대신 [d]가 보통 쓰인다. 모음의 발음도 표준 아랍어와 다르고 특히 단모음의 발음은 꽤 불안정하다. 그러니 보통 [muˈʕæmːɑrˤ əlɡædˈdæːfi]에 가깝게 발음되며 단모음 [u]는 [o]가 될 수도 있다(출처). 다양한 로마자 표기는 여기에서 연유한다.

표기 통일하기

언어 규범을 제정하는 단체가 있는 경우는 물론 표기 통일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 한림원의 협조로 설립되어 스페인어 어문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인 '푼데우(Fundéu)'는 Muamar el Gadafi를 스페인어에서 쓰는 표기로 통일했다(출처). 한국에서는 2003년 12월 17일 제55차 외래어 심의회에서 '카다피, 무아마르 알'을 표준 표기로 삼은 바 있다. DIN 표준 표기에서 특수문자를 일반 로마자로 치환한 Qaddafi, Muammar al을 '원어 표기'로 삼은 결과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외래어 심의회에서 표준 표기를 정했다고 저절로 표기가 통일되는 것은 아니다.

더 일반적으로 아랍어의 한글 표기 방식을 통일하려는 시도로는 국립국어원에서 준비한 아랍어 표기 시안이 있다. 철저히 현대 표준 아랍어 발음을 따른다. 하지만 이 표기 시안은 그동안의 아랍어 한글 표기 방식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결정적으로 그동안의 외래어 표기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많다.

아랍어 표기 시안에 따르면 Muʿammar al-Qaḏḏāfī는 '무암마르 깟다피'로 옮기게 된다. 고유 명사의 관사 al은 한글로 옮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표준 아랍어의 [q]는 'ㄲ'으로 옮기고 같은 자음이 겹칠 때는 첫 자음을 앞 음절의 받침으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깟다피'라는 표기가 나왔다.

아랍어 표기 시안의 문제점: 무성 구개수 파열음 [q]의 표기

그럼 과연 '깟다피'가 '카다피'보다 나은 표기일까? 표준 아랍어의 [q]는 'ㄲ'으로 적는 문제부터 살펴보자. 외래어 표기법에서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즉 'ㄲ, ㄸ, ㅃ'를 쓰지 않는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파열음에서 2계열 대립을 쓰기 때문에 예사소리와 거센소리만으로 각 계열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어에는 연구개 파열음이 'ㄱ, ㅋ, ㄲ' 세 개가 있지만 많은 언어에서는 유성음과 무성음 /ɡ, k/ 둘만 있기 때문에 각각 'ㄱ, ㅋ'으로 옮기는 것으로 통일했다.

예외적으로 태국어와 베트남어의 표기에서 된소리 파열음을 쓰는데 이는 이들 언어에서 한국어와 비슷한 파열음의 3계열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국어의 /b, p, pʰ/는 각각 'ㅂ, ㅍ, ㅃ'으로 옮긴다. 태국어의 양순 파열음이 성문 상태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되기 때문에 한국어 양순 파열음의 3계열 대립을 활용하여 표기하는 것이다.

아랍어 표기 시안에서 쓰는 된소리 파열음은 무성 구개수 파열음 [q]를 나타내는 'ㄲ' 뿐이다. 무성 연구개 파열음 [k]는 'ㅋ'으로 나타내고 이집트 고유 명사에 한해 유성 연구개 파열음 [ɡ]로 발음되는‎ ج은 'ㄱ'으로 나타낸다. 그러므로 파열음만 놓고 보면 'ㄲ'으로 나타내기로 한 음은 'ㅋ, ㄱ'으로 나타내기로 한 음과 조음 위치가 다른 음이니 성문 상태에 따른 음의 대립을 나타내기 위해 된소리를 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아랍어 표기 시안에서 각각 'ㅋ, ㄱ'으로 적는 마찰음 خ‎, غ을 구개수 마찰음 [χ, ʁ]로 본다면(이들을 연구개음으로 보기도 한다) 구개수음 세 개를 'ㄲ, ㅋ, ㄱ'으로 구분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마찰음 둘과 파열음 하나의 구분을 굳이 한국어 파열음의 3계열 대립으로 나타내야 할지도 의문이다.

Benghazi (사진 출처)

(여담이지만 리비아 동부의 주 및 그 주도 이름인 Benghazi [bənˈʁɑːzi]는 '벵가지'라고 흔히 쓰고 있는데,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도 이탈리아어식 표기인 Bengasi를 기준으로 삼고 '벵가지'라고 쓰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gh로 쓰는 음은 유성 구개수 마찰음 [ʁ]이다. 그러지 않아도 격식을 갖춘 아랍어 발음에서 /n/의 위치 동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데 [ʁ] 앞에서는 /n/이 [ŋ]으로 발음될 일이 없다. 그러니 Benghazi를 실제 아랍어 발음에 따라 표기한다면 '벵가지'보다는 '벤가지'가 더 적합하다. )

무성 구개수 파열음 하나와 구개수 마찰음이 유무성 하나씩, 즉 [q, χ, ʁ]와 같이 구개수음 세 개가 공존하는 체계는 고전 페르시아어, 우르두어, 베르베르어, 쿠르드어, 조지아어, 카자흐어, 우즈베크어 등 북아프리카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이들 언어에서 무성 구개수 마찰음 [χ]는 'ㅎ'으로 옮기고 유성 구개수 마찰음 [ʁ]는 굳이 따진다면 'ㄱ'으로 옮기는 것이 관습적인 표기에 가깝다. 그렇다면 무성 구개수 파열음 [q]는 'ㅋ'으로 적는 것이 구개수음 표기에 균형을 잡는데 충분하며 굳이 'ㄲ'을 쓸 필요가 없다.

더구나 아프리카와 캅카스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성 구개수 파찰음 [qχ], 조지아 공화국 북서부에서 쓰이는 스반어(Svan)에서 쓰인다고 하는 [qʰ]는 거센소리로 들리므로 아랍어의 [q]가 된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ㄲ'으로 적는 것은 다른 언어 표기에도 일반적으로 적용하기가 곤란하다.

아랍어 표기 시안의 문제점: 겹친 자음의 표기

한국어에서 '깟다피'는 [까따피]로 발음된다. 아랍어의 겹친 자음 [ðð]을 나타내려고 쓴 표기가 실제로는 전혀 딴판인 'ㄸ', 즉 [t]로 발음되는 것이다. 유성 치 마찰음인 [ð]는 겹칠 때도 장음으로 발음되는 마찰음일 뿐이며 '까다피'라고 쓰면 마찰음은 아니지만 모음 사이에서 유성음인 'ㄷ' [d]로 발음되어 아랍어 발음에 더 가깝다. 즉 '깟다피'란 표기는 자음이 겹치는 것을 한글 표기로도 'ㅅㄷ'으로 불완전하게나마 나타낸다는 기호상의 이득 뿐 오히려 원 발음에서 더욱 멀어지도록 한다.

리비아식 발음 [ɡædˈdæːfi]를 기준으로 겹친 자음 [dd]를 나타내기 위해 '갓다피'라고 표기한다고 치자. 하지만 여기서도 [t(t)]로 발음되어 원 발음의 유성음을 살리지 못한다. 보통의 한국어 발음에서 모음 사이의 파열음 발음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아다 [ada], 앗다=아따=앗따 [ata], 아타=앗타 [atʰa]
일부러 천천히 끊어서 발음하지 않는 한 '앗다, 아따, 앗따'의 발음, '아타, 앗타'의 발음은 보통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니 외국어에서 쓰이는 겹친 파열음과 겹치지 않은 파열음의 대립을 나타내기는 어렵다. 유성 파열음을 겹쳐 적으려고 하면 무성음이 되며 무성 파열음을 겹쳐 적어도 실제 한국어 발음은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한 형태소 내에서 [mm, nn]을 제외한 겹친 자음은 겹치지 않은 것처럼 적는 것을 일관된 원칙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Muʿammar를 '무아마르' 대신 '무암마르'로 적는 것은 아랍어 표기 시안을 따를 만하다). 이탈리아어 Pinocchio [piˈnɔkkjo], Totti [ˈtɔtti], Ferrari [ferˈrari]는 각각 '피노키오, 토티, 페라리'로 적는다. 아랍어 표기 시안의 방식대로라면 '피녹키오, 톳티, 페르라리'가 된다. 아랍어에서는 자음이 겹치는지의 여부를 보통 쓰는 철자로는 알기 어렵지만 이탈리아어에서는 겹쳐 발음되는 자음은 철자에서도 겹쳐 적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 반영하기가 더욱 쉬울 텐데 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표준 아랍어 발음의 Muʿammar al-Qaḏḏāfī는 '무암마르 카다피'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 전통에 거슬리지 않는다. 리비아 아랍어 발음을 따르더라도 '무암마르 가다피', '모암마르 가다피' 정도가 어울린다. 아랍어 표기 시안을 따른 표기인 '무암마르 깟다피'는 용납하기 힘들다. 아랍어 표기 시안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는 외래어 표기 체계에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많이 따른다.

최근 실무소심의확정안의 오류 몇 개 (에시엔 보너스) 외래어 표기 실무

오류투성이인 제92차 외래어심의위 결정안 분석에 이어 최근 외래어심의위 실무소위원회에서 확정한 표기 몇 개를 살펴본다. 확정안 전문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 드마르제리, 크리스토프 Christophe de Margerie 1951~ 프랑스 기업인. 토탈(Total)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프랑스어에서 Margerie의 발음은 /maʁʒəʁi/이다. '드마르주리'로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 맞다.

․ 렝데르, 디디에 Didier Reynders 1958~ 벨기에 정치가. 재무장관(1999~ ).

프랑스어권 출신 인물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로 보고 정한 표기이다. 하지만 Reynders라는 이름 자체는 네덜란드어 이름이다(네덜란드어로 보고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레인더르스'이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프랑스어 표기에서는 '엥'이라는 표기가 나올 수 없다. 프랑스어에서는 최근 외래어를 제외하고는 원래 /ŋ/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어의 한글 표기에서 'ㅇ' 받침으로 적는 것은 비음화된 모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프랑스어의 /ɛ̃/은 '앵'으로 적어야 한다. 실제 현대 프랑스어 발음에서는 [æ̃] 내지는 심지어 [ã]로 발음되기 때문에 한글 표기를 '앵'으로 정한 것이다. 그러니 '렝데르'는 프랑스어 이름의 한글 표기로는 잘못되었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다.
더구나 Reynders의 프랑스어 발음은 /ʁɛ̃dɛʁs/이다. '랭데르스'로 적어야 한다. 보통 프랑스어에서 어말 자음을 발음하지 않는다고 상식처럼 알고 있지만 토박이 단어에서도 예외가 무수히 많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에서 온 이름의 어말 자음은 대개 묵음이 아니다. 특히 어말의 -rs는 lors '로르', vers '베르' 등 토박이 단어에서만 /ʁ/로 발음되고 외래어에서는 거의 확실히 /ʁs/로 발음된다. 심지어 토박이 단어인 mars '마르스', ours '우르스'에서도 /ʁs/로 발음된다.

․ 안레센, 스베인 Svein Andresen 금융안정위원회(FSB) 사무총장. 노르웨이 인.

노르웨이어에서 nd의 d는 묵음이 아닐 때도 있으며 특히 ndr의 d는 '드'로 적어야 한다. 기존 용례 가운데 Aasen, Ivar Andreas는 '오센, 이바르 안드레아스'라고 정해진 전례도 있다. 이를 분명히 국립국어원에 수차례 지적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Andresen을 '안레선'이라고 적었다. 그럼 국립국어원에게 물어보겠다. 노르웨이어 자모와 한글 대조표에서 Trivandrum을 '트리반드룸'이라고 적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와 같이 기존 용례를 모두 따질 필요 없이 노르웨이어 표기 규정에 나오는 예만 살펴봐도 노르웨이어 표기는 기계적인 규칙 적용이 아니라 원 발음을 따져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Andresen은 '안드레센'이라고 적는 것이 맞다.


프랑스어의 /ɛ̃/의 표기에 대한 부연 설명

프랑스어에서 어말이나 자음 앞의 in, im, ain, aim, ein, eim, 일부 en은 보통 /ɛ̃/으로 발음되며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앵'으로 적어야 한다. Lupin /lypɛ̃/은 '뤼팽', Saint Germain /sɛ̃ʒɛʁmɛ̃/은 '생제르맹'으로 적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규칙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국어에서도 '에'와 '애'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ɛ̃/ 이외에는 프랑스어에서 '애'로 적는 모음이 없기 때문에 그런지 '엥'으로 쓰는 일이 흔하다. 벨기에 테니스 선수 Justine Henin도 '쥐스틴 에냉'으로 적는 것이 맞는데 이따금 '에넹'이라고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이클 에시엔 (사진 출처)


그런가하면 특히 현대 파리에서 쓰는 [æ̃] 내지는 [ã]에 가까운 발음에 이끌려 /ɛ̃/을 '앙'으로 잘못 적는 일도 많다. 가나 축구 선수인 Michael Essien은 프랑스 리그에서 처음 알려져서 그런지 '미카엘 에시앙'으로 아직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누군가가 프랑스어식 발음을 추측하여 쓴 표기일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어에서 어말의 -ien은 /jɛ̃/으로 보통 발음되며 이에 따르면 '에시앙'이 아니라 '에시앵'으로 적어야 맞다.

하지만 가나는 프랑스어권이 아니며 Essien도 프랑스어 이름이 아니니 '에시앙'이나 '에시앵'으로 적을 이유가 전혀 없다. 심지어 프랑스 해설가들도 이 이름을 '마이클 에시엔' /majkəl ɛsjɛn/으로 발음한다. 표준 한글 표기도 '마이클 에시엔'이다. 원어를 잘못 알고 발음을 잘못 추측해서 썼던 표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몽고메리'와 일본어의 비음 이야기

영어 이름 Montgomery 또는 Montgomerie는 왜 한글로 '몽고메리'라고 적는 것일까?

영국의 군인 버나드 로 몽고메리(Bernard Law Montgomery) (사진 출처)

몽고메리라는 이름은 'Gomeric의 산'이란 뜻의 옛 노르망디어에서 왔다고 한다. 노르망디는 프랑스 북서부의 지방으로 바이킹으로 알려진 북유럽인들, 즉 노르만족이 정착한 땅이다. 노르망디어는 노르만족의 원 언어가 아니라 노르망디에 정착한 후 사용하게 된 현지 방언으로 프랑스어와 같은 방언군에 속한다.

현대 프랑스어에서 가장 흔한 철자는 Montgommery이며 발음은 [mɔ̃ɡɔm(ə)ʀi] '몽고므리'이다. '몽곰리'로 적으면 [몽곰니]로 발음하기 쉬우니 [ə]가 발음되는 것으로 보고 '몽고므리'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노르망디에는 아직도 생트푸아드몽고므리(Sainte-Foy-de-Montgommery), 생제르맹드몽고므리(Saint-Germain-de-Montgommery), 콜빌몽고므리(Colleville-Montgomery) 같은 지명이 있다. 

1066년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은 잉글랜드를 정복해 잉글랜드의 왕이 되었다. 그의 신하 로제 드 몽고므리(Roger de Montgommery) 역시 이때 잉글랜드에 건너갔으며 후에 초대 슈루즈베리 백작(Earl of Shrewsbury)이 되었다. 이후 몽고메리라는 이름은 웨일스와 스코틀랜드에도 퍼졌으며 영어권에서 흔한 이름이 되었다.

《빨간 머리 앤》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사진 출처)

영어 발음은 '몽고메리'가 아니다

그런데 영어 발음만 따진다면 '몽고메리'라는 한글 표기는 나올 수 없다.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의 발음 설명을 찾아보자.

발음 1: [mən(t)ˈɡʌm(ə)ɹi, mɒn(t)-]
발음 2: [mən(t)ˈɡɒm(ə)ɹi, mɒn(t)-]

여기저기 괄호가 많아 어지럽게 보이는데 영어 발음이 같은 기본형이라도 여러가지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첫 음절의 모음은 보통 약화되어 [ə]로 발음되지만 원래의 '단음 O', 즉 [ɒ]로 발음될 수 있으며 자음 [t]는 보통 발음하지만 생략될 수도 있다. 또 m과 r 사이에는 보통 약화된 모음 [ə]가 발음되지만 이것도 아예 생략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같은 기본형을 얼마나 빨리 발음하거나 느릿느릿 또렷하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강세를 받는 g 뒤의 모음은 '단음 U', 즉 [ʌ]일 수도 있고 '단음 O', 즉 [ɒ]로 발음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각자 다른 발음으로 쳐서 발음 1, 발음 2로 구분하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보통 발음 1이 많이 쓰인다.

위 발음 설명을 따르면 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한글 표기가 모두 가능하다.
발음 1: 먼트거머리, 몬트거머리, 먼거머리, 몬거머리, 먼트검리, 몬트검리, 먼검리, 몬검리
발음 2: 먼트고머리, 몬트고머리, 먼고머리, 몬고머리, 먼트곰리, 몬트곰리, 먼곰리, 몬곰리

한글 표기에서 'ㅁ' 받침 뒤의 'ㄹ'은 자음 동화로 인해 [ㄴ]으로 소리나기 쉬우므로 웬만하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가능한 발음이 많은 경우 원형을 최대한 밝히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즉 음을 생략하고 약화시킨 발음보다는 생략하지 않고 약화시키지 않은 발음을 따라 적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발음 1은 '몬트거머리', 발음 2는 '몬트고머리'로 적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 발음을 따르지 않은 표기라도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 보면 다음과 같은 항목 표시를 볼 수 있다.
Montgomery, Bernard Law. *몽고메리, 버나드 로. 영국의 군인·원수(1887~1976). 편수인명, 용인, 표준
여기서 * 표시는 외래어 표기 원칙에 어긋나지만 관용 표기로 인정한 것을 뜻한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관용 표기를 모두 표시하고는 있지 않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비롯한 다른 몽고메리들은 * 표시가 없다. 용례집에는 다음과 같은 좀 웃긴 예도 있다.
Montgomerie, Colin. 몽고메리, 콜랭. 스코틀랜드의 골프 선수. 회의 33차
스코틀랜드는 영어권이며 이 선수 이름 Colin은 영어 이름이다. 발음은 [ˈkɒlɪn]이며 한글로는 '콜린'이라고 적어야 한다. '콜랭'은 [kɔlɛ̃]으로 발음되는 프랑스어 이름 Colin으로 보고 정한 표기이다. 프랑스어 이름이라면 '콜랭'이 맞지만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잉글랜드에서 자라난 이 선수는 '콜린 몽고메리'라고 불러야 맞다. 

스코틀랜드의 골프 선수 콜린 몽고메리(Colin Montgomerie) (사진 출처)

이 표기가 심의된 제33차 회의는 2000년 5월 30일에 있었다. 왜 당시 심의 위원들은 Colin을 프랑스어 이름인 것처럼 표기했을까? Colin은 오히려 영어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을 텐데 말이다. '콜린'이란 이름의 유명인으로 미국의 군인이자 정치인 콜린 파월(Colin Powell)이 있다. 여담이지만 콜린 파월의 이름 Colin의 o는 특이하게 '장음 O'를 사용하여 [ˈkoʊlɪn]으로 발음한다. 한글 표기는 '단음 O'를 쓰나 '장음 O'를 쓰나 바뀌지 않고 '콜린'이다.

아무래도 Colin을 프랑스어식인 '콜랭'으로 표기한 것은 '몽고메리'가 프랑스어 이름인 것으로 보고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현대 프랑스어의 Montgommery보다 영어의 Montgomerie가 훨씬 더 널리 쓰이는 이름이다.  또 앞서 본 것 같이 프랑스어 발음에 따른 표기는 '몽고므리'이다. '몽고메리'라는 관용 표기는 프랑스어 발음을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몽고메리'란 관 표기의 기원

《빨간 머리 앤》은 이화여고 교사이던 아동문학가 신지식이 1962년에 최초로 국내에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적어도 이때부터 Montgomerie를 '몽고메리'로 표기하였다. (내용 추가: 말광님의 제보에 따르면 이 이전에도 1961년에 발행된 민중 국어대사전에 '몽고메리', 1959년에 발행된 동아출판사 새백과사전에 '몽거메리'란 표기가 쓰였다. 자세한 내용은 덧글 참조 바람) 처음에는 이화여고 주보 《거울》지에 연재되었으며 이를 창조사에서 책으로 펴냈다. 다음얻지님의 글 최초 한글 번역 ANNE BOOKS 초판본에 이 창조사 초판본에 실린 신지식의 서문이 실려있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빨강머리 앤》의 저자는 카나다 출신의 루시 모우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라고 하는 여류 작가입니다. (중략) 그리고 이 책은 일본의 여류작가 무라오까하나코(村岡花子)여사의 일역판을 중역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는 일본어에서 중역을 한 것이니 '몽고메리'라는 표기는 일본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다음얻지님 소장 창조사본 ANNE BOOK'S 1964년 2월 초판본 1쇄 1~4권 (사진 출처)

일본어에서 Montgomerie는 보통 モンゴメリー라고 표기한다. 로마자로는 Mongomerī이다. 일본어의 모음이 다섯 개 뿐이고 영어의 [t] 발음을 밝혀 モントゴメリー(Montogomerī)라고 적으면 원 발음에서 더 멀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어에서는 이게 최상의 표기라고 볼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モンゴメリー는 '몬고메리'이다. 하지만 실제 일본어 발음은 [moŋɡomeɾi]이다. 가타카나에서 ン, 히라가나에서 ん으로 적는 '발음(撥音)'이라고 하는 일본어의 비음 음소는 연구개음인 /k, ɡ. ŋ/ 앞에서 같은 연구개 비음인 [ŋ]으로 위치가 동화되어 발음된다.

음절말에만 오는 이 비음 음소는 또 /b, p, m/ 앞에서는 [m]으로, /d, t, n/ 앞에서 [n]으로 동화되어 발음된다. 어말이나 모음 앞, /s, z, j, w, h/ 앞에서는 [ŋ]과 비슷하지만 약간 앞쪽에서 조음되는 접근음으로 난다.

일본어에서 초성 비음은 /m, n, ŋ/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음절 말에 올 수 있는 비음은 발음(撥音) 뿐이다. 일본어의 가나는 이 음소를 각각 하나의 기호로만 적기 때문에 /ɡ/ 앞의 비음을 동화시키지 않고 [n]으로 발음하라는 것을 나타낼 길이 없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외국어의 음소 하나를 되도록이면 기호 하나에 대응시키는 원칙 때문에 일본어의 발음(撥音)을 'ㄴ' 받침으로만 적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관용적으로 쓰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외래어 가운데는 위치마다 달라지는 변이음을 반영해서 받아들인 것들이 많다. '짬뽕'은 일본어 ちゃんぽん(chanpon)에서 왔다. 첫 ん은 /p/에 동화되어 [m]으로 발음되고 마지막 ん은 [ŋ] 비슷한 발음이기 때문에 각각 'ㅁ' 받침, 'ㅇ' 받침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른다면 ちゃんぽん은 '잔폰'으로 적어야 하나 '짬뽕'은 관용 표기로 인정하였다.

세계의 언어 가운데는 하나의 비음 음소가 위치에 따라 /m, n, ŋ/ 등 다양하게 실현되는 경우를 흔히 찾을 수 있다. 폴란드어의 ą, ę는 각각 비음화된 /ɔ/와 /ɛ/에 비음 음소가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열음과 파찰음 앞에서의 경우만 열거해도 kąpać [ˈkɔmpatɕ], pająk [ˈpajɔŋk], bądź [ˈbɔɲtɕ], oglądając [ɔɡlɔnˈdajɔnts]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m, n, ɲ, ŋ] 등 다양하게 실현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역시 한 음소는 기호 하나로 적는 원칙에 따라 ą과 ę은 각각 '옹, 엥'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즉 외래어 표기법으로 앞에서 예를 든 단어들은 각각 '콩파치', '파용크', '봉치', '오글롱다용츠'로 적는다.

파열음이나 파찰음 앞에 올 수 있는 비음 음소가 풍부한 언어에서도 비음의 위치 동화는 쉽게 일어난다. 한국어에서도 '반복', '반갑다'는 각각 [반복], [반갑따]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이지만 실제 빠른 속도로 말할 때는 [밤복], [방갑따]로 실현되는 일이 많다. 사실 영어 Montgomerie의 발음도 /t/가 생략되고 빨리 발음한다면 /n/이 [ŋ]으로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한글을 로마자로 옮길 때 기본 형태를 고려하여 *bambok, *banggapda가 아니라 banbok, bangapda로 적듯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Montgomerie의 /n/이 [ŋ]이 되는 것과 같은 수의적인 자음 동화는 반영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비음 표기를 음소 분석과 발음을 고려해서 정한다. 거의 모든 언어는 /m/이나 /n/을 음소로 가지고 있지만 /ŋ/을 독립된 음소로 가지지 못한 언어도 꽤 많다. 이탈리아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마찬가지로 /ŋ/을 독립된 음소로 가지지 못한 스페인어에서는 /n/이 /k, ɡ, x/ 앞에서 언제나 [ŋ]으로 실현되는 것과 달리 이탈리아어에서 n이 g 앞에 오는 Ingoli /inˈɡɔli/ 같은 경우에서도 좀처럼 위치 동화가 일어나지 않아 n이 [n]으로 실현된다. 한국어에서처럼 빠른 발음에서야 [iŋˈɡɔli]와 같은 동화가 일어난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탈리아어의 n은 전부 'ㄴ'으로 대입하여 Ingoli는 '인골리'로 표기한다.

이탈리아어의 조상인 라틴어에서도 /ŋ/은 독립적 음소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쓰던 알파벳, 즉 로마 문자에서도 /ŋ/을 나타내는 글자를 따로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로마 문자를 쓰게 된 언어 가운데는 /ŋ/ 음소가 있는 것들이 많다. 영어가 대표적이다. 로마 문자에 /ŋ/을 나타내는 독립된 글자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보통 ng로 쓰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철자와 발음 간의 관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영어의 singer [ˈsɪŋə] '싱어'와 finger [ˈfɪŋɡə] '핑거'의 경우처럼 모음 앞의 ng에서 g가 실제로 발음되는지 알 수 없고 /ɡ, k/ 앞에 /n/이 오는지 /ŋ/이 오는지 철자만으로는 구분할 수가 없다. 같은 g 앞이라도 ingoing [ˈɪnɡoʊɪŋ] '인고잉'의 n은 /n/, ingot [ˈɪŋɡət] '잉것'의 n은 /ŋ/이다.

이처럼 세계의 언어에서 비음은 한 음소에 발음이 여럿이거나 여러 음소를 철자상으로 구별하지 않고 적는 등 한글로 옮길 때 골치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오류투성이인 제92차 외래어심의위 결정안 분석 외래어 표기 실무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언론에 보도되는 이름들을 중심으로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한글 표기를 결정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심의위 결정이 질적으로 하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 발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충 정하는 것이 아닌가 할만큼 이상한 표기가 부쩍 늘었다.

지난 9월 15일 심의위에서 결정한 표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국립국어원 게시판에서 찾을 수 있는 심의 결정안 전문을 싣는다. 해설은 녹색 글씨로 덧붙였다.

제92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심의 결정안
(인명 52건, 일반용어 1건-재심의 2건)

(2010. 9. 15.)

[인     명] 

· 아베라, 암살라  Amsale Aberra 1954(?1953)~ 에티오피아 여성 기업가·디자이너. 암살라(Amsale) 그룹 대표 겸 디자인 총책임자. 유행을 좇지 않으면서 세련된 클래식 모던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함.
암하라어 이름의 에티오피아 문자 표기는 ኣምሳለ ኣበራ이다. 이를 로마자로 전사하면 Amsalä Abärra일 것이다(에티오피아 문자에서는 겹자음을 따로 표시하지 않으니 Abärra인지 Abära인지는 원 철자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맞다면 발음은 [amsalɜ abɜrːa]이다. 여기서 로마자로 ä로 나타내는 [ɜ] 발음은 암하라어 발음을 따르자면 한글로는 '어'로 적는 것이 가장 가깝다. 하지만 보통 암하라어 이름을 로마자로 쓸 때에는 Aberra Amsale의 경우와 같이 e로 적는 것이 보통이다(암하라어에는 '에'에 가까운 모음 [e]도 따로 있다).
맨발의 마라톤 선수 비킬라 아베베(Bikila Abebe)도 실은 Abäbä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는 사실 Addis Abäba이다. 그런가 하면 현 에티오피아 대통령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Girma Wolde-Giorgis)의 이름에서는 Wolde는 사실 Wälde이다. 같은 음을 e, a, o로 다양하게 적은 것이다. 암하라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통일되지 않았으니 생기는 일인데, 앞으로 암하라어 발음을 따라 한글 표기를 정한다면 '어'로 통일해서 '아버버, 아버바, 월데' 등으로 적고 Amsalä Abärra는 '암살러 아버라'로 적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로마자 표기를 따라 적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Amsale Aberra라는 로마자 표기를 따르면 '암살레 아베라'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암살라 아베라'라고 한 것일까? 한 이름에서 같은 ä 모음을 '아'로도 적고 '에'로도 적은 셈이니 암하라어 발음을 따른 것은 아니다. 영어식으로 발음 설명을 한 것을 따른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암살라 아베라'라는 표기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정말 수수께끼이다.

· *아벨란제, 주앙 João Havelange 1916~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1974~1998). 브라질 인.
외래어 표기법의 포르투갈어 표기 세칙에 따르면 '조앙 아벨란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João이란 이름은 포르투갈어 표기 세칙이 정해지기 전부터 실제 발음에서 /o/가 /u/로 약화된다고 해서 '주앙'이라고 흔히 표기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주앙'이라고 계속 적는 것으로 인정해왔다. 이번 심의에서는 '아벨란제'라는 표기도 실제 발음과는 다르지만 예전부터 써왔기 때문에 관용 표기로 인정한 듯하다.

· 그루벨, 루스 Ruth M. Grubel 1950~ 미국 교육가·선교사. 일본 간사이(關西)학원 원장(2007. 4.~ ).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영어 화자들은 Grubel 같은 이름을 보면 [ˈɡɹuːb(ə)l]로 발음한다. 동명이인이지만 메릴랜드 대학 육상 프로그램에 나온 발음 설명에서 Grubel이란 선수명을 GREW-bul, 즉 [ˈɡɹuːbəl]로 소개하고 있다(미국 대학의 스포츠 프로그램에 보면 응원하기 쉽도록 선수 이름 발음을 설명한 것을 흔히 찾을 수 있다). Grubel이란 미국인이 뒤 음절의 모음을 [e]로 발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루벨'은 아무래도 철자만 보고 추측한 표기 같다. Abel을 '에이블'로 적는 것처럼 Grubel은 '그루블'로 적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 매닝엄불러, 일라이자 Eliza Manningham-Buller 본명 엘리자베스 리디아 매닝엄불러 Elizabeth Lydia Manningham-Buller 1948~ 영국 공안국 전 여 수장. MI5(영국 비밀정보기관) 국장(2002~2006).

· 실드레이어스, 로돌프 (윌리엄) Rodolphe (William) Seeldrayers 1876~1955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1954~1955). 벨기에 인. 
벨기에 인명을 아예 영어식 이름으로 보고 표기해 놓았다. William이 영어에서 온 이름이기 때문에 그랬나보다. William은 '윌리엄'으로 적어도 무난하다고 볼 수 있고 Rodolphe는 프랑스어 발음에 따라 '로돌프'로 적는 것이 가장 낫지만 '밧줄 꼬는 이'란 뜻의 네덜란드어 zeeldraaier와 비슷한 이름인 Seeldrayers [ˈseːldɾaːiəɾs]를 마치 영어 이름인 것처럼 발음을 추측하여 '실드레이어스'로 적은 것은 좀 어이가 없다. 네덜란드어 표기법대로 적으면 '세일드라이어르스'이고, 벨기에식 발음에 가깝게 한다면 '셀드라이어르스'이다. 벨기에식 네덜란드어 발음은 뒤에서 더 깊이 다루도록 한다.

· 우스트히즌, 루이 Louis Oosthuizen 1982~ 남아프리카 공화국 골프 선수.
아프리칸스어 이름은 발음대로 표기하는 법이 거의 없다. 그나마 이번에 남아공에서 월드컵을 치르면서 Nelspruit를 아프리칸스어 발음에 맞게 '넬스프뢰이트'로 표기를 정한 것을 보고 앞으로는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우스트히즌'은 정말 실망스럽다. 아프리칸스어를 모르고 영어로 흉내내는 이들도 '우스트히즌'이란 발음은 쓰지 않는다. '오스트헤이즌', '워스트하이즌' 정도라면 이해하겠다.
아프리칸스어 발음은 [ˈoəstɦœʏzən]이다. '오어스트회이전'이라고 쓰는 것이 발음에 가깝다. Nelspruit에서처럼 아프리칸스어의 ui [œʏ]는 '외이'로 적는 것이 좋다. 이 이중모음은 뒷부분도 원순성이 남아 있어 [ʏ]로 나타내지만 독일어의 [ɔʏ]를 '오이'로 적는 것처럼 하강 이중모음에서 뒤의 요소가 전설 고모음에 가까우면 단순히 '이'로 적는 것이 깔끔하다.
Louis는 '루이'로 적는 것이 맞다. 프랑스어에서 온 이름이라 대부분의 언어에서 '루이'로 발음한다. 네덜란드인 축구 감독 Louis van Gaal도 '루이 판할'이다. 다만 영어에서는 경우에 따라 '루이스'라는 발음도 쓰인다. 아프리칸스어에서는 루이 외에도 프랑수아(Francois), 피에르(Pierre), 자크(Jacques) 같은 프랑스어 이름을 많이 쓰고 발음도 보통 프랑스어식으로 하니 이들은 익숙한 프랑스어식 한글 표기를 그대로 쓰는 것이 무난하다.

· 워런, 데이비드 (로널드 드 메이) David (Ronald de Mey) Warren 1925~2010 오스트레일리아 과학자·발명가. 항공기의 비행 기록 등을 보존하는 블랙박스(black box)를 발명한 항공학 연구자. 콴타스(Qantas) 항공은 2008년 그의 공적을 기려, 초대형 에어버스 A380을 ‘워런 박사’로 명명.
영어 이름에 나오는 de는 처리하기가 애매하다. 영어 인명의 de는 [də]로 발음하니 원칙적으로는 '더'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de는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 이름에서 흔히 쓰는 요소로 더 친숙한데 프랑스어 표기 규정을 따르면 '드'이다. 역대 표기 용례를 보면 De Mille은 '데밀', de Pfeffel은 '디페펄', De Alba는 '더앨바', De Valera는 '데벌레라', De Morgan은 '드모르간', De Niro는 '드니로'로 적는 등 갖가지 표기가 난무한다. De Valera에서 de는 [də] 외에도 [de]로 발음하는 것이 가능하니 '데벌레라'로 적는 것이지만 De Mille의 de는 [də]로만 발음되니 '데밀'은 원 발음과는 다른 표기이다. 영어 이름의 de의 표기를 어떻게 통일할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원칙대로는 '데벌레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더'만 맞다.

· 바라티에, 자크 Jacques Baratier 1918~2009 프랑스 영화감독․각본가. 칸 국제영화제 심사원상 수상(1958). ‘신․개인 교수’(1973) 등.

· 롱, 러티샤 Letitia A. Long 1959~ 미국 여성 공학 전문가. 국립 지리정보국(NGA) 국장(2010. 8.~ ). 해군 정보국 부국장(2000~2003), 국방부 정보 담당 부차관(2003~2006), 국방정보국(DIA) 부국장(2006~2010).

․ 바르달, 아네르스 Anders Bardal 1982~ 노르웨이 스키점프 선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단체 동메달 수상.

․ 스비날, 악셀 룬 Aksel Lund Svindal 1982~ 노르웨이 알파인스키 선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 은메달, 남자 슈퍼 대회전 금메달, 남자 대회전 동메달 수상.
Svindal이 왜 '스빈달'이 아니라 '스비날'일까? 이 표기는 노르웨이어 발음을 모르고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어의 nd에서 d는 묵음으로 취급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덴마크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언어에서 어말 ld, nd의 d는 묵음이다. 반면 스웨덴어는 어말의 d도 발음한다. 예를 들어 land는 노르웨이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란', 스웨덴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란드'이다. 또 스웨덴어에서는 d 발음이 없어진 경우 아예 철자를 고쳤다. '차다, 춥다'를 뜻하는 노르웨이어의 kald '칼'에 해당하는 스웨덴어 단어는 kall '칼'이다.
위의 Anders '아네르스'에서도 d는 묵음이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Andersen '안데르센'도 원칙적으로는 '아네르센'으로 적어야 하지만 관용 표기를 인정한 경우이다. 그러나 노르웨이어에서 어중에서는 ld, nd의 d는 발음되는 일도 있다. 여자 이름인 Hilde '힐데'와 Randi '란디'에서는 d가 발음된다. 지난 3월 실무소위에서는 노르웨이의 스키점프 선수 Tom Hilde의 표기를 발음에 맞게 '톰 힐데'로 결정했었다(여기서는 힐데가 성이다).
그리고 복합어에서 l,n과 d가 각기 다른 구성 요소에 속하는 경우 d가 발음된다. Svindal은 '돼지'를 뜻하는 svin '스빈'과 dal '달'이 합쳐진 이름이다. 노르웨이어 이름에서 '골짜기'를 뜻하는 dal '달'은 매우 흔한 구성 요소이다. 위의 Bardal '바르달'에서도 볼 수 있다.

․ 야콥센, 아네르스 Anders Jacobsen 1985~ 노르웨이 스키점프 선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단체 동메달 수상.

· 젓, 토니 (로버트) Tony (Robert) Judt 1948~2010 영국 역사가․저술가. 미국 뉴욕대 역사학 교수(1987~2010). 대표 저서 “유럽 전후사(戰後史)”(2005).

· 프레슬, 모건 Morgan Pressel 1988~ 미국 여성 골프 선수.

· 고단, 프라빈 Pravin Gordhan 1949~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가. 재무장관(2009~ ).
· 무케르지, 프라나브 Pranab Mukherjee 1935~ 인도 재무장관(2009~ ).
Gordhan을 '고르단' 대신 '고단'으로 적은 것은 영어 이름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는 영국식 발음을 따라 자음 앞 r는 묵음으로 보고 표기한다. 하지만 Pravin Gordhan은 인도 이름이다. 벵골어 이름인 Mukherjee를 '무케르지'로 적은 예에서 보듯 힌디어, 마라티어, 구자라트어 등 인도 이름의 로마자 표기에서 r는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르'로 적는 것이 통상적이다. Gordhan 본인은 영어를 쓰지만 Pravin Gordhan은 영어 이름으로 보고 표기하는 것보다 인도식 이름으로 보고 표기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 바로 밑에는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이름에서 Manuel을 '마누엘'로 적고 있다. 이 사람은 영어 사용국인 미국에서 태어났고대외 활동을 주로 영어로 하지만 그 이름을 영어식으로 '맨웰, 매누얼'로 적는 것보다 스페인어 이름으로 보고 '마누엘'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다. Pravin Gordhan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서 '프라빈 고르단'으로 적었더라면 어땠을까?

· 미란다, 린마누엘 Lin-Manuel Miranda 1980~ 미국 작사가․작곡가. 뉴욕 출생의 푸에르토리코 계. 2008년 토니(Tony)상 작품상을 받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에 주연으로 출연.

· 오즈번, 조지 (기디언 올리버) George (Gideon Oliver) Osborne 1971~ 영국 정치가. 재무장관(2010. 5.~ ). 예비 내각 재무장관(2005. 5.~2010. 5.). 전 보수당 당수 연설문 작성 담당자.

· 윌슨, 에드워드 (오즈번) Edward O(sborne) Wilson 1929~ 미국 사회생물학자․박물학자․저술가. 개미(蟻)학의 세계적 권위로, 전설적 생물학자. 개미 등의 저서로 두 번(1979, 1991) 퓰리처상 수상.
Osborn, Osborne, Osbourne의 뒤 음절은 약화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ˈɒzbɔːn, -bən]으로 발음되니 '오즈본', '오즈번' 둘 다 가능하다. 예전 표기 용례를 보면 '오즈본'이 두 번, '오즈번'이 두 번 있었다. 하지만 '오즈본'이 더 흔한 발음이며 영어 모음 표기에서는 보통 약화되지 않은 음가를 기준으로 적는 것이 좋다. 또 결정적으로 미국식 발음에서는 '오즈번'이란 발음이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오즈본'으로 적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리펀, 애덤 Adam Rippon 1989~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 맬러리, 케이틀린 Caitlin Mallory 1987~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 무니스, 빅토리아 Victoria Muniz 1989~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푸에르토리코 국가대표.

· 보멘트리, 브렌트 Brent Bommentre 1984~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 칫우드, 크리스티나 Christina Chitwood 1990~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 커, 시네이드 Sinead Kerr 1989~ 스코틀랜드 피겨스케이팅 선수. 영국 국가대표.
전에 스코틀랜드 배우 고 Deborah Kerr의 표기를 '데버러 커'로 정한 적이 있다. 이 배우의 이름은 [kɑː], 즉 '카'로 적는 것이 맞다. 할리우드에서 이 배우를 홍보할 겸 Kerr의 올바른 발음을 알리기 위해 'Deborah Kerr rhymes with star', 즉 '스타'와 각운이 맞는다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Kerr는 [kɑː]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심의위에서는 한글 표기를 '커'로 정한 것이다.
영어권에서 Kerr의 발음은 '커', '카', '케어' 무려 세 가지나 있다. 사람마다 쓰는 발음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미국에서는 '커'라고 쓰지만 영국에서는 '카'나 '케어'란 발음이 많이 쓰인다.

· 랑도, 장피에르 Jean-Pierre Landau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2006~ ). 

· 와이스, 조지 데이비드 George David Weiss 1921~2010 미국 작사․작곡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이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1967)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히트곡의 공동 작사․작곡가이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도 제작.

[인     명] - 재심의
· 반롬푀이, 헤르만 Herman van Rompuy 1947~ 유럽연합(EU) 유럽 이사회 상임의장. 벨기에 겐트 출생.
이 이름은 원래 '헤르만 판롬파위'로 심의되었으나 벨기에 대사관의 요청으로 '정정'했다고 한다.
외래어 표기법의 네덜란드어 표기 세칙이 처음 고시되었을 때 같이 나온 표기 용례집에는 네덜란드 고유명사만 있고 벨기에 고유명사는 없었다(벨기에는 북부에서 네덜란드어를 쓴다). 이에 대해 새 표기 세칙을 벨기에 고유명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기억이 난다. 세칙이 철저히 네덜란드식 발음 위주로 정해져서 벨기에에서 쓰는 발음과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어두의 /v/는 네덜란드식 발음에서 무성음화된 [f]라 하여 'ㅍ'으로 적게 했지만,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어두 무성음화 없이 [v]로 발음된다. 철자 ui, uy로 나타내는 이중모음은 네덜란드식으로 [ɐʏ], 벨기에식으로 [œʏ]이다. 후자는 위에서 언급한 아프리칸스어의 ui 발음과 비슷한데, 아프리칸스어는 네덜란드어에서 갈라져 나온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van Rompuy를 네덜란드식으로 발음하면 '판롬파위'와 가깝지만 벨기에식 발음은 '반롬푀이'가 가깝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어의 w /ʋ/는 네덜란드식 발음에서는 [v]에 가깝게 들리고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w]에 가깝게 들리는데 표기법에서는 'ㅂ'로 적도록 했다. 벨기에 지명 Antwerpen은 표기법에 따르면 '안트베르펀'이지만 현지 발음은 '안트웨르펀'에 더 가깝다. 표기 용례집을 보니 예전 표기인 '안트베르펜'이 아직 표준인 듯하다. 또 철자 ee로 나타내는 이중모음은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거의 장모음 [eː]에 가깝지만 네덜란드식에서는 [eɘ]로 적을 수 있을 정도로 뒤의 음가가 달라지고 특히 방송에서 많이 쓰는 발음에서는 [eɪ]가 되는데 표기법에서는 이를 나타내려 '에이'로 적도록 했다. 그러면 ei, ij로 적는 /ɛɪ/와 한글 표기가 같아지고 eer [eɘɾ]를 '에이르'로 적어 실제 발음과 달라지므로 썩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니다(차라리 '에어르'가 더 가깝다).
설명에 나오는 '겐트'라는 지명도 주목하라. Gent는 벨기에식으로 [ʝɛnt], 즉 '겐트'와 '옌트'의 중간 정도로 발음된다. 네덜란드식으로는 [χɛnt] '헨트'이다. 네덜란드식 발음에서 g는 위치에 따라 마찰음 [χ] 또는 [x]로 발음되지만 벨기에식 발음에서는 위치에 따라 접근음 [ɣ] 또는 [ʝ]로 발음된다(여기서는 [ɣ]를 마찰음이 아니라 접근음을 나타내는 기호로 썼다). 네덜란드어 표기법에서는 'ㅎ'으로 쓰도록 하고 있으니 '헨트'가 표기법에 맞을 테지만 벨기에식 발음에는 '겐트'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어 등에 나타나는 접근음 [ɣ]는 보통 'ㄱ'으로 쓴다.
이렇게 된 이상 벨기에 고유명사에는 벨기에식 발음에 따른 표기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포르투갈어도 브라질식 발음의 특수성을 인정해 브라질 고유명사에만 적용하는 조항들이 있어 포르투갈인 Ronaldo는 '호날두'로 적고 브라질인 Ronaldo는 '호나우두'로 적는다.

[인     명] - 새로 심의
*세계 중앙은행 부총재(10명)

페스세, 미겔 앙헬 Miguel Ángel Pesce (1962~)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부총재.
다시우바, 루이스 아와주 페레이라 Luiz Awazu Pereira da Silva 브라질 중앙은행 부총재.
매클럼, 티프 Tiff Macklem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
하미드이, 압둘라흐만 Abdulrahman A. AL-Hamidy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부총재.
콘스탄시우, 비토르 Vítor Constâncio (1943~) 포르투갈 경제학자·정치가. 유럽연합 중앙은행 부총재.
고피나트, 시아말라 Shyamala Gopinath (1949~)인도 중앙은행 부총재(2004~ ).
델쿠에토, 로베르토 Roberto del Cueto 멕시코 중앙은행 부총재.
룬톱스키, 게오르기 Georgy I. Luntovsky (1950~)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2005~ ).
바쉬츠, 에르뎀 Erdem Başçı (1966~)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
콘, 도널드 (루이스) Donald L(ewis) Kohn (1942~) 미국 중앙은행 부총재(2006~ ).

* 이종격투기 선수(14명)

컬럼, 에이블 Abel Cullum 1987~ 미국 이종격투기 선수.
카라예프, 알란 Alan Karaev 1977~ 러시아 이종격투기 선수.
피치쿠노프, 알렉산드르 Aleksandr Pichkunov 1979~ 러시아 이종격투기 선수.
오버레임, 알리스타이르 Alistair Overeem 1980~ 네덜란드 이종격투기 선수. 
리마, 알비아르 Aalviar Lima 1978~ 케이프베르데 이종격투기 선수.
'케이프베르데' Cape Verde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아프리카 서쪽 끝, 세네갈 중부에 있는 곶'인 '베르데 곶'의 다른 이름으로 수록되어 있다. '베르데 곶 서쪽에 있는 공화국'을 뜻하는 국명은 '카보베르데' Cabo Verde이다. 영어에서는 둘 다 Cape Verde라고 부르지만 한국어에서는 국명으로 '카보베르데'만 쓴다. 따라서 '카보베르데 이종격투기 선수'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Cabo Verde는 포르투갈어 표기 세칙에 따르면 '카부베르드'라고 적게 되겠지만 국명이라 예전부터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두셰크, 안토닌 Antonín Dušek 1986~ 체코 이종격투기 선수.
아카, 베르나르트 Bernard Ackah 1972~ 독일 태생의 일본 이종격투기 선수.
브레기, 비외른 Björn Bregy 1974~ 스위스 이종격투기 선수.
쁘라묵, 부아까우 뽄 Buakaw Por. Pramuk 1982~ 태국 이종격투기 선수.
태국문자 표기는 บัวขาว ป. ประมุข이다. '부아카우 뽀 쁘라묵' 또는 '부아카오 뽀 쁘라묵'이라고 적어야 한다. 여기서 ป는 po pla '뽀 쁠라'라고 부르는 글자이다. Por는 관용적 로마자 표기에서 '오'를 or로 적어서 나온 표기이다. 어이없게도 Por의 r를 태국어의 자음으로 오해하고 'ㄴ' 받침으로 적어 '뽄'이라고 한 것이다. ข는 'ㅋ'으로 적어야 한다. 태국어에서 'ㄲ'으로 적는 글자는 맨 처음 배우는 글자인 ก 뿐이다. 좀 더 체계적인 로마자 표기법을 썼다면 Buakhao Po. Pramuk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중모음 าว [aːʊ]는 로마자로 ao 또는 aw로 쓸 수 있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 이중모음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이 ว를 '오/우'로 적도록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드는 예로 Maikhao ไม้ขาว는 '마이카오', Caolaw เจ้าหลาว는 '짜올라우'로 적고 있어 로마자 표기에 따라 '아오'와 '아우'를 혼용하고 있다. 여기서는 Buakaw라는 로마자 표기가 널리 알려졌으니 '부아카우'가 나을 것 같다.
태국어 이름은 로마자만 보고 정해서는 확실하지가 않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어도 사람들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제 이름을 표기하는 것처럼 태국어 이름의 로마자 표기 방식도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시간에 쫓기며 원 태국어 철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로마자만 보고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표준 표기를 정하는 외래어 심의위에서 태국어 철자도 확인하지 않고 엉터리 표기를 쓰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모로샤누, 커털린 Cătălin Moroşanu 1982~ 루마니아 킥복싱 선수.
도슨, 대니얼 Daniel Dawson 1977~ 오스트레일리아 이종격투기 선수.
알바레스, 에디 Eddie Alvarez 1984~ 미국 이종격투기 선수. 푸에르토리코, 스페인 혈통.
샤흐바리, 팔디르 Faldir Chahbari 1979~ 모로코 이종격투기 선수.
페네티안, 예럴 Jerrel Venetiaan 1971~ 네덜란드 이종격투기 선수.

[일반 용어]
· 레이더 Radar 전파탐지기
* 정정하지 않고 '레이더'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
영어 발음으로는 [ˈɹeɪdɑː]이니 발음대로는 '레이다'로 적는 것이 맞겠지만 기존 표기가 굳어졌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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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체계로 외국어의 표준 한글 표기 용례 제시라는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기는 사실 무리이다. 이렇게 발표되는 심의위 표기 결정안을 보는 이는 얼마 안 되며 정작 신문과 방송에서도 정해진 표기를 지키지 않는다. 그러니 표기를 정하나 마나라고 생각하고 발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표기를 대충 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국어의 한글 표기 체계가 제대로 서려면 일반인이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싶을 때 바로바로 쉽게 용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용례를 정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래어 표기 심의 방식이 자동화되어 한글로 표기하고 싶은 외국어를 입력하자마자 한글 표기가 나와야 한다. 이미 용례가 정해진 것은 그것을 따르고 용례에 없는 것이라도 각 언어의 표기 규칙에 따라 권장 표기를 표시해야 한다. 프로그래머들과 언어학자들이 손잡고 연구한다면 이게 공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라이프니츠'인가 '라이브니츠'인가?

내용 추가: 나그네님께서 덧글로 독일어 발음 사전 가운데는 Leibniz의 b를 무성음으로 발음된다고 하는 것도 있다는 제보를 해주셨다. 그러니 독일어에서는 양 쪽 발음이 다 맞다고 봐야겠다. 이미 쓴 내용은 고치지 않고 남겨둔다.

독일어는 철자에서 발음을 예측하기가 비교적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까다로운 면들이 많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Gottfried Leibniz의 경우를 살펴보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그림 출처)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는 다음과 같이 실려있다.
Leibniz, Gottfried Wilhelm von. 라이프니츠,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독일의 철학자·수학자(1646~1716). 편수인명, 용인, 표준
즉 Leibniz는 '라이프니츠'로 적는 것이 표준 표기이다. 그런데 이것이 발음을 잘못 안 표기라면?

영어 발음 사전이지만 일부 어휘에 한해 원 언어 발음도 보여주는 Longman Pronunciation Dictionary에 따르면 Leibniz의 독일어 발음은 [ˈlaɪbnɪts]이라고 나와있다. A Handbook of Pronunciation에 나오는 독일어 발음 설명에도 Leibniz에서는 유성음 [b]가 발음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라이브니츠'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외래어 표기법에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는 철자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원 발음을 확인하여 적도록 되어있다).

음절 끝의 b, d, g는 무성음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독일어 어말과 음절 끝의 유성음 /b, d, ɡ/는 무성음화하여 /p, t, k/가 된다. 다만 예전에 쓴 글에서 다룬 것처럼 스위스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b, d, ɡ/도 무성음 [b̥, d̥, ɡ̊]으로 발음되며 어말에서도 이 구분이 보존된다.

따라서 표준 독일어 발음에서는 lieb는 [liːp], Feld는 [fɛlt], Zug는 [tsuːk]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각각 '리프, 펠트, 추크'이다. 강세가 없는 모음이 따를 때는 lieber [ˈliːbɐ] '리버', Felder [ˈfɛldɐ] '펠더', Züge 취게 [ˈʦyːɡə]에서와 같이 본 유성음 발음이 난다.

어말이 아닌 음절 끝 위치에서도 lieblos [ˈliːploːs] '리플로스'에서처럼 무성음화가 적용될 수 있다. 이 단어는 lieb-los로 음절이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Abart [ˈapʔaːʁt] '아프아르트'에서처럼 뒤따르는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무성음화가 일어난다. 이 경우 사실 뒤의 음절은 성문 파열음 [ʔ]으로 시작한다.

확인해봐야겠지만 일단 뒤따르는 음절의 첫음이 장애음, 즉 공명음인 /l, m, n, ʀ/를 제외한 자음이라면 무성음화는 무조건 일어나는 듯하다. Goldbach [ˈɡɔltbaχ] '골트바흐', Magdeburg [ˈmakdəbʊʁk] '마크데부르크'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는 '마그데부르크'라고 나와 있다. 이것도 발음을 잘못 안 표기인 듯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독일어에 bl-, gl-, gn-, br-, dr-, gr-로 시작하는 음절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graublau는 grau-blau로 음절이 나누어지니 ['ɡʀaʊblaʊ]로 발음하고 '그라우블라우'로 적는 것이 맞다.

그런데 독일어에 bn-으로 시작하는 음절은 없으니 Leibniz는 Lei-bniz로 나눌 수 없다. 그러면 Leib-niz의 b는 왜 유성음으로 발음될까?

이와 비슷한 예로 Wagner [ˈvaːɡnɐ] '바그너'가 있다.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사진 출처)

Wagner는 '마차 제조업자'란 뜻이다. '마차'를 뜻하는 Wagen [ˈvaːɡən] '바겐'에서 파생되었으며 중세 고지 독일어의 wagener의 형태를 거쳐 Wagner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g 뒤의 모음이 사라졌지만 그 유래로 인해 아직도 g가 유성음 [ɡ]로 발음되는 것이다.

Adel에서 파생된 Adler와 adlig, Orden에서 파생된 Ordnung, Regel에서 파생된 Regler, Ziegel에서 파생된 Ziegler, eben에서 파생된 ebne의 d, b, g도 모두 유성음으로 발음된다.

Leibniz의 어원은 모르겠지만 b가 유성음으로 발음되는 것으로 보아 오스트리아에 있는 Leiben이란 지명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추가 내용: Leibniz는 원래 Leibnitz로 표기했는데 본인이 철자를 바꾼 것이라고 한다. Leibnitz는 오스트리아의 지명으로 예전에 쓰인 이름 가운데는 Libenizze (12세기)와 Leibentz, Leybencz (13-14세기)가 있다. 그러니 이 이름도 예전에 있다가 사라진 모음의 영향으로 b가 유성음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또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들어온 고급 어휘와 기타 외래어에서 음절 끝의 유성음이 무성음화되지 않는다. Magnet [maɡˈne:t] '마그네트', Fabrik [faˈbʀiːk] '파브리크', Tablett [taˈblɛt] '타블레트' 등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Abort [ˈapˌʔɔʁt, aˈbɔʁt] '아프오르트, 아보르트'에서처럼 무성음화된 발음과 유성음을 간직한 발음이 둘 다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독일어에서 어중의 b, d, g는 경우에 따라 무성음화되기도 하고 유성음이 유지되기 한다.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 실린 표준 표기 '라이프니츠', '마그데부르크'는 아무래도 원 발음을 잘못 알고 정한 표기인 듯하다. 이미 굳어진 표기라면 표준 표기를 바꾸기가 힘들겠지만 앞으로라도 새로 독일어 표기 용례를 정할 때라도 꼭 발음을 제대로 확인해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독일어 철자 보고 발음 알아내기 절대 만만하지 않다

독일어의 발음 규칙은 외국어에서 들어온 이름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둘째치고 순 독일어 이름에서도 철자에서 발음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독일어 철자에서 h가 앞의 모음이 장모음이란 것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졌지만 e나 i도 같은 용도로 쓰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Graen [ɡʀaːn] '그란', Coesfeld [ˈkoːsfɛlt] '코스펠트', Grevenbroich [ɡʀeːvənˈbʀoːχ] '그레벤브로흐', Itzehoe [ɪtsəˈhoː] '이체호', Troisdorf [ˈtʀoːsdɔʁf] '트로스도르프' 같은 예를 볼 수 있다. Duisburg [ˈdyːsbʊʁk] '뒤스부르크'는 원래의 '우' 발음이 바뀌어 '위'가 되었으며 이는 Duissern '뒤세른', Duisdorf '뒤스도르프'에도 해당된다.

또 Jerichow [ˈjeːʀɪço] '예리호'에서처럼 -ow가 '오'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다며 발음이 불규칙한 독일어 이름에 발음 규칙을 억지로 적용해 원 발음과 어긋나는 한글 표기를 쓰는 것은 오해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독일어는 철자에 따라 적는 것이 아니라 발음 기호를 보고 적는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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